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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89화 (389/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8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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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은 사그라들기 마련.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화력이 약해지는 것이 눈에 훤히 들어왔고, 사람들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

"......."

몸은 들썩거리고 있다. 머리는 이미 이웃집 중 빈 집을 가늠하며 동선을 짜고 있다. 두 시간이라는 시간은 충분히 남의 집을 털고도 남을 시간이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광장을 떠나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이곳을 떠나는 자는 남의 것을 탐하는, 군단의 '명령'을 받는 자가 되는 셈이었다. 오크의 지시에 따라 이미 죽은 자의 것을 훔쳐, 인간으로서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양심을 내던지는 것과 같았다.

"으으...."

청년은 좌절감에 빠졌다. 그는 단순히 호기심으로 물었을 뿐인데, 주변 인들의 시선은 청년을 탓하는 듯 했다. 집이 허물어지면 당연히 그 안에 있던 물건들도 못 쓰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 물었더니, 설마 진짜로 그걸 훔쳐 쓰라는 것을 인정할 줄은 몰랐다.

'위험해.'

인간은 기본적으로 욕망 덩어리다. 자신이 이익을 보는 것에 상당히 민감하며, 남의 가지는 이익에 대해 온전히 축하를 해주지 못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

하물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법이라고, 왠지 모르게 나도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가면 더욱 짜증이 생기는 법이다. 내 것을 빼앗기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고, 청년은 그 점을 찌른 오크의 간계에 소름이 돋았다.

죽은 자의 재산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이가 과연 밖으로 도망치고 나서도 떳떳하게 살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 청년은 불꽃이 사그라드는 시간을 속으로 헤아렸다.

"아직 3분...."

고작 3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시간은 100배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길었다.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으니 더욱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만 같았다.

'2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누구 한 명이 자리를 이탈하는 순간 모두가 광기에 휩싸이게 된다. 그들이 인간으로서 양심을 지키려고 한다면, 2시간 동안 가만히 광장에서 버티면 될 일이었다.

'누군가 바람잡이라도 있다면 큰 일 날 거야.'

무너지지 않는 댐은 견고하다. 하지만 작은 구멍만 있더라도 물이 곧장 새어나갈 것이고, 그 구멍은 하나 둘 늘어나 댐의 붕괴에 이를 것이다. 만약 누구 한 명이라도 나서서 이탈한다면-

번쩍.

청년의 옆에 있던 여인이 몸을 일으켰다. 헝클어진 머리칼의 여인은 찢겨진 옷을 부여잡고 골목을 향해 달렸다.

"저, 저저...!"

사람들은 탄식했다. 그녀의 옷차림은 성밖에 있던 자비야바의 난민 중 일부가 성 안으로 흘러들어온 것만 같았다. 그녀는 남의 재산을 훔치는 것으로 자신이 성 안에서 살아갈 기반을 챙기려는 듯 했다.

"나, 나는 죽기 싫어!"

또다른 남자 한 명이 번쩍 몸을 일으켰다.

"남의 집 물건이라 건드리기 싫어! 하지만 안 빼앗으면 죽일 거야! 겁간당하다가 목이 잘려 죽을 거라고! 으아악!!"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광장을 벗어났다. 분명 오크는 빼앗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즉 명령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히죽.

그저 입꼬리를 슬쩍 들어올리며 고개를 치켜들 뿐이었다. 그는 마치 인간들의 추태를 구경이라도 하듯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 했다.

"......씨발, 내가 여기 돈 벌러왔지 죽으러 왔나!"

무기를 잃은 가죽갑옷의 모험가가 침을 내뱉으며 일어났다. 무일푼인 그는 당장 먹고 살 길이 없어 보였다.

"아...."

청년은 좌절했다. 스피카 성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자신의 집과 재산이 확실히 존재했다. 하지만 성 밖에서 들어온 난민들, 떠나지 못하고 붙잡힌 모험가들, 그리고 성 안에서도 재산이 별로 없거나 가난한 이들은 눈앞에 떨어진 기회에 절로 욕심이 생겼다.

"""으아아아아!!"""

광장에 사람들의 광기어린 함성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너도 나도 일어나 각자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으, 으어억!"

청년은 인파에 휩싸여 골목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군단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주인이 있는 집과 주인이 없는 집을 확실하게 구분해두었다.

"저기, X! 붉은 색으로 칠해진 X!!!"

청년은 기억을 더듬었다. 대문 앞에 붉은 점액으로 X 표시가 그어진 집은 어머니와 친한 노총각 한 명이 살던 곳이었다. 집 앞에 표시된 X자는 마치 그의 죽음을 연상케 했다.

크르르.

문 밖에 선 구울은 문을 대문 앞에 선 이들을 훑으며 문을 열었다. 마치 '지금부터 훔쳐도 좋다'는 신호를 준 것 마냥 구울은 옆으로 비켜섰고, 문앞에 선 이들은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으, 으아악!!"

청년은 비명을 지르며 인파를 헤치고 달렸다. X자가 그어진 집에 들어가는 이들을 피해, 자신의 집으로 달렸다. 다행히 청년의 집은 X자가 칠해져있지 않았고, 낯익은 여인이 문을 열어젖히며 나왔다. 청년은 여인에게 달려가 여인을 끌어안았다.

"엄마!!"

"얘, 비켜!"

모친의 억센 손길은 청년을 집 안으로 내팽겨쳤다. 여인은 등에 속이 빈 가방을 여러 개 걸고 있었다.

"어, 엄마...?"

"너는 집 지키고 있어! 엄마는 싹다 챙겨올 거니까!"

"미쳤어요?! 그거 범죄라고!"

"마왕군 안에서 살게 됐는데 범죄는 무슨! 이게 다 살려고 하는 거야!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

청년의 모친은 초조한 얼굴로 나서려다 안으로 돌아왔다.

"너는 그냥 조용히 눈 감고 있으면 돼! 군단이든 뭐시든 이 안에서 살려면 어쩔 수 없는 거야! 혹시 나중에 인류 연합이 우리를 구해서 오늘 일을 찾아도, 너는 '아무것도 안 저지른 거'다! 알겠어?!"

"그, 그치만!"

"잘 들어라. 아들아."

모친은 청년의 얼굴을 붙잡으며 으르렁거렸다.

"귀족들이 서로 영지전을 벌였다고 생각하거라. 만약 마왕군이 인류를 상대로 이긴다면, 어쩌면 여기가 네가 성공할 수 있는 곳이 될지도 모른다."

"그치만-"

"시끄러워! 마왕군이 이 땅을 점령한 순간부터 우리는 죽은 목숨인 거야! 살려준 거에 감사해야해! 씨발, 마물이랑 한 게 어디 덧나니?! 오크 새끼들 쓸 데 없이 섹스는 잘 하더구만! 넌 싫으면 가만히 있어! 내가 밖에서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어, 엄마!!"

청년은 혼란에 빠졌다. 애초에 전직 모험가였던 모친을 상대로 막을 힘도 없었다.

쾅!

모친은 문을 박차고 나가 밖으로 달렸다. X가 쳐진 문 앞에 선 군단병이 그녀를 환영하듯 문을 열었다.

"아, 아아...."

청년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좌절했다. 광기는 마치 역병처럼 전염되기 시작했고, 청년은 이성으로는 이걸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에게는 힘이 없었다.

"너 여기서 뭐하니?"

"히익?"

갑자기 눈앞에 검은 까마귀 머리가 나타났다. 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 가죽옷을 입은 까마귀 괴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앞에서 청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 훔쳐?"

"아, 그, 그게...?"

순간, 청년은 기시감이 들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청년은 찬찬히 눈앞의 여자 괴물을 살폈다. 까마귀 괴인-안드라스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익숙했다.

"실은...."

"대충 예상은 간다. 안 훔쳐도 패널티는 없어. 어차피 우리 군단에 있는 건 똑같겠지만. 그런데 왜 안 훔치는 거야?"

"......남의 걸 훔치는 순간, 군단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호오."

안드라스는 키득키득 웃으며 청년에게 다가왔다. 청년은 저항할 틈도 없이-

"역시 튼실하네. 17, 18...? 깔깔, 오크들이랑 비벼봐도 되겠다."

"히익?!"

바지가 벗겨졌다. 졸지에 자신의 물건을 훤히 드러내게 된 청년은 꼼짝도 못하고 바닥에 눕혀졌다.

"히히, 난리통이니까 괜찮겠지? 얘, 너 정 훔칠 거 없으면 이거라도 훔쳤다고 하렴. 그럼 남의 재산 훔친 것 보다 더 인정받을 걸?"

안드라스는 허리띠를 풀어헤치며 검은 바지를 벗었다. 청년은 바지를 홀라당 벗어버린 안드라스의 하체에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마물은 바지 아래에 하얀 스타킹 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

"히히힛. 잠깐만 기다려봐."

안드라스는 스타킹을 천천히 벗었다. 그러자 스타킹보다도 뽀얀, 붉게 상기되었으면서도 흰 피부에 청년은 뒷통수가 얼얼했다. 저 허벅지 모양은 분명 간밤에 자신을 범했던-

"으읍?!"

청년의 입에 무언가가 쑤셔넣어졌다. 짙은 과일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고, 시야는 하얀 천으로 봉인되었다. 안드라스는 자신이 입은 스타킹으로 청년의 입과 눈을 막아버린 것이다.

"후우, 이러면 안 들키겠지? 아, 귀아파. 히히, 인간 자지 잘 먹겠습니다~"

익숙한 목소리. 청년은 간밤에 느꼈던 쾌감을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청년에게는 저항할 힘이 없었다.

찌걱.

두 시간 뒤.

청년은 하얀 스타킹 하나를 훔친 것으로, 군단의 백성이 되었다.

* * *

불꽃이 꺼졌다. 나는 남작의 집무실 의자에 앉아, 집무실 책상 밑에 무릎꿇고 앉아 내 자지를 열심히 물고 빠는 라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라임아. 굳이 이렇게 해야겠냐?"

"하음, 쯉. 응. 주인, 싫어?"

"아니. 이건 이거대로 색다른...흐읏."

슬라브돌이 된 라임의 입은 어지간한 여인들보다도 더 뜨겁고 탄력이 강했다. 날카로운 이마저도 딱딱하지 않고 적당히 물렁해서, 라임의 입안은 구조만 입이지 형태가 자유롭게 변하는 입보지나 마찬가지였다.

"남작의 얼굴로 하고 있는 게 더 꼴리는 군. 흐으, 클리안. 니프란. 너희는...."

"네?"

"왜요? 뭐 시키실 거 있으세요?"

두 슬라미아는 제법 반반하게 생긴 남자 둘을 몸으로 김밥말이하여 착정하고 있었다. 얼굴 위에 슬라임 헬멧이 씌워진 그들은 이곳의 일에 대해 아무것도 듣도 보도 못할 것이다.

"걔들 뭐냐?"

"남의 거 안 훔치고 버티고 있던 놈들 잡아왔어요. 히히, 잘 했죠?"

"주인님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놈들에게 벌을 주고 있어요!"

"뭐, 안 훔친다고 딱히 죽이거나 할 생각은 없지만...."

"하음, 주인. 명령 불복종은 엄벌로 다스려야 해. 쯉."

내 자지를 빨던 라임이 입술을 떼어내며 간언했다. 하긴 지시를 어긴 건 분명 명백히 잘못된 일이었다.

"에일라, 지금 바로 병사들을 동원해서 집집마다 확인하고 오거라. 가정이 아닌 개인을 기준으로 삼는다. 남의 집 포크라도 훔치지 않은 자가 있다면, 그 자는 목장행이다."

"알겠습니다. 그리 지시하겠습니다. 하움."

...라임의 옆에서, 에일라는 함께 자지를 빨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임과는 다른, 하지만 확실히 생동감 넘치는 인간의 뜨거운 입에 나는 금방 싸지를 것 같았다.

"후우."

두 인간 귀족을-한 명은 슬라브돌이지만-집무실 책상 아래에 무릎 꿇려 자지를 빨게 하는 건 분명 색다른 경험이었다. 내가 움직이기 어려우니 스스로 열심히 움직이는 둘의 기특함에 나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클리안과 니프란의 착정이 끝나면 이만 움직이도록 하마. 사실 빠듯하게 움직이면 지금쯤 가야하는데...너희 재미 다 봤냐?"

"벌써 가시게요?"

"아직 두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두 시간이나 지났으니 하는 얘기지."

클리안과 니프란은 아쉬운 듯 입술을 깨물며 몸을 꽉 움켜쥐었다. 두 남자는 그에 사정이라도 한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클리안과 니프란은 혀로 입술을 훔치며 만족한 듯 미소지었다.

"하아, 살 것 같아요."

"주인님. 여기 지하에다가 감옥 만드시는 건 어떠세요? 범죄를 저지른 인간들을 잡아다가 라스하는 거예요. 거기 감독관으로 저희 시켜주시면...."

"던전 아닌 곳에서 마물과 하면 파종 안 되는데?"

"......꼭 알을 낳기 위해서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클리안과 니프란은 볼을 부풀리며 불만을 드러냈다. 확실히 그 의견은 타당했다. 라스피카에서 죄를 저지른 이들을 굳이 멀리 던전까지 이송해서 알을 낳게하고 다시 보내기에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좋다. 라임과 함께 적절한 감옥을 만들도록. 경범죄자는 라스피카 지하에서 마물과 통정하는 것으로 훈방 조치한다. 하지만 중범죄자는 던전으로 보내라. 알을 낳게 하고 풀어주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구울행이다."

"하움, 주인 뜻대로."

"왕국법과 비슷하게 형량을 조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에일라는 라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라임은 에일라의 얼굴을 붙잡고 키스하며 에일라의 입을 씻었다. 그녀의 입술에 번들거리던 쿠퍼액은 말끔히 사라져있었다.

"그럼 저는 이제 남작령의 기사들을-"

"잠깐. 에일라, 너는 나와 함께 갈 곳이 있다. 라임, 클리안, 니프란. 슬라베라스로 다시 합체하라."

"네? 어, 어딜?"

세 슬라임이 하나로 합쳐 슬라베라스가 되었고, 나는 안장 위에 올라 앞을 두드렸다. 에일라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륜처럼 자세를 잡았다.

"흐으으...이대로 라스베가스를 도실 생각이십니까?"

"아니. 우리가 갈 곳은 플라우로스 던전이다."

"네?"

정확히는 조교실 앞.

"레비즈에게 가자꾸나."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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