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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66화 (366/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6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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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메어리가 저질러버렸다. 나의 등에 얼굴을 딱 붙여, 팔을 앞으로 뻗어 비르고의 얼굴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흐어어...."

처녀자리의 검을 상대로 넣는 감각은 배덕감이 제일 컸다. 인간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뜨거운 입안의 촉감은 내 성검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우, 우웁?!"

비르고는 급히 머리를 뒤로 잡아당겼다. 아무리 메어리라도 성검의 정령을 상대로 힘으로 이길 수는 없는 듯 했다.

"히, 히이익!!"

구속에서 벗어난 비르고는 내게서 크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자신의 입을 향해 신성력이 가득한 손으로 입술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 성검 만진 손인데 닦이진 않을 것 같은데?"

"아."

"메어리, 쟤 좀 멍청한 것 같은데 그냥 다른 성검 찾아보는 건 어떨까?"

"순박해도 괜찮아요. 제가 똑똑하니까."

"그런 거라면 인정이지."

어차피 성검은 도구에 불과하다. 아무리 안에 정령이 깃들어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다루는 주인이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아리에스 백작처럼 성검으로 마물들을 쓰러뜨릴 수도 있는 것이고, 메어리처럼 군단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성검의 주인이 되어 마족을 위해 싸울 수도 있는 것이다.

우우웅--!!

눈앞에서 분홍빛이 터져나왔다. 분홍빛 드레스의 미인은 사라지고, 차가운 석실 바닥에 은빛의 검이 검신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흐흐, 몸을 드러냈다가 다시 검으로 변하는 거냐? 유니콘 애들이랑 다를 바가 없네."

인간형과 원래의 모습 중 양자택일을 할 수 있다면 이제 선택지는 하나 뿐이다. 나는 한 걸음에 달려나가 도끼날로 성검의 손잡이를 내리쳤다.

아흑!

비명소리가 들렸다. 도끼는 당연히 손잡이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지만, 성검을 구속하기에는 충분했다. 도끼날 아래에 깔린 성검은 바들바들 떨며 두려워했다.

"나의 성검, 어떻게 생각해?"

으아악! 아아악!!

"크고 아름답지? 그럴 것 같았어. 다시 한 번 보아라!"

촤락. 내가 로브를 좌우로 들 수 없으니, 대신 메어리가 뒤에서 내 옷자락을 들어올렸다.

"네 신성력 가득한 몸에 닿아도 내 성검은 부러지지 않았다! 이래도 부정할 것인가! 내가 성검의 주인이라는 걸!"

인정할게요! 그러니까 소녀의 몸에서 제발 그 더러운 도끼를 치워주세요! 히이익!!

"흐흐, 이 년 봐라?"

나는 도끼날을 눕혀 검신에 슥슥 문질렀다. 날을 갈듯 비벼댈수록 성검의 떨림은 잦아들었다. 그게 꼭 겁을 먹고 굳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크헤헤, 결국에는 병장기라 이거냐? 잡철로 만든 도끼라고 무시하지마라!"

안 돼! 닿아버려! 조잡한 철가루가 내 몸에 묻어버려어엇!!

"네가, 인간형으로 돌아올 때까지 도끼를 가는 걸 멈추지 않겠다! 당장 돌아와! 다시 입과 손으로 내 성검을 만지면서 증명해! 내 성검이 신성하다는 것을!"

싫어어어어---!!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메어리가 한숨을 내쉬며 내 옷자락에서 손을 놓았다. 한심한 얼굴로 바라보는 눈빛은 나와 성검을 동시에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검신에 갈던 도끼를 슬쩍 성검의 코등이에 걸쳤다.

"안 범하세요?"

"...아니, 구멍이 없잖아. 구멍이."

"꼭 쑤셔야 되는 건 아니잖아요. 도끼날 대신에 아빠 성검으로 비비면 그만이지."

"그건 안 된다!"

나는 단호히 메어리에게 소리쳤다.

"인간박이부터 말박이까지 숱하게 박아온 인생! 중요한 건 '박는다'는 행위다! 보아라, 메어리! 여기 어디에 구멍이 있다는 말이더냐!"

성검 비르고는 세련된 세검에 가까웠다. 내 성검의 두께보다 더 얇다 싶을 정도로 검신의 폭이 좁았다. 따라서 내가 쑤실만한 구멍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 참. 손잡이에 구멍 달려있었으면 박았을 거예요?"

"그거 좋네. 사도류 할까? 양손에 하나, 입에 하나, 그리고 거기다가 하나. 얘, 비르고야. 혹시 손잡이부분만 여성기 형태로 바꿔줄 수 있냐? 내 성검 증명해야지?"

"장난은 그만쳐요. 제가 나중에 잘 타일러서 벌려드릴테니까."

메어리의 말에 나는 도끼를 들어올렸다. 한창 즐기려고 시작하던 때에 갑자기 검으로 변해버렸고, 구멍조차 없는 몸에 나는 갑자기 가학심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씁, 아쉽네. 괴롭히는 맛이 찰지는 애인 것 같은데."

"저도 동감하는데 일단 계약부터 하고 갈게요. 혹시나 알아요? 계약하고 나면 제 의사에 따라서 인간 상태로 될 지. 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기 전까지 처녀 무조건 지킬 거예요."

메어리의 눈동자는 진지했다. 나는 메어리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눈가리고 아웅."

"후훗. 그럼 아빠가 추가한 사항대로 계약할까요? 이미 도장도 찍었으니까."

메어리가 성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 성검과 맞닿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더이상 몸을 움직일 힘이 없는 건지는 몰라도 성검은 벌벌 떠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자, 잠깐만요! 계약 조건 추가! 추가아아아아!

"또 뭐?"

처녀는 지켜드릴게요! 계약 조건 다 받아들일게요! 대신 저 분한테만큼은 제발! 제 검신에는 저 분의 물건이 닿지 않게 해주세요오!!

"......자지로 검신에 비비면 베여, 멍청아. 아, 검신이라면 손잡이에는 비벼도 되는 거지? 콜."

아.

"계약을 할 때는 꼼꼼하게 해야지. 맨날 순박한 처녀 상대로 호구잡다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너 오늘 임자 제대로 만났다. 메어리!"

"얍."

덥썩.

메어리는 성검의 손잡이를 스스로 잡아들었다. 성검의 검신에서 흘러나오는 분홍색의 빛이 메어리를 은은하게 감싸기 시작했다.

스으으으---

메어리의 머리칼이 완연한 연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성검의 주인이 되었더니 몸 전체에 신성력이 감돌기 시작한 것이다. 메어리는 조용히 눈을 감고, 마치 의식을 치르는 마법사처럼 집중하고 있었다.

콰드득, 콰드득!

갑자기, 성검의 검신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 된 게 아닐까 싶어 나는 침이 꼴깍 넘어갔다.

'잘못은 존나게 했지.'

성검의 계약에 멋대로 조항을 추가한 것도 모자라, 성검의 정령을 희롱하기까지 했다. 신성력이라는 가드만 없었으면 비처녀자리 성검으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내 몸은 거의 한계에 다다라있었다.

"아 씁, 따갑네...."

문신이 사라지자 격통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단단하게 굳은 자지 이외의 피부는 벌겋게 익어, 죽을만큼 따가웠다. 피부가 재생되기까지 적어도 반나절은 기다려야 할 수준이었다.

'그래도 적의는 느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성검은 마치 메어리의 몸에 맞게 검신이 변하고 있었다. 기사가 들고 다니는 검이라고 하기 보다는, 마법검이라고 하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아름다운 외형으로 변했다.

지이잉.

메어리가 잡은 성검의 코등이 부분에 짙은 녹색이 스며들었다. 나는 왠지 모르게 성검을 나의 색으로 물들인 것만 같아 뿌듯했다.

사아아---

석실을 가득 채웠던 빛이 성검으로 빨려들어갔다. 가만히 검을 들고 있던 메어리는 성검을 아래로 늘어뜨리며 내게 몸을 돌렸다.

"끝났어요. 이제 이 검은 제 거예요."

"뭐, 변한 거 없냐? 정령에게 의식을 빼앗겼다던가. 검에 깃든 이전 대의 망령들이 머릿속에 지랄한다던가. 이면계약으로 네게 속인 건 없다던가."

"......걱정마세요. 검은 검일 뿐이니까. 단지."

메어리가 씁쓸하게 웃는 모습에 나는 침이 꼴깍 넘어갔다.

"성검의 비밀, 죄송하지만 저만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왜 성검에 관한 정보가 주인들에게만 전해지는 극비사항인 것도 알 것 같고요."

"아니, 왜?"

"......아빠도 성검의 주인이 되면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단지."

메어리는 성검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세계는 어쩌면 거대한 흐름에 놀아나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갑자기 스케일이 너무 커지는데."

"후훗, 걱정마세요. 역대 성검 사용자들도 딱히 그런 거에 신경쓰지 않았으니까. 도구일 뿐이잖아요? 이건. 그러니까...."

메어리는 산뜻하게 웃으며 성검의 검신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앞으로 아빠가 많이 먹고 마시도록, 제가 열심히 효도할게요."

"......그, 그래."

메어리는 성검을 등 뒤로 돌리며 내 귀에 속삭였다.

"그리고 이제 제가 성검의 용사니까...마왕도 잡을 수 있겠네요? 후훗."

"......."

처음에는 그저 성검이 우리의 적에게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으려고 했을 뿐인데. 나는 어쩌면 터무니없는 괴물을 만들어버린 게 아닐까.

* * *

검의 정령에게 비록 싸지도 못하고 입안에 넣고 끝나버렸지만, 어쨌든 우리는 비르고 '남작'을 확보했다. 예상치 못한 수익으로 성검도 손에 넣었지만, 일단 우리는 전쟁을 계속 치뤄야 했다.

- 라임 엄마가 남작인 척 하고, 제가 옆에서 보좌할게요. 전쟁 중이니까 제가 검을 차고 다녀도 아무도 모를 거고, 모습도 변했으니까 성검인 줄도 모를 거예요.

나는 라임과 메어리를 남작성에 둔 채 급히 던전으로 돌아왔다. 부하들에게 자초지종을 알리니, 그들은 성검의 확보에 기뻐하면서도 동시에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저희가 닿으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정조대를 채우시겠다?"

"너무해요. 한 시간도 아니고 어떻게 사흘이나 그럴 수 있죠?!"

"역시 그 쪽으로 걱정할 줄 알았다."

서큐버스든 다크엘든 하이엘프든 다들 그쪽에 신경을 쓸 것 같았다. 다들 메어리를 성검의 주인으로 만든 나의 선택에 크게 토는 달지 않았고, 단지 자신들도 성검을 구경하고 싶다고 말할 뿐이었다.

"앞으로 메어리도 갤러해드처럼 특공대로 분류해야겠어."

갤러해드가 뿌리는 신성력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었다. 루나가 가진 인장이 가득 채워져도 성검 안에 있는 힘의 절반이 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제 우리 군단 최종 병기는 메어리다. 대 마물전 한정으로."

"...나도 그랬는데."

졸지에 최강의 자리를 빼앗겨버린 루나가 심통을 부렸다. 나는 루나의 귀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그래도 우리 군단에서 제일 강한 건 너잖냐. 그러니까 내가 믿고 지하 1층을 통째로 맡겼지."

We Have a Hul...아니 Luna. 비록 나중에 가면 다른 이들에게 따라잡힐 지언정, 현재 우리 군단의 최강자는 여전히 루나다.

"메어리가 성검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서 작전이 바뀌는 건 아니다.  대신 작전은 오늘밤 자정으로 늦춰야겠어. 샤이탄, 전선의 상황은?"

"토벌대가 투석기를 만들어 공성을 시작했습니다. 알로켄 전선은 주인님께서 다녀오신 동안 한 번 소규모 전투가 있었습니다. 사상자는 없고, 기마병 둘을 포획했습니다. 지금 정보를 캐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루나가 벽 한켠에 놓여있던 양날도끼를 들고왔다. 척보기에도 잘벼려진 도끼는 루나가 두 손으로 들어야 할 정도로 거대하고 두꺼웠다.

"이건 뭐야?"

"그레모리가 보낸 선물이요!"

"적 기사에게서 빼앗은 물건이래. 예사로운 물건이 아니기도 하고, 우리 군단에서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나랑 너 말고는 딱히 없는 것 같아서."

"그 정도로 무겁나?"

"정확히는 제대로 휘두르면서 싸울 수 있을만큼?"

루나와 나 다음으로 강하다고 할 수있는 륜조차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루나는 이런 막되먹고 무식한 도끼를 쓰는 타입은 아니니, 확실히 내가 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주인님, 이걸로 그 건방진 기사단장에게 도끼자국을 만들어버리죠!"

"......아아, 정답이다. 륜."

나는 힘차게 양손도끼를 들어올렸다. 척보기에도 잘 벼려진 게 꼭 포르네우스 던전에서나 가끔 봤던 드워프제 무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 연마되어 있었다.

"그래, 나도 새로운 무기를 가졌으니 이름을 붙여야지. 이 녀석의 이름은 색스다, 색스."

Special-AXE. 아주 특별한 도끼라는 의미에서 S-AXE.

"샤이탄, 에일라는 잘 버티고 있나? 설마 벌써 성벽이 움직일 때는 아니지?"

"예. 외곽 나무 울타리 일부가 무너져내렸을 뿐, 적은 바위 성벽까지는 다가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만."

"......시간을 끌면 우리 손해다. 괜히 지원군이 오기 전에 끝내야 돼."

쿵! 나는 색스를 아래로 내리찍으며 지시했다.

"자정이 넘어가는 즉시, 스피카 성을 함락시킨다. 내가 준비하라고 해놓은 마석은 어디에 있지?"

"소환 시설 앞에 모아뒀어요. 바로 사용하시면 돼요."

"흐흐흐, 그래. 작전을 시작하기 전까지 다소 몸이 무거워지기는 하겠지만...."

인해전술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 다행히 내 던전 소속으로 '등록'되어있는 병사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번 작전을 위해 작전에 동원할 병사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을 그레모리와 알로켄 던전에 파견해뒀으니.

"이럴 때야말로 솔로몬 찬스를 써야지. 마왕님, 열심히 허리 놀려서 원군 좀 보내주십쇼!"

"후우, 후우. 와, 드디어 낳았네. 보여, 예쁜 거?"

"며칠을 쉬지 않고 알까기 했는데 당연하지. 잠깐만...뭐야? 이 무수한 구울 소환의 요청은?"

"......이거 우리들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 감당 할수 있겠어, 이 소환? 어디서 온 거야?"

"샤이탄 네 애들. 진짜 뭐야. 쟁탈전 발려서 발악하는 거면 지가 무능.... 지금 인간들이랑 전쟁 중이네?"

흑발의 청년은 자신의 품안에 안긴 흑발의 여인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시스템을 두드렸다.

"......어, 파이몬. 나다. 한창 요양 중에 미안한데, 너네 던전에 혹시 구울 알 좀 남는 거 있냐?"

========== 작품 후기 ==========

사실 하청이었고

검박이 본방은 전쟁 끝나고 합니다

마액 공구리에 절여버릴까 아니면 촉수 사슬을 묶어놓을까 고민하다가 결정 못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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