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비만 오크 34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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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알은 결국 우리 군단에 복속되었다.
두 딸은 슬라임 드래곤 1, 2호기와 합성되어, ★★★★에 해당하는 〈슬라미아〉라는 존재가 되었다.
"앞으로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니 저희 아버님, 아니 어머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라임의 휘하로 들어간 두 명의 슬라미아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했다. 보통의 슬라임이면 그냥 1호기 2호기라고 부르겠지만, 인격체가 된 이상 특별한 이름이 필요했다.
"1호기와 합성된 너는 〈클리안〉, 2호기와 합성된 너는 〈니프란〉이라고 부르마."
동시에 클리안과 니프란을 중심으로 슬라임 부대도 재편했다.
벨리알을 일시적으로 수하로 들이며 그녀의 부족인 〈나가〉족을 마석으로 소환할 수 있게 되었고, 나가를 슬라임 드래곤과 합성하면 10기의 슬라미아들이 만들어 질 것이다.
"너희는 내가 밉지 않느냐?"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둘에게 나는 확인차 다시금 물었다. 잔인한 질문이었지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저희는 진작에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존재들입니다. 주인님의 아래에서 새롭게 태어난 이상, 저희는 주인님을 믿고 따를 뿐입니다."
"그러니 밉다거나 할 리가 없지요. 이렇게 살려주시는 것도 모자라, 더욱 강한 존재로 거듭나게 해주셨으니 말입니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어머니, 벨리알 님에 대해서라면 신경쓰지 마십시오. 저희가 어찌 하느냐에 따라 주인님께서도 다시 살려주실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때까지는 라임 님을 어머님처럼 모시며 살겠습니다."
두 나가 여인은 벨리알을 먹어치운 라임을 따르기로 했다. 라임은 난감한 얼굴-벨리알과는 전혀 다른, 마법사 메이와 메리가 섞인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주인, 나 아이 자꾸 늘어나는데."
"운명이다. 네 압도적인 모성에 이끌리는 거지."
"운명인건가."
벨리알을 먹어치우고 3성 슬라홀에서 4성 〈슬라브돌〉로 진화한 라임은 육성기관이 생겼다. 이제 더이상 꾸르르 소리를 통역해주지 않아도 충분히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슬라브돌〉 슬라홀이 한 단계 더 진화한 형태.
그저 평범한 슬라인이었던 라임은 슬라홀로 진화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슬라브돌'이라는 개체로 진화했다.
"슬라홀…. 슬라브돌…. 합리적 의심이 드는구나."
단순한 오나홀의 역할에서 이제는 러브돌로 진화한 듯한 네이밍에 나는 오한이 들었다. 정녕 새롭게 열린 슬라홀의 길은 킹슬라임도 갓슬라임도 아닌 섹슬라임의 길이란 말인가.
"라임이 완전 러브돌 수준인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건가?"
"그럼. 피부가 이제는 완전 사람같잖냐."
나는 탄력있는 슬라임 피부를 당기며 깜짝 놀랐다. 외형은 라임이 먹어치웠던 마녀 모녀를 반반 섞어놓은-메어리와 비슷한 모습으로, 3성 시절에 오로지 '붉은색'이기만 하던 몸의 색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인간과 똑같이. 혹시나 싶어서 확인한 아래쪽의 감각은 안타깝다면 안타깝게도 슬라임이었다.
"점점 성적으로 특화되는 슬라임이 되는 게 아닌지. 라임아, 혹시 슬라브돌은 뭐 특별한 기능 있냐?"
"맞아. 주인, 나 이런 거 가능."
라임은 몸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라임의 폭유는 훅 줄어들고 신경질적인 눈매의 여성으로 바뀌었다. 몸을 바꾸어도 변하지 않는 탄력있는 슬라임 피부가 라임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벨리알?"
"먹은 자의 몸으로, 변신 가능."
"맙소사."
나는 라임을 향해 달려가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라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 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찌걱.
즐기기 위한 삽입은 아니었다. 그저 형태의 확인을 위한 삽입이었다. 그리고 나는 소름이 돋았다.
"똑같아…!"
"잡아먹은 때랑 같아지는 듯…. 지금은 원래 모습이랑 이 모습 밖에 안 돼."
"아아, 이것이 형상기억보지란 말인가…!"
슬라브돌로 진화한 라임의 기능은 내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었다.
앞으로 어떤 존재가 나오든 죽이지 못해 아쉬워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라임이 먹게하면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만한전석이나 마찬가지였다.
"라임. 뭐 먹은 상대처럼 똑같이 지내는 것도 가능하냐? 막 기억이 이어진다거나."
"불가능…. 그냥 육체적인 형태가 비슷할 뿐…."
"싸움꾼을 잡으면 그것도? 막 기사단장을 잡아서 너한테 먹이면 전투실력도 그렇게 되나?"
"형태만."
"그렇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변신이라는 새로운 이능이 있다면 그걸로 온갖 획기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비단 플레이 뿐만 아니라 전술적으로 엄청난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말을 하는 것 만으로도 기쁜데 그런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니. 흐흐, 앞으로 계륵같은 건 네게 다 먹이면 되겠군."
"슬라미아...먹어치우고 똑같이 하는 것도 가능."
"아니, 걱정마라. 내가 마음껏 박고 내 자지를 청소할 수 있는 슬라임은 오직 너뿐이니."
"......꾸륵."
라임은 일부러 소리까지내며 내게 안겼다. 촉감은 여전히 탱글탱글한 젤리였으나, 라임에게 먹혔던 벨리알이 나를 올려다보며 싱긋 웃고 있어 조금 당혹스러웠다.
"...일단 라임아, 너의 새로운 기능 덕분에 한 가지 가능성이 생겼다. 고맙구나."
"무슨 가능성?"
"아주 특별한 가능성이지. 그래, 잘 하면 남작령을 통째로 먹을 수 있는.... 흐흐, 라임아."
나는 라임을 번쩍 들어올렸다.
"메어리랑 라인이 보러 가자꾸나. 오늘 밤."
두 딸과 만나자는 얘기에 라임은 나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인간이지만 슬라임이기도 한 라임의 적극적인 키스에 나는 혼쭐이났다.
꿀럭, 꿀럭.
라임은 자신의 점액을 내 입안으로 밀어넣고 혀를 강간하듯 핥고 빨았다.
...역시 4성으로 진화한 값을 톡톡히 해내더라.
* * *
〈그 시각, 스피카 성.〉
"아직도 적의 움직임은 그대로인가?"
"예, 적은 여전히 성만 지키고 있습니다. 자비야바는 외성으로 추정되는 나무울타리 하나가 더 생겼습니다. 기병 돌진으로 뚫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자비야바는 그대로 둬야겠군. 모험가들의 정리는 끝났나?"
"예. 총원 1204명. 그중에는 A급 용병으로 유명한-"
"평균전력만 말하시게."
"B급 1200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정도 전력이면 대 마왕군 전선에서 활약할 수 있으며, 어지간한 던전은 충분히 점령할 수 있을 겁니다."
"어지간한 던전이라면 말이지...."
기사단장은 곳곳에서 들어오는 보고를 조합해 적 던전의 위치를 찾아냈다.
"엘프의 숲 바로 옆에 던전이 깔린 듯 하다. 그러니 남작령에서 파악이 늦고 먼저 선공을 당한 거야."
"엘프의 숲...말입니까?"
"그래. 자비야바가 점령당했을 당시 나타난 놈들의 진군 방향과 기타 정보들을 종합했을 때, 놈들의 던전은 엘프의 숲 근처다."
기사단장은 숲 속 지도의 세 곳을 붉은 점으로 칠했다. 어쩌다보니 회의에 함께 참여하게 된 그에이는 한 점의 위치에 소름이 돋았다.
그곳은 라스촌의 입구였다.
"단장님. 그럼 저희는 바로 적 던전을 공략하는 겁니까?"
"그렇지. 비겁하게 성벽을 치고 들어간 적을 상대로 공성전을 벌이는 건 피로도 소모가 너무 심해. 설령 탈환하더라도 우리는 그걸 바로 다시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자비야바에 무슨 짓을 저질렀을 지 몰라."
기사단장은 지도에 올려진 목각 병정을 옮기며 군대의 진군 방향을 정했다. 그 루트에 그에이는 소름이 돋았다.
"이건...?"
"적의 도발도 겸하는 행위지. 어떤가, 이러면 꽁꽁 틀어박힌 적이 나올 것 같은가?"
"...상대는 마물이라 어떨 지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인간들의 도시를 점령한 마물도 처음이 아닙니까."
그에이는 기사단장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빠져나갔다. 엉뚱한 답을 하는 그에이에 기사단장은 혀를 차며 라스베가스-자비야바를 가리켰다.
"여기 보시게. 이곳을 쭉 돌아서 간다. 그럼 울타리에서 보고 있던 오크들이 열받아서 뛰쳐나오면 어떻게 할까?"
"쫓아가서 바로 공성으로 들어갑니까?"
"아니. 성질 급하게 뛰쳐나온 놈들만 죽인다."
기사단장은 여신교의 교기가 걸린 투구를 쓴 병정 무리를 조금도 거리를 벌리지 않았다. 12개의 병정이 구축한 방진은 모형임에도 쉽게 뚫기 어려워보였다.
"던전에 처박힌 놈들을 상대하는 것도 골치아픈데 성 안으로 기어들어간 놈들을 상대하기는 너무 머리가 아프지. 튀어나오는 적을 죽인다."
"...알겠습니다. 사제들에게도 그렇게 전달해두겠습니다."
그에이가 기사단장의 부관 역할을 맡게 되었다면, 기사단장이 데려온 사제들은 모험가들을 이끄는 백인대장의 역할을 맡았다. 남작령에는 1200명 가량의 모험가들을 각각 부대별로 이끌만한 기사가 없었다.
"더 지시하실 것은 없으십니까?"
"그래. ...그에이 경, 잠시. 지금 또 아발론으로 가나? 메어리 양을 만나러?"
흠칫. 발걸음을 돌려 빠져나가려는 그에이의 동작이 그대로 굳었다. 하지만 고위 귀족가의 자제답게, 우아한 동작으로 기사단장에게 예를 표하며 변명했다.
"...아발론에 대한 관리는 남작님께서 특별히 관리하도록 지시하셨습니다."
"그래, 알지. 남작과 메어리 양이 무슨 관계인지도."
"......재판에 회부하실 생각이십니까?"
"동성끼리의 사랑은 교단에서 금기로 정한 것이지."
실제로는 메어리가 남작을 이용하는 거지만, 남작과 기사단장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표정풀게. 말 끝까지 듣고. 메어리 양이나 남작님께서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여 그러는 건 아니지 않나? 그저 미래, 사랑하는 지아비를 위한 예행연습일 뿐이지."
"...예?"
"순결을 지키며 지아비를 위해 밤일을 갈고 닦는 것.사랑이 아니라면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네. 흐흐."
"......성기사단의 단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셔도 됩니까?"
기사단장의 막되먹은 논리에 그에이는 혼절할 뻔 했다. 하지만 기사단장은 싱긋 웃으며 어깨만 들썩일 뿐이었다.
"뭐 어떤가? 어느 한쪽이 남자로 태어났으면 선남선녀로 벌써 아이를 가졌을 정도가 아닌가. 흐흐."
"...다른 분들께는 비밀로 하여주십시오. 남작님께서 밤의 아발론을 다니시는 것은 비밀입니다."
그 누구도 남작이 밤에는 아발론에서 살듯이 지내는 것을 알지 못한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적어도 외적으로는 남작이 아발론에 기거하는 것에 영지민들은 호의적인 입장이었다.
"후후, 우수한 상단을 영지에 유치하고 싶어하는 건 모든 귀족들의 바람이지. 걱정말게. 그 누가 감히 남작님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겠는가? 시찰 나갈 때마다 메어리 양 끼고 사는 거 보면서 '우리 남작님이 저렇게 열심히 메어리 양을 가신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계신다'고 생각하겠지. 흐흐."
"...그렇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말게. 그저 웃자고 한 얘기가 이렇게 되어버렸군. 아발론 얘기를 한 것은 메어리 양에게 내가 부탁을 하기 위함이야. 그걸 자네가 대신 전달을 해줬으면 해서."
"부탁입니까?"
기사단의 단장이 뭐가 아쉬워서 메어리에게 부탁을 한단 말인가.
"흠흠, 그게 말일세."
기사단장은 얼굴을 붉히며 책상 옆으로 다리 한쪽을 드러냈다. 그녀의 발목에는 그에이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검은 색이 있었다.
"그...이 스타킹 말이야. 혹시 조금 더 얻을 수 있겠는가?"
"......혹시 찢어졌습니까?"
그에이는 말을 하고도 아차싶었다. 기사단장은 잠시 표정이 굳었다가 콧방귀를 뀌며 손을 흔들었다.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니 이상한 생각하지 말게. 그거 성희롱이야."
"기사단장님,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그에이는 굳은 얼굴로 자신의 바지를 들어올렸다. 그곳에는 올이 풀려 종아리 부분이 살짝 찢어진 스타킹이 있었다.
"도대체 어딜...헉. 기사단장님, 지금 오히려 저를 성희롱하신-"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기사단장은 얼굴을 붉히며 빽 소리를 질렀다.
"그냥 얼마나 내구도가 단단한지 손으로 뜯다가 찢어졌을 뿐이라고! 물론 거기가 손쉽게 찢어지긴 했지만! 내가 어찌 칸세르 가문의 사람에게 그런 저급한 농을 던지겠는가!"
"그, 그렇죠? 하하, 실례했습니다."
"크흠. 내 실수니 더이상 왈가왈부하지 말지. 서로 부끄러워지니."
잠시 음란마귀로 인한 소란이 가라앉자, 기사단장은 진지한 목소리로 스타킹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마물의 털로 실을 짜내어 만든 것이라고 했지. 원래 용도야 어떻든, 방어력이 어지간한 가죽갑옷 이상인 건 확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기사단장은 밀담을 나누듯 목소리를 낮췄다.
"이걸 상의도 마찬가지로 이너아머 형식으로 만들어서 입으면 어떨까...? 지금처럼 잘라내어 기워서 입는 게 아니라, 아예 만들어버리면-"
"있습니다. 그런 거."
"정말인가?!"
"예. 저도 예전에 비슷한 걸 물어본 적이 있는데, 단지 아직 멀리서 들여오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그에이는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가지고 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던전 때문에-"
"그럼 최대한 빨리 던전을 공략해야겠군!"
기사단장은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내려치며 일어났다.
"그에이 경! 토벌대의 편성은?!"
"예비대의 편성만 구성하면 끝입니다."
"그래? 그럼 알겠네. 그만 가보게."
기사단장은 그에이를 보냈다. 홀로 방 안에 남은 기사단장은 다시 자리에 앉아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성녀님 스타킹이랑 위에도 착 달라붙는 거 입으신 거 보고 싶다...흐흐."
흠칫. 기사단장은 자신도 모르게 향한 손가락의 방향에 오한이 들었다.
"......또 찢을 수 없지.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