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비만 오크 34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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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카 성 아발론 지하, 포털이 설치된 밀실은 손님들은 모르는 비밀의 방이다.
분노의 군단 이외에는 일절 출입이 금지되어있는, 오로지 분노의 군단만이 출입 가능한 방은 라스베가스의 성벽 밖에있는 특정 시설과 연결되어 있다.
'예전에는 이게 없어서 힘들게 토굴로 드나들어야했지.'
혹시나 포털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토굴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인간들은 아직까지 토굴을 발견하지 못했고, 나는 덕분에 토굴이든 포털이든 무사히 적진에 잠입할 수 있었다.
"엄청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구나. 나의 딸들아."
나는 나를 향해 달려오는 메어리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메어리의 하복부에 붙어있던 라인도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이 둘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딱 한 명만 데리고 스피카 성에 몰래 잠입했다.
"여기 오시면 위험한 거 아녜요?"
"위험한 곳에 딸들을 보내놓고 내가 못온다고 하면 어이가 없는 거지. 별 일은 없었냐, 메어리. 라인."
스피카 성에 파견된 나의 두 딸, 메어리와 라인으로부터 스키파 성의 상황을 보고받기 위해 나는 포털로 아발론 지하 밀실에 잠입했다.
"소개하마. 라임이다. 4성이지."
"...안녕. 사랑해, 내 딸들."
"라임 엄마네요. 겉모습은 완연한 사람이지만, 라임 엄마 맞네요."
꾸륵.
둘은 확연히 달라진 라임을 보자마자 끌어안으며 기뻐했다. 루나 급 두 개의 가슴이 한곳으로 모이니 그 볼륨이 어마무시했다.
"라임 엄마 그러면 이제 4성? 엄청 예뻐. 진짜 사람같아."
"그런 셈.... 너도 진화 할래?"
"나는 레벨만 올릴래. 지금이 좋아. 진화하면 나이 먹을 수 있잖아."
메어리는 레벨만 올리고 ★★★으로의 진화를 거부했다. 륜이 진화를 하며 훌쩍 커버린 것을 옆에서 봐서 그런지, 더 나이를 먹는 건 사양인 듯 했다.
"그보다 엄마 아빠랑 한 번 했어?"
"그냥 안에 확인만."
"에이, 아빠도 너무한다. 진화했으면 기념으로다가 질펀하게 퍽퍽해주셔야지."
"...나 지금 전쟁 준비하려고 부른 건데 이렇게 혼나도 되는 건가?"
딸에게 왜 아내랑 침대로 가지 않냐고 혼나기는 처음이다. 물론 당연히 라임이 진화한 기념으로 한 번 하기야 하겠지만, 이왕 할 거면 승리에 취한 상태로 하는게 제일 좋았다.
"메어리. 우선 너희쪽 상황은 들었다. 라인을 딜도로 삼는다고?"
"남작 님이 그쪽 성향인 것 같아. 나한테 둘이 있을 때 막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 오크들에게 둘러 쌓여서 윤간당하는 꿈을 꾼다고."
"서큐버스들이 아주 일을 잘 하는 구만."
꿈속에서 오크들과 정을 나눌 때마다 점점 마물들에 대한 허들이 내려가게 될 것이다. 라스로 남작을 우리 편으로 만들려던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듯 했다.
"메어리. 너 라인이 진화하는데 딱히 불편한 건 없지?"
"그냥 슬라인 형태가 아니면 딜도가 되는 게 조금 힘들지 않아?"
"아니다. 내가 루나랑 라임이랑 같이 해봤다. 라임이 가르쳐주면 잘만 할 수 있어."
라임은 벌써부터 라인에게 내 자지 모양의 돌기를 어떻게 하면 잘 사용할 수 있는지 가르치고 있었다.
"전투 끝나면 라인이도 진화시키자. 슬라홀까지는 무난하게 진화할 수 있을 거야."
라인이 슬라홀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 종족을 10개체 이상 먹어치워야했다. 라임 때는 우리 던전에 침입한 모험가들을 먹어치웠지만, 지금 당장은 마석을 일부러 사용하지 않는 한 촉수 나무에 걸려 라인이 먹어치울 포로는 없었다.
"그레모리 쪽에서 포로를 잡으면 되는데...아쉽군. 일단 메어리야, 그에이는 어떻게 되었느냐?"
"기사단장이 부관으로 뽑아서 굴려지고 있어요. 가끔 아발론에 올 때를 빼고는 거의 여기 못 와요."
"끙. 그에이는 이번 전투에서 사실상 적으로 봐야하는군."
실제로 배신한 건 아니지만 상황상 우리 군단을 향해 칼을 뽑아야했다. 물론 우리 군단에 적 병력 구성부터 요주의 인물까지 정보를 물어오는 것 만으로도 그의 역할은 충분했다.
"전투가 확실하게 이기겠다 싶으면 안드라스를 보내야겠다."
전투가 승리에 가까워지는 순간, 어디선가 안드라스가 나타나 그에이의 어깨를 발톱으로 붙잡고 어디론가 납치하고 사라질 것이다. 그걸로 그에이는 전선에서 이탈하게 될 터.
"그에이가 오면 전해다오. 작전을 추가했다."
"무슨 작전이길래. ......어머나."
메어리는 내가 양피지에 정리한 작전의 계획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스피카 성에서 제법 재미있었는데, 이제 떠나보내야겠네요."
"왜? 마음에 들었냐? 줄까? 조교실 개장 손님으로 인간을 들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뇨. 그것보다는 아빠가 간식 까먹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그래야 우리 라임 엄마랑 자주 하지. 흐흐. 다른 엄마들한테 눈치보일 거 아녜요. 군것질하시면."
"그래. 합법적으로 군것질 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하단다."
이제 같은 종족 내에서 다른 걸 먹는다고 질투를 받을 일도 없다.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메어리, 너는 이 작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괜찮은데요? 그런데 이거 완전히 저를 스피카 성의 요직으로 앉히겠다는 말이잖아요."
"그에이도 마찬가지지. 이번 전투만 승전하면 사실상 이 땅은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떠나가고, 스피카 성을 우리가 차지하는 게지."
남작령 전체가 우리의 땅이 되리라. 그럼 또 전선이 늘어나겠지만, 그 때는 그만큼 전력을 또 늘리면 된다.
"언제까지 밑바닥에서 굴러다닐 수는 없으니, 슬슬 전 세계에 분노의 군단을 알릴 때가 되었다."
전선 확장은 단지 쟁탈전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현재 쟁탈전과 인류연합과의 전면전을 투트랙으로 달려야했기에, 어느 한 곳을 아예 무시하고 싸울 수는 없었다.
"그럼 드디어 아빠 이름이 전세계에 퍼져나가겠네요. 후후, 최강오크 파후우-"
"그 때는 대외적으로 쓸 이명을 하나 만들거다. 샤이탄이랑 이야기하면서 던전 주인의 이름을 빼앗기로 했거든."
예를들어 〈파후우 쿰처쿠 척〉이 아니라 〈파후우 포르네우스〉와 같은 경우, 군단의 본진이 30위 던전이라고 만천하에 알리는 셈이었다.
"들킬 때를 대비하여 이명을 만들 생각이다. 솔로몬을 마왕이라고 부르듯, 나는 다른 이름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질 것이다."
생각해둔 이름은 있다. 내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며, 운명과도 같은 이명이 될 것이다.
"그걸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서라도 이번 스피카 성 공략전은 네 역할이 크단다. 메어리, 할 수 있지?"
"할 수 있죠. 무조건 해야하는 거니까. 제가 실패하면 저희 상단 말짱 도로묵이잖아요."
"그래. 앞으로 이런 트로이의 목마는 사용하지 못하게 되겠지."
메어리의 상단이 사실 마족 군단의 끄나풀인게 널리 알려지면 모든게 물거품이 된다.
요정들의 성욕 해소도, 서큐버스들을 통한 마석 갈취도, 인간들의 온갖 재화를 긁어모으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 다른 작전을 또 머리 아프게 생각해야했고, 나의 원대한 계획도 무너지게 될 것이다.
'널리 널리 퍼져서 전세계 1여성 1스타킹을 반드시 실천해야한다.'
스타킹의 보급은 중요하다. 이 건에 대해서만큼은 마왕과 여신도 서로 손을 맞잡으며 합의를 이룰 것이다.
"라임, 스타킹에 대한 너의 걱정은 전해들었다. 그래서 우리 군단은 특별한 방법을 쓰기로 결정했지."
"특별한 방법이요? 아빠 스타킹 방어력 때문에 안 벗길 것 같았는데."
"기사단장이 눈치가 좀 빠르다며? 그러니까 스타킹은 쓰지 않아. 이번 전쟁에서 모든 부하들은 이걸 입을 것이다."
나는 검은 로브를 벗었다. 나는 일부러 메어리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전투에서 우리 군단의 병사들이 입을 복장을 아래에 갖추고 아발론으로 들어왔다.
"어떠냐?"
"......와, 아빠 진짜 천재인 것 같아요."
"꿩 대신 닭이지. 어떠냐. 이거라면 들키겠냐?"
"전혀요. 가까이서 직접 만져보지 않는 이상 눈치채지 못할 거에요. 설령 기사단장이 의심하더라도 어쩌겠어요? 스피카 성에 보급된 건 검은 스타킹이 전부인데. 흐흐."
"그렇지?"
나는 메어리의 밀실 한 곳에 놓인 거울의 앞에 섰다.
딥 다크한 검은 가죽.
바퓰라 서브 던전에서 얻은 화염사자의 생가죽을 말리고 엮어서 만들어낸 가죽 갑옷은 다소 투박해보이는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
"조합장 놈, SM 플레이용 가죽 도구만 혼신을 다해 만들고 이런 건 대충 만들더군. 오크들이 가죽을 좀 다룰 줄 알아서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진짜 스타킹 다 벗고 맨몸으로 싸울 뻔 했어."
"그런 것 치고는 제법 본격적인데요? 사자들 가죽 엄청 두껍고 질기잖아요. 어지간한 칼에 베여도 안 잘릴 것 같은데."
"그래서 다행이지. 거기에...."
나는 팔을 들어올렸다. 장갑, 장화, 무릎과 팔꿈치 보호대, 그리고 가죽갑옷 이외에 드러난 팔뚝이나 허벅지, 관절부 등은 모두 회색의 탄력있는 천으로 둘러쌓여있었다.
"이게 진짜지."
"이게 그...."
"그래. 안드라스 실을 뛰어넘는 새로운 우리 군단의 신재료다."
기존의 하피들에 블랙 레이븐이 섞여 태어난 신종 마물 〈하피 에일로〉. 그들의 날개에서 일부 떨어진 회색 깃털을 주워다가 만들어낸 실은 안드라스 실보다 훨씬더 방어력이 단단했다.
"수량은 부족해서 모두에게 보급하기는 어렵지만, 간부급에게는 전부 돌아갈만한 것이지. 메어리, 이건 선물이다."
나는 메어리에게 상하의로 나뉘어진 새로운 옷을 건넸다.
"네 치수를 생각해서 위는 살짝 넉넉한 사이즈로 챙겨왔으니, 입는데 불편함은 없을 거다."
"아빠가 준 선물.... 저 여기서 입어봐도 돼요?"
"아니."
솔로몬께서 이 놈 할 소리. 나는 메어리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쓸어 헝클인 뒤, 준비한 다른 선물을 하나 더 건넸다.
"이건 절대로 들키지 말거라. 회색 스타킹은 간부들에게만 입힐 예정이지만, 흰색 스타킹은 우리 군단 전체가 입을 것이다. 제작 방식이 똑같다는 걸 걸리면 좋지 않아. 같은 자가 같은 기술로 만든 제품이니까."
"...회스랑 흰스를 마족들이 입는다라. 이러면 검은 스타킹이 군단과 관련이 없는 셈이 되는 거네요?"
"그래. 분노의 군단의 상징적인 스타킹은 이제 '검은 가죽'과 '흰스'가 될 것이다. 간부는 회색 스타킹."
이미 인간 세상에 검스가 너무 많이 퍼져버렸기에, 우리 군단에서 검스를 입고 싸우면 메어리가 곤경에 처할 확률이 높았다.
따라서 우리가 이너아머로 회색과 흰색을 택함으로써, 군단은 검스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오히려 안드라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상단이 군단과 척을 지고 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셈이었다.
"아아, 이제 인류와의 싸움은 흰스와 검스의 싸움이다."
- 스타킹이 마족이 만든 것이라고? ...하지만 편리하고 따뜻한 걸! 이건 포기 못 해!
전 인류에게 스타킹이 전파되어 스타킹이 필수품이 될 때 까지, 나는 우리 군단의 전투복에서 검스를 과감히 제외해버렸다.
"그럼 아빠, 검스는 언제 입어요?"
"널리널리 퍼져나가서 여신에게 검스를 입히는 그 날까지, 검스는 침대 전용으로 하려고."
"어머나...."
메어리는 슬쩍 뒤로 물러서며 치마의 앞을 걷어올렸다.
"그럼 저는 검스 입고 다녀도 되겠네요?"
"하일 솔로몬!"
장난을 치는 메어리를 향해, 나는 정수리에 춉을 날렸다.
"이게 어디서 아빠를 상대로 장난을!"
"......칫."
메어리는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그 바람에 내가 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안 그래도 라임이랑 할 때 배덕감 가끔씩 드는데 네가 그러면 어쩌냐."
"칫. 솔로몬 때문이죠? 혹시나 그걸 해버리면 시스템 몰수당할까봐."
"그렇지."
시스템이 있기에 우리 군단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다. 어떤 박이든 은갈치박이만 아니면 모두 포용하겠다고 했지만, 시스템을 포기하면서까지 저지르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면요....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메어리는 내게 다가와 나를 끌어안았다.
"아빠가 솔로몬보다 더 높은 사람이 되면...아무 문제 없는 거 아녜요? 금기라고 따지게 할 사람이 없으면 아-무 문제 없는 거잖아요."
"솔로몬 맙소사."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발상이었다. 나는 눈을 반짝이는 메어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누구 닮아서 이렇게 똑똑한 걸까."
"머릿속에 그렇고 그런 생각만 가득한 분 닮아서? 아빠. 저...."
메어리는 입술을 혀로 훔치며 요염하게 웃었다.
"평생 처녀로 놔두실 건 아니시죠?"
군단을 모두 통일하고, 솔로몬을 넘어설 이유가 하나 더 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이예이
// 조금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