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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34화 (334/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3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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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이 무너져내린다. 흙과 모래가 먼지처럼 흘러내리는 것을 넘어, 주먹만한 돌멩이가 날카롭겨 벼려져 바닥으로 떨어진다.

"끄어엉!!"

미노타우르스들이 황급히 무기를 위로 휘저으며 돌덩이를 후려쳤다. 개중에는 미노타우르스들의 머리보다 더 큰 돌덩이가 굴러 떨어지기까지 했다. 하겐티는 시체방패를 들어올려 정수리로 떨어지던 돌덩이를 막아냈다.

그리고 적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파바박!

하겐티의 허벅지에 구멍이 숭숭 박혔다. 너무나도 두꺼운 근육에 깊은 상처는 내지 못했지만, 쿠키엘프들이 쏜 바람화살은 달구어진 침처럼 허벅지에 박혀 구멍을 만들었다.

하겐티조차 그럴진데, 다른 미노타우르스들의 상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푸슈우웃---!!

전신에 바람구멍이 송송 뚫린 미노타우르스는 사방 팔방으로 피분수를 흩뿌리며 뒤로 넘어졌다. 미노타우르스 하나가 살기 위해 죽은 동료를 들어올리며 몸을 보호했지만, 쿠키엘프들은 뚫린 구멍 사이로 귀신같이 바람화살을 집어넣으며 방패 너머의 미노타우르스를 저격했다.

그것으로 모자라 천장에서 떨어지는 돌멩이들은 점점 돌조각으로, 그리고 점점 날카로운 종유석의 형태가 되어 미노타우르스들의 위를 때렸다.

퍼버벅!

"크어어어!!"

천장에서 떨어진 종유석이 어깨에 박힌 미노타우르스는 괴성을 지르며 포효를 내질렀다. 눈이 시뻘게져서 발광하기 시작한 그는 고삐 풀린 황소마냥 앞으로 돌진했다.

"집중사격!!"

엘프 여왕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쿠키엘프들은 달려오는 미노타우르스의 전신을 향해 화살을 쐈다. 도합 40개의 화살이 미노타우르스에게 연달아 박히자, 성난 소머리 거인은 눈을 까뒤집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무너지는 천장은 죽었든 살았든 구분 없이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을 덮쳤다.

퍽, 퍼벅.

"젠자-----앙!!"

하겐티는 피떡이 되어가는 부하들에 괴성을 지르며 자세를 낮췄다.

"방패를 비스듬히 들어! 다시 뒤로 돌아가!"

정면과 위를 동시에 막을 수 있게 방패를 비스듬히 걸친 하겐티는 오리걸음으로 후퇴했다. 미노타우르스들은 후퇴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잽싸게 선을 넘어가려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많은 상처를 입었다. 엘프들은 집요하게 미노타우르스들의 하체를 공략했고, 다들 다리에 상처를 입어 빨리 달리지도 못했다.

"젠장, 빨리빨리 안 넘어가?! 너희들이 돼지 새끼도 아니고 왜이렇게 행동이 굼 떠?!"

하겐티는 부하들을 재촉했다.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기어가는 부하가 앞을 가로막으니, 하겐티는 부하의 뿔을 잡아 비틀었다.

"비켜!"

"끄어엉?!"

설마 주인이 자신을 내팽겨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는지, 미노타우르스는 경악이 가득한 얼굴로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하겐티는 콧김을 내뿜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새끼야! 죽어도 부활시켜 줄게!!"

"!!"

미노타우르스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으나 울분을 삭혔다. 괜히 심정대로 쌍욕이라도 내뱉었다가는 옹졸한 하겐티가 부활시켜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끄어엉...."

미노타우르스는 피눈물을 흘리며 종유석에 깔렸다. 부하를 밀치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하겐티의 눈앞에 선이 보였다. 절반 이상의 미노타우르스들이 선을 넘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피융---

왼쪽 뒷꿈치가 이상했다. 뜨거운 불에 스친 것 마냥 따가웠다. 처음에는 종유석에 스친 줄 알았는데, 무언가가 날아와 하겐티의 뒷꿈치를 꿰뚫었다.

"히힛."

오크에게 안겨있던 하이엘프는 하겐티를 향해 혀를 내밀며 활을 흔들었다. 단 한 번도 활을 쏘지 않았던 하이엘프의 초격은 정확히 하겐티의 아킬레스건을 꿰뚫었다.

쿵!

하겐티는 왼쪽 무릎을 꿇었다. 스스로 원한 건 아니었다. 힘이 빠져버린 나머지 꿇려진 것이다.

"이, 이...!"

하지만 하겐티에게는 한 발이 남아있다. 다리 한 짝이 없으면 꼴사납지만 깽깽이발로 뛰어가면 그만이다. 하겐티는 팔로 땅을 짚고 앞으로 내달렸다.

"선만 넘으면-"

물컹.

이번에는 오른쪽 발바닥의 감각이 이상했다. 분명 땅을 밟았는데 땅의 감촉이 아니었다.

푹.

하겐티의 머리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천장에는 붉은 슬라임들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체액을 토해내고 있었다.

"저, 저---!!"

천장을 무너뜨린 범인이 슬라임인 걸 이제서야 깨달은 하겐티는 그들을 잡기위해 팔을 휘저었다. 하지만 성난 황소는 판단력을 이미 상실했다.

미끄덩.

점성을 가진 슬라임의 점액이 묻은 발바닥은 몹시도 미끄러웠다. 하겐티는 두 팔을 휘저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으어어어--!!"

구구궁!!

수 미터의 거체가 땅바닥과 키스했다. 안면을 그대로 땅에 들이받은 하겐티는 코뼈가 부러졌으나, 눈에 보이는 선에 땅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선, 선을 넘어야----"

"하겐티야. 이 어리석은 소대가리야."

순간, 뒷편에서 너무나도 듣기싫은 목소리가 나긋나긋하게 들려왔다.

"네가 선을 넘은 것처럼, 나도 선을 넘었다."

구구구구.

오크가 친 선 너머의 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겐티는 자신이 기만당했음을 깨달았다. 천장은 이미 땅에 그어진 선보다 더 먼 곳까지 작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쓰레기같은 놈들이---!!"

하겐티는 역정을 내며 포복으로 바닥을 기었다. 휘황찬란한 황금갑옷이 바닥에 긁혀, 철판에 덧댄 도금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하겐티는 금가루를 바닥에 흩뿌리며 선을 넘었다.

"이, 이 놈들아! 나를 잡아! 잡으라고!"

하겐티는 미노타우르스들에게 손을 뻗었다. 부하들 중 후미에 있던 놈들은 천장이 무너지자마자 바로 뒤로 돌아 도망쳐 부상조차 없었다.

"......."

하지만 부하 미노타우르스들은 복잡한 시선을 보내며 망설이고 있었다. 천장은 무너지고, 하겐티라는 던전 주인을 구해야하는 건 알지만, 그가 이미 보인 행동 때문에 구하기가 꺼려졌다.

"혹시 버려질까봐 두려운 거지. 부하를 버리고 저만 살려고 용을 쓰고 있으니."

"닥쳐어어!! 이 놈들, 빨리 나를 잡아라! 명령이다! 그래야 이미 죽은 놈들도 살릴 거 아니냐!!"

하겐티의 역정에 몇몇 부하들이 일그러진 얼굴로 달려왔다. 하지만 그들의 앞에 또다른 선이 생겼다.

파바바박.

"그 선을 넘어오면 쏜다. 불쌍한 미노타우르스들이여. 그대들의 주인의 작태를 보고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구나."

오크는 하겐티를 비웃으며 목청을 높였다.

"내가 그대들의 새로운 주인이 되겠노라! 그 선을 건너지 마라! 옛 주인의 손을 뿌려쳐라! 내 너희를 군단의 새로운 일원으로 받아들이겠다!"

"소, 속지마라! 속지 말라니까! 내가 너희들을 키웠어! ★★이었던 놈들을 ★★★★까지 키워주지 않았느냐!"

"미노타우르스들이여! 죽을 때 죽더라도, 개죽음은 당하지 마라! 나의 마지막 제안이며, 나의 마지막 자비니라!"

멈칫.

오크의 선언에 미노타우르스들은 하나 둘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하겐티는 땅을 손톱으로 벅벅 긁으며 바닥을 기었다. 팔이 간신히 오크가 만들어놓은 선을 넘었다.

"크허어억!!"

그의 등뒤로 화살비가 퍼부어졌다. 종유석이 떨어졌다. 오크가 내던지는 돌덩어리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 뿔을 맞췄다.

"사, 살려다오...! 내가 너희의 주인이다...!"

하겐티는 흐릿해지는 시야에도 앞으로 손을 뻗었다.

"제발-"

구구구-

천장 전체가 무너져내렸다. 하겐티는 눈앞을 가리는 바위덩어리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딴 변태 새끼들에게...."

하겐티는, 졌다.

* * *

던전을 공략하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다.

탐험욕이 굉장한 모험가들은 던전을 공략한다는 명예 그 자체에 목숨을 걸고, 재물욕이 상당한 모험가들은 던전 공략에 따른 보상에 목숨을 건다.

쟁탈전은 그 둘에 하나가 더 추가된다.

다른 던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정복욕을 충족하고,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간다는 명예욕을 자극하고, 이전보다 한층 더 강해진다는 상승욕을 만끽하게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보다 높은 던전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만큼 짜릿한 것이 없다. 쟁탈전을 건 시점부터 하극상을 일으킨 당사자는 적 던전을 내것이나 다름 없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한다.

-어차피 내가 가질 던전, 소유권 이전하기 전에 내가 멋대로 해도 그만 아닌가?

쟁탈전에 패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이름을 빼앗고 던전을 학살이 일어난 버려진 동굴로 만들든, 솔로몬의 마법으로 우리 던전의 일부가 되어 영원히 마석을 뽑아낼 서브 던전이 되든, 그도 아니면 멀티 던전이 되든 이겨서 던전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남이 운영하던 던전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인만큼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던전 주인마다 추구하는 던전 운영 방식이 다르고, 그에 따른 던전 구조도 천차만별이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부터 던전을 개조한다고 그 누가 뭐라할까.'

던전을 개조하고 나서 던전을 가진다. 그저 순서가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샤이탄이 얘기했지. 하겐티의 이름에 대한 처우를 잠시 뒤로 미뤄달라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예상은 가지만, 그런 의미에서 더욱더 나는 하겐티의 던전을 갈아치울 필요가 있었다.

'하겐티 던전은 분노의 군단 소속 던전이 된다.'

그것은 내가 하겐티 던전을 상대로 쟁탈전을 건 시점부터 응당 이루어져야 할 미래로, 필연적이고 불가역적인 일이다.

'그러니 내가 사용할 곳은 내가 바꾸는 게 맞아.'

집의 구조도 마음에 안 들면 리모델링 할 수 있건만, 위로 천장을 높인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따라서 던전 점령 전에 천장을 조금 무너뜨린다고 그 누구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함정 준비하는데 시간 엄청 걸렸는데 안 걸리고 천만 다행이다.'

시간을 벌기 위해 나는 기행 겸 나의 욕구를 채웠다. 하겐티는 내 행동에 정신이 팔려 내가 엘프말고 대동한 부하들의 존재를 잊어버린 듯 했다.

'슬라임으로 던전 깎을 때부터 눈치 깠어야지.'

나는 내 던전인 하겐티 던전에 진을 구축하자마자 바로 공사를 시작했다. 당연히 리모델링 공사의 작업반장은 라임과 슬라임 드래곤 10기.

'리모델링으로도 성이 안 차면 아예 땅을 갈아엎고 재개발 들어가는 거지.'

기존에 살고 있던 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운명이다. 솔로몬의 시스템이라는 제도 아래에서 살아가는 던전 주인들은 누구나 다 견뎌내야 할 숙명이다.

'약하면 먹힌다.'

나는 하겐티보다 강하다.

우리 군단은 하겐티의 세력보다 강하다.

약육강식의 마족 상식에 따라, 나는 하겐티 던전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기로 했다. 하겐티 던전 그 자체도, 하겐티 던전의 모든 재화도, 그리고 하겐티의 던전 운영 방식도.

"너, 금밟으면 천장에서 종유석 떨어지는 함정 만들어뒀더라? 거지같은 놈. 함정같이 더러운 수작을 부리는 놈들이 난 제일 싫어."

나는 함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예전에 기껏 힘겹게 설치해둔 함정이 현 라스촌 사냥꾼들과 루나에 의해 너무 쉽게 파훼되는 것을 보고, 함정이 아닌 힘과 계략으로 적을 공략하기를 선호했다.

"근데 함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고. 직접 겪어보니까 당하는 놈 빡치게 하는데 함정만큼 좋은 게 없더라? 한 수 배웠다, 하겐티."

천장을 향해 날아가는 바람 화살. 던전 전체를 울리는 거대한 진동. 친절하게 그어놓은 가이드라인을 넘어 온 미노타우르스들.

숱한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겐티는 선을 넘었다. 부하들의 시체로 바디벙커 삼아 전진하며, 감히 나의 여자들과 군단의 여자들을 탐하려 했다.

'죽어 마땅하지.'

그래서 죽이려고 천장을 무너뜨렸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확인사살을 위해 흙더미에 파묻힌 하겐티를 찾아 그의 툭 튀어나온 콧잔등을 짓밟았다.

"우그그윽!!"

하겐티는 전신을 비틀며 몸을 일으키려했다. 하지만 막대한 토사를 뒤집어 쓴 하겐티는 내가 콧잔등 위까지 두 발로 밟고 서있으니 입도 제대로 열지 못했다.

"하겐티. 억울하냐? 전투 중에 엘프랑 떡치는 오크 상대로, 자기 던전에 역으로 함정 깔리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천장 무너져서 지니까 억울해? 꼬와?"

하겐티는 핏발 선 눈빛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하겐티는 나를 백번이고 찢어죽였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지.'

륜과 루나를 제 아래에 깔겠다고 말한 시점부터 하겐티는 내 눈을 벗어났다. 다른 던전의 주인들을 상대로 제안하는 원 찬스, 우리 군단의 일원이 되지 않겠느냐는 인재 영입의 기회는 그에게 없다.

"꼬우면 이겼어야지. 하겐티, 내가 너 죽이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나 말해주마."

나는 하겐티의 핏발 선 눈을 향해 해머의 면을 조준했다.

"이제 네 던전은 내 거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지."

언제부터? 내가 하겐티 던전을 공략하겠다고 포털을 열었을 때부터.

"근데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

나는 해머를 잠시 내려놓고 양옆에 선 두 엘프를 끌어안았다. 하겐티가 코를 벌름거리며 콧김을 내뿜었고, 나는 한 번 더 발을 크게 구른 뒤 해머를 들어올렸다.

"어딜 내 걸 넘봐?"

나는 힘차게 해머를 휘둘렀다.

〈알림〉 48위 하겐티 던전을 점령하였습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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