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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57화 (357/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5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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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들의 의지를 가장 북돋아주는 계기는 무엇일까?

명예? 모험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 충족?

두 가지 경우를 중요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모험가들은 기본적으로 '돈'을 중요시하는 자들이다.

- 돈이 된다면 던전의 흙까지 팔아먹을 자들.

모험가들에 대한 멸칭이기도 하지만, 모험가들 본인은 정작 맞는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스갯소리로 던전이 위험하지 않다면 정기적으로 들어가서 마석을 채취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모험가들은 돈에 미친 자들이었다.

"돈, 돈이 도망친다---!!"

따라서, 모험가들의 앞에 꽁지 빠지게 달리고 있는 안드라스들은 그들에게 잡으면 일확천금의 보상이 떨어지는 돈덩어리였다.

"젠장, 저 로브 뭐야! 방어력 끝내주잖아!"

"잡아서 벗겨--!! 저거 무조건 내가 입는다!"

"마법도 안 통해! 세상에, 화살촉 튕겨나가는 소리 들었어?! 강철 수준인가봐!"

안드라스들이 입고 있는 깃털 로브에 모험가들은 눈이 돌아가고 말았다. 멀리서 화살로 저격하고 마법을 발사해도 안드라스들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

강철갑옷과도 같은 방어력.

깃털과도 같은 가벼움.

그리고 모험가의 마음을 자극하는 '멋'.

"내, 내가 가질 거야!!"

그들에게 이미 토벌은 뒷전이였다. 모험가들은 안드라스들의 깃털 로브를 빼앗기 위해 뒤를 바싹 쫓았다.

"미친 인간들이라스-!"

안드라스들은 뒷통수를 보호하며 앞으로 내달렸다. 자신들의 검은 깃털보다 로브의 깃털이 더욱 단단했고, 행여나 눈 먼 화살이 뒷통수에 박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팔을 머리 뒤로 두고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

"슬슬 따라잡히겠는데."

이미 진작에 밤하늘에 날아올라 안드라스들을 이끌던 안드라스는 점점 줄어드는 토벌대와 마물 부대의 간격에 혀를 찼다.

"인간들의 욕심은 끝이없다더니."

전쟁 중에도 마물의 방어구에 탐을 내어 저렇게 가지고 싶어한단 말인가.

"하나라도 빼앗기면 나 주인님께 혼난단 말이야. 절대로 안 되지 그건."

안드라스는 인간들의 욕심에 분노했다. 그리고 특단의 조치를 생각해냈다.

'추격하는 토벌대를 지치게 하면서 빠르게 도망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갑자기 어디선가 톡 튀어나오는 마법은 없다. 그 대신 안드라스는 지형지물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쪽으로 오면 되겠네."

안드라스는 굽어진 강물을 보며 씩 웃었다. 안드라스가 하늘에서 날개를 강물을 따라 펄럭이자, 그녀를 뒤따르던 안드라스들은 괴성을 지르며 강물에 몸을 던졌다.

첨벙, 첨벙!

그리 얕지는 않지만 깊다고도 할 수 없는 강물에 안드라스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안드라스의 뒤를 쫓던 토벌대들은 갑자기 강물에 뛰어드는 안드라스 부대에 당황했다.

"아, 아이고! 돈 떠내려간다!"

모험가들은 전속력으로 강물을 따라 달렸다. 성질급한 이들은 장비도 벗지 않고 안드라스들을 따라 헤엄쳤다.

첨벙, 첨벙!

그러나 작정하고 강물에 뛰어든 안드라스들의 헤엄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모험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안드라스들의 뒤를 쫓았다면, 안드라스들은 목숨을 걸고 도망쳤다.

- 잡히면 죽는다.

- 죽으면 깃털 로브를 빼앗긴다.

- 갯수로 중급 마석 20개는 훌쩍 넘는, 안드라스 1명보다 비싼 깃털 로브를 빼앗기면 군단장은 몹시 실망할 것이다.

- 그럼 죽어도 부활을 시켜주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잡히면 진짜로 죽을 수 있다. 안드라스들의 후퇴에는 그야말로 목숨이 걸려있었다.

"물의 정령이여!"

마법사 한 명이 정령을 부리며 강물의 흐름을 바꾸려했다. 선두의 안드라스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후미의 안드라스들은 갑작스레 바뀐 강물의 흐름에 식겁하며 팔을 더 크게 흔들었다.

카가가강!!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안드라스들의 등을 향해 화살비가 퍼부어졌다. 깃털 로브는 물에 젖었어도 단단한 방어력을 자랑했으나, 안드라스 본인들의 깃털은 그만큼 단단하지 못했다.

"흐엑?!"

안드라스 하나의 뒷통수에 화살이 박혔다. 다행히 두개골이 뚫리지는 않았으나, 머리에 화살이 박힌 것 만으로도 그는 행동이 굼떠지기 시작했다.

"내, 내 화살 맞았어! 저건 내 거야!"

"무슨 소리! 건지는 게 임자지!"

"다 닥쳐! 목 베서 죽이는 놈이 주인이다!"

선두의 모험가들은 희열에 가득찬 얼굴로 둥둥 떠내려오기 시작하는 안드라스를 향해 무기를 들어올렸다.

"유감."

그리고 그 순간, 밤하늘에서 무언가가 쏜살같이 내려와 안드라스의 깃털로브를 낚아챘다.

"뭐, 뭐야?!"

"매...?"

"여자...?"

눈썰미 좋은 몇몇이 뒷통수에 화살을 맞은 안드라스를 낚아챈 비행형 마물을 눈으로 흘겼다. 달을 등지고 하늘을 날고 있는 그녀는 등의 까마귀 날개만 아니었으면 진짜 사람으로 의심할만큼 사람같았다.

"조금만 더 절박했으면 잡혔겠는데. 유감이야."

안드라스는 인간들을 향해 입꼬리를 비틀며 날개를 펼쳤다.

"주인님께서 가끔 이런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셨지.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본다고."

"뭣...!"

안드라스의 말에 모험가들은 얼굴을 붉히며 성을 냈다. 모험가들은 금방 그 말뜻을 이해하고 말았다.

"라스베가스에 온 걸 환영해. 어리석은 인간들아."

강물을 따라 흘러내려가던 안드라스들은 그대로 라스베가스에 흘러들어갔다.

"이제 어쩔래?"

깃털로브라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뒤따라오던 인간 모험가들은 횃불이 오른 라스베가스의 굳건한 성벽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 * *

안드라스 부대가 라스베가스로 귀환한 시각.

라스베가스의 지휘관, 에일라는 물에 홀딱 젖은 안드라스들을 급히 포털로 옮겼다.

"오리아스 던전에 가서 몸을 말려라. 플레어 판테라들에게 기서 불을 쬐는 거다."

"추, 추운 거라스…."

안드라스들은 몸을 달달 떨며 포털로 떠났다. 에일라는 그들이 벗은 깃털 로브를 들어올렸다. 다소 물에 젖기는 했지만 나름 방수 기능이 있는 지, 손으로 힘차게 털어내니 금방 물기가 날아갔다.

"모험가들이 그렇게 환장한다라."

북쪽 성벽 앞에서 절망하는 모험가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모험가들이 환장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건만, 이상하게 모험가들-특히 남자들은 깃털 로브에 열광했다.

"이용할 건 이용해야지. 물기는...이만하면 충분."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입으면 몸이 젖어 감기에 걸릴 듯 했으나, 살아있지 않은 자가 입으면 그만이었다.

"키메리에스. 듀라한들의 갑옷 위에 로브르 입혀라."

"윽, 새 냄새…."

키메리에스는 코를 찡그리면서도 깃털 로브를 건네받아 몸에 둘렀다. 망토처럼 두른 로브의 깃털은 그녀가 유니콘, 암두시아스의 위에서 움직일 때마다 찰랑거렸다.

"움직이는데 불편함은 없나?"

"전혀. 딱히 무겁지도 않고, 유니콘들도 이 정도 무게는 충분히 견딜 수 있어. 문제는 냄새가 난다는 건데-"

"그 정도는 참아라."

"알았어. 그럼 공주기사 님, 우리 슬슬 움직여도 되는 거야?"

키메리에스는 투구 속의 푸른 안광을 빛내며 무기를 들어올렸다. 옆에 있던 암두시아스도 눈에서 보라색 기운을 흩뿌리며 발굽으로 땅을 두드렸다.

"그래. 주인님께서는 궤멸시키지 말라고 하셨지.

...적당히 약올리면서 피해를 입히지 말라고는 하지 않으셨다."

에일라의 말이 듀라한들은 하나같이 키득거리며 유니콘의 위에 올랐다. 그들은 모두 기세등등한 얼굴로 특수제작된 무기를 들어올렸다.

한쪽 손에는 강철로 된 검을, 그리고 한쪽 손에는 긴 장대에 가죽으로 된 끈 같은 것이 달려있었다.

"죽음의 기사들 출진 준비.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놈들을 향해 달려가…."

에일라는 손으로 목을 그었다.

"목을 쳐버려."

히히힝----!!

유니콘들이 일제히 남쪽 성문을 열고 라스베가스 밖으로 빠져나갔다.

***

"느낌이 싸한데."

진지를 구축하고 지휘관 전용 막사를 마련하던 그에이는 괜히 몸이 으스스 떨렸다. 지금은 군단에 소속되어 토벌대의 첩자 노릇을 하고 있지만, 행여나라도 토벌대가 이겨버리면 그로서는 몹시 곤란했다.

"......역시 자유가 낫지."

고위 귀족가문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어딘가에 구속되어 살 바에는 군단에서 자유로이 사는 것이 훨씬 낫다. 그렇기에 그에이는 첩자로서 토벌대에 최선을 다하는 척 하며 군단을 위해 갖가지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그에이 경, 단장님의 방은...완벽하게 만들어두셨군요.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제가 답지않게 이런 건 잘 합니다. 하하…."

완벽한 고위 귀족 지휘관의 막사가 마련되자 사제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지휘관 용 막사를 자신이 세우겠다고 나선 그에이의 실력은 허풍이 아니었다.

"그런데 저건 뭡니까?"

"아."

사제는 간이 침대 머리맡에 놓인 붉은 양초를 가리켰다. 촛불이라고 하기에는 두께가 두껍고 심지가 얇았다.

"아아, 저것은 향초라고 하는 것입니다. 자기 전에 켜두고 자면 심신의 안정이 되는 물건이지요."

"...위험한 것 아닙니까? 옆에 불을 켜두고 자는 셈인데."

"성냥만도 못한 작은 불씨입니다. 걱정마십시오. 남작님께서도 자주 사용하시는 물건입니다. 믿을만한 곳...아발론에서 사온 물건이니까요."

"흠흠."

한 사제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불법이나 금기는 아니지만, 사제가 그런 곳을 드나든다는 건 분명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나머지-"

다그닥, 다그닥!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진동은 분명 평범한 지진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임시로 구축된 진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뭐, 뭐야?!"

셋은 황급히 막사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미 토벌대는 자신들의 막사 밖으로 나와 무기를 들고 있었다.

"기마대…?!"

진지를 중심으로 깃털 로브를 나부끼는 칠흑색 중갑의 기사들이 순백의 유니콘을 몰고 있었다. 흉악하게 일그러진 투구로 기사들은 병사들을 계속 눈으로 훑고 있었다.

"죽음의 기사?!"

그에이는 그들의 정체를 깨닫고 당황했다. 자신에게 전해진 계획에 죽음의 기사들이 날뛸 거라는 이야기는 없었다. 설마 계획이 수정된 걸까?

'진지가 만들어지면 그대로 둔다고 했는데?'

진지를 만들고 있는 와중에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다 만들어진 이후에 오다니. 그에이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건 옆의 사제도 마찬가지였다.

"죽음의 기사…? 저들에 대해 아십니까?"

"......던전에서 탈출하기 전에 봤습니다!"

그에이는 기지를 발휘해 적당한 변명을 던졌다. 두 사제는 의아한 눈초리를 보냈으나. 중요한 건 죽음의 기사들이 당장 눈앞에 나타났다는 것.

히히히힝---!!

유니콘들이 포효를 내질렀다. 선두에서 달리던 죽음의 기사가 기수를 돌려 달려오기 시작했다. 진지를 향해 그대로 들이받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으나, 아직 기병을 막을 목책은 반 정도 완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죽음의 기사들은 가볍게 목책을 뛰어넘었다. 순식간에 마물을 마주한 토벌대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거나 몸을 피했다.

"이, 이런 미친!"

"대응하라! 궁수들은 활을 쏴! 창병들 창 들어!"

그에이의 지시에 병사들은 저마다 무기를 들었다. 당장이라도 눈앞의 병사를 베려고 하는 죽음의 기사에 그에이은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철컥.

"...응?"

무언가가 잘리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가 채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이는 죽음의 기사들이 등에 메고 있던 장대를 휘두르는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올가미?"

휘리릭!

죽음의 기사들은 병사들의 목을 올가미로 낚아챘다. 가죽끈은 목줄이 되었고, 병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저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호호호호!!!"""

투구 아래에서 흘러나온 요사스러운 웃음 소리에 그에이는 소름이 돋았다. 죽음의 기사들은 하나같이 토벌대 중에서도 '잘생긴 남자'만 낚아채갔다.

"으, 으아아악!"

올가미로 목줄이 채워진 남자들은 장대에 붙잡혀 강제로 끌려갔다. 옆의 병사들이 급하게 붙잡힌 병사를 잡아당겼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이거 설마...?"

그에이는 아주 오래전, 가문의 장서고에서 봤던 야만족의 습성을 떠올렸다. 저 멀리 초원에서 사는 부족들은 약탈을 서슴치 않았고, 여색을 탐하여 남자를 죽이고 미망인이 된 여인을 납치해 끌고간다고 하던-

"사, 살려, 크으윽?!"

올가미에 붙잡힌 남자들은 순식간에 유니콘의 머리 위에 올려졌다. 날카로운 뿔이 그들의 갑옷을 꿰뚫었고, 남자들은 꼼짝없이 붙잡히고 말았다.

"귀환---!!"

죽음의 기사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기수를 돌렸다. 각자 한 명씩 남자를 납치한 죽음의 기사들은 보란듯이 기수를 돌려 도시로 되돌아갔다.

"화, 화살을 쏘시오! 형제여, 간악한 마물이 납치를!!"

"그랬다가는 저 친구 맞아 죽습니다! 빠, 빨리 가서 구해줘야...!"

다그닥, 다그닥.

죽음의 기사들은 납치한 남자들을 방패삼아 진지를 빠져나갔다. 그에이는 허탈한 한숨과 함께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아주 제대로 겁탈당하겠군."

그에이는 30명의 잘생긴 남자들에게 애도를 보냈다.

라스베가스 동쪽 토벌대 본진.

30명의 토벌대원들이 죽음의 기사들에게 납치당했다.

========== 작품 후기 ==========

그에이한테 딸린 애들은 없습니다.

혹시나 있었다면 없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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