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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39화 (339/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3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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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켄 던전 인근 황야 근처.〉

"마족들끼리 치고박고 싸운다기에 기습을 했더니 이게 뭐람."

중갑기마의 안장에 오른 작은 소녀는 선홍빛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툴툴거렸다.

체구는 어린 아이를 의심케 할 정도로 작았으나, 그녀는 자신의 몸보다 두 배는 더 큰 도끼를 빙빙 돌리며 몸을 풀고 있었다.

"오크들은 뭐야. 여기 트롤 밭이라며. 트롤이랑 오크랑 치고박고 싸우더니 그냥 끝났는데?"

"고, 공주님. 그게...."

공주라고 불린 소녀의 옆에는 창백한 인상의 청년이 말에 오른 채 어쩔 줄 몰라했다. 경장을 차려입은 그의 가슴에는 말과 활이 교차된 문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 됐어. 트롤이든 오크든 다 똑같은 마족이니까 상관없어."

소녀는 고삐를 잡아당겼다. 한손으로 가지고 놀던 도끼 자루를 양손으로 꽉 쥔 소녀는 날카로운 이를 보이며 사납게 웃었다.

"진격해. 드워프제 강철의 힘을 똑똑히 보여봐, 꼬마."

"그러니까 저는 꼬마가 아니라 사지타리우스의 적자...."

"얌마, 내가 네 할아버지 놈이랑도 술친구하고 그랬던 사람이다? 나한테 너는 평생 꼬마야."

"...예. 어련하시겠습니까."

사지타리우스는 헛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어올렸다. 이미 앞으로 돌격한 중기병들은 미쳐 날뛰는 트롤들에게 진격이 가로막혀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사지타리우스 기마대, 2차 진격 개시. 트롤을 피해 던전으로 도망친 오크들을 추격한다."

"""예!!"""

2열에서 대기중이던 중기병들이 검을 빼어들고 말의 허리를 발로 찼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사지타리우스 백작가의 중기병들은 마물을 퇴치하기 위해 달려나갔다.

"잘 달리네. 나도 간다."

"잠시만요, 공주님.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요즘 가만히 망치질만 해서 그런지 허리가 찌뿌둥해서 말이야. 몸 좀 풀어야지."

"그러다 크게 다치십니다."

괜히 공주가 상처라도 입었다가는 자신이 크게 경을 칠거라고, 청년-사지타리우스 백작은 말하지 못했다. 그런 말을 했다가는 분명 좋다고 앞으로 달려나갈 게 뻔했기에.

"드워프제 무구가 얼마나 잘 드는지 확인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공주님께서 나서면 확인도 안 될 겁니다."

"끙."

공주는 도끼를 내리고 입술을 뻐끔거렸다. 꼭 장난감을 빼앗긴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아 사지타리우스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얼마전 공작가로부터 선물을 받았습니다. 제법 비싼 와인인 듯 하니, 돌아가서 승전의 축하연으로 한 잔 하시지요. 한 병 다 드셔도 좋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제 부하들에게 맡겨주십시오."

"진짜?! ...크흠. 알았다."

공주는 얼굴을 붉히며 말에서 뛰어내렸다. 말의 다리보다 짧은 키를 가진 공주는 키가 140이 채 되지 않았다.

"앞에서 맞서 싸우지도 않고 도망치는 이들을 상대로내가 나설 것도 없지.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나는 대장간으로 가겠다."

"끝까지 보시지 않고요?"

"일을 끝내고 나서 마시는 술이 또 각별하지. 흐흐, 꼬마야. 내가 옆에서 계속 있기를 바라느냐?"

공주는 제자리에서 번쩍 뛰어올라 사지타리우스 백작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툉겼다.

"이 로도페리의 옆에 서려면 최소한 아리에스 그 놈 만큼은 강해져야 할 거다, 하하하!"

"...성검의 용사는 괴물 아닙니까, 괴물. 저는 인간할랍니다."

"재미없는 놈. 에이, 됐다. 나는 간다."

공주, 로도페리는 그대로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그녀를 따라온 한 무리의 중갑 보병들도 뒤따라 사라졌다.

"...에휴."

사지타리우스 백작은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하필 저런 여자가 드워프 차기 국왕이 되어서.... 하아."

백작은 깊은 한숨과 함께 검을 앞으로 빼들었다.

"돌격. 드워프제 무구의 힘을 똑똑히 보여줘라."

와아아아아----!!

넓은 황야에 인간들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 * *

"타이밍이 꼬여도 더럽게 꼬이네. 어떻게 확장하자마자 바로 적이 들어온 거지?"

그레모리가 전한 전황에 나는 절로 화딱지가 났다.

트롤전차. 두 마리의 기형견이 전차를 이끌고, 그 뒤에 오른 트롤이 전차에 설치한 창을 내던지는 알로켄 던전의 합성마족.

"그레모리가 영입 시도까지 했는데 전멸당하다니...."

기동력과 원거리 견제력을 동시에 갖춘 엄청난 마물을 영입하기도 전에 전멸당했다. 우리 군단과 알로켄의 전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공격한 인류 연합의 기사단 때문에.

"에일라의 전갈은?"

"아직 시간이 걸립니다."

"젠장."

그레모리는 알로켄 던전으로 도망쳐 포털을 넘어와 적 기병들의 인상착의를 전했다. 그녀는 전황과 적 병력의 구성, 그리고 적이 내건 군기의 모양을 빠르게 알렸다.

'귀족가문의 사병이거나 인류연합의 군대거나. 에일라라면 알 터.'

왕국 귀족으로서의 소양을 가진 에일라라면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에일라에게 보낸 전령이 소식을 가져오는 동안, 우리는 새롭게 출현한 적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예상은 했지."

던전은 결국 인간 세상을 점령하기 위해 마왕군에서 마련한 전진기지다. 당연히 던전 밖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인간들에게도 알려지는 게 당연지사.

"던전에 배신자가 있을 리는 없고...인간들이 던전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고 해야 맞겠지?"

"예. 비르고 남작도 라스베가스에 대한 최소한의 감시는 하고 있습니다. 던전의 위치가 발각된 곳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요."

"쯧, 그레모리가 알로켄을 상대로 야전을 건 걸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전술을 사용했을 뿐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온 것을 두고 그레모리를 책망하는 건 군단의 우두머리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실책이다.

"여러 곳에 일을 벌리니까 또다른 일이 줄줄이 터지는 군."

"포털을 닫을까요?"

"아니. 걸려온 싸움에 도망치지 않는다."

위기는 기회로. 어차피 인류연합도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적이다.

"오크 라이더를 이끄는 간부가 퍼시발이었지? 그레모리에게 전해라."

나는 죽은 하겐티의 목을 완전히 베어버렸다. 시스템창이 눈앞에 일렁이기 시작했고, 나는 내게 새로이 주어진 이름을 눈으로 확인했다.

〈알림〉 '알로켄' 던전을 멀티 던전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레모리〉의 하위 던전으로 편입되었습니다.

# 던전 주인 : 퍼시발, ★★★★, Lv.53.

"오늘부터 퍼시발은 〈퍼시발 알로켄〉이다."

퍼시발 알로켄.

아무르 오리아스.

나는 우리가 쟁탈전을 건 세 개의 던전 중 둘을 나의 멀티 던전으로 만들었다. 알로켄은 그레모리의 하위 던전으로, 오리아스는 플라우로스의 하위 던전으로.

파후우(안드라스)

ㄴ그레모리 - 알로켄

ㄴ플라우로스 - 오리아스

ㄴ할파스

라는 역피라미드 구조로 던전들이 개미굴처럼 엮인 가운데, 나는 새로운 던전에 대해서도 빠르게 선택을 내려야했다.

"하겐티의 이름은 취한다. 하지만 내가 가지지는 않을 것이야."

〈알림〉 '하겐티' 던전을 멀티 던전으로 만들었습니다. 〈파후우 쿰처쿠 척〉의 하위 던전으로 편입되었습니다.

"하겐티 던전은 당분간 방폐한다. 포털만 열어두고 본진으로 귀환하겠다."

주인이 확정된 할파스 던전과 달리, 하겐티 던전의 주인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즉석에서 아무나 던전 주인으로 앉히기에는 48위라는 등위가 너무 높았다.

"우리 앞마당에 깔린 함정밭으로 둔다."

다행히 내가 하겐티 던전의 함정을 거의 보존한 상태로 공략에 성공했기에, 함정만큼은 그대로 살아있었다.

"우리는 일단 본진으로 귀환한다."

어디서 온 놈들인지는 몰라도, 감히 싸움이 끝나자마자 시비를 걸다니. 할파스와 같은 짓을 저지르는 무례한 놈들은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다.

"안 그래도 열받아 죽겠는데 나를 화나게 만들어?"

세 곳이나 쟁탈전을 걸었던 이유는 멀티를 늘리기 위함이 아니었다.

상급 마석의 확보.

우수한 부하의 영입.

그리고 혹시나 모를 인장의 흔적.

나는 그 세 가지 가능성에 걸고 광역으로 쟁탈전을 걸었다.

그러나 상급 마석은 고작 두 개가 끝이었고, 미노타우르스르 여섯 말고는 우리 군단에 들어온 부하가 없으며, 군단의 하수인으로 보이는 놈들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심지어 트롤들은 인류연합에 학살당하기까지 했다.'

비록 내가 허가하지는 않았더라도, 그들은 1초라도 군단에 들어오기를 바라는 존재들이었다. 하필이면 이름도 비슷한 놈들이 그런 희생을 치르는 바람에, 나는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주인님, 에일라의 보고입니다."

"빠르군. 보자, 사지타리우스 백작가? 위치는 카우스 황야로 추정됨?"

"예. 예로부터 드워프 왕국과 교류한 것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젠장. 엘프들을 편입하니 이제는 드워프가 난리인가."

중립을 표방한 엘프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인류와 마왕군에 양 발을 걸친 놈들. 통발을 사방으로 던졌더니 걸리라는 마석과 인장은 낚이지 않고 왠 대대적인 인간들이 걸리고 말았다.

"샤이탄, 우리 쪽 예비부대는 지금 전부 어디에 있지?"

"본진에서 대기중입니다."

"그래? 상황을 알리고 전부 알로켄 던전으로 보내라. 던전 방어는 라스투자드에게 맡겨."

나는 할파스의 뿔을 뽑아들었다.

"무한으로 전쟁이다, 이 썩을 놈들."

인류연합군, 그리고 드워프.

이제부터 완벽한 우리의 적이다.

* * *

그 시각, 여신교 교단 본청 오르막. 일만계단의 앞.

"정녕 이곳이 여신을 모시는 곳이란 말인가?"

트랄은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무수히 많은 계단에 넋을 잃었다. 성녀는 방한도구를 빠짐없이 챙기며 몸을 풀었다.

"아주 먼 옛날, 여신께서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하신 걸 계기로 조금 더 여신과 소통하고자 하는 곳에 신전을 지었어요. 그게 지금의 본청이죠."

"나는 뭔가 조금 화려한 걸 생각했는데."

척박한 설산 꼭대기에 웅장한 고성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트랄은 내심 기대하며 허리에 걸쳐둔 성검 타우러스를 튕겼다. 성검은 설산에 가까워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은은한 빛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정말로 여신이 눈앞에 나타나는 건가?"

"그래요. 아까부터 계속 오라고 말씀하고계시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네가 그렇다면야."

"성녀님...?"

둘의 뒤에 따라붙은 반백의 노인이 이를 달달 떨며 성녀를 불렀다. 반쯤 벗겨진 머리에는 서리가 내려앉아있었다.

"예, 추기경."

"정말로 1만계단을 둘이서 오르실 생각이십니까...?"

"믿을만한 호위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왜 포털을 이용하지 않으시고...."

추기경은 설산 아래, 요새처럼 만들어진 도시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웅장하고 화려한 성당의 첨탑이 하늘 높이 솟아나있었다.

"마법으로 여신님을 뵈러 가는 건 여신님께 실례에요."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매일 오른 계단이에요. 걱정마세요."

성녀는 다리를 들어올리며 옅게 웃었다. 살짝 드러난 발목에 검은 스타킹이 비쳤고, 추기경은 침을 꿀꺽 삼키며 성호를 그렸다.

"여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본당에서 뵙겠습니다."

"여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추기경은 결국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하산했다. 1만계단을 오르는 것보다 포털을 통해 올라가는 쉬운 길을 택했다.

"나약한 사람 같으니."

"추위는 어쩔 수 없지."

"신성력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이 추위는 아무것도 아녜요. 몸에 신성력이 없을수록 추위를 더 느끼죠. 이 눈, 자연적인 눈이 아니거든요."

"......그럼?"

"네. 저 사람 신성력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요. 그냥 정치꾼이지."

성녀는 궁시렁거리며 계단을 올랐다.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추기경을 하면서 본청을 쥐락펴락하던 자에요. 마왕군의 발호 이래, 인류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하던 연합파의 대표주자기도 하고."

"이름이?"

"퀘르벨스. 퀘르벨스 나르치스트."

"...듣기만 해도 거부감이 느껴지는 이름이군."

트랄은 성녀의 뒤를 지키며 계단을 올랐다. 입에서는 김이 뿜어져나왔으나, 성녀와 마찬가지로 트랄도 전혀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네 이름은 듣지 못했어.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자기도 안 가르쳐주면서."

"트랄. 트랄이라고 한다."

"......이제와서? 그게 진짜 본명이에요?"

"지금까지 지켜보면서 형제 다음으로 믿을만한 자는 네가 처음이거든."

"......그 형제라는 사람 참 뵙고 싶네요."

성녀는 후드를 벗었다. 신전에 가까워져서 그런지, 성녀의 머리칼에 내려앉은 서리가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예라. 내 진짜 이름."

"응?"

"알려줬죠? 흥."

"...진짜로 못 들었는데."

성녀는 다시 후드를 쓰고 계단을 올랐다. 트랄은 묵묵히 그 뒤를 따르며 속으로 되뇌였다.

'형제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군.'

오늘따라 유독 트랄은 그가 보고 싶었다.

========== 작품 후기 ==========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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