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비만 오크 377편
<-- -->
모험가, 로트 리르콘은 집단 자위의 현장에서 벗어나 잠시 강변에 들렸다. 약 백 여명에 이르는 남자 모험가들은 강물을 향해 서서 열심히 몸을 흔들고 있었다.
"형씨, 형씨도 혹시 강물 마셨소? 막 속이 불끈불끈 거려서 미쳐버리겠수?"
"뭐...."
사실 다른 의미로 온 건 맞지만, 그도 도저히 물을 빼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강을 찾아온 남자들은 해탈한 얼굴로 손을 탁탁탁 움직였다.
"참 거지같은 전투가 아닐 수 없군. 저기 제발 박아달라고 하는 여자들이 넘쳐나는데 우리는 여기서 손딸이나 치면서 해결하고 있으니...."
"그러지 마시오. 그 사람들, 마물에게 범해진 자들 아니오."
"니미. 형씨, 알면서 왜 그래? 마물에게 범해졌다고 한들 여자는 여자 아니야? 씨발. 오크 새끼들이 어찌나 대단한 지, 하나같이 반반하거나 박음직 스러운 년들만 남겨놨더군. 아오...사제단만 아니었으면."
"......."
로트는 침묵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마물에게 범해졌다고 한들 그것조차 신경쓰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로트는 바지를 다시 올려 몸을 돌렸다.
"어이, 형씨. 지루야? 안 싸?"
"그걸 싸러 온 게 아니오."
"그럼?"
"......변보러 왔소."
로트의 말에 모험가는 손을 흔들며 로트를 배웅했다. 로트는 강가 주변에 마련된 간이 화장실-그저 구덩이를 조금 깊게 파놓은 곳 위에 쪼그려앉았다.
"...젠장. 나올 리가 있나."
실은 한 발 빼러 왔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남자들 수십 명이 강을 따라 늘어진 곳에 편승하여 손으로 물을 빼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쓰읍, 밤에 슬쩍 한 명 낚아봐야하나...?"
마침 불침번으로 구출한 여자 포로들의 관리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로트는 가장 처음 자위를 시작했던, 아주 작은 체구의 여인을 생각하며 바지 앞섶을 살살 간질였다.
"흐흐, 마물에게 당한 여자만큼 쉬운 여자가 없지."
로트는 음흉한 얼굴로 시간을 잠시 보낸 뒤, 다시 본진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의 눈이 어두워질 밤이 되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며.
* * *
늦은 밤이 되었다.
저녁은 먹는둥 마는둥 하여 간단하게 해결한 뒤,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난민들이 합류한 토벌대를 성벽에서 바라보며 그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군.""
공중 정찰의 결과, 난민들은 큰 소란없이 막사 주변에 퍼질러앉았다. 토벌대의 병사들은 임시로 움막같은 것을 만들어 난민들을 수용했으나 환경은 분명 여의치 않았다.
'이대로 가면 분명 뭔가 움직임이 있어야하는데.'
아무래도 레비즈는 상당히 큰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아, 레비즈는 이도 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게 틀림없다.
"륜, 저녀석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 같으냐?"
"음...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예요. 조만간 뭔가 크게 움직임이 있겠죠."
나도 륜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가만히 평원에 진을 치고 있는 건 잠깐이라면 모를까, 몇 날을 마물들을 앞에 두고 버티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굶어죽을 거예요. 라스피카를 점령해서 보급선을 차단했고, 식수도 제대로 공수하지 못하니까요. 아마도 라스베가스를 차지하려고 들어오거나, 아니면 걸어서 라스피카로 간 다음 도시를 탈환하려 할 거예요."
"맞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전자지. 무너진 성벽으로 토벌대가 들어오는 것이다."
라스베가스가 수비에는 적합하지 않을 지 몰라도, 살기에는 나름 쾌적하고 적합한 곳이다. 설령 우리 군단이 한순간이나마 깔고 앉아 살았다고 하더라도, 인프라는 90% 가까이 보존되어 있다. 집집마다 들어선 마물들을 쫓아내면 곧 자신의 집을 되찾는 셈이었다.
"들어온다면 혈전이 되겠지. 놈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우리 병력들도 대부분 귀환했으니."
요정, 서큐버스, 그리고 구울을 제외한 모든 병력들이 라스피카에서 포털을 이용해 돌아왔다. 비록 그 수는 토벌대 전체의 수에 미치지는 못하나, 인당 세 명은 족히 잡는다고 생각하면 마냥 힘든 전투는 아니다.
"본격적으로 싸우기 전까지 야금야금 계속 전력을 깎아먹는 수밖에. 오오, 다시 돌아오는구나."
성벽 너머로 달려나갔던 죽음의 기사들이 또다시 한 무리의 병사들을 올가미로 납치해 돌아왔다. 납치해 오는 인질의 수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으나, 분명 전력 약화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나는 죽음의 기사들이 납치한 병사들의 수를 파악했다.
"한 시간 간격으로 20명, 16명, 11명.... 납치 당할 만한 놈들은 다 당한 걸테지. 이제 거의 안 당한다고 봐야겠군."
"그럼 어떻게 하시겠어요? 죽음의 기사들은 대기시킬 건가요?"
"아니. 계속 신경쓰이게 해야지. 설령 한 명도 납치하지 못하더라도 시도는 계속 할 것이다. 아아, 이건 짤짤이라고 하는 것이다."
공중병력이 아닌 유니콘 탄 듀라한이지만, 분명히 한 번 다녀올 때마다 성과는 내고 있었다.
"언제까지고 화를 삭이지는 못할 것이다. 적이 라스베가스로 오면 그때부터 전면전이지."
나와 병사들은 최후의 만찬 겸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라스베가스가 뚫리면 라스피카와 본진 던전으로 양방향 포털이 열린다. 그러면 우리 군단의 병력은 둘로 나뉘게 되고, 라스피카에 고립된 라임과 메어리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토벌대 전체와 싸울 각오를 마쳤다. 어쩌면 이번 전쟁으로 인해 많은 수의 병사들이 죽을 수도 있지만, 언제까지고 피흘리지 않고 전쟁을 이길 수는 없는 노릇.
"륜아. 나는 우리 병사들이 최대한 안 죽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는 더이상 배북을 치지 않았다. 적진에 침투한 군단의 인간병들은 하나같이 밤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에게는 한 가지 약속을 했기에, 나는 그들의 인간성을 믿고 작전을 짰다.
"목숨을 걸고 들어간 인간 모험가들에게 분명히 말했지. 만약 우리 군단이 패배한다면, 너희들은 그대로 인간들 틈바구니에 섞여 살아도 좋다고."
일종의 보험장치였다.
목숨을 걸고 침투한 이들이 우리 군단의 병사들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인 이상 가장 소중히 하는 건 제 목숨이다. 배신의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적어도 배신을 할 거면 우리 군단이 완전히 패배한 시점에서나 입 싹 닫고 군단을 버리라는 의미였다.
"설마 그렇게까지 해줬는데 작전을 까발리지는 않겠지."
"다들 죽은 목숨인 걸 주인님께서 살려주신 거잖아요. 은혜도 모르지는 않을 거예요."
"륜아, 그들은 인간이다. 정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인간들은 자기 목숨이 가장 소중한 법이야."
인간병사들이 제 목숨 살겠다고 군단을 배신하는 일이 없기를.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라스의 여신이시여, 부디 이번에도 우리 군단이 승리하기를."
"그런 여신도 있어요?"
"있지. 여기."
나는 륜의 허리를 붙잡아 하늘로 번쩍 들어올렸다.
"너와 함께한 전투에서 언제 우리가 패배한 적이 있더냐?"
"그건 주인님께서 매일 저를 데리고 다니시니까 그런 거잖아요."
"반대다. 네가 있으니까 나는 항상 승리할 수 있었던 거다. 륜, 언제나 고맙다. 나와 함께 이 길을 걸어줘서."
"...말씀드렸잖아요. 저기 적진에 들어간 인간병들은 살려준 은혜를 갚을 거라고."
륜은 내게 들린 채, 내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주인님께서 그 날 저를 잡아드시지 않고 살려주셔서, 저는 엘프의 숲을 빠져나왔는데도 이렇게 살 수 있었어요. 숱한 죽음 속에서도 살 수 있었던 건...주인님이 항상 저를 지켜주셨기 때문이에요."
"......그러냐. 흐흐, 역시 너 없이는 정말 아무것도 안 될 것 같구나."
"저도 마찬가지에요. 히힛."
나는 륜을 내려놓았다. 마음같아서는 여기서 당장 스타킹을 찢어서 박아넣고 싶었지만, 그런 체력조차도 온전히 유지하며 전투에 쏟아야했다.
"륜아. 이번 전투가 끝나면 며칠 푹 쉬면서 떡이나 치자꾸나. 위험천만한 장소가 아니라, 침대에서 아주 질펀하게 늘어지면서 하는 거다."
"이왕 하는 거 남작의 침대에서 하는 건 어때요?"
"좋은 생각이로다."
까아아악.
하늘로 까마귀가 날아든다. 안드라스가 아닌 진짜 까마귀들이 밤하늘을 가로지르자,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슬슬 시간이 되었나."
완벽한 승리를 위해, 나는 작전 〈아다 폭격기〉의 마지막 계략의 실행을 지시했다.
"륜. 2천명 정도의 인간이 모였다.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까?"
"먹는 거요!"
"그래. 먹는 게 문제지. 그렇다면 먹은 게 있으면 응당 싸야 하는 게 있기 마련."
인간은 기본적으로 배변을 해야만 하는 종족이다. 하지만 우리 군단의 인간병들은 다들 따로 화장실을 가지 않는다. 정확히는 소변만 지릴 뿐, 대변은 일부러 매일매일 배설하고 싶다는 변태가 아니고서야 다들 배설하지 않는다.
"원래는 애널을 뒷보지로 만들기 위해 양산한 녀석들이지만...이기기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리."
나는 주머니에 넣어둔 붉은 구슬을 꺼내들었다. 이번 작전을 위해 슬라임 점액 구슬 안에 가둬놓은 '귀두 모양의 벌레 괴물'은 점액 안에서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라, 몬스터볼."
말그대로 괴물이, 마물이 들어있는 구슬.
"아무리 단련된 병사들이라고 한들...항문까지 단련한 놈들이 있을까?"
우우웅.
붉은 문신이 다시 어둠을 밝히기 시작했다. 나는 또다시 배북을 칠 준비를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오-크, 슬라임, 구-울, 엘-프."
가벼운 리듬과 함께,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가 어둠을 타고 울려퍼졌다.
"하-피, 안드라스, 서큐버스, 인간.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군단!"
"라스!"
* * *
"다들 잘 자는 구만. 거지같은 노래가 들리고 있는데도."
늦은 밤, 불침번을 선 로트는 쥐죽은 듯이 자고 있는 포로들을 울타리 너머에서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비록 마물들에게 범해진 여인들이라고는 하지만,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토벌대로 들어온 사람들에 비해 훨씬 조용했다.
"이보시오! 이곳에서 자란 말이오?! 여기는 그냥 들판 아닙니까?!"
"저 노래 너무 시끄러워요.... 조치 좀 취해주세요."
"으아아아앙!! 엄마아아아!!"
난민들은 집을 잃은 설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난민들을 관리하기로 한 병사들은 하나 둘 피로로 지쳐 쓰러질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상황이 여의치않아 어쩔 수 없습니다."
병사들은 하나같이 허리를 숙이며 난민들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난민들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병사들이 하나같이 적 기사들에게 납치당하고 있는데, 난민들의 요구는 한 두 개로 끝나지 않았다.
"쯧쯧."
로트는 혀를 차며 팔짱을 꼈다. 애초에 전쟁터에 병력과 똑같은 규모-이제는 더 많은 수의 양민들이 있는 것 부터가 문제다. 이들을 데리고 며칠동안 버틸 식량도 없다.
"레오 후작령 가겠네."
가장 가까운 레오 후작령으로 가지 않으면 모두 몰살당한다. 로트는 토벌대 대장이 빠른 판단을 내리기를 바라며, 슬쩍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다.
"형씨, 나 잠깐 다녀오리다."
"미친 새끼. 마물이랑 구멍동서 하고 싶냐?"
"흠흠. 이거 받으시고...."
로트는 함께 불침번으로 선 남자에게 약간의 돈을 쥐어주었다.
"30분이오."
"충분하지."
남들에게 들키지 않게. 아주 조심스럽게 울타리를 넘은 로트는 도둑같은 발걸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흐흐, 자지가 왔다, 자지가."
로트는 잽싸게 안으로 들어가 미리 점찍어놓은 여인을 찾았다. 늦은 밤 로트가 들어오니 여인들은 굳은 얼굴로 로트를 바라보았다.
"거기, 당신. 잠깐 나와야 할 것 같은데."
"무, 무슨 일로."
"다른 게 아니고, ...잠깐만. 손에 든 것들 뭐야?"
여인들은 다들 손에 뭔가 붉고 동그란 것을 들고 있었다. 로트는 안에 반짝이고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벌레...?"
"칫. 들켰군."
등 뒤에서 여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로트는 급히 몸을 돌렸다.
"컥! 으읍!"
제압은 순식간. 여인 몇몇이 달려들어 로트를 순식간에 말도 못하도록 땅에 때려눕혔다. 그에 로트는 기절초풍할 노릇이었다.
이 여자들,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한 자들이었다.
"언니, 어떻게 해요? 걸렸는데."
"신호 들어왔으니까 시작해야지. 걱정마. 우리는 죽어도 부활할 수 있잖아?"
여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로트의 바지를 벗겼다. 졸지에 여자들에게 범해지게 된 로트는 격렬히 저항하기 시작했다.
"무, 무슨 짓을-"
"이게 뭐게?"
찌직.
여인은 붉은 구슬을 손톱으로 찢었다. 안에서 튀어나온 벌레는 여인의 손등에서 장난을 치듯 꿈틀거렸다.
"후후. 금방 끝날 거야."
"뭐를-"
"주인님께서도 궁금해하시더라고. 남자 뒤에 들어가도 뒷보지가 되는지 안 되는지.
"
찰싹. 벌레가 로트의 엉덩이 위에 뛰어내렸다. 마치 입구를 찾는듯한 움직임에 로트의 저항이 격렬해졌다.
"읍, 으으읍!!"
"걱정하지 마."
여인들은 로트의 얼굴을 작은 배게에 묻었다.
"우리 군단 듀라한들 중에 남자한테 박고 싶어하는 애들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어?"
"으으읍!!"
퍼-억.
목덜미에 전해진 큰 충격과 로트는 기절했다. 의식을 잃은 게 어쩌면 로트로서는 천만다행일지도 몰랐다.
찌직, 찌지직.
적어도 몸속으로 파고들어가는 벌레의 감각은 느끼지 않아도 될 테니까.
========== 작품 후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