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비만 오크 37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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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어억."
남자는 기절했다. 포로로서 적진에 잠입한 군단병들은 하나 둘 제 뱃속에서 몬스터볼, 스카 트올로지가 들어있는 슬라임 점액 구슬을 꺼내 찢었다.
꿈틀, 꿈틀.
스카 트올로지는 여인들의 손등 위에서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치듯 움직였다. 여인들은 남근 모양의 벌레들을 마치 귀여운 애완동물 보는 것처럼 쓰다듬으며 진정시켰다.
"착하지, 착하지. 너희도 이제 엄마 뱃속에서 떠날 때가 됐단다. 이제 새로운 사람과 만나 그 집에 자리잡으렴."
"언니가 임신한 것도 아니면서."
"귀여운...가?"
사람마다 감상은 저마다 다르지만, 적어도 이곳에 들어온 여인들 모두가 스카 트올로지를 앞뒤로 집어넣고 들어왔다.
뒤로 넣은 건 원래 자신들에게 주어진 것. 그리고 앞으로 넣은 건 군단에서 직접 길러 양산한 자손 세대. 그들은 던전에 등록되지 않은, 인간 모험가 중 일부가 던전 밖에서 낳은 스카 트올로지였다.
쿵 쿠궁 구궁---!!
밤바람을 타고 멀리서 북소리가 울려퍼졌다. 예상외의 사태에 다들 굳었지만, 다행히 몰래 들어온 남자는 금방 제압되었다. 그리고 그는 좋은 견본이 되었다.
부르르.
남자는 기절한 채 몸을 떨기 시작했다. 직장에 자리잡아 본격적으로 활개치는 스카 트올로지의 움직임에 의식이 없는 와중에도 격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럼 모두 다시, 준비됐지?"
찌이익.
여인들은 손에 든 구슬의 입구를 살짝 찢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투포환을 하듯, 울타리 너머를 향해 찢어진 구슬을 겨눴다.
"다들 주인님 시킨 대로 말하는 거야! 하나, 둘, 셋-"
아주 조용히. 여인들은 그 누구도 듣지 못하게 속삭이며 울타리 너머로 공을 던졌다.
"""스카 트올로지, 너로 정했다."""
퍽. 퍽퍽.
들판에 떨어진 공에서 흘러나온 스카 트올로지들이 하나 둘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새로운 숙주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토벌대 진지 지휘관 전용 막사.〉
"레오 후작령까지 이 인원을 데리고 가려면 협곡을 지나야 하는데…."
레비즈는 지도를 펼쳐 퇴각 동선을 계획했다. 마물들이 성을 뛰쳐나와 추격한다는 가정까지 하며, 최대한 안전하게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 퇴각 루트를 만들어냈다.
"무사히 후퇴하는 게 답이다."
이건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남작령 탈환과 던전 토벌이라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일 뿐이다. 적에게 잠시 승리의 기운을 만끽하게 하는 건 분명 불쾌한 일이었으나, 현실의 사정이 녹록치 않았다.
"성검의 용사라도 한 명 있었으면 전부 쓸어버렸을 것을…쯧."
레비즈는 머리를 쥐어 뜯으며 좌절했다. 만약 자신이 성검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었다면, 그 건방진 오크는 당장 목이 뎅겅 날아갔을 것이다.
"비르고 영지의 성검도 결국 찾지 못했고, 엘프들과는 오해의 여지가 발생했고…. 젠장, 성녀님께 어떻게 말하지."
레비즈는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가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다름아닌 엘프들이었고, 특히 신성력을 사용하는 엘프가 가장 마음에 걸렸다.
"엘프들에게도 성녀가 있는 것인가…? 여신께서 엘프들을 이제 굽어 살피시려는 건가? 이제와서?"
레비즈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여성밖에 없는 엘프들이 숲에 틀어박히기로 한 이후로, 대륙 곳곳에 흩어진 엘프의 수는 네 자리를 넘어가지 않았다. 심지어 신수를 지키는 엘프들조차도 그 수가 300명을-
"...얼마였지?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안 나는데."
레비즈는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일으켰다. 어찌됐든 엘프는 인류의 적이 되었다.
진짜로 자신들이 엘프의 영토를 드나들었든, 아니면 엘프 여왕이 실은 오크에게 강간당해 오크의 노예가 됐든 엘프가-그것도 하필이면 대륙에서 가장 거대 규모의 엘프 집단이 마왕군에 들어간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성녀님 보고싶다…하아. 그럼 바로 문제를 해결해주실텐데."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성녀만큼 뛰어난 인간은 본 적이 없었다. 레비즈는 성녀를 잠시 생각하다가 몸을 일으켰다.
"단장님? 어디가십니까?"
"잠깐 산책하러."
"예? 알겠습니다. 따라가겠-"
"눈치도 없는 자 같으니. 꽃따러 간다고 해야 알아먹겠나? 쯧쯧."
레비즈는 따라오려던 사제를 물리고 조금 떨어진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다.
"후우, 정말...시설이 참 열악해."
레비즈는 코를 막고 바지를 내렸다. 천장이 훤히 뚫려있어, 밤하늘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근심을 덜기에는 너무나도 제격이었다.
사락, 사락.
"...벌레도 많고."
하나같이 무능한 벌레들도 있지만, 실제로 들판에는 밤벌레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난민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들판에 있던 벌레들이었고, 괴수도 아닌 벌레들을 일일이 다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후우...."
온몸에 긴장이 풀렸다. 전쟁을 자주 치르다보면 생리현상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게 한 두 번 쌓이다 보면 스트레스가 되고, 당연히 그걸 풀어야 할 때가 있는 법.
"......아으, 또 걸렸나?"
레비즈는 고개를 떨구었다. 적진이 눈앞에 있다는 본능 때문에 몸이 긴장해서 생리현상 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신성력처럼 쓰면 소멸하는 거면 얼마나 좋을까...."
레비즈는 한숨과 함께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아무리 적이 레비즈를 화나게 해도, 레오 후작령까지 퇴각만 잘 하면 몇 배는 더 악랄하게 되갚아 줄 수 있다.
"...흐흐."
복수를 생각하니 레비즈는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권능의 사용으로 인해 돋아났던 비늘도 다시 가라앉았고, 이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배변을-
찌르르. 사각, 사각.
"......마물도 아니니 신성력으로 소멸시킬 수도 없고. 으으, 이래서 야전은 싫어."
레비즈는 울타리 근처에서 알짱거리는 벌레들에 소름이 돋았다. 특히 뭔가 붉은 기색이 역력한 저 벌레는-
"......좆?"
원통형으로 굵고 긴 붉은 벌레는 머리가 남근을 닮아있었다. 생전 처음보는 벌레에 레비즈는 급히 손에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그건 직감이었다.
"마물-"
키이익!
"서, 설마?!"
벽을 기어가던 벌레가 뛰어올랐다. 빛보다 빠른 속도에 레비즈의 손이 고간부를 향해 내려갔다. 신성력을 담은 손길에 얻어맞은 벌레는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 소멸했다.
"이 무슨-히익?!"
레비즈는 엉덩이에서 느껴진 차가운 감촉에 소름이 돋았다. 애널 주위에서 뜨거운 감각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꽁 항문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크, 뭐, 뭐야…?!"
찢어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뭔가 싶어 뒤를 돌아본 순간.
"히익?!"
족히 열 마리는 넘는 벌레들이 울타리에 달라붙어 꿈틀거리고 있었다. 벌레들은 벌레 주제에 한 마리를 희생시키고 레비즈의 몸에 달라붙은 것이다.
"시, 싫어!!"
아무리 성기사단의 단장이라고 한들 여자는 여자. 벌레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건 어떤 인간이라도 혐오감이 들 법 하지만, 그게 남근 모양이라면 여자인 레비즈로서는 더욱 혐오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혐오감으로는 이미 몸에 달라붙은 벌레를 때어낼 수 없었다.
벌레는 날카로운 머리를 안으로 들이밀며 장내로 침투하려고 했다. 몸안에 벌레가 들어오는 것도 소름끼치건만, 그게 자신의 직장을 거스르고 올라오는 감각에 레비즈는 졸도할 뻔 했다.
"으, 으아아!"
레비즈는 급히 전신에 신성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바닥을 기어 발치까지 다가온 마물들은 은빛의 가호에 닿아 재가 되어 소멸했다.
그러나 이미 마물은, 스카 트올로지는 레비즈의 직장으로 들어가버렸다. 배출하기 위한 공간에 정체불명의 괴물이 들어오니, 레비즈로서는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크으윽...!"
레비즈는 눈물을 머금고 손가락에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몸안에 신성력이 방출되지 않는 이상, 손으로 직접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꿈틀, 꿈틀.
그러나 스카 트올로지의 행동이 더 빨랐다. 직장속으로 침투한 스카 트올로지는 물만난 물고기마냥 장벽을 긁으며 거꾸로 헤엄쳐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카 트올로지가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감각은 마치-
"아흑...!"
레비즈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벽을 짚었다. 뒷구멍이 마치 성감이라도 된 것처럼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앞뒤로 꿈틀거리는 게 마치 삽입이라도 당하는 것만 같았다.
"어, 어떻게 이런 마물들을...!"
적의는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마물들을 자신의 기감에도 걸리지 않도록 침투시킨 걸까. 레비즈는 '자신 조차 당했다는 것'에 식겁하며, 바지를 올리고 급히 뛰쳐나왔다.
"아...."
레비즈는 바닥에 엎드린 병사들에 소름이 돋았다. 토벌대의 병사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마치 네 발 짐승처럼 엎드려 괴로워하고 있었다.
"씨발...진짜."
레비즈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나 집에 가고 싶어...."
레비즈는 소리없이 울었다.
* * *
"주인님, 죽음의 기사들의 보고입니다. 적진에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스카 트올로지들이 무사히 침투한 것 같습니다."
"흐하하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긴장으로 빳빳하게 서있던 자지가 순간적으로 발기가 풀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는 안도했다. 트로이의 목마와도 같은 아주 위험천만한 작전이었지만, 어찌저찌 잘 성공한 듯 했다.
"군단 모든 병력들을 동원하는 전투다. 알 낳던 놈들까지 동원했는데, 정화조 역할하던 놈들도 동원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그레모리가 낳았던 스카 트올로지의 새끼.
찝찝하지만 던전의 운영, 생활오수의 처리라는 분야에 있어서 특화되어 있던 음충까지도 이번 전쟁에 동원했다.
슬라임 점액속에 스카 트올로지를 넣어 굳힌다.
그걸 여인들이 뱃속에 품고 적진에 침투한다.
적당한 때에 사방으로 투척한다. 알은 깨지고 안에 있던 스카 트올로지는 새로운 숙주를 찾아 움직인다.
그리고 적들이 엘프도 아닌 인간인 이상, 반드시 '싸야 할 때'가 있는 법.
스카 트올로지는 어둠 속에 숨어 귀신같이 적 병사들의 몸속으로 파고 들 것이다.
"뱃속에 꿈틀거리는 벌레가 들어왔는데 제대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지. 흐흐."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적을 납치하러 나섰던 죽음의 기사들은 이전보다 훨씬 많은 인간들을 납치했고, 그들은 분명히 적 병사들에 소요가 일어난 걸 똑똑히 목격했다.
"그럼 이제 스카 트올로지가 들어온 사람들은 죽는 건가요?"
"응? 죽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막 안에서 폭발한다거나...아니면 체내에서 몸을 갉아먹는다거나 그러면 되는 거 아녜요?"
"......유감스럽게도 거기까지는 불가능하더구나."
똥밭에서 구르는 돼지가 생각보다 깔끔한 짐승이듯, 스카 트올로지는 기생충같기는 하지만 숙주의 뇌를 강간해서 조종한다거나 하는 잔인한 마물은 아니었다.
스카 트올로지의 기능은 단 두 가지.
직장 내의 찌꺼기를 청소하는 것.
그리고 체액을 배출하여 직장을 성기로 만들어 버리는 것.
전자야 원래의 기능이라고 하더라도, 후자 덕분에 우리 군단의 인간들도 세척과 관리가 특별히 필요없는 즐거운 MFM 생활을 즐기고 있다. 스카 트올로지지가 숙주의 직장을 성감대로 만드는 동안, 숙주는 쾌락에 빠져 자지러지게 된다.
"무턱대고 정면 힘싸움을 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적의 전력을 최대한 깎아먹고 싸우는 게 진정으로 현명한 전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각종 마물의 개성 넘치는 능력을 활용한 전술적 다양성이야말로 우리 군단의 가장 큰 전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토벌대에게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준비된 작전을 펼쳤으니, 지금부터는 마지막 최후의 선택을 내려야 할 때.
"그리고 적의 전력을 최대한으로 약화시킨 지금...비로소 우리가 전력으로 때릴 때다."
화륵.
성벽 사이사이로 불꽃이 튀었다. 횃불을 든 군단의 병사들은 종족 상관없이 뒤섞여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한곳에 모였다. 나는 그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마."
나는 그들에게 사과부터 했다.
"죽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적들은 강하고, 나는 그 미친 년을 전담마크해야하므로 너희를 도울 수 없을 것이다. 눈앞의 적들을 상대함에 있어서, 너희는 너희 스스로 싸워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쿵!
색스를 높이 치켜들었다. 오크는 냉병기를, 엘프는 활을, 안드라스는 손톱을, 하피는 손발톱을, 듀라한들은 창을, 유니콘은 뿔을 들어올렸다. 라스베가스에 모인 모든 병력들을 총동원 했다.
"그러나 약속하마. 죽더라도 꼭 부활시켜주마. 우스갯소리 하나 하자면...너희 모두 3성이하라 부활에 최하급에서 중급마석만 들더구나. 전투 끝나면 서브던전에서 마석 최대한 모아 무조건 부활에 쓰겠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싸워다오. 이번 전투로...우리는 남작령을 완전히 손에 넣을 것이다."
함성은 없다. 함성은 필요 없다. 함성을 지를 때는 적을 모조리 제압하고 승리를 확정 지었을 때.
"봐 줄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칼을 드는 자들을 모조리 죽이자."
목표는, 적을 전멸시키는 것.
"진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