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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65화 (365/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6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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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여자가 비르고란다.

아리에스, 비르고, 사지타리우스 등에서 눈치는 챘지만, 성검은 지구의 황도 12궁의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뭐지? 왜 지구의 것이 여기에 있는 거지?'

이세계에서 왜 지구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름들이 있는가 궁금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애초에 마왕의 이름부터가 솔로몬이고, 그 외에 여러가지 것들이 지구의 것을 일부 닮아있으니까.

하지만 눈앞의 '비르고'라고 하는 여인이 나타난 이 순간, 그런 부분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왜 하필 이름이 비르고인가.

'아니, 그보다 제일 중요한 게 하나 있다.'

비르고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든 두 가지를 확인해야했다.

"너, 검의 정령인가?"

"조금 비슷하긴 합니다만 다릅니다, 아버님."

검에 깃든 AI같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럼 말해라. 누군지도 모르는 자를 내 딸의 파트너로 들일 수 없다."

"그, 그치만 그건 성검의 주인에게만 알려줘야 하는 내용인지라...."

비르고의 은빛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성검의 주인에게만 대대적으로 알려주는 비밀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런 비밀엄수조항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미성년자와 계약하는데 보호자에게 계약 사항을 숨기다니! 이 년, 사기계약이로구나!"

"예?! 아, 아닙니다! 소녀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미성년자...미성년 처녀...츄릅."

"그럼 말해라! 다른 누구도 아닌 딸의 아버지가 계약의 조건을 보겠다는데 잔말이 왜 이리 많아! 혹시 모르지! 말만 처녀를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 계약을 하고 나니 남자와 통정해야만 힘을 쓸 수 있다거나, 수명이 계속 늘어난다거나 할지!"

"결코 그런 일은 없습니다!"

비르고는 오히려 내게 역정을 내며 삿대질했다.

"그,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진짜 메어리 양의 부친이 맞습니까?!"

"얼굴 보면 모르냐!"

"전혀 안닮았습니다!"

"엄마 닮아서 그래! 젠장, 역시 역으로 물어보는 거 봐서는 마검이 분명하군! 성검 비르고를 사칭해서 내 딸을 음란타락시키려는 악마의 검이 분명해!"

"......아니라니까요오오오!!"

비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멱살을 쥐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손에 잔뜩 묻어있는 신성력에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날렸다.

"이거 봐! 아이고, 메어리야! 역시 마검이다! 검의 정령이라는 년이 네 아빠 죽이려든다!"

"이, 이건 어쩔 수 없는-"

"적당히 하세요, 아빠."

등 뒤에 메어리가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나타났다. 비르고는 아군을 만난 것처럼 눈동자가 환해졌다.

"메어리!"

"왜 남의 아빠를 위협해? 마검이야?"

"아, 아니. 그건 저 분이 자꾸 소녀를 의심하니까...."

"우리 아빠 자꾸 괴롭히면 너 평생 남자만 사는 섬에 처박아둘 거야."

"히익."

비르고는 입술을 벌벌 떨며 다시 무릎을 꿇었다. 아무리 비르고가 성검이라고 한들, 그녀가 메어리에게 집착하는 시점에서 우리가 갑이고 비르고가 을이었다.

"흠흠. 성검 비르고여. 메어리의 부친이자 군단의 주인으로서 네게 질문을 하도록 하지. 네가 먼저 숨기지 않고 말한다면 나 또한 너에게 믿음을 주겠느니라."

"하, 하지만 성검 사용자에게만...."

"나 또한 성검을 가지고 있다."

"??"

"정확히는 성(聖)검이 아닌 성(性)검이지. 보아라, 나의 엑스칼리버를."

나는 메어리를 등 뒤로 놓고 로브를 좌우로 젖혔다. 그러자 비르고의 얼굴 위에 길고 굵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에?"

비르고는 당황했다. 뒤에서 메어리가 한숨을 쉬는게 느껴졌지만, 나는 나 또한 성검의 사용자임을 증명해야했다.

"모든 이에게 사랑을 뿌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나 또한 성검의 주인이니 충분히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느니라."

"우, 웃기지마요! 이게 무슨 성검이야! 이건 자....흐끅."

"시험해보겠느냐? 직접 만져보면 알 수 있을 터."

"아빠!"

나는 도박을 걸었다. 사실 도박이라고 하기에는 내 패에 풀하우스가 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일말의 가능성은 있으니 조금 긴장이 되기는 하였다.

"나는 마족이다. 신성력이 몸에 닿으면 치명적이지. 하지만 나의 성검은 그렇지 않아. 왜냐면 성검이기 때문이다. 즉, 네가 만졌을 때 아무렇지 않으면 내 것 또한 성검이라는 게 증명되는 거지!"

"그, 그런 억지가...?!"

"성검을 만지기를 거부해? 네 이년, 역시 마검이로구나!"

"히익?!"

나는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내가 성검을 위아래로 흔들어 위협하자, 비르고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메어리! 역시 이 년은 마검이다! 나의 성검을 피했어!"

"피하는 게 당연하죠."

"메어리야, 너는 여기서 아빠 편을 들어줘야하는 거 아니니?"

"아빠 지금 속내를 다 알고 있는데 무슨."

메어리는 손가락으로 구멍을 만들어 엄지를 푹푹 쑤셨다. 역시 들켰다.

"아니, 뭐.... 자꾸 얘가 말을 안 하려고 하잖아. 미성년자 계약에 보호자가 동반해서 계약서 보는 건 중요한 거라고."

"휴우, 알았어요. 잠깐만 있어봐요."

메어리는 나를 옆으로 지나쳐 비르고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나한테는 얘기해도 되는 거지? 그럼 다시 말해봐. 나랑 계약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 뒤에...."

"신경쓰지 말고."

"......흐끅."

나는 메어리의 뒤에서 성검을 단단히 세워 비르고를 위협했다. 메어리의 뒷통수에 눈이 달리지 않는 이상 볼 수 없으니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뒤에 듣고 있는데...."

"싫으면 계약 하지 말던가. 아빠, 아무래도 이거 마검인 것 같아요. 역시 성수를 뿌려줘야겠어요."

"마, 말할게! 성수는 그거잖아! 싫어!"

"칫, 눈치 빠르군."

미리 예열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아쉬움에 혀를 찼다.

"그, 그러니까 나랑 계약하면 말이야...."

비르고는 눈길을 최대한 메어리에 집중하며 자신의 계약 조건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나는 그걸 속으로 정리하며 혹시나 오류가 있지 않나 곰곰이 생각했다.

본래 조건.

#1 성검 비르고의 주인은 순수한 처녀여야 한다.

#2 성검 비르고의 주인은 죽을 때까지 처녀를 지켜야 한다.

#3 조건을 지키지 않는 자가 성검을 만질 경우, 비르고는 상대의 정기를 흡수한다.

비르고가 메어리에게 제시한 조건.

#2-1 단, 메어리는 성검의 주인인 기간에만 처녀를 유지해야한다.

#2-2 단, 메어리가 성검의 주인을 그만둘 경우, 메어리는 반드시 다음 주인으로서 순수한 처녀를 찾아 성검을 인계해야한다.

"아빠, 어떻게 생각하세요?

"독소조항 있는 거 빼면 나쁘지는 않네."

"그, 그렇죠?!"

비르고는 차마 나를 쳐다보지 못하고 대답했다. 그래서 내가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을 읽지 못했다.

"조항을 추가하겠다."

"예?!"

"별 거 아니야. 너도 납득 할만한 충분한 조건이지."

나는 계약에 몇 가지 사항을 더 추가했다.

# 1-1 성검 비르고의 주인이 순수한 사랑으로 상대에게 처녀를 바치고자 할 경우, 성검 비르고는 주인의 사랑을 축하하며 계약을 종료한다.

"너는 주인의 처녀를 지키기 위해 태어난 검이다. 처녀를 지킨다는 것이 무엇이냐? 주인이 사랑하는 이와 혼인하기 전에, 다른 무뢰배에게 강간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지?"

"그, 그렇기는 한데...."

"그런데 성검의 주인이라고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느냐?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함께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고 싶기도 하고 애도 낳고 싶기도 할 터. 하지만 성검의 주인을 계속 유지하려면 처녀를 지켜야 하지. 이 무슨 모순이란 말인가? 너는 주인을 평생 독수공방 하며 검으로 자위하게 만드는 마검인가?"

"......."

비르고는 침묵했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알을 좌우로 굴리는 게 꼭 정곡에 찔린 듯 했다.

"......왜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지?"

"노, 노코멘트."

"뭐야. 전 주인 중에 진짜로 그런 자가 있었나보지? 흐흐."

"......."

비르고는 눈을 감았다. 물론 실제로 내가 말한 그대로는 아닐 지언정, 80세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성검 때문에 죽을 때까지 처녀로 죽은 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악습은 타파하라고 있는 것이다. 이참에 계약 조건도 좀 바꿔. 그래, 거기에 두 번째 조항을 추가하도록 하지."

#2-2 단, 메어리가 성검의 주인을 그만둘 경우, 메어리는 반드시 다음 주인으로서 순수한 처녀를 찾아 성검을 인계해야한다.

이 때, 다음 주인의 1순위는 메어리가 낳은 딸이 되어야 한다.

"자, 잠깐만요! 이건 대를 이어서 물려받겠다는 거잖아요!"

"아리에스는 그렇게 하던데?"

"그건 그 새끼가 변태라서...흡."

"흐흐, 한 번 자세히 말해보실까?"

"죽어도 말 못해요. 설령...메어리와 계약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비르고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성검 간의 비사가 있는 듯 했지만, 비르고는 다른 성검의 계약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는 듯 했다.

"성검 비르고여. 너의 파트너가 사랑으로 낳은 자식이 다른 범죄자들에게 겁간당하는 것을 두고 볼 것인가? 너의 파트너는 사랑하는 지아비가 지켜줄 터. 하지만 딸은 어떠한가? 행여나라도 누군가가 사탕하나 줄까 하면서 딸을 납치하려고 들면? 그 때 지켜줘야 할 호위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그, 그건 확실히 맞는 말이긴 한데...."

"그럼 이것도 추가하도록 하지. 거기에...."

1,2가 메어리에 관한 독소조항이었다면, 3은 우리 군단 전체에 독소조항이었다.

"이건 성검의 주인이 생기고 난 이후에도 적용되는 조건인가?"

"네. 소녀를 탐하려는 자들이 있는 경우를 대비해서...."

"안 돼. 우리 군단에 처녀 아닌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누구 때문이죠, 아빠?"

"...흠흠."

나 때문에 처녀성을 잃은 이들을 비율로 따지자면 1할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군단 전체에서 처녀 비율을 따지면 1%도 되지 않는다.

"이건 아예 조건을 바꾸도록 하지."

행여나라도 누군가가 성검 비르고를 만질 경우, 99%가 성검 비르고에 정기가 빨려 죽는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죽음은 사양이다.

#3 분노의 군단을 제외한 이들 중 조건을 지키지 않는 자가 성검을 만질 경우, 비르고는 상대의 정기를 흡수한다.

"이러면 안심이지."

"부, 분노의 군단? 이건 뭐예요?"

"아아, 마왕군의 새로운 편제다. 나는 마왕군의 일곱 군단 중 하나인 분노를 맡고 있지."

비르고가 뜨악하는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꼬와? 꼬우면 계약하지 말던가."

"그, 그치만 소녀는 비처녀의 손을 타기 싫은데...."

"걱정마라. 메어리 이외에는 너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할 터이니. 우리 군단 녀석들에게는 너를 건드리면 패널티를 부과하겠다."

"어떤 패널티요?"

"사흘 정조대 차고 지내는 거지."

"엄마들한테는 최고의 패널티네요."

정조대가 채워지지 않기 위해 성검을 거의 역귀마냥 피해다니지 않을까. 마족인 부하들은 애초에 성검에 닿으면 몸이 붕괴되니 그렇다 치고, 인간이나 엘프들이 행여나라도 성검을 건드릴 수 있으니 주의조치가 필요했다.

"어떠냐? 이 정도면 크게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소녀, 조건이 있습니다."

"나도 추가를 했으니 조건 정도야 들어줄 수 있지. 어디 한 번 말해보아라."

비르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메어리와 뭔가 눈빛으로 말을 주고받더니, 메어리는 옆으로 비켜서며 내 뒤로 물러났다.

"군단의 주인, 당신의 성검이 진짜 성검인지 제가 직접 시험하겠습니다."

비르고는 손에 신성력을 잔뜩 불어넣으며 내 성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닿기도 전부터 하반신이 따갑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지만, 나는 어색한 비르고의 손길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야, 고작 그정도로 테스트가 되겠어? 그리고 계약은 도장 꽉 찍어야 끝나는 거 몰라?"

"예?"

"입술도장 딱 대."

나는 문신을 켠 다음 비르고의 머리통을 붙잡았다. 손바닥이 불이 난듯 뜨거웠지만, 문신의 힘으로 어떻게든 버티며 비르고의 얼굴을 앞으로 잡아당겼다.

꾸---욱.

"흐어, 이게 도장이지."

나는 비르고의 입술에 귀두로 도장을 꾹 찍었다. 나는 손바닥을 들어올리며 허리를 살살 돌렸다.

"흐하하, 어떠냐? 나의 성검이 어디 끄떡 하느냐?"

"......."

비르고는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 손바닥은 벌겋게 익었을 지언정, 성검은 비르고의 신성력에도 끄떡없었다.

"어, 어떻게?"

놀란 비르고는 내 성검을 앞에 두고 중얼거렸다. 심지어 신성력이 가득한 손으로 내 성검의 검신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흐어어."

검의 정령임에도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손길에 나는 하반신이 짜릿하게 울렸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머리를 붙잡고 입안에다가 쑤셔박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신성력에 단련된 곳은 내 성검 뿐이었다.

'루나의 속에다가 박으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철사장이라고 하던가. 나는 신성력이 가득한 루나의 안에 수도 없이 찔러대며, 나의 성검을 신성력에도 문제되지 않도록 단련했다.

"흐흐, 어떠냐? 이제 증명이 됐지?"

"아빠, 그걸로 되겠어요?"

갑자기, 메어리가 내 옆으로 불쑥 손을 뻗었다. 하복부 뒤에서 뻗어진 손길은 내가 잡고 싶었던 방향 그대로 비르고의 머리를 붙잡았다.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죠."

"우웁?!"

메어리는, 비르고의 입을 강제로 벌리게 하여 내 쪽으로 꽉 잡아당겼다.

========== 작품 후기 ==========

라스 72기예

질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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