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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86화 (386/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8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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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즈를 잡은 것으로 우리는 크게 유리해졌다.

샤이탄에게 어느정도 듣기는 했지만, 내가 전해들은 시점은 완벽하게 적에게 패배를 안겼다는 시점은 아니었다.

'이겼네.'

하지만 나는 승리를 확신했다. 승리를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씁쓸하기는 하지만, 나는 우리 군단이 승리했다는 확실한 지표를 확인했다.

〈인연소환〉 사망한 부하들을 다시 부활시킵니다.

"......엄청나게 죽었군."

무려 200.

200명이나 되는 군단의 병사들이 죽어 인연소환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스피카 성을 공략하기 위해 암약했던 요정.

요정들과 함께 스피카 성에 남아있던 모험가들을 제압하러 다니던 서큐버스.

인간 모험가들과 정면에서 맞서 싸운 오크.

토벌대의 추격을 뿌리치고 나중에는 직접 맞서 싸웠던 안드라스.

스쳐도 사망이건만 하늘에서 열심히 공중 지원을 해줬던 하피.

★★★~★★★★에 해당하는 부하들은 하나도 죽지 않거나 중상만 입었다. 상대적으로 레벨이 낮거나 등급이 낮은 부하들만 싸그리 죽은 것에 나는 속이 쓰라렸다.

"약해서 죽었다."

인간 모험가들을 상대하기에는 너무나도 약했다. 약하니까 목이 잘리고, 심장이 찔리고, 마법에 불타 죽었다.

"그러니 강해질 것이다."

한 명의 처녀에 미쳐 올인하던 때와의 나는 다르다. 물론 한 명의 에이스를 육성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전쟁은 한 명이서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다.

"너희들 모두를 부활시킬 때까지 싸우지 않겠다. 약속하마."

나는 인연소환 리스트에 오른 그들을 향해 조용히 묵념했다. 세상을 정복하여 군단의 낙원을 만들겠다는 나의 사소한 욕망에 희생된 부하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그들의 부활을 위해 소모할 마석의 양을 계산했다.

우우웅.

생각에 잠긴 사이 나는 내 던전의 허브에 도착했다. 이상하리만큼 을씨년스러운 던전에 나는 오한이 들었다.

'뭐지? 왜 여기에도 아무도 없는 거지?'

순간적으로 포털을 잘못 들었나싶을 정도로 고요한 가운데, 나는 맞은편 입구에서 헐레벌떡 달려오는 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륜."

"주인님!"

"잠깐. 달려와서 안기거나 하는 건 하지말아다오. 아직 허리가 아프다."

"그, 그건 안 돼요!"

륜은 나를 끌어안으려다 바로 허리를 토닥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내 던전 침대에 반듯하게 누웠고, 륜은 마사지를 하듯 내 허리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전쟁은 어떻게 됐냐."

"저희가 이겼어요. 저항하던 자들은 모조리 죽였고, 마물과 하는 걸 거부하는 놈들도 모조리 죽였어요. 대략 절반 정도가 우리 군단의 백성들이 되기로 했어요."

"절반이나?"

20% 정도만 군단으로 전향해도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30% 정도만 들어와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려 절반이나 우리 군단에 들어오기로 했다니.

"무슨 수로?"

"음...엘프 언니 한 명이 남자 하나 적당히 데려가니까 다들 저항을 포기하던데요?"

"이 썩을 인간놈들. 곧 죽어도 엘프랑 하겠다는 거냐."

하여튼 고블린이든 미노타우르스든 인간이든 엘프라는 종족에 대한 성욕은 누구든 다 공통인 듯 했다. 물론 엘프에 대해 알면 알수록 엘프라는 종족이 섹스를 위해 태어난 종족같기도 했다.

과일맛이 나는 체액.

배변활동을 하지 않음에도 있는 뒷구멍.

뾰족한 귀에 몰려있는 성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번 맛들이면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명기.

"......충분히 그럴 법 하군. 죽을 때 죽더라도 엘프랑 한 번 하고 죽으면 소원이 없을테니."

"주인님은요?"

"나야 죽을 때까지 너랑 루나랑 하면서 살 거다. 이왕 죽는 거라면 네 안에 박고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구나."

"주인님, 죽는다고 하지 마세요. 저 죽을 때까지 살아계셔야죠."

허리를 누르는 륜의 손길이 조금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도 륜과 백년, 아니 만년해로하고 싶지만 오크와 엘프의 종족적 차이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

"주인님이 저 죽을 때까지 저랑 하시다가 저 죽고 다른 여자들 먹는 건 용서할 수 있어도, 주인님이 먼저 돌아가시는 건 용납 못해요. 저 평생 혼자 독수공방하게 만들 건 아니시잖아요."

"그래. 그렇지. ......마왕 정도 되면 불로불사의 비법, 아니 장수의 비법이라도 알게 되지 않겠냐. 흐흐, 걱정마라. 나는 죽지 않는다."

누군가 죽이려고 해도 죽지 않을 것이다. 나는 몸을 뒤집어 륜을 잡아당겼다. 륜은 순순히 내 위에 안겼다.

"다른 아이들은 지금 전후 처리를 하고 있나?"

"네. 에일라는 스피카 성 지원을, 샤이탄은 그레모리 쪽 지원을, 루나 언니는 포로에 대해서 관리하고 있어요. 라스베가스 바로 앞 황야에 그...슬라임 공구리? 그걸로 포로들을 일단 굳히고 있어요."

내가 잠시 기절한 와중에도 군단은 크게 삐거덕 거리지 않고 잘 굴러가고 있었다. 물론 꼬박 하루 정도를 잠들었을 뿐이지만, 전쟁의 뒷마무리에 내가 굳이 일일이 참견하지 않아도 일이 척척 진행되고 있었다.

"좋구나. 나는 이제 굿이나 보고 떡이나 치면 되는 건가."

"지금 하시게요? 허리 안 좋으시면 누워계셔요. 제가 위에서 탈게요."

"아니다. 곧 나을 거야. 너도 고생을 했는데 힘들게 할 수는 없지."

"피. 사실은 다른 거 먹을려고 하시는 거면서."

"......먹고 해줄게. 먹고."

"알았어요."

륜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지만, 본심을 숨기는 것도 통하지 않았다. 차라리 쿨하게 륜에게 이야기를 하는게 속이 더 편했다.

"그럼 뭘 드시려고요?"

"일단 제일 걱정되는 쪽 부터 가자."

"레비즈요?"

"아니. 레비즈는 제압해뒀다. 신성력을 쓸 정신조차 없을 거다."

자지가 깨물려 그 고통을 고스란히 전해받은 루시펠이 조교 중이니 아마 촉수에 엄청나게 당하고 있을 것이다. 뱃속에 든 내 정액도 양이 한 두 발 정도가 아니니, 촉수 자지는 그 정액을 흡수해 다시 채우거나 하는 식으로 레비즈를 괴롭힐 것이다.

"아. 잠깐만."

레비즈를 골려먹느라 신경쓰지는 않았지만, 모처럼 기억이 나서 시스템창을 열었다.

"〈파후우 쿰 처쿠척 x 레비즈(포로)〉 던전 로드와 하프 드래곤의 결합

# 예상결과 - 레비즈(포로)

????? - ☆☆☆☆, 99%(신종)

레비즈 안 - ★★★★★★, 1%."

"〈파종〉 씨를 뿌린다. 열매가 수확되는 시기는 천차만별이다.

# 파종대상 : 레비즈 안(포로) ★★★★★☆

# 예상시각 : 1시간 뒤(2시간)."

"......헐?"

압도적.

나는 레비즈를 상대로 뿌린 씨앗의 예상 결과에 경악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눈으로 다시 확인해 볼 정도였다.

"이, 이건 도대체...?"

"왜 그렇게 놀라세요?"

"륜아, 그게."

나는 레비즈가 낳을 알의 엄청난 확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자 륜은 볼을 부풀리며 짜증을 내비쳤다.

"저 걔 싫어요."

"왜?"

"저는 주인님 아이 낳으려면 아직 몇 달은 기다려야 하는데, 걔는 2시간마다 한 명씩 낳는 셈이잖아요."

"......뭐, 하려고 하면 그렇게 되는 셈이지."

단순 계산을 하면 하루에 12명씩 낳는 셈이었다. 더군다나 현재 5성인 레비즈를 확정적으로 6성으로 환생시키는 것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후후, 질투하는 거냐?"

"당연하죠. 저도 빨리 다른 사람들처럼 알 낳아보고 싶어요. 알 낳을 때 쾌감이 어떤 지도 궁금하고, 주인님 알을 낳는 거니까 더 좋기도 하고. 히힛."

"...느긋하게 기다리자꾸나."

"네. 저희 첫 아이니까 주인님 뜻대로 할 게요."

륜의 말은 하나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참 이상하게 만들었다. 당장 2시간마다 4성을 찍어낼 수 있는 레비즈보다도 눈앞의 륜이 훨씬 더 끌리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역시 성능보다 애정이지."

"그 말씀은 제가 좀 딸린다는 거예요?"

"딸렸던 성능이 이제 애정으로 커버가 필요없을 정도로 성장했지. 흐흐흐, 근데 내가 너 키운 셈이나 마찬가지 아니냐? 너 2성 때만 하더라도 모험가들이나 안드라스들 화살로 맞추지 못해서...어휴."

륜은 도끼눈을 뜨며 나를 노려봤다. 지금이야 백발백중의 명사수지만, 나와 처음 만났던 때만 하더라도 륜은 엘프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활을 잘 쏘지 못했다.

"내가 진짜 너 키워볼려고 온갖 날리를 펼쳤는데. 생각해보니 너 때문인 것 같다. 너 하나에 올인해서 애들 평균 전력이 약화된 거 아니냐?"

"그게 왜 저 때문이에요? 주인님이 저 처녀 먹어보겠다고 해서 그런 거잖아요."

"크흠."

그렇게 말을 하니 말문이 막혔다. 나는 륜의 엉덩이를 가볍게 쥐며 화제를 바꿨다.

"처음에는 몇몇만 강해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어. 우리 군단 전체가 강해져야만 그 누구도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주인님...."

"언제까지고 정도를 걸으려고 할 수 없다. 나는 마족이야. 마족이기에...마족다운 길도 걸어야 하는 때가 있을 수 있지. 인간적인 도리를 버리더라도, 효율만을 추구하는 길 말이야."

"......."

륜은 내 볼을 쓰다듬으며 은은하게 미소를 지었다.

"륜아. 정말로 내가 한 걸음 더 내딛어도 될까?"

"주인님. 저는 주인님이 생각하시는 것에 대해 맞다 틀리다 말하기에는 아직 어리지만...."

륜은 내 볼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주인님이 가시는 길이 정답이 될 수 있도록, 옆에서 계속 지켜드릴게요."

"...그런가. 흐흐, 그렇군. 내가 가는 길이 곧 정답이라."

륜의 대답에 나는 허탈감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이었다. 세상이, 세계가 정한 금기조차 거스르고자 하는 자가 계속 전생의 관념에 사로잡히는 건 여러모로 제약이 많았다.

그 결과가 이번 200명의 사망이었다. 나름 정도를 추구하여 '구울만 합성'되도록, 최대한 마석과 마액으로 전력의 강화가 이루어지도록 하다보니 다소 효율적이지 못했다.

"륜. 만약 네가 오크로 다시 태어날 기회가 있다면, 너는 어찌하겠느냐?"

"싫어요."

"뭐...?"

모처럼 이야기의 물꼬를 트려고 하던 찰나에, 륜은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대답을 해버렸다.

"죽어도 싫어요."

"아, 아니. 륜아, 어디까지나 이건 가정인데.... 그리고 랜슬롯 봤잖아. 오크 여자도 딱히 문제가 있거나 그러지는-"

"언제 지나가면서 그러셨잖아요. 오크 아내는 엘프가 국룰이라고. 주인님 옆에 다른 하이 엘프가 있는 거, 저는 싫어요."

"......정말 의외의 거절이군. 알았다. 네 뜻은 충분히 알겠다."

아무래도 '집단환생'의 계획은 추후에 다른 이와 상의를 해봐야겠다. 나는 륜을 끌어안고 상체를 일으켰다.

"륜, 조금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구나. 나를 조금 부축해다오."

"그거라면 미리 준비해둔 게 있어요. 잠시만요."

륜이 삑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천장에서 우수수 붉은 점액 덩어리들이 떨어지며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 기다렸어."

"라임? 지금 스피카 성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남작이 겉으로 안 나와도 사람들 이해할 거야."

"그건 그렇군. 좋아, 그럼 슬라미아 둘까지 부른이유가 뭐냐."

라임의 뒤에는 클리안과 니프란이 형체를 갖춰 내게 고개를 숙였다.

"주인님 아직 걷기에는 힘드실 것 같아서요."

"아니다. 나 아직 걸을 수 있어."

"주인님, 허리 다치셨잖아요?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는 걸으면 안 되요. 그러니까 이렇게 가시는 거예요."

꿈틀. 꿈틀. 라임과 슬라미아 둘이 몸을 겹치며 어떤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이 갖추는 형태에 절로 침이 꿀꺽 넘어갔다.

"참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클리안과 니프란이 상체를 빳빳하게 세우고 뱀녀의 하체는 땅에 늘어뜨려 꽈배기처럼 꼬았다. 둘의 사이에 허리를 세우고 하체로 꼬아놓은 하체의 위를 덮었다. 그리고 나는 라임의 위에 안장과 함께 걸터앉는 격이었다.

바야흐로, 군단장 전용의 전차가 만들어진 셈이었다. 나는 라임의 뒤에 올라타, 륜을 등 뒤에 태우고 헛기침을 했다.

"흠흠, 나는 관대하다."

"네?"

"포로들에게 할 말을 연습해본 것이다. 그래....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을 인간들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처사지."

마물과의 행위를 하고 살아남느냐, 아니면 그걸 거부하고 죽음을 택하느냐.

"라스피카에 있는 인간 포로들, 그리고 라스베가스에서 사로잡은 병사들. 그들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할 기준인 동시에...죽음을 택한 이들에 대한 처사다."

나는 그들에게 일괄적으로 명령을 내렸다.

"죽기를 바라는 자, 얼마든지 말하라. 편히 보내주마."

관대하게, 깔끔하게, 일격에 여신의 곁으로 보내 줄 생각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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