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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88화 (388/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8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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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것은 차도살인지계라고 하는 것이다."

"처음들어봐요."

"남의 손을 빌려서 귀찮은 적을 제거하는 셈이지. 에일라가 머리를 잘 썼군."

마냥 죽이자니 에일라는 아직 인간 포로들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자고 무작정 풀어주자니 내가 그걸 바라지 않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에일라.

그리고 군단의 공주기사로서의 에일라.

내적 갈등을 일으킨 끝에 에일라는 한 가지 명안을 내놓았다.

- 마물과 살을 섞었다는 걸 알면 분명 마녀재판으로 화형당할 겁니다. 굳이 저희가 시체를 치울 필요도 없지요. 저희 군단의 부하들과 한 번 하고 난 다음, 그들을 라스피카 밖으로 쫓아내면 됩니다. 이단심문관이 알아서 복상사보다 더 한 죽음을 안겨줄 겁니다.

"우리가 직접 죽이지 않아도 되는 게 참 마음에 드는군."

나는 성벽 밖으로 하나 둘 쫓겨나는 이들을 보며 절로 웃음이 나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채 라스피카의 밖으로 내던져진 이들은 하나같이 이마를 가리고 있었다.

마물박이.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전부 다 음부보다 이마를 손으로 가린 채 하나 둘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다. 과연 저들이 어디로 갈 지는 이제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가 시체를 처분할 일은 사라졌다.

"슬라임 먹이기에도 너무 많고, 구울들 뜯어먹자니 너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야, 고민하고 있었는데 진짜 잘 됐구나."

"주인님 진짜 저것들 죽일 생각이셨어요?"

"어. 시체 처리 하느라 며칠 고생하겠거니 했는데 저러면 오케이지."

난민 어택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옆의 영지가 남작령보다 훨씬 더 큰 레오 후작령이기 때문이었다. 고작 천 명의 인간으로는 거대한 후작령에 영향력을 미치기 어려웠다.

"우리가 직접 안 죽여도 될 일이니 얼마나 좋냐."

"아쉽기는 하네요. 구울분들 합성 시키면 좋았을텐데."

"그보다도 더 좋은 효과를 내는 거지."

세상 곳곳에 마물박이가 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 '인간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마물들'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

"슬슬 기지개를 켤 때가 되었다. 귀찮은 어중이떠중이들이 우리 군단을 감히 넘보지 못하도록,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도록 만들 때가 된 거지."

바야흐로 분노의 군단이 널리 알려지게 될 좋은 계기. 나는 그 멋진 에일라의 아이디어에 나는 '마물박이' 칼자국만 거들었을 뿐이다.

왕국의 남작령을 점령한 마물들이 인간들을 살려놓고는 단체로 범하더라. 잊을래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7개 군단 중 하나의 우두머리로서 '악명'은 이제 슬슬 널리 떨치기 시작해야지."

"아, 그거 설마?"

"그래. 던전의 등급도 올릴 때가 되었다."

우습게도 내 던전은 여전히 D급이었다.

그레모리와 비교했을 때 이번 남작령 공략의 성과로 아마 최소 C급은 커녕 B급까지 올라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일단 〈분노의 군단〉이 널리널리 이름을 알려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다종족의 알을 낳는 거나 레벨 같은 거나 전부 다 해결은 됐다. 아마도 다이렉트로 B급으로 올릴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전황을 안정 시키고 던전의 등급을 한 단계 더 늘리는 거지. 물론 애들 다 부활시킨 다음에."

나는 하나 둘 줄어가고 있는 인연소환의 리스트를 확인했다. 사망자 리스트나 마찬가지인 인연소환은 분명히 하나 둘 이름을 지워나가고 있었다.

"서브던전에서 나오는 걸로 죽은 애들 다 부활시키는 어려울 거다. 하지만 일부나마 부활시킬 수는 있지."

인연소환으로 마물을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마석이 필요하다. 서브던전에서 얻는 양은 한정이 되어있기는 하지만 하루만에 10명이나 부활시킨 건 분명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럼 모두의 부활을 위해 마석을 털러 가보실까."

인간들의 욕망을 이용한 마석 파밍이 우리의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 *

이른 새벽.

인간 포로들은 포로과 국민의 애매한 상태에서 분노의 군단 일원이 되었다. 따라서 그들은 아직까지 공포에 의한 충성을 바치고 있다.

'그건 곤란하다.'

공포는 어디까지나 미봉책에 불과하다. 언제까지 공포로 그들을 억누른다면 분명 반기가 생길 것이며, 그것이 나아가서는 반란으로 이어질 것이다. 외부의 적만 하더라도 상대할 것들이 넘쳐나고 있건만, 내부에서 반란군이 터져나오는 건 사양이다.

따라서 주민들의 충성심을 완전히 우리의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의 병력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라스피카에 남아있지만, 군단은 이제 그들을 적절히 통제해야만 했다.

"모두 들으라."

나는 다시 남작성의 베란다에 섰다. 아래에는 남작으로 분한 라임이 네발로 엎드려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 나를 올려다보는 영지민들의 시선은 복잡했다.

살아남은 것에 대한 기쁨, 하지만 마물과 통정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 마물과의 행위가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는 것에 대한 혼란, 자의가 아닌 강제로 범해진 것에 대한 자괴감.

물론 마물과 하지 않은 이들의 수가 훨씬 많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 조만간 하게 될 것이며, 그럼 이곳에 있는 모두가 마물박이가 되고 말 것이다. 그들은 언제든지 다른 이들처럼 오크에게, 하피에게, 안드라스에게 범해질 수 있다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 모든 감정이 광장에 하나로 어우러져 있었다. 이제 그 분노를 다른 곳으로 표출할 때다.

"어리석게도 군단에 들어오지 않는 자들이 그대들 중 무려 절반에 이르더구나. 그들은 모조리 처형당할 것이다. 던전에서 죽일 계획이지."

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에일라의 계책에 더불어 [마물박이] 낙인을 찍고 추방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인류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도록 사회적으로 죽였을 뿐이다. 이미 복상사로 죽은 놈들은 어쩔 수 없고.

"그 결과, 지금 빈집이 넘쳐나는구나. 라스베가스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건만, 이곳은 사람 수가 원체 많으니 비어버린 집도 넘쳐나는 구나."

당연한 일이었다. 전투를 치르며 가족을 잃은 이들은 마물박이의 오명을 뒤집어 쓰면서도 군단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다. 우리 군단에 조금이라도 역겨움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모두 떠나버린 이상, 주인을 잃은 집은 차고 넘쳤다.

"너희들은 오늘부터 우리 〈분노의 군단〉 주민들이다. 그러므로 나는 너희들에게 첫 번째 명령으로서, '약탈'을 지시하마."

주민들의 표정에 의아함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미 모든 걸 빼앗긴 자들에게 무엇을 약탈하라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오해를 먼저 풀었다.

"나는 남작의 성을 차지했다. 나는, 나의 군단은 남작과 그 성을 점령한 것으로 만족하지. 그외에 나머지 것들에 대해서는 관심없다. 너희의 재산은 너희의 것이다."

주민들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몇몇 눈치 빠른 자들은 내 말뜻을 금방 이해하고 경악한 얼굴로 입을 벌렸다.

"우리는 마왕군에 적을 두고 있으나, 나의 〈분노의 군단〉은 다를 것이다. 남작을 내 것으로 만들었으니, 너희는 이전처럼 남작에게 세금을 내고 살면 되는 것이다. 그래. 너희가 있는 '왕국'만 마왕군으로 바뀌었을 뿐, 너희는 성 안에서 이전처럼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짝.

나는 남작의 엉덩이를 때렸다. 내가 남작의 허리 위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뒤에 있던 에일라가 의자를 가져왔고, 나는 의자에 앉자마자 남작을, 라임을 들어올려 나와 대면좌위로 마주앉게 했다.

"흐흐, 그럼 어디 남작님이 영지민들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볼까? 남작이 먼저 가면 너희들의 재산을 몰수하겠다. 하지만 남작이 먼저 나를 싸게 한다면...너희의 재산은 너희의 것이다."

"후, 후우...!"

남작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허리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영지민들의 눈앞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남작은 영지민들의 목숨을 구했다.

남작은 자신들처럼 똑같이 마물과 섹스를 했다.

그리고 이제 남작은 영지민들의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모두의 앞에서 허리를 움직이며 오크에게 아양을 떨고 있었다.

'충성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지.'

기사의 충성과 일반 백성들의 충성은 다르다. 하루하루 먹고 살아가며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바라는 이들에게 있어, 그걸 영위할 수 있는 목숨과 재산은 그들의 전부나 마찬가지.

군단의 우두머리인 나는 그것을 인정했다.

남작은 몸으로 백성들의 목숨과 재산을 지켰다.

설령 '군단장'에 대한 충성심은 생기지 않을 지언정, '남작'에 대한 충성심은 스멀스멀 차오르고 있으리라.

"크윽...!"

"남작님...!"

그 증거로 영지민들은 내 앞에서 허리를 들썩이는 남작의 모습을 보며 비통함을 내비쳤다. 옷을 강제로 찢어 위아래로 출렁이는 엉덩이를 대놓고 드러내고 있음에도, 그 광경을 마치 고귀한 성녀의 희생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고 있었다.

탁탁탁.

물론 인간이 5명 모이면 그 중 한 명은 쓰레기가 있기 마련이라고, 몇몇 불순한 자들은 손을 아래로 집어넣어 조물딱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눈으로 빠르게 스캔했다.

남자 셋, 여자 다섯.

"에일라."

"예."

"내가 지시하는 자들은 목장으로 보내라. 남자들은 죽기 직전까지 착정하고, 여자들은 알을...그래. 5개 낳고 나면 석방하라."

"알겠습니다."

찌걱, 찌걱.

남작은 말없이 허리를 흔들며 내 사정을 재촉했다. 겉모습은 남작이라도 실제로 하는 건 라임이기에, 우리는 아무리 밖에서 사람들의 앞에서 한다고 해도 아직 간의 기별조차 가지 않았다.

사정하려면 적어도 몇 십 분은 여기서 더 해야했다. 처음 남작을 범할 때는 그 충격 때문에 오래해도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이대로 계속 해버리면 영지민들은 지루해 할 지도 모른다.

"흐어어."

나는 가볍게 사정한 척 하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라임은 그에 맞추어 엉덩이를 아래로 꾹 눌렀고, 동시에 마치 절정에 달한 여인처럼 내 몸에 축 늘어졌다.

"흐흐, 아직 사정하려면 한참 멀었지만.... 남작의 노오오오력이 가상해서 봐주도록하마. 축하한다. 너희의 재산은 너희의 것이다."

광장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표정에서 안도감과 희망을 엿보았다.

이제 그들에게 욕망과 광기를 불어넣을 차례. 나는 남작을 허리에서 뽑아 에일라에게 인계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우리 군단의 병사들은 이미 자신들의 집이 존재하지. 하지만 빈 집이 너무나도 많아. 그걸 일일이 관리하기에는 귀찮군. 그러니까...."

짝. 나는 박수를 쳤다. 그러자 하늘에 은빛의 불꽃 같은 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불꽃은 집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집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집을 전부 다 파괴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우리 군단만의 새로운 건물을 지을 것이야. 너희들이 살아가는 것에는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다."

슬라임 공병들이 건물의 잔해까지 전부 먹어치울 것이기 때문에, 해체 작업으로 인한 소음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몇몇 이들은 아쉬움에 입을 벌렸다.

저들이다. 나는 안경을 쓴 청년을 지목했다.

"거기, 너. 무엇이 그리 아쉽지?"

"네? 저, 저 말씀이십니까?"

"주인님."

에일라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는 그에 내가 더 놀랐다.

"...진짜 엘프가 쟤랑 했다고?"

"3명이 안드라스 탈을 쓰고 진짜로 하고 다녔습니다. 혹시 노여워하시는 거라면...."

"내가 왜 벌을 내리냐. 지들이 하고 싶어서 하고 다닌 건데. 다음부터는 탈 벗고 해도 된다고 전해라.

"감사합니다."

에일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뒤로 물러났다. 나는 척봐도 동정인 놈이 엘프로 동정을 땠다는 것에 부러움과 자긍심이 생겼다.

'내가 아니었으면 언제 또 엘프가 동정을 앗아가는 경험을 하겠어.'

내가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안경 청년은 우물쭈물하며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크흠. 얼굴은 학자처럼 온순하지만 사실은 엘프까지 따먹었을 것 같은 네 놈. 네가 한 번 말해보거라. 무엇이 그리 아쉽더냐."

"아, 네, 그.... 안에 있는 것들이 아까워서...."

"그렇다!!"

나는 청년을 가리키며 박수를 쳤다.

"집안에는 당연히 물건들이 있기 마련. 그걸 그대로 놔두면 해체 작업을 하는 것에도 시간이 걸리지. 따라서 그걸 처분해야 하는데...."

"아...!"

청년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다른 이들도 몸이 달아오르는 듯 조마조마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에게 씩 웃으며 사방을 가리켰다.

"너희에게 기회를 주마. 주인이 없는 집의 재산을 약탈하라. 이것은 타인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 아니다. 너희들은 나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며, 나는 너희들 스스로 재산을 늘리도록 지시를 내린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약탈은 약탈이다. 한 번 생각해보면 죽은 자들의 물건을 가져가는 셈이었고, 두 번 생각해보면 바로 그제까지 이웃이었던 자들의 물건을 제 것으로 만드는 셈이었다.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상황이 있는 경우, 당연히 집단을 구성하는 다른 이들을 신경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짝.

다시 허공에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불꽃은 모래시계처럼 아주 천천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두 시간. 두 시간의 기회를 주마. 그 뒤에는 모두 우리 군단 병사들이 집 안의 재물을 가질 것이다."

이미 주인없는 집들에 대한 구분은 확실하게 처리해뒀다. 빈 집 앞에는 군단병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먼저 챙긴 사람이 임자다. 단, 이 기회를 틈타 주인있는 집을 노리는 자는 처벌을 받을 것이다."

어떤 처벌인지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만약 죄를 저지르는 자가 있다면 본보기로 보이기 위해, 일부러 형량을 숨겼다.

"그럼 지금부터...."

짝. 나는 다시 한 번 더 손뼉을 쳤다.

"서로 가져라."

나는 인간들을 욕망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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