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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93화 (393/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9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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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새삼스럽지만 이 세계에서 드래곤은 흔한 존재가 아니다.

보통의 판타지에서 나오는 드래곤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멸종 위기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개체 수가 적다.

고작 열.

열 마리의 드래곤이 이 세상에 존재하며, 그 중 넷은 현역이고 셋은 새끼고 셋은 골골거리며 죽어가는 뒷방 늙은이다.

내가 이걸 왜 알고있느냐 하면, 드래곤들이 두 패로 나뉘어 인류연합과 마왕군에 각각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네우스 아래에서 구르며 가장 중요시 했던 게 생존이었고, 당연히 내 목숨을 바로 앗아갈 수 있는 요인들은 잘 알아둬야했다.

드래곤은 강력하다. 레벨로 치면 기본적으로 평균 150레벨 근처에서 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강하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강함을 자각하고 있으며, 몹시 오만한 종족이다.

오만하기 때문에 솔로몬에게 뚝배기가 깨졌다.

마왕군에 들어와 던전의 주인이 된 두 명의 드래곤을 제외하고, 백 여 마리에 이르는 드래곤이 인류연합의 편을 들었다가 솔로몬에게 전부 학살당했다. 그 전투의 여파로 솔로몬도 후방으로 물러나게 되었지만, 인류연합은 쉽사리 마왕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기 어려워졌다.

결국 드래곤은 엘프보다도 보기 어려운 존재가 되고 말았다. 애초에 엘프조차 천 단위를 넘지 않는 세계인 만큼, 드래곤이든 엘프든 둘 다 멸종 위기종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드래곤의 인자를 일부나마 우리 군단에서 손에 넣었건만, 엄청난 힘과 별개로 그 장점을 퇴색하게 만드는 단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걱!

그에이는 눈앞의 아인 안드라스를 단칼에 베어냈다. 남자 두 명이서 나온 서브 던전 보스 〈아인 안드라스〉는 그에이의 숨결에 벌벌 떨다가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크크크, 약해, 약해. 고작 이 정도로 나를 막으려고 하다니….”

“바퓰라 서브던전 공략 못 해서 여기로 내려와놓고는.”

“...군단장님이시여. 그건 제가 약한 거지 드래곤의 힘이 약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 드래곤 만만세다. 내가 정신건강 나빠지더라도 강한 건 확실하군.”

드래곤의 피가 1/4가 섞였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드라고니안이 된 그에이는 순식간에 레벨이 에일라에 근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에이 칸세르, Lv.54, ★★★★★.

레벨이 55인 아인 안드라스 둘을 혼자서 무난히 쓰러뜨릴 정도로 그에이는 강해졌다. 칸세르 가문의 검법에 드래곤의 힘이 깃드니 그 전투력은 가히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다.

“솔로몬의 시스템은 정말 놀랍군. 보통 용인간 하면 리자드맨처럼 될 수도 있었을텐데, 저건 완전 룩딸 아니냐.”

“룩딸이요?”

“용의 뿔, 용의 날개, 용의 꼬리. 마치 장식을 달아놓은 것처럼 되어있구나.”

안그래도 원판이 좋은 그에이가 드래곤의 형상까지 갖추고 있으니 무슨 중세 판타지 속 게임 캐릭터를 보는 것만 같았다. 합성 이후 머리카락이 은색으로 탈색되기까지 해서 더욱 신비감이 가득했다.

“쓰벌. 오크 유전자는 눈동자 색 바꾸는 걸로 끝이란 말이냐? 어디 피부 녹색으로 변한 곳 하나도 없구만.”

“군단장이시여, 당신의 늠름한 피가 전해진 곳이 한 곳 있습니다.”

그에이는 자랑스럽게 허리를 뒤로 폈다. 나는 차마 확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치워라. 사내새끼 좆 봐봤자 아무 의미 없다.”

“그럼 구두로 말씀드리겠나이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는 길어진 것 같습니다. 군단장님, 사랑합니다.”

“씨발, 너 원래 그런 인간이냐, 아니면 레비즈 피가 들어가서 그렇게 된 거냐?”

“군단장님 덕분에 힘도 강해지고 남근도 커졌는데 제가 어찌 군단장님께 그런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정 듣기 불편하시면...제 충성심이라 생각해주십시오.”

그에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아인 안드라스에게서 마석을 뽑아냈다. 3성인 아인 안드라스들은 아주 가끔 낮은 확률로 중급 마석을 토해내고는 했다. 본래 2성 안드라스 수준과 비슷했던 자가 중급 마석을 파밍할 정도로 강해진 것이다.

“후우. 진짜 레비즈 못 잡았으면 억울할 뻔 했어. 그에이, 슬슬 돌아가자. 시간이 되었느니라.”

나는 임시로 데려온 슬라임 드래곤 3호기의 위에 걸터앉았다. 안드라스 서브 던전은 다소 귀찮게 나선형 구조라 빠져나가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그에이, 전투는 끝났다. 드래곤의 흔적을 집어넣어도 된다.”

“...죄송합니다. 군단장님.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 자랑스러운 드래곤의 흔적이라 넣기 싫으냐? 짜식, 힘을 얻었으면 과시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

그에이의 심정을 비유하자면 새 차를 한 대 구입한 기분이리라. 그에이는 연신 싱글벙글 웃고 있었지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난처하게 웃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제 자의로 넣기에는 조금 곤란합니다.”

“왜? 레비즈는 완전히 인간으로 지내고 있었잖냐.”

“......아직까지 제 능력으로는 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갖출 수 없습니다. 아마도 군단장님께서 말씀하시는 4,5성 급은 되어야 완전한 변신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긴, 네가 포텐셜은 높아도 당장 전투력은 약하지. 강해지거라. 다음에 전쟁을 일으킬 때, 네가 선봉에 설 것이다.”

활약할 전장은 아직 차고 넘친다. 많은 수의 드라고니안 부대가 만들어지면 그에이는 그들의 선봉에서 전장을 승리로 이끌 것이다.

“어쩔 수 없군. 당분간은 달고 살아야겠구나. 흐흐, 근데 잘못하면 평생 달고 사는 거 아니냐?”

“...실은 지금도 어느정도 수납이 가능하긴 합니다. 날개 정도는 접어서 넣을 수 있죠.”

“그럼 왜 안 해?”

“......심신이 안정되어야 인간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데, 지금 그게 어렵습니다. 사실은 아까부터 계속 노력하고 있기는 한데….”

그에이는 멎쩍은 미소로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그에이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새로운 힘을 손에 넣었으니 충분히 그럴 법도 하지. 이곳에서는 너와 나 둘 뿐이니 마음껏 자랑해도 좋다. 하지만 다른 이들 앞에서는 겸손해야 할 것이야. 너는 그저 먼저 힘을 받았을 뿐-”

“예. 물론입니다. 하지만 군단장이시여, 한 가지 오해를 하시는 듯 하여 말씀드립니다.”

그에이는 내게서 고개를 돌린 채 말을 이었다.

“......발기가 안 풀리고 있습니다.”

“뭐?”

내 시선이 순간적으로 아래로 내려갔다. 그에이의 하반신에는 구렁이 한 마리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드라고니안이 되면서 몇 cm 자랐다고 했으니, 거의 내 수준에 육박하는 게 아닐까.

“그, 평온한 상태가 되어야 날개를 넣든가 말든가 하는데, 이상하게 자꾸 남근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건 확실히 내 피가 들어가서 그런게 확실하군. 그건 어쩔 수 없다. 나도 발기됐을 때는 쉽게 가라앉지 않아. 크흐흐, 축하한다.”

“군단장님. 혹시 가라앉히는 비결이라도…?”

“서면 싸면 되는 거지. 싸고 나면 가라앉지 않느냐. 내가 괜히 륜과 라임을 상시 데리고 다니겠느냐?”

“아….”

그에이는 울상을 지었다. 항상 아랫도리가 화가 나 있을테니, 드래곤의 날개를 접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고생하거라. 그리고 고생했다. 네 덕분에 드라고니안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으니.”

“예. ...그, 군단장 님.”

서브 던전을 나가기 직전, 그에이는 내 바로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검을 바닥에 찍었다.

“분노의 군단의 기사. 드라고니안 그에이 칸세르가 평생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남사스럽게 뭘. 이미 너는 군단의 일원이었다. 단지 밖에서 일을 할 경우가 많았을 뿐이다. 라스베가스로 가서 대기하라.”

나는 말을 마치고 바로 던전을 빠져나갔다. 시간은 이미 제법 많이 지나갔고, 나는 다시 플라우로스 던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인님?”

포털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비즈한테 알 낳으러 가는게 그렇게 즐거우세요?”

“그래. 아니, 륜아. 내가 안에 싸는 게 아니다. 그런 식으로 노려보지 말거라.”

“그치만 주인님, 자꾸 입꼬리 씰룩거리고 있는 걸요!”

“......쓸만한 부하가 늘었기 때문이다. 륜, 어서 가자. 레비즈가 또 어떤 알을 낳았을 지 기대되는 구나.”

나는 륜과 함께 플라우로스 던전으로 이동했다.

* * *

"또 오셨네요."

"이번에는 라인이다. 라인, 미리 가서 서있거라."

라인은 부리나케 소환 시설의 위에 올라섰다. 플라우로스는 이미 모든 세팅을 끝내놓았고, 나는 고개가 뒤로 젖혀진 레비즈의 머리칼을 잡아 들었다.

"그렇게 기절하면 안 되지. 네 피가 이렇게 넓게 퍼지고 있는 걸 직접 봐야하지 않겠느냐."

"그, 그러지 마라. 제발 그만둬 다오...!"

"싫은데?"

이리도 강한 힘을 왜 굳이 포기한단 말인가. 나는 레비즈의 유두를 꼬집으며 그녀를 비웃었다.

"네가 죽인 우리 군단의 병사들이 얼마나 되는 지 아느냐? 네가 몰고 온 토벌대로 인해 죽은 자들이 몇이나 되는 지 아느냐 이 말이다. 너희가 앗아간 생명의 수만큼 네가 몸으로 갚아야하지 않겠느냐?"

생명을 앗아갔으니 생명으로 갚아야 할 뿐.

"나는 종족에 관계없이 모두가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군단의 인간, 오크, 엘프, 슬라임 등은 종족을 불문하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재하는 자들이지. 한 명을 죽였으면 한 명을 낳아라. 그것이야말로 네가 우리 군단병들에게 속죄하는 길이 아니겠느냐?"

"다 부활하잖아!!"

"부활한다는 것 부터가 죽었다는 의미기도 하지."

"지랄하지마! 네가 죽인 사람들의 수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저런. 말이 통하지 않는 군."

"끄으윽?!"

나는 레비즈의 볼을 잡고 좌우로 늘어뜨렸다. 격렬한 고문보다 그녀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행동이야말로 레비즈를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드는 길이었다.

"그러길래 이겼어야지. 만약 나와 네가 정 반대가 되는 상황이었다면, 나는 겸허히 내게 주어진 벌을 달게 받겠다. 사람 한 명당 1년의 노역을 한다고 하면, 천 년 동안 바위를 산 위에 올리는 형벌을 받더라도 할 것이야."

"말로는 누가 못 해!"

"꼬우면 이겼어야지. 응?"

"더럽게 이겨놓고서는!"

알을 두 개나 낳고 나서도 레비즈는 쌩쌩했다. 오히려 알을 낳을수록 레비즈는 활력이 생기는 듯 했다. 그녀의 하복부에 새겨진 분노의 인장-모양의 성마법 덕분에 신성력은 전혀 발현되지 않았지만, 하프 드래곤으로서의 체력은 왕성하게 돌아오는 듯 했다.

"더럽든 어떻든 이기면 그만이다. 레비즈, 너는 졌지만 잘 싸웠다. 공중에서 나와 루나의 합공을 버틴 것 만으로도 너는 충분히 네 의지를 보였다. 크으, 조금만 더 쾌감을 참았으면 레오 후작령까지 날아갔을텐데. 그렇지 않느냐?"

"......흥!"

레비즈는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앞뒤든 한 곳에 촉수 자지가 들어가있는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앞구멍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촉수 자지를 손으로 붙잡았다.

"플라우로스, 너 뭘 하길래 레비즈가 앙앙거리지도 않는 거냐?"

꾸르르륵.

"플라우로스가 나름 노력하고 있대요."

"노력하는 걸로는 부족해. 단순히 촉수로 괴롭히면 끝나는 게 아니다. 상대를 오르가슴에 빠져서 섹스 없이는 못 사는 미친 여자로 만드는 게 너희의 일이다. 루시펠, 너는 무엇을 하였느냐?"

"어, 그...."

루시펠은 쭈뼛거리며 손에 든 온갖 조교용 기구를 들어올렸다.

"이, 이렇게 되어서...."

"세상에. 찌그러뜨린 거냐, 설마?"

"...네. 두 번째 알을 낳고 갑자기 엄청 힘이 늘어났어요."

루시펠은 손으로 찌그러뜨린 듯한 슬라임 점액 딜도를 흔들었다. 어찌나 꽉꽉 조였는 지 안에 넣었다가는 질벽을 날카로운 못으로 긁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레비즈, 너 대단하구나. 앞으로 망가뜨렸냐, 뒤로 망가뜨렸냐?"

"......."

레비즈는 침묵했다. 나는 레비즈의 비어있는 구멍을 향해 손가락 두 개를 집어넣었다.

꽈아아악.

"어우, 안 빠질 것 같네. 대단하구나, 레비즈. 쉽게 함락되었지만 그 사이에 방비를 마쳤다는 거냐?"

"흐, 흥! 박아넣어봐! 너 이 새끼...내가 힘이 마저 돌아오면 가만 두지 않을 거다!!"

"그럼 어떻게 힘줄이라도 잘라야하나? 드래곤에게는 마력 기관인 드래곤 하트 같은 게 있다고 하던데, 그걸 잘라버려?"

흠칫. 레비즈의 움직임이 멈췄다. 지나가는 식으로 말한 내 협박에서 그녀는 진심을 느낀 것이다.

'아무렴 튈 생각 만만인 포로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지.'

레비즈는 알고 있을까. 내가 그녀의 속내를 시스템을 통해 속속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힘줄을 자르고, 날개를 자르고, 꼬리도 자르고, 뿔도 꺾는다. 이참에 사지도 자르면 되겠군. 플라우로스가 촉수로 붙잡을 수 있을만큼만 남겨두고, 안에 싸기만 하면 그만이잖냐. 어때?"

"......."

레비즈는 시선을 피했다. 말로는 아주 휘황찬란하게 말하지만, 나는 시스템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워울프를 잡아다가 삶아먹고, 코카트리스를 죽여 튀겨먹기도 했지. 너는 어떨까. 레비즈야. 궁금하지 않느냐?"

나는 레비즈의 축 늘어진 날개를 쓰다듬었다.

"드래곤의 날개를 구워 먹으면...무슨 맛일까?"

"히익......!"

공포.

레비즈는 '드래곤으로서의 신체'가 손상되는 것을 지극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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