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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55화 (355/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5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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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

"적이 언제쯤 올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나는 라스베가스의 망루에서 적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안드라스와 오크 부대가 빠져나간 라스베가스는 유령 도시가 되어버렸다.

"설마 오크 애들 라스촌 도착하기도 전에 적이 라스베가스까지 도착하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안드라스 부대로 시간을 끌기로 했지 않습니까. 걱정마십시오. 다 뜻대로 흘러갈 겁니다."

"에일라, 인생이라는게 항상 뜻대로 되면 좋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문제가 아니더냐. 또 어디선가 분명 이상한 변수가 튀어나올 것이다."

"당장 생각나는 변수는 어떤 게 있으십니까?"

순수하게 우리 군단과 토벌대가 싸우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변수가 있다면,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알로켄 전선이 무너지는 것."

사지타리우스 백작가와의 전쟁에서 알로켄 던전이 뚫리고, 그레모리 던전이 전장으로 바뀌는 것. 식량 보관소라고 할 수 있는 그레모리 던전에서 전투가 시작되면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진다.

"그 변수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미노타우르스와 하피 에일로들을 남겨둔 이유가 있으시지 않습니까?"

"그래. 여차하면 샤이탄이 걔들 투입하겠지."

파종을 통해 알을 낳는 게 그들의 임무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강력한 전력이기도 하다. 그들이 있기에 나는 더욱 안심하고 그레모리에게 전선을 맡겼다.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그레모리가 오히려 적들을 쫓아내고 포로를 잡아 사지타리우스 백작가로 역공을 펼칠 수 있기를. 나는 여신과 마왕을 향해 기도했다.

"또 하나는 버진 엘프들이지. 걔네들이 우리 적으로 바로 들어오면 난감해지잖냐."

"그거라면 확실히 곤란하군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곧장 저희에게 적의를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왕이 있는 걸 뻔히 아는데 저희에게 활시위를 겨누겠습니까?"

"그렇지? 나는 순수하게 적 병력의 움직임만 주시하면 되는 거지?"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저희가 힘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부담을 가지지 마십시오."

이미 작전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생각은 깊어진다. 알로켄 전선을 다져놓은 다음 적이 스스로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했나, 아니면 알로켄 던전을 내어주고 포털을 닫아버릴 걸 그랬나.

'아니다. 남자가 길을 한 번 정했으면 끝까지 가야지.'

세이브와 로드가 되는 게임이라면 모를까, 한 번 길을 정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했다. 그것이 군단의 장이자 한 세력의 총책임자가 지녀야 할 덕목이었다.

"에일라. 우리는 승리할 수 있나?"

"예, 주인님께서 전투를 거셨기 때문입니다."

"왜지?"

"주인님께서는 피흘리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싸움 이외에는 무조건 피하시니까요."

"......그렇다. 고맙구나."

무너지고 흔들릴 뻔한 나의 정신을 에일라가 옆에서 다잡아줬다. 나의 자존감과 자신감이 살아남과 동시에, 승리에 대한 확신이 내 안에서 다시 샘솟기 시작했다.

"양쪽 전선을 다 이겨서 우리 군단의 위엄을 드러내도록 하지."

"물론입니다. ...주인님, 저기 하늘에."

에일라가 가리킨 방향에서 하피 한 명이 흰 날개를 펄럭이며 다가왔다. 나는 제법 지친 얼굴의 그녀, 하르퓨이어를 안아 등을 토닥였다.

"고생했다. 일단 쉬어라."

"하아, 하아. 먼저 보고부터 할게요...."

하르퓨이어는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정찰의 결과를 보고했다.

"정찰부대의 일부가 적 부대에 도착했어요. 아마도 이제 슬슬 남하할 것 같아요."

"잘했다. 너는 너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였다. 장하다, 하르퓨이어."

하르퓨이어에게 내린 임무는 간단했다.

'오크들이 인간포로들을 이끌고 던전으로 움직이는 것을 정찰부대가 본진에 보고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

"군단장님, 저 다시 북쪽으로 날아갈게요. 확인하고 올 수 있어요."

"아니다, 쉬어라. 너는 충분히 너의 역할을 했다. 나머지는 안드라스들에게 맡겨라."

"그치만...."

하르퓨이어는 열심히 의욕을 보였으나, 아쉽게도 하르퓨이어가 나설만한 장소는 없었다.

"들어가서 쉬거라. 그리고...전투를 승리했을 때, 그에이를 안아주거라."

"......알겠습니다."

하르퓨이어는 우울한 얼굴로 하피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날개가 축 쳐져있는 것에 나는 복잡한 심경을 숨길 수 없었다.

"조금 미안하군."

"주인님의 자녀이니 합성도 환생도 불가능해서 그렇습니까?"

"그런 셈이지."

하피 종이 강해지는 방법은 번식에 있다. 전 안드라스가 666개보다 훨씬 많은 알을 낳고 5성이 되었던 것 처럼, 하피라는 종족 자체가 번식을 중시한다.

'알을 낳게 해줄 남자가 필수인 종족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르퓨이어는 포식을 통한 성장이 가능한 라인, 전투를 통한 성장이 가능한 랜슬롯과 달리 성장이 상당히 더딘 축에 속했다. 그에이와 이어놓지 않았다면 15레벨에서의 1차 진화도 불가능했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한 번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지. ...여차하면 마물강화권 몰아줘서 2성 100레벨 하피 엔젤이 되는 것도 좋겠어."

"아니면 주인님께서...아닙니다. 실언이었습니다."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것도 한 방법이기는 하지. 하지만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유는...너도 알 터."

"주인님께서는 그런 쪽으로는 상당히 신경을 쓰시죠. 이해합니다."

마족이 아닌 인간 세상의 귀족인 에일라였기에, 내가 걱정하고 있는 바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나중에 만나면 직접 물어봐야되겠어."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관계는 정당한가에 대하여. 나는 전투 후에 해야할 일들을 속으로 정리하며, 지평선 너머를 바라봤다.

"에일라, 기다리는 동안 내기를 가볍게 해볼까?"

나는 에일라의 뒤로 돌아가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혹시나 모를 전투를 위해 에일라는 가죽으로 된 바지를 입고 있었다.

즉, 벗기고 다시 입히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후훗, 어떤 내기 말씀이십니까?"

"적이 앞으로 올 지, 옆으로 갈 지."

정면으로 라스베가스를 들이받을 지, 아니면 라스베가스를 지나쳐 던전으로 향할 것인지.

"...음, 좋습니다. 주인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스베가스로 들이받는다."

"저희가 생각하는 최상의 과정과는 다른 상황이군요. 좋습니다, 그럼 저는 던전으로 우회할 것이라는 것에 걸겠습니다."

사락. 에일라는 벽에 손을 짚으며 속옷을 내렸다. 안드라스 실을 두껍게 하여 만든 실크같은 속옷 아래에는 벌써부터 습한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내기는...그래. 소원 하나 들어주기로 하지."

찌걱. 나는 에일라의 엉덩이 위에 귀두를 턱 올렸다. 전쟁의 불안감에 근심하던 내가 확신을 가질 수 있게 그녀가 내 자존심을 세워줬으니, 이제는 내가 에일라를 위해 자지를 세울 때였다.

"지평선에 안드라스들 보일 때까지 하자꾸나. 저 너머에서 라스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네 안에 싸겠다."

"......토벌대가 안드라스들이랑 평생 대치했으면 좋겠습, 흐읏?!"

짝.

나는 뽀얗게 드러난 에일라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작전 시작부터 말아먹을 소리하네. 누가 그런 부정탈 소리를 하는 거지? 요 입이냐? 방정맞은 입에 벌을 줘야겠어."

나는 자지를 잡고 귀두를 에일라의 고간에 따라 내렸다. 벽을 짚고 있던 에일라는 한 손을 제 아래로 당기며 균열을 좌우로 벌렸다.

"죄송합니다...주인님. 방정맞은 제 아랫입에 부디 그 뜨거운 방망이로 체벌을...!"

"흐흐, 연기가 조금 늘었구나."

짝.

나는 에일라가 원하는 대로, 그녀의 안으로 방망이를 쿡쿡 쑤셔넣었다.

"하아앙!!"

아무도 없는 라스베가스 성벽. 우리는 스톤골렘 성벽의 위에서 밤의 평야를 함께 보며 정사를 나누었다.

안드라스들이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 * *

"그러니까...자네 말은 프란시스 사제-피스케스 경이 살아있다 그 말인가?"

"예! 제가 똑똑히 봤습니다! 선두의 엘, 아니 오크가 프란시스 사제님의 목에 목줄을 채우고...크흑!"

정찰대원의 말은 삽시간에 토벌대 전체로 퍼져나갔다. 다른 이가 살아있다고 하면 감흥이 덜하겠지만, 신성력을 쓸 줄 아는 여신교의 사제가 살아있다는 것에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뭐야? 마왕군 신성력 쓰는 사제들 무조건 죽이잖아? 그런데 왜?"

"프란시스 사제가 살아있다고? 그럼 혹시 우리 아들도...?"

"여보시게! 혹시 나처럼 생긴 사람 못봤는가! 내 쌍둥이 형이야!"

순식간에 군중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특히 인질들에 대한 복수를 위해 토벌대에 나선 이들의 상태는 이루 말을 할 수 없었다.

"......함정이군."

기사단장은 남들이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에이는 순식간에 함정이라는 말을 한 기사단장의 식견에 소름이 돋았다.

"인간 포로들을 던전으로 끌고간다...? 지금까지 죽이지 않은 자들을 굳이 던전으로...? 적은 마냥 멍청이가 아니다. 적을 나의 수준으로 생각하고 몇 번이고 꼬아서 생각을 한다면...아마 이건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 같은데...."

혼잣말로 정황을 파악하는 기사단장의 말에 그에이는 쉽사리 말을 붙이지 못했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는 의심을 살 가능성이 높았다.

"단장님, 일단 저는 병사들의 진정을-"

"피스케스 경이 살아있으면 안 되는데...."

흠칫. 그에이는 단장에게 말을 붙이려다 굳어버렸다. 기사단장은 자신의 혼잣말을 그에이가 귀담아 듣고 있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혼자만의 생각을 중얼중얼 흘리고 있었다.

"피스케스 가문에서 교단에 복수를 하라고 낸 후원금이 얼마인데.... 그게 의뢰비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교단에 귀족가문이 들어오는 건 더이상-"

"기사단장님!!"

중년의 사내가 나타나 기사단장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초췌한 몰골로 머리를 땅에 찧으며 간청했따.

"부디 포로들을 구해주십시오! 제, 제 딸이 거기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신성력을 쓰는 사제도 살려줬는데, 제 자식 새끼도 살아있을 지 모르잖습니까! 여신께서 굽어살피시면, 반드시 살아있을 겁니다!"

"큭."

기사단장은 혀를 찼다. 그에이는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었지만, 일단 소요를 진정시켜야했다.

"진정하라! 자네들이 이렇게 흥분하면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없어!"

"......왠지 쌔한데. 한쪽으로 몰려가는 느낌이라 기분이 더럽군."

"...흥분을 가라앉혀라! 단장님의 지시를 들어! 괜히 적들을 자극하면 인질들이 몰살당할 수도 있다! ...적진에서 탈출한 내가 보증한다! 그 놈들은 자기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질을 죽이는 자들이다!"

그에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사람들은 진정시켰다. 인질이 자신들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간신히 흥분을 가라앉혔다.

"하지만...!"

물론 흥분만 가라앉혔지, 혹시나 살아있을까 하는 열망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모두의 시선이 기사단장에게로 쏠렸다.

"전 병력, 전투준비."

기사단장은 깃대에서 깃발을 뽑아 옆의 사제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는 양끝이 뾰족하게 벼려진 장창이 들려있었다.

"모두 들어라---!!"

신성력이 담긴 외침에 토벌대의 시선이 기사단장에게 집중되었다.

"저 앞을 가로막은 마물들을 뚫는다! 그리고 포로들을 구출하는 거다! 적은 분명히 인질을 이용해 고위 악마를 소환하려는 의식을 치를 제물로 쓰려고 할 터!"

기사단장의 말에 몇몇 이들이 사색이 되었다. 족히 수 백명에 이르는 인간이 제물로 바쳐진 고위 악마는 성검의 용사가 와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했다.

"나를 따르라! 인질을 구하고 던전을 무너뜨려,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저 미물들을 모조리 도륙하겠다! 내가, 이 〈레비즈 안〉이 선봉에 서마!"

여신교 전투 사제 중 실력자로 손꼽히는 성기사단.

그리고 그 중에서도 성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여신교 최강의 기사.

세간에 널리 알려진 또다른 이름은, 〈성창(聖槍)〉.

"전군, 돌격 준비----!!"

레비즈의 호령이 대지를 뒤덮었다.

* * *

"좆됐라스. 인간들 다 빡친 거라스."

"음, 그런 것 같네."

다리 앞에서 존버 작전을 펼치고 있던 안드라스들은 삽시간에 변한 적들의 분위기에 몸서리를 쳤다. 인간들은 당장이라도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걱정마. 이럴 때를 위해 주인님께서 혜안을 주셨으니."

적의 움직임에 따라 색깔이 다른 봉투의 양피지를 꺼내 움직여라. 안드라스는 적이 자신들을 향해 공격하는, 적색 상황에 붉은 봉투를 꺼내들었다.

"음...."

안드라스는 주인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뒤로, 돌아!"

척.

안드라스들은 한순간에 부리를 180도 돌렸다. 안드라스는 거추장스러운 머리를 땅에 내던지고 후드를 뒤집어썼다.

"달려-----!!"

안드라스들이 전방을 향해, 라스베가스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안드라스의 손에 꼬깃꼬깃 접혀있던 양피지가 바람에 휘날려 땅에 떨어졌다.

툭.

박제된 성인 안드라스의 부리 위에 종이가 살포시 펼쳐졌다. 그곳에는 누군가가 휘갈긴 글씨로 세 글자가 적혀있었다.

빤스런.

인류의 군대가 안드라스 군을 공격하려 하기가 무섭게, 안드라스 부대는 몸을 돌려 빛처럼 퇴각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레비즈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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