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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40화 (340/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4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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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군단이 마주한 전선은 넓다. 사실 모든 던전이 전선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언제 아래에서 치고 올라올 지 모르는 하극상의 쟁탈전. 거기에 무작위로 아무 곳에나 입구가 열리는 던전은 또 언제 어떤 모험가들이 들어올 지 알 수 없다.

멀티를 늘리면 자연히 적도 늘어난다. 그건 자명한 이치였으나, 나는 과감히 멀티를 늘렸다.

"사우론 마족 간다."

무한 확장. 오리아스-알로켄-하겐티 던전은 우리 군단의 멀티이자 완벽한 전진기지의 역할을 할 것이다.

마석을 파밍하고 부하를 육성하는 던전이 아닌, 순수하게 모험가를 잡아먹고 죽이기 위한 관문 그 자체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남는 마석으로 가능한 부하들을 다양하게 소환한다. 퍼시발과 아무르에게는 마석을 주기적으로 보급하라. 그리고 그들이 자유롭게 던전을 운영할 수 있도록 위힘하지."

퍼시발은 나의 피를 가진 오크며, 아무르는 전직 플라우로스인 아그니가 부관으로 붙어있다. 나는 애써 참아왔던 봉인을 풀었다.

"고블린, 가고일, 스톤골렘. 그 어떤 마족을 운용해도 좋다. 나의 본진을 마왕군의 던전처럼 생각하도록 하라. 나는 그들을 최대한 육성해보이겠다. 최선을 다하라."

퍼시발과 아무르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고 자리를 떠났다. 나는 샤이탄이 정리한 우리 군단의 편제를 다시금 살폈다.

* * *

◎ 파후우 쿰처쿠 - 본진, 병영, 자원 채취, 허브.

○ 그레모리 - 병참기지

▷ 알로켄 - 전진기지 (현재 사지타리우스 백작가, 드워프 들과 전투 중)

○ 플라우로스 - 포로감옥(조교실)

▷ 오리아스 - 전진기지2, 위임.

○ 할파스 - 거대둥지탑(공군기지)

○ 하겐티 - 전진기지

* * *

'멀티를 늘리는 게 맞다. 72던전이 7개 군단으로 재편되는데 최소한 10개는 먹어야 해.'

소수의 던전을 운영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결국 멀티 던전이 늘어날수록 위험과 동시에 보상도 늘어나는 셈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리스크로 인한 위기에는 언제나 기회가 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의도치않게 열린 사지타리우스 백작과의 전쟁은 우리에게 새로운 전력 상승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워울프를 부활시켜라. 라스투자드는 퍼시발에게 명령을 전달하라. 제물의 관을 만들어, 던전에 침입한 인간의 시체를 구울로 만들라고."

라스베가스 쪽이 잠잠해지면서 인간의 시체를 수급할 곳이 마땅찮아지기는 했다. 구울들의 성장을 도모할 절호의 기회다.

"중갑기병이라고 했지? 군마를 노획하라. 죽여서 갑옷을 전부 벗겨라. 노획한 것은 우리 군단의 전리품이 될 것이다. 그리고 행여나 드워프들이 있다면 포로로 잡아라. 우리 군단의 노예 기술자로 만들겠다."

자원이라고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 비르고 남작령과는 사정이 다르다. 던전 공략에 중갑기병을 동원할 정도의 백작가면 상당한 재력을 갖추고 있을 게 뻔했다.

"놈들을 죽여서 우리 군단이 한 단계 더 나아갈 기반을 만들겠다. 그레모리에게 사지타리우스 전선에 관한 모든 권한을 맡기지."

그레모리-알로켄 포털을 닫지 않았다. 따라서 알로켄 던전이 점령당하는 순간, 적은 그레모리 던전으로 넘어올 수 있다.

"군단 내에 새로운 사단을 만들겠다. 〈그레모리 사단〉이라 하지."

지금은 알로켄 던전 뿐이지만, 하나씩 사단의 규모가 늘어날 것이다.

내가 군단의 세력을 더욱 늘리면 늘릴수록, 그레모리의 사단은 다른 군단급 세력으로 커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사단을 잘 부탁한다, 그레모리."

[물론이야. 내게 맡겨.]

마액으로 한쪽 날개를 회복한 그레모리는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다.

[구울 지원 고마워. 부활도 고맙고. 아, 이왕이면 쿠키엘프들 한 10명만 지원 부탁해. 걔들 저격이면 적의 중갑도 쉽게 뚫을 수 있을 거야.]

"...루나를 보낼까?"

[그 정도까지는 필요없어. 전투 직후라서 그렇지 상대 못할 전력은 아니야. 너도 이제 슬슬 부하들을 믿을 때가 됐어.]

"그래. ...그렇지."

내가 앞장 서서 적과 맞서 싸우는 게 가장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내 몸은 하나 뿐이다. 언제까지고 여러 전선을 뛰어다니며 싸울 수는 없다.

"쿠키 엘프 20을 보내마. 본진에는 크림 엘프들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걱정마. 내가 수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하니까. 내 처녀 뚫은 남자가 너 하나뿐이듯, 내가 지키는 던전 뚫어낸 사람도 너 하나 뿐이란 말이야. 흐흐.]

"...긴장 빼는 농담 치고는 제법 꼴리는 걸."

그레모리의 소중한 곳을 점령한 자는 오직 나 뿐. 그 말에 나는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그레모리를 잘 부탁한다, 퍼시발."

[맡겨주십시오. 제 목숨을 바쳐 지키겠습니다.]

"너 던전주인 됐으니까 죽으면 부활 못 해. 어디서 목숨을 바치니 마니 하는 거냐."

[...죄송합니다.]

던전 주인은 죽으면 부활하지 못한다. 단순히 이름을 유지한 상태로 부하가 되는 경우가 아니라, 진짜 던전의 주인이 되는 경우라면 군단의 주인이라도 부활시키지 못한다.

"너의 목숨은 이제 하나 뿐이다. 잊지마라, 퍼시발."

[절대로 죽지 않고 군단을 지키겠습니다.]

죽음. 내가 지금까지 아무나 던전 주인을 임명하지 못하는 궁극적인 이유였다.

"죽지 마라. 절대로."

* * *

"군단장님께서는 참 걱정이 많으십니다."

"당연하지. 누구 아들인데. 깔깔."

파후우로부터 새로이 알로켄의 이름을 건네받은 알로켄-퍼시발은 날카롭게 벼려진 검을 뽑아들었다.

"그레모리 님.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막아야지. 쿠키 엘프들 올 때까지 버티면 돼."

"그러면 적이 저희 군단에 엘프들이 있는 걸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죽은 자는 말이 없지. 전부다 죽이면 돼. 잘 들어. 우리 사단의 기본은 이거야."

펄럭-! 그레모리는 다시 돋아난 날개를 펄럭이며 크게 외쳤다.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겁탈하라!"

"...그걸 그레모리 님께서 말씀하시니 상당히 이상합니다만."

"원래 마족들 다 그렇게 하는데? 너희 군단장이 특이한 거라니까. 됐어. 했던 얘기 계속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니. 슬슬 들어오겠다."

"아니, 제 말씀은.... 아뇨. 됐습니다. 예, 방금 들어왔습니다."

퍼시발은 눈앞에 떠오른 허상에 오한이 들었으나 침을 꿀꺽 삼키고 허공에 손을 들어올렸다. 처음 사용하는 시스템창이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새로운 힘이었다.

〈알림〉 알로켄 던전에 침입자가 발생했습니다!!

"적습입니다."

"응, 나도 보여. 여기 던전 진짜 넓네."

전 알로켄은 던전의 벽을 전부 허물어버렸다. 그래서 던전은 그저 넓은 평원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여기서 싸웠으면 인간들한테도 안 걸리고 좋았을텐데. 괜히 정면에서 상대를 깨부수겠다고 나서가지고. 쯧."

"어쩔 수 없습니다. 여기서 싸웠으면 알로켄이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을테니."

"어떻게 아는 거야?"

"감입니다. 전사로서의 감."

크르르.

퍼시발의 옆을 지키던 워울프가 이를 갈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이빨을 겨눈 던전의 입구에는 십 수 명이 넘는 중기병들이 말을 몰고 던전에 들어왔다.

"네 이놈 알로켄---!! 오늘에야말로 전쟁을 끝내자꾸나!"

중기병들 중 갑옷에 흰 깃털을 단 기사가 목청껏 소리쳤다. 그에 퍼시발이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높이 치켜들었다.

"이름."

"뭐?"

"이름을 말하라, 인간."

"...네 놈, 처음 보는 놈인데."

"나를 찾지 않았느냐. 내가 〈알로켄〉이다."

퍼시발은 군단장으로부터 부여받은 자신의 또다른 이름을 밝혔다. 트롤이 아닌 오크가 알로켄의 이름을 자처하자, 기사를 비롯한 기병들은 파안대소를 하며 무기를 들어올렸다.

"흐하하! 알로켄, 역시 죽었구나! 네 놈이 새로운 알로켄을 물려받은 것이렸다!"

"그런 셈이지."

"어리석은 놈! 이제 너희는 독안에 든 쥐다! 얌전히 우리 사지타리우스 백작가의 명예를 위해 죽어라!"

기사들은 기고만장했다. 그러나 퍼시발과 오크, 워울프들은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각자 무기를 꺼내들며 앞으로 나섰다.

"명예라. 그럼 우리도 군단의 명예를 위해 싸우도록 하지."

저벅, 저벅.

오크와 워울프의 사이로 새로운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깡마른 피부를 검은색 타이즈로 감싼 거인들의 사이로 검은 로브의 마법사가 스르르 나타났다.

[좋은 마석이 될 놈들이군.]

"리, 리치?!"

[아직 리치는 아니지만, 리치가 되기 위해서는 마석이 더 필요하지.]

구울 마법사, 라스투자드는 턱관절을 비틀며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타이즈를 겹겹이 착용한 구울들이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앞으로 나섰다.

[그레모리 대모, 죽은 기사들과 군마들을 구울로 만들겠다. 우리 구울 부대의 피와 살점이 될 것이다.]

"그래. 근데 지금은 죽이지마. 버티기만 해."

[무슨?]

"저렇게 투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데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가능해?"

그레모리는 손으로 활을 쏘는 시늉을 하며 장난스레 웃었다.

"저격수들 올 때까지 버티자. 금방 올 거야. 그리고...."

할짝. 그레모리는 혀로 입술을 훔치며 음흉하게 웃었다.

"아주 약하지만 냄새가 난단 말이야.... 암컷의 냄새가."

화륵.

그레모리가 손을 허공에 뻗어 불덩어리를 만들어냈다.

"일단 문부터 잠시 닫을까?"

그레모리가 날린 불덩어리가 던전 입구의 천장을 향해 날아갔다. 던전에 들어온 중기병들은 깜짝 놀라며 기수를 돌렸으나, 기마들은 거대한 불덩어리에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며 난리를 부렸다.

콰----앙!!

불덩어리가 던전 입구를 때렸다. 흙먼지가 비산하며 던전의 입구가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그레모리는 피곤한 얼굴로 머리칼을 쓸었다.

"이런다고 입구가 사라지는 건 아니야. 밖에서 열심히 돌을 치우겠지? 흐흐, 그 사이에 안에 있는 이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좋은 작전.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지.]

라스투자드가 지팡이를 앞으로 들이밀었다.

[이 던전의 트롤들, 아무래도 인간을 참 잘 먹은 듯 하다.]

구구구.

라스투자드의 지팡이가 보라색 빛을 뿜기 시작하자, 던전의 아래에서 무언가가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녹슬고 부서진 갑옷을-기병들과 비슷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써먹도록 하지.]

"으, 으아악!!"

기사가 비명을 지르며 창을 휘둘렀다. 라스투자드가 급조한 구울은 목이 뎅겅 날아갔다.

"어머나, 제법 하네. 근데 어쩌면 좋니."

구구구구.

계속해서 흔들리는 땅에 기병들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밖에서 급히 돌덩이를 정리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당장 눈앞에 구울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밖에서 너희를 구하러 오는 게 빠를까, 아니면 너희머리에 바람구멍을 만들어 줄 애들이 도착하는 게 빠를까?"

유감스럽게도 결과는 자명했다.

* * *

그레모리 사단에 사지타리우스 백작과의 전투를 일임한 나는 전투 이후의 병력을 바로 쉬도록 지시를 내렸다.

'알로켄 던전이 뚫려도 상관없다. 그레모리 던전에서 막으면 돼.'

퍼시발만 죽지않고 잘 후퇴하면 된다. 던전을 버리고 도망쳐서 던전 주인의 이름을 잃는 패널티 따위는 중요치 않다.

"마음같아선 당장에라도 사지타리우스 백작가에 쳐들어가고 싶군."

"그게 안 되니까 여기서 이러고 계신 거잖아요."

"그렇지."

현재, 내 던전 본진에 간부들을 모아 급히 전후 처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쟁은 전쟁이더라도 쟁탈전의 전리품을 어디에 사용할 지는 진지하게 논의해야했다.

"마석 절반은 본진에 저장한다. 2할은 그레모리, 2할은 플라우로스, 그리고 나머지 1할은 마액으로 만들어 엘프에 보급하겠다."

"본진의 마석은 어떻게 할까요?"

"죽은 부하들을 부활시키는데 쓰지. 본진에 있을 마석은 어디까지나 긴급지원을 위한 것이다. 본진에서 쓸 마석은 서브던전과 스피카 성에서 공수한다. ...이런."

나는 순간 눈앞이 새하얘졌다. 옆에서 호들갑을 떨며 내게 다가왔지만, 나는 그들을 진정시켰다.

"괜찮다. ...아니, 잠깐 쉬어야겠군. 샤이탄, 나를 조교실로 데려가다오."

"수명을 깎으시는 겁니다. 그냥 쉬시지요."

"새로운 적이 나타났으니 새로운 군략을 짜야지. 걱정마라. 나는-"

와락.

"너야말로 걱정말고 푹 쉬어."

"노, 놓아라…!"

나는 루나의 가슴에 얼굴이 파묻힌 채 꼼짝도 못했다. 루나는 나를 가슴에 끌어안고 질질 끌며 어딘가로 향했다.

"한숨 자. 부하들을 믿어. 여차하면 내가 달려갈테니."

"......."

루나는 나를 풀어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루나의 가슴에 고개를 묻은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꿈 속 천장이다."

"...왜 시작부터 눈치채신 거죠?"

"그야 네가 그럴 것 같으니까? 이단아."

정말로 오랜만에 나는 인간 사이단과 마주앉았다.

========== 작품 후기 ==========

오랜만에 파후우 인간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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