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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76화 (376/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7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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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즈는 또다시 머리가 아파질 생각에 이곳을 떠나도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또 화를 냈다가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 레비즈는 속으로 화를 삭이며 물었다.

"또 무슨 일이냐."

"스피카 성에서…! 스피카 성에 마물들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마물들은 남작님을 범하고 내성의 사람들을 인질로 붙잡았다고 합니다!!"

"......이런 젠장."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애써 무시해왔던 불안한 짐작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제대로 말렸군.'

적 병력의 주력이 포털을 통해 대규모로 움직인 걸 알면서도 레비즈는 공성에 집중했다. 포털을 파괴하고 도시를 거점으로 삼으려고 했지만, 적의 완강한 저항과 늘어나는 구출 인질의 수에 잠시 뒤로 물러섰을 뿐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지...? 성벽은 그냥 장식인가?"

"마물들이 성 내에서 나타났다고 합니다."

"......토굴인가. 아니, 포탈인가. 젠장, 애초에 글렀군. 나조차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오랜 기간 작업이 이루어졌어."

설마 그 사이에 전격적으로 성이 함락 될 줄이야. 레비즈는 성호를 그리며 남작에게 기도했다.

"...남작에게 애도를. 일단 병사들에게는 숨겨라. 내가 직접 그들을 모아 연설하겠다."

"하, 하지만 지금 밖에 난리가 났습니다!"

"무엇인가? 남작령이 점거당한 것보다 난리인가?"

"예! 남작령에서 도망친 사람들이...이곳으로 피난을 왔습니다!!"

"뭐?"

레비즈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급히 막사 밖으로 나왔다. 햇빛이 들판에 쨍쨍 내리는 가운데, 스피카 성의 방향에서 토벌대만한 인파가 털레털레 걸어오고 있었다.

"저, 저들은...!"

"......자비야바에서 쫓겨나 성벽 밖에 있던 난민들입니다."

외성 밖에 판자촌을 짓고 살던 난민들은 새벽의 난리에 급히 몸과 가벼운 짐만 챙겨 도망쳐왔다. 가장 살 가능성이 높은, 토벌대의 곁으로.

"이, 이런 젠장...!"

레비즈는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 * *

던전에 돌아온 나는 재빨리 전황을 확인했다. 적진에 침투한 인질 병사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나는 수 초에 한 번씩 인연소환의 리스트를 갱신하며 혹시라도 들키지 않았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었다.

"주인님, 북쪽에서 대규모의 인간들이 남하하고 있다는 첩보입니다."

"뭐? 지원군인가?"

"아뇨. 난민입니다. 상태를 보아하니...아마도 스피카 성에서 도망친 이들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하늘이, 여신이 나를 돕는군."

적의 덩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덩치는 전부 물살로, 대부분 비전투원인 일반 양민들이 대부분이었다. 만약 성기사단이었거나 내가 파악하지 못한 추가 병력이었다면 나는 누군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었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전황은 여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이 기회를 쉽게 놓칠 수 없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샤이탄, 죽음의 기사들은 어디에 있지?"

"라스베가스에서 휴식을 마치고 대기 중입니다."

"북쪽을 향해 출격하라고 전해! 고작 30명이라도 혼란을 주기에는 충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목을 낚아채 오거라!"

"본부대로."

라스베가스에 남은 에일라는 내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죽음의 기사들을 호출했다. 유니콘을 탄 죽음의 기사들은 올가미를 붕붕 휘두르며 북쪽 성문으로 빠져나갔다.

"민간인을 공격하는 건 내키지 않지만...어쩔 수 없군."

"어차피 모두 저희의 포로가 될 자들입니다. 조금 일찍 포로가 되었다고 해서크게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포로로 들일 목적보다는 적을 끌어들일 목적이 크다. 난민들을 공격하는 시늉을 하면 병사들이 분명 튀어나올 터."

죽음의 기사들에게 이미 병사들이 한 번 납치된 만큼, 토벌대는 신경질적으로 죽음의 기사들을 대응할 것이다. 특히 난민들의 옆에서 알짱거린다면 더더욱.

"적 병력, 일부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죽음의 기사들을 요격하려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적은 내 뜻대로 움직였다.

"시간을 벌면 우리가 더 유리하다. 그만큼 라스베가스로의 공격은 늦어질 것이며, 스피카 성에 갔던 병력들도 하나 둘 귀환할 것이다. 적은 평야에 진을 친 채 이도저도 못하게 되겠지."

라스베가스의 병력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토벌대의 규모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머릿수의 절반이 난민인 이상, 그들은 막말로 레비즈의 입장에서는 식량이나 축내는 이들에 지나지 않는다.

"샤이탄. 저들이 라스베가스를 억지로라도 점령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겠느냐?"

"3할. 내일이 되면 7할. 내일 모래가 되면 10할입니다."

"왜지?"

"먹을 식량은 없고 스피카 성은 점령되었으니, 라스베가스를 잠시 점령해 휴식을 취한 뒤 스피카 성을 탈환하고자 할 겁니다."

샤이탄의 예상은 완벽했다. 난민들이 들어갔으니 스피카 성의 소식은 금방 전해질테고, 적들은 초조해질 것이다.

통제되지 않는 난민들, 화형당할 예정인 구출 포로들, 점점 사기를 잃어가는 병사들, 그리고 인원수가 늘어남에 따라 줄어드는 식량.

"아주 혼란스러울 것이다. 믿었던 보급선이 완전히 차단되어버렸으니."

스피카 성을 점령한 근본적인 이유는 보급선의 차단에 있다. 남작의 존재나 수많은 포로들, 그리고 스피카 성 내의 온갖 재산은 그 부수입에 지나지 않는다.

"원래는 들판에서 굶어죽게 만들 생각이었지만...괜히 레비즈를 쉬게 만들 필요는 없지."

혼란에 혼란을 더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나는 기존에 써먹었던 작전과 새로운 작전을 섞었다. '인간'인 적들을 괴롭히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뭐가 있을까.

"흐흐흐. 우선 식수부터 차단하고 볼까?"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남작령의 병사들이 라스베가스를 공격하러 왔던 날. 나는 그들이 강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던 적이 있다.

"안드라스에게 전하라. 하피 부대를 이끌고 하늘을 날아오르라고. 그리고...강물에 슬라임 점액을 풀어라."

적의 식수원을 차단했다. 물론 독이 아니기에 물을 마셔도 되기야 하겠지만....

"물 마시면 물 빼지 않고는 못 버틸 걸? 흐흐흐."

이미 검증된 작전이었다.

* * *

잠시 뒤.

"레비즈 님. 난민들의 통제가 끝났습니다. 병사로 칼을 쥐겠다는 이들이 2할, 나머지는 관리 구역에서 대기하기로 했습니다."

"...대략적인 수는?"

다시 가림막 너머로 들어간 레비즈는 피곤한 얼굴로 사제에게 물었다. 광증이 엿보이던 방금 전의 모습과는 달리, 레비즈는 다소 피손하기는 해도 몹시 차분했다. 사제는 안도감에 보고를 이어나갔다.

"약 천 명. 우리 병사들이 1:1로 전담 관리를 해야할 정도입니다."

"많군. 너무나도 많아. 일주일 치 식량이 사흘이면 동이 나겠어. 식량은 충분한가?"

"...솔직히 너무 적습니다. 스피카 성에서 물자가 정상적으로 보급될 것을 가정하고 뛰쳐 나왔으니, 휴대식 이외에는 거의 없습니다."

"망했군. 레오 후작령으로 도망쳐야 할 판이야. 젠장."

"레비즈 님, 큰일났습니다!"

막사 입구가 다시 펄럭였다. 간신히 화를 누그러뜨렸던 레비즈는 또다시 나타난 문제 사안에 짜증 가득한 얼굴로 새로 들어온 남자를 노려봤다.

"...또 무엇인가? 내가 특별한 일 아니면 사제들 선에서 처리하라고 했을텐데."

"식수를 긷기 위해 강에 갔던 병사들의 제보입니다! 물을 마신 이들에게서 특이한 증상이!"

"증상 뭐!"

"바, 발정났습니다!"

"......!!"

레비즈는 스피카 성에서 지난 전투의 과정을 분석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직감했다. 똑같은 작전에 당했다는 것을.

"적이 강물에 발정제를 푼 것 같습니다!!"

"...레오 후작령으로 퇴각하면 얼마나 걸리지?"

레비즈는 슬슬 진심으로 남작령을 버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 * *

바람이 차다. 나는 강물 테러가 성공했다는 것을 듣자마자 바로 던전에서 뛰쳐나와 성벽 위에 올라섰다.

"륜. 그걸 알고 있느냐? 폭풍은 두 번 부는 법이란다. 법이란다."

"주인님. 일부러 말끝을 반복 안 하셔도 돼요."

"...나는 인질들의 안에 폭탄을 넣어두었지. 넣어두었지. 과연 강물을 미약으로 오염시키는 걸로 끝일까? 끝일까?"

독은 풀지 않는다. 나는 아무리 화가 났을 지언정, 신사답고 우아한 전술로 토벌대를 박살 낼 것이다.

"토벌대에 구출된 포로로 침투한 분노의 군단 병사들이여. 때가 되었다. 이 소리가 들린다면…."

나는 큰 소리로 배북을 두드렸다. 붉은 오라가 성벽 너머, 적진을 향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자위하라."

쿵, 쿵, 쿵쿠 궁 궁 쿵.

라스 온 더 빗치.

* * *

"아아악!!"

로트는 뒤에서 들린 비명에 깜짝 놀라 몸을 돌렸다. 구출한 포로들이 모여있던 곳에서 소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 무슨 일이...?"

"흐아아, 하아앙...!"

로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여인들에 비해 체구가 몹시 작은 여인이 몸을 새우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소녀같은 여인은 상기 된 얼굴로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흐으, 흐으...하으응...!"

여인은 신음을 흘리며 온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맨바닥에서 다리를 베베 꼬며 무언가를 갈구하는 동작에 로트는 입안이 바싹 말랐다.

"저, 저건 도대체...."

"하아, 하아, 하아...."

자신의 가슴을 쥐어뜯던 여인의 손이 점차 버티지 못하겠다는 듯 아래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여인을 넋을 놓고 지켜보던 로트는 넝마가 되어 드러난 여인의 하복부에 붉은 인장 같은 것이 피어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게 뭐야...?"

"저주예요."

로트의 근처에 있던 여인이 귀를 막으며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여인을 발정시키는 저주...흐끅!"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왜 여인이 귀를 막나 싶었더니, 저 멀리서 북소리같은 고동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히, 히익!"

여인들은 하나같이 귀를 막거나 고개를 파묻었다. 몇몇은 아예 포기하고 손을 조심스레 옷 속으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뭐, 뭐하는 겁니까?! 남들 다 보는데!"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이렇게 해야만...살아남는 몸이 되어버렸죠."

"예?"

"......자지가 없으면, 이제 죽는 몸이 되어버렸어요."

무념무상에 빠진 여인의 얼굴에 로트는 침음성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저 울타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 지 대충 감이 오기 시작했다.

"저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오크 놈들이...!"

"도, 도와주세효오오...!"

소녀같은 여인이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 바닥을 애벌레처럼 기기 시작했다. 두 손은 제 아래를 향해 집어넣고 있으면서, 상기된 얼굴은 구원을 바라는 눈빛으로 병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저 죽어요...!"

"으, 으아악!"

여인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병사 하나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 마물과 통정한 여자와 통정하면 자신도 마물과 통정한 셈이 되어, 부정한 저주를 받게 된다.

여신교에서 반 공식적으로 인정한 미신이었다. 따라서 병사들이 하나 둘 발정나기 시작한 여인들로부터 하나 둘 벗어나기 시작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일단 사제님께 보고를!"

"이미 왔습니다! 아아, 여신이시여...!"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달려온 사제는 무릎을 꿇으며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물론 기도를 올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쿵! 쿵! 쿵 쿠궁 쿵!

일정한 리듬으로 울리는 북소리는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로트는 그 북소리의 고양감에 자신조차도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는 착각이 들었다.

찌걱, 찌걱.

"하으으윽, 흐으응!"

여인들이 하나같이 신음을 흘리며 스스로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하기 싫으면서도, 억지로 하는 기색이 역력해 병사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시, 싫어어...! 가기 싫은데...!"

"제발,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자, 자지 좀 박아주세요 제발!!"

여인들은 애원하며 바닥을 기었다. 심지어 몇몇 여인들은 두셋이서 어울려 서로를 위로할 정도였다.

"여신의 뜻을 전합니다! 방패를 들어올리세요! 저들을 당장 울타리 속으로 가두는 겁니다!"

"사, 사제님. 아무리 그래도-"

"마물의 씨앗을 잉태한 자들일지도 모릅니다! 당신들까지 마물의 기운에 전염되고 싶습니까?! 저들은...이단심문관들이 '정화'하기 전까지는 계속 저 상태일 겁니다!!"

"......!!"

로트는 바로 발치 앞까지 다가온 여인에 침이 꿀꺽 넘어갔다. 여인은 계속 입모양으로 자지, 자지를 읊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로트는 방패를 들어 여인의 얼굴을 가려버렸다. 로트 뿐만 아니라, 다른 병사들 또한 여인들을 울타리 안으로 밀었다.

"아, 하으, 흐으윽! 너무해...!"

끼이이익. 쿵.

구출된 포로들은 울타리 안으로 격리되었다. 로트는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방패를 내려놓았다.

"씨발...이게 다 뭐하는 짓거리야."

눈앞에 스스로 다리를 벌리며 해달라고 애원하는 여인이 있음에도 하지 못한다니. 로트는 뻐근해진 하반신을 해결하지 못한 채, 눈과 귀를 막아야만 했다.

하, 하으, 흐아아앙.

찍.

오크의 저주에 자신마저 전염되는 것만 같았다.

"......하아, 나왔다. 자지가 없으니까 오크들 알 낳는 거보다 더 힘드네요."

"진짜 너무하네. 어떻게 한 명도 안 박아주니? 지금 다들 이렇게 발정나 죽을 것 같은 사람들 두고. 나야 뭐 안 할 거지만...."

"그러게요, 릴리 언니, 일단 밤까지만 기다려봐요. 다들 자고 있을 때 이거 던져서 터뜨려버리죠."

포로로 잠입한 여인들은 하나 둘 뱃속에서 작고 붉은 구슬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언제든지 꺼내기 쉽게, 적당한 위치에 다시 손가락으로 밀어넣었다.

"그러고보니 이거 안에 뭐가 들은 거예요? 넣을 때는 자지랑 같이 박혀서 몰랐는데."

"...그거?"

릴리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엉덩이를 가리켰다.

"네가 뒷구멍에 넣고 있을 걔들이야. 겉은 슬라임 점액으로 굳혀놨어도...후후."

"......서, 설마?"

"뭐라시더라. 그래...이번 작전이 〈아다 폭격기〉잖아."

릴리는 몸을 으스스 떨며 웃었다.

"토벌대 놈들 청년막도 다 찢어버리겠다고 하시더라."

릴리가 꺼낸 구슬 속에는 아주 작은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머리가 귀두 모양인,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벌레가.

"단장님! 큰일났습니다!"

"말하지 마라. 나 왠지 들으면 쓰러질 것 같아."

"구출한 포로들이 저주로 인해 자위하기 시작했습니다!"

"......싸움 진짜 좆같이 하네."

레비즈는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

========== 작품 후기 ==========

요호호호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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