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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54화 (354/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5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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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명의 토벌대가 스피카 성을 빠져나왔다.

인류 연합과 마왕군의 전면전에 끼어들어도 될 정도의 병력들은 남작령에 나타난 던전을 토벌하기 위해 군기를 들어올렸다.

"여신의 종복들이여! 가족과, 연인과 함께할 이 늦은 밤에 불러내어 미안하다."

토벌대의 앞에 선 기사단장은 본인의 키보다 두 배는 더 긴 깃대를 높이 치켜들며 소리쳤다.

"허나 보아라! 마족들에게 낮밤은 없음을! 간악한 저들은 우리의 가족이 자고 있을 이 때에 인류를 향해 칼을 들이밀었다!"

몇몇 이들에게는 공포로 기억되고 있는 검은 까마귀 괴물. 그들이 완전무장을 하고 무려 100마리나 스피카 성을 향해 진군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그러니 우리가 나서서 저들을 없애야 할 것이다. 물론 그대들 중 누군가는 생각하겠지. 고작 100마리가 올 뿐인데 이렇게 1200명이나 나갈 필요가 있냐고. 당연히 지금 나서서 놈들을 죽이면 당장의 위협은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위협은 몇 번이고 반복될 터!"

쿵!

기사단장이 깃창을 바닥에 찧었다. 밤하늘에 나부끼는 군기는 신성력의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오늘, 우리는 저 간악한 마물들의 뿌리를 뽑을 것이다! 여신의 종복들이여, 나와 함께 싸우자! 미물들로부터 자비야바를 해방하고, 던전을 토벌할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자비야바가 점령된 지도 어언 한 달, 몇 차례의 토벌이 실패로 끝나며 남작령은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성녀의 지시로, 여신교 교단의 성기사단 단장이 직접 나서서 토벌대를 이끄는 것에 사람들은 스피카 성이 떠나라 소리를 질렀다.

"모두 함께 기도하자, 여신이시여!"

"""여신이시여!!"""

늦은 밤,  스피카 성에 여신을 찬양하는 기도가 곳곳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기사단장은 기마의 위에 올라, 군기를 휘두르며 선두에 섰다.

"제 3차 토벌대, 진군-----!!"

* * *

호기롭게 군기를 내건 기사단장과 달리, 그 뒤를 따르는 토벌대는 상태가 영 말이 아니었다.

"젠장, 야밤에 이게 무슨 짓이냐고...."

레오 후작령으로부터 건너온 B급 모험가, 로트 리르콘은 후방에서 궁시렁거리며 행군했다. 마물들이 진격한다는 소식에 헐레벌떡 뛰쳐나온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그게 바로 던전을 토벌하러 간다는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재미 좀 더 보고 오는 건데...."

"재미? 무슨 재미?"

"아발론."

"아하, 너 거기 있다 나왔구나?"

동료인 B급 모험가, 미르프 허은터는 로트의 옆구리를 쿡쿡 치며 음흉하게 웃었다. 서로 오랫동안 같은 지역에서 함께 활동한 덕분에, 서로 함께 꽃을 사러 가기도 할 정도로 둘은 친했다.

"어디 네 취향인 여자 있더냐?"

"말도 마라. 키는 조그마한 게 어찌나 허리를 잘 돌리던지. 하프 드워프인 줄 알았다니까."

"괜히 요정님이겠냐. 흐흐. 어떻게 입을 털었길래 요정님이 너한테 다리 벌려주셨냐?"

"자기도 잘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자기만 꺼린다고 해서 하소연 하더라. 그럼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고 했더니...어우야, 한 번 해 봐라. 말로 설명 못 해."

"아발론에 있는 여자들은 내 취향 아니야."

"그래, 변태같은 유부녀 취향인 네게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

"저기요."

음담패설을 지껄이며 걸어가던 둘의 뒤로 날카로운 인상의 여인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지금 뭐하자는 거죠? 우리는 인류의 적을 토벌하러 가는 거라고요."

"사제님 깐깐하게 구신다. 당신도 모험가면서 왜 이래? 교단의 사제들이 우리들 지휘하니까 너도 우리 다루고 싶어진 거야?"

"지금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여자 사제, 쇼르타 키르어는 얼굴을 붉히며 으름장을 놓았다.

"조금 뒤면 적 병력과 마주칠 건데 계속 그렇게 이야기만 하고 있을 거예요? 싸울 준비는 다 됐냐고요."

"우리야 칼밥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항상 준비가 되어있지. 흐흐, 사제님. 이번 전투 끝나면 우리랑-"

"됐어요. 당신들 사람 너무 험하게 굴려서 싫어요. 세상에, 누가 그딴 걸 먹어준다고."

"...아발론의 요정님들은 다 먹어주던데!"

"그건 그 여자들이 창녀라서...아니, 몸파는 여자는 아니니까 걸레라고 하죠."

"여자의 적은 여자라더니 무섭구만. 사제님, 솔직히 말해봐."

미르프는 목소리를 낮춰 쇼르타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요정님중에 남자 없어서 짜증난 거지? 나 다 안다고, 흐흐."

"시끄러워요. 당신, 자꾸 저 놀리면 나중에 다칠 때 회복 안 해줄 겁니다."

"돈받고 회복시켜주면서 무슨."

세 모험가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계속 행군했다. 토벌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험가 집단의 사담에 대해서는 사제들도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았다.

"쳇, 모처럼 여기까지 와서 성검이나 찾아볼까 했는데 던전 토벌이라니. 괜히 토벌대에 들어간다고 자원했나?"

"성녀가 다녀간 뒤로 다들 얌전히 성검 탐색을 포기한 거지. 성녀도 못 찾았는데 아무렴 성검이 여기 있을까?"

"그렇지? 뭐...성검 말고 몸보신은 충분히 했으니까 상관없지만 말이다. 흐흐."

"또 그 얘기.... 당신들은 저기 저 사람들 좀 본받아요."

쇼르타가 가리킨 곳에는 눈에 살기가 번들거리는 병사들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걷고 있었다. 대열은 모험가들보다 흐트러지고 장비도 허름했으나, 그들의 사기 만큼은 토벌대의 어떤 부대보다도 더 기세등등했다.

"쟤들 뭐야? 왜 저렇게 의욕이 넘쳐?"

"가족들이 인질로 잡혀있는 사람들?"

"개소리. 마왕군에 포로라는 게 있던가? 잡아다가 식량으로 먹어치우는 거면 모를까."

"그게 그렇지도 않아."

로트는 남들에게 들리지 않게 목소리를 낮췄다.

"이 곳에 터를 잡은 마족놈들, 인간을 범한다는 소문이 있어."

"히익."

쇼르타는 사색이 되어 몸을 떨었다. 미르프는 그런 쇼르타의 등을 두드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겁먹었냐?"

"남자도 범한다더군. 여자 마물이."

"...에이, 남자들 겁주려고 하는 뜬소문이겠지. 왜, 하피들이 요정님들처럼 자지 위에서 춤이라도 춘다냐?"

"어. 2차 토벌대에서 살아돌아온 놈들 중에 몇몇이 직접 봤다고 하더라. 남자 한 명 기둥에 묶어놓고 하피 여럿이서 강간하듯 돌려먹는 걸."

"여신이시여...."

쇼르타는 성호를 그으며 기도했다. 아무리 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뭐야. 저 놈들은 인간들을 진짜 포로로 삼는다는 건가? 범하려고?"

"그렇지. 그러니까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토벌대에 참가한 거 아니야."

"마물에게 범해져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달라는 건가요.... 슬프네요."

셋은 독기 가득한 토벌대를 향해 기도했다. 부디 자신들이 찾는 이들이 있기를 바라며, 그들은 다시 대열을 맞춰 이동했다.

"정지-----!"

갑자기, 그들이 속한 모험가 부대를 이끌던 사제가 걸음을 멈췄다. 사제의 앞에는 기사단장이 이끄는 선두에서 달려온 모험가가 급히 무언가를 전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아무래도 원인이 저기 있는 것 같은데."

밤눈이 좋은 로트는 강을 넘어가는 다리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검은 까마귀 머리의 마물들이 강철로 된 깃털 로브를 두른 채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까마귀들이 머리가 좋다고 하더니...."

토벌대는 스피카 성을 향해 진군하던 마물들과 맞딱뜨렸다. 모험가들은 제법 방어력이 단단해보이는 마물, 안드라스 부대를 바라보며 의아해했다.

"왜 저기서 가만히 있는 거지?"

"겁 먹어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런가...?"

제법 넓은 다리 하나를 두고 안드라스 부대와 토벌대가 대치하기 시작했다.

* * *

"이거 엄청 불편하네."

안드라스는 머리 위에 뒤집어 쓴 안드라스의 탈을 애써 조정했다. 서브 던전에서 나온 놈의 머리를 잘라 박제하여 탈을 만들기는 했지만, 조막만한 인간의 머리로는 걸을 때마다 자꾸 흔들렸다.

"대장, 우리 계속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라스?"

"그럼. 여기서 시간만 끌면 돼."

"인간들을 잡아다가 라스하고 싶다라스."

"얘는. 우리가 저기 갖다박으면 다 저승행이야. 너희 무조건 라스베가스로 돌아가야 해. 너희가 입고 있는 깃털 로브가 너희 목숨값보다 더 비싼 거 몰라?"

안드라스의 핀잔에 안드라스들은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뼈아픈 말이었으나 그게 현실이었다.

"주인님께서 너희들 목숨 아끼려고 비싼 방어구 입혀주셨으면 살아 돌아갈 생각을 해야지, 어딜 적이랑 싸워 볼 생각을 하고 있어."

"하지만 목장에 있는 인간들이랑 하는 건 이제 질렸라스...."

안드라스들은 기회다 싶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목장의 인간들은 하나같이 우리보다 잘하는 애들밖어 없는라스. 슬슬 새로운 인간들이 들어와서 '꺄아악, 하지마! 마, 마물의 자지가 나한테 들어오고있어...!살려주세요, 여신님! 흐끆!'거리는 걸 듣고싶라스."

"왜 그렇게 구체적이야...?"

"그거야 내가 처음 해본 인간과의 라스가 그랬라스."

"그렇긴 하네. ...하, 나도 주인님이랑 다시 하고 싶다."

안드라스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여러 남자와 하고 싶다는 욕구를 이기지 못해 그에이라는 자지를 얻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군단장은 그에이와 안드라스를 함께 먹은 이후로 예전만큼 안드라스를 찾지 않았다.

"주변에 여자들이 너무 많이 늘어나셔."

"대장은 경쟁력이 없는라스. 샥스한테 밀렸라스."

"너 죽는다. 깃털로브 벗기고 적진에다가 던져버릴 거야."

"사실을 말했는데 저렇게 짜증을 부리니까 주인님께 버려진거라스."

"버, 버려진 거 아니야!"

안드라스는 빽 소리를 지르며 부하들의 의심에 대해 부정했다.

"내, 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 군단 하피 중에서 최고참이라고...! 하피 중에 주인님 딸 낳은 유일한 하피야...!"

"그건 인정한다라스. 하지만 그만큼 많은 남자를 들였던 거라스. 합성됐던 다른 하피들, 안드라스까지 포함하면 족히 두 자리 수의 남자를 상대했던 거라스."

"주인님은 깨끗한 거 좋아하셔서 다른 남자 손 탄 여자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거라스."

"닥쳐!"

안드라스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빽 소리를 질렀다. 자신도 다른 여인들처럼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싶어했으나, 하피와 안드라스 종, 그리고 할파스로부터 이어진 저주로 자극받은 본성을 어쩔 수는 없었다.

번식.

하루라도 알을 낳지 않으면 몸이 달아올라 어쩔 줄을 모르는 종족 특성 때문에, 안드라스는 여러 의미로 많은 것을 참아야했다.

"이게 다 주인님이 너무 바쁘셔서 그런 거야.... 나까지 박아주실 여유가 없으셔서 그런 거라고...!"

안드라스는 사납게 인상을 찡그리며 손톱을 세웠다.

"야! 너희들 다 나한테서 태어난 녀석들이면 잘 들어! 이번 임무 무조건 성공해야 해! 그래야 내가 주인님께 다시 박힐 수 있어!"

"그래봐야 어차피 엘프들한테 후순위로 밀리다가 잊혀지겠지만 불쌍하니 도와주겠라스."

"도와주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하는 거야! 너희들, 새대가리 안 벗고 싶어!!"

안드라스의 외침에 안드라스들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안드라스 개인에게 있어 이번 임무는 다시 침대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절호의 찬스였지만, 안드라스 종 전체에 있어서 이번 임무는 '진화'를 위한 절호의 찬스였다.

"너희는 3성으로 진화하면서 새대가리 벗고, 나는 주인님 사랑 받고! 알겠어? 지금부터 집중해!"

안드라스는 날카롭게 세운 손톱을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가 뭐라고?!"

"""존버라스!!"""

안드라스 부대.

그들에게 주어진 첫번째 임무는 '존버'였다.

* * *

"저것들 저기서 뭐라고 지껄이는 거지?"

"......존버라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만."

"저게 저들의 구호인가? 멍청하군. 밤에 기습을 하는 줄 알았더니, 그냥 낮밤 구분이 없는 미물들이었어."

"아무래도 그런 모양입니다."

그에이는 쓰게 웃으며 속내를 숨겼다. 안드라스들이 다리를 틀어막고 버티고 있는 이유를 알고 있는 그로서는 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정찰대가 와야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는데.'

소식을 전해야 할 정찰대가 너무 늦다. 그에이는 숨을 죽인 채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저들을 들이받을까? 기병들로 진격을 하면 밟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단장님, 고작 100이 넘는 정도의 마물이 저러고 있는 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악의 넘치는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래...? 글쎄. 내 감은 지금 당장 저들을 밀어버리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에이는 속으로 뜨악했다. 자신이 옆에서 있지 않았더라면, 아마 높은 확률로 기사단장은 안드라스들을 향해 진격했을 게 뻔했다.

"...조금만 더 동태를 살피시지요. 밤은 어둡습니다. 주변에 적이 함정을 펼쳐놓은 게 아닌지-"

"보고----!!"

드디어. 정찰대원 중 하나가 급히 달려와 부복했다. 멀리서부터 달려온 그는 어둠을 틈타 강을 넘어왔는지 홀딱 젖어있었다.

"오크들이 인간 포로들을 이끌고 남하했습니다!!"

"!!!"

미끼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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