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비만 오크 33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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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모리-알로켄 전선.〉
평야에서 기병대끼리 부딪히는 건 치킨 레이스와도 같다.
기마와 기마가 죽음을 등한시하고 돌진하며, 기마의 질주에 몸을 실은 기수가 기마와 무기에 모든 힘을 쏟아 상대를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따라서 기병들이 한 번 부딪히고 난 뒤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이기거나 지거나 하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그것이 호전적인 마족들의 기마전이라고 한다면 결과는 더더욱 극단적일 터.
그래야만 했다. 그레모리의 오크 라이더들과 알로켄의 트롤전차 사이에서 벌어진 충돌 또한, 한쪽이 일방적으로 쓸려나가야만 했다.
카앙, 카앙!!
버려진 전차 위에서 오크와 트롤이 서로 무기를 맞대며 물어뜯고 싸우기 시작했다.
도끼나 해머로 중무장한 오크와 단창 몇 자루를 든 트롤. 둘은 좁은 전차의 위에서 어우러져 서로에게 무기를 휘둘렀다.
카앙-!!
오크의 해머가 전차를 때렸다. 트롤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해머의 위로 뛰어올라 단창을 움켜쥐었다.
"죽어라!!"
오크를 향해 내지른 단창의 끝은 오크의 심장을 노렸다. 오크는 도끼에서 손을 떼고 황급히 창날을 붙잡았다.
콰득!
오크는 가죽장갑으로 창날을 붙잡았다. 날카롭게 벼려진 창날은 장갑따위는 가볍게 잘라낼 만큼 절삭력이 뛰어났으나, 트롤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장갑이 평범한 가죽 장갑이 아니었다.
"마수 가죽?!"
트롤은 창날을 움켜쥔 장갑의 가죽이 상당히 강력한 마수의 것임을 깨달았다.
"우오오!"
심장이 찔리기 직전에 찌르기를 무위로 돌린 오크는 단창을 빼앗아들었다. 트롤은 황급히 해머에서 뛰어내려 몸을 옆으로 굴렀다.
새---액!
오크가 내던진 단창이 트롤의 허벅지를 스치고 땅에 박혔다. 오크와 트롤은 서로를 노려보며 씩씩거렸다.
"놈! 가만히 있어라!"
"그러는 너야말로 순순히 죽어라!"
오크의 무장은 단단했으나 트롤의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트롤은 몸놀림이 재빨랐으나 오크의 급소를 찌르지는 못했다.
트롤이 다섯 번을 공격하면 그 공격은 모두 오크의 방어구에 막혔고, 오크가 기회를 잡고 한 번을 공격하면 그 공격은 트롤이 피해버렸다.
"한 방, 한 방만 맞아라!"
"그거 맞으면 나는 죽는다!"
"우오오오!"
"트러어얼!"
기병과 기병의 돌격에 의한 단판 싸움은 졸지에 전차 위의 개싸움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오크와 트롤의 싸움터 옆에는 진짜 개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크아아앙!!
워울프가 앞발을 크게 휘둘러 돌연변이 기마견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기마견은 급히 대가리를 돌렸으나 손톱이 기마견의 눈가를 긁었다.
푸슈우욱!
기마견의 눈에서 붉은 피가 터져나왔다. 워울프는 아가리를 벌리며 기마견의 숨통을 끊기 위해 높이 뛰어들었으나, 옆구리를 들이받는 또다른 기마견에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캬아악!
워울프의 옆구리에 기마견의 이빨이 박혔다. 전차가 망가져 입마개가 풀린 순간부터 기마견은 광견병에 걸린 개마냥 워울프를 물고 늘어졌다.
키아악!
워울프는 앞발을 들어 옆구리를 문 기마견의 정수리를 때렸다. 그러자 기마견의 위로 눈가에 상처가 난 또다른 기마견이 달려들었다.
2:1.
오크 기수는 1:1로 싸운다고 할지라도, 기수를 이끄는 기마 역할의 워울프는 두 마리의 기마견을 동시에 상대해야했다. 그건 다른 워울프 또한 마찬가지였고, 심지어 몇몇은 3마리의 기마견을 상대하기도 했다.
캬릉!
그러나 워울프들은 기마견들을 상대로 분전했다. ★★★이라는 스펙과 군단에서 연이어 벌어진 전투의 경험이 그들을 강하게 만들었다.
트롤 전차로 트롤가 하나가 되었던 기마견들의 등급은 고작 ★★. 숫적 우위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워울프들에게 목이 물려 죽었을 기마견들은 그 숫적 우위를 바탕으로 워울프들을 상대로 간신히 버텨내고 있었다.
난전.
기마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개싸움이 벌어지고 말았다. 알로켄으로서는 가당치도 않을 미친 짓을 벌인 장본인은 유니콘을 탄 그레모리.
"오크는 전차를 습격하고 워울프는 기마견을 공격한다라.... 미친 짓이지만 한 방 먹었군."
알로켄은 그레모리의 전술에 쓰게 웃었다.
"하나로 묶어둔 병력이 아니었던가?"
"그렇지. 언제든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유동적으로 병력을 구성하는 게 우리 군단의 주력이거든."
부딪히기 직전.
오크는 워울프의 등에서 뛰어올라 전차위로 뛰어내렸다.
오크라는 기수가 사라진 워울프는 기마의 역할을 버리고 사냥꾼으로서의 본색을 드러냈다.
"누구의 생각이지? 그레모리 네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모두의 생각이지. 우리 군단에서 적을 이기려고 발악하는 녀석은 나만 있는게 아니라서."
"대단하군. 매력적이야. 그럴수록 더욱더 상대할 가치가 있다."
알로켄은 등에 묶어둔 창을 각각 움켜쥐었다. 쌍창을 든 그는 콧김을 내뿜으며 호탕하게 소리쳤다.
"이 정도는 되어야 싸울 만하지! 흐하하, 살아있기를 잘했다! 인류연합과의 싸움은 시시해서 죽고 싶을 정도였다고!"
"피튀기는 살육전 좋아하는 건 마족 누구나 마찬가지지. 나는 개인적으로...."
화륵.
그레모리가 높이 들어올린 손 위로 거대한 화염구가 만들어졌다.
"적이 내 마법에 불타거나 폭발해서 죽는 걸 좋아한단다?"
"역시 붉은 마녀! 타천사로 몸을 갈았어도 그 성정은 변하지 않지!"
알로켄은 고삐를 움켜쥐었다. 다른 트롤전차의 기마견과는 달리, 알로켄의 전차를 이끄는 기마는 머리 셋 달린 숫사자였다.
"빙빙 돌아라, 헬베로스!"
크아아아!
알로켄의 지시에 따라 헬베로스는 빠른 속도로 전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레모리를 향한 돌진이 아닌, 그레모리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빙빙 돌기 시작했다.
"큭!"
그레모리는 머리 위로 모으던 마나를 띄우고 고개를 숙였다. 정수리 위로 날카로운 단창이 스쳐지나갔다. 그녀의 붉은 머리칼 몇 가닥이 흩날렸다.
"이 자식!"
"정면으로 달려가면 그대로 쏠 게 뻔한 것을! 흐하하, 마녀가 몸이 바뀌었다고 그 본질이 바뀔까! 너는 들짐승이다!"
알로켄은 전차에 꽂아둔 창을 뽑아들며 사납게 웃었다.
"그리고 나는 너를 사냥하는 사냥꾼이지!"
"누구 맘대로."
그레모리는 유니콘의 안장 위에 두 발로 서며 알로켄을 비웃었다. 뒤로 펼쳐진 순백의 날개에 마나가 깃들기 시작했다.
"날개는 장식이야? 풉."
"......날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이다!"
알로켄의 단창이 그레모리를 향해 날아갔다. 그레모리가 날아오를 것을 예상해 던진 단창은 그레모리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었다.
"됐다-!"
"분신이야."
"뭣---"
구체의 위.
진짜 그레모리는 날개를 펄럭이며 구체의 마나를 터뜨렸다.
"몸만 바뀐 거지 기술은 그대로거든?"
구체가 터지기 무섭게, 사방으로 마력의 칼날이 흩뿌려졌다.
* * *
〈파후우-하겐티 전선.〉
그레모리가 알로켄을 상대로 난전을 몰고갔다면, 파후우는 하겐티를 상대로 난잡한 싸움으로 몰고들어갔다.
"뚫어! 뭐하는 거야! 맞을 거 각오하고 뚫으란 말이다!"
"난사해! 절대로 선을 넘어오게 하지 마!"
어떻게든 선을 넘으려는 미노타우르스 부대와 어떻게든 선을 지키려는 쿠키엘프 부대. 파후우가 지정한 경계를 두고 두 부대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끄어어어!!"
미노타우르스들은 무기를 휘둘러 바람화살을 쳐냈다. 아무리 하나하나가 강력하기로 소문난 미노타우르스들은 기본이 ★★★등급이었고, 절반 이상의 개체가 한 단계 더 진화한 ★★★★등급의 마물이었다.
쿠키엘프들의 평균 등급보다 ★ 반 개 정도 앞서있는 전력. 그 차이를 메꾸는 것이 파후우의 광역 버프였다.
쿵쿵쿵쿵쿵!!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전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붉은 오라가 깃든 향을 맡은 쿠키엘프들은 전신의 피가 끓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너무나도 빨리 뛰어 정밀사격을 하기에는 침착함을 다소 잃었지만, 멀리서 저격하는 것이 아닌 지근거리에서 마구잡이로 난사하기에는 최적의 버프였다.
파바바박!!
쿠키엘프들은 선을 넘어오는 미노타우르스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무곳에나 화살을 날렸다. 자신이 비록 급소를 맞추지 못하더라도, 다른 쿠키엘프가 쏜 눈 먼 화살이 미노타우르스들의 급소를 맞추기를 바랄 뿐이었다.
"끄어어엉!"
선두의 미노타우르스 한 마리가 구슬픈 비명을 내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한쪽 무릎을 집중적으로 공략당한 그는 다리를 질질 끌며 앞으로 나아갔으나 미간에 꽂힌 화살에 그만 절명하고 말았다.
"이걸로 세 마리."
본인의 키만한 활을 들고 호흡을 고르던 루나의 저격이었다. 신성력은 담겨있지 않았지만, 루나는 엘프 본연의 궁술을 활용해 저지선을 지켰다.
"절대로 접근하게 두지마!!"
이미 바닥에 쓰러진 미노타우르스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이 놈들--!!"
미노타우르스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자, 하겐티가 결국 직접 나섰다. 그는 선 너머에서 쓰러진 미노타우르스를 들어올렸다.
"건방진 엘프들 같으니라고!"
하겐티는 죽은 미노타우르스의 시체를 들고 선을 넘었다. 쿠키엘프들은 급히 하겐티의 몸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파바바박!!
"저런...!"
"어떻게 부하를!"
하겐티는 제 부하의 시체를 방패삼아 바람화살을 막아냈다. 그 거대한 덩치를 최대한 숙여 시체의 뒤에 숨은 하겐티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집중사격을 막아냈다.
"똑같이 해라, 이 놈들아! 네놈들은 저기서 저러고 있는데 자존심도 상하지 않느냐!!"
하겐티는 루나의 바로 옆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정사 장면을 가리켰다. 오크와 하이 엘프는 주변의 전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랑이라고 부르는, 미친 정사를 나누고 있었다.
"죽은 놈들은 이미 죽었다! 이 전투 끝나면 싹다 부활시켜 줄 거니까 들어올려!"
"끄어어어...."
미노타우르스들은 눈물을 머금고 동료의 시체를 들어올렸다. 순식간에 단단한 방패가 생긴 미노타우르스들은 괴성을 지르며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하겐티, 이 역겨운 녀석 같으니!"
"네년들이 가장 역겹다, 다크엘프! 오크의 좆이나 빨던 입으로 소리지르지 마라! 입에서 걸레 냄새가 나는구나!"
"이게!"
루나는 역정을 내며 활을 들어올렸다. 하복부의 성흔이 불타오르며, 루나의 활에 은은한 빛이 서리기 시작했다.
새애액----!
루나는 말도 없이 화살을 쏘았다. 빛처럼 쏘아진 화살은 순식간에 미노타우르스를 꿰뚫었다.
"크, 크윽...!"
부하 방패의 뒤에 숨어있던 하겐티는 침음성을 흘렸다. 쿠키엘프이며 여왕인 루나의 활에는 마족에게 치명적인 신성력이 담겨있었다. 부하 방패의 허벅지에는 사람 머리통만한 구멍이 뻥 뚫려있었다.
구멍 너머, 하겐티의 허리는 핏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루나의 저격은 방패를 뚫고 하겐티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데 성공했다.
"이,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
"...칫."
공격을 성공한 건 루나였으나, 아쉬움에 혀를 찬 것도 루나였다.
위이잉.
루나의 성흔이 빛을 반짝이다가 살짝 사그라들었다. 명백히 신성력을 소모한게 드러나게 되었고, 하겐티는 광소하며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고작 그 정도냐! 그 정도의 힘으로 나를 감히 도모하려고 하였느냐?! 떡치지 말고 대답해보아라, 오크!"
"쟤 떡치느라 바쁘니까 입 다물어!"
"꺄아아아앙!!!"
파후우 대신 루나가 대답했다. 뒤에서 륜이 절정에 달한 교성이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하겐티는 죽은 부하의 하반신을 벗겨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아주 변태 소굴이 따로 없군 그래! 이거나 봐라, 이 음탕한 다크엘프들아!"
"고인 능욕에 성희롱까지...아주 천인공노할 짓을 하는 군."
오크, 파후우가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그는 품에 기절한 듯 지친 륜을 앞으로 들고 아기를 어르듯 달래고 있었다. 아래에는 여전히 삽입이 계속되고 있었다.
"나였으면 빤스 내리고 내 꺼 좌우로 흔들었겠다."
"이 놈이 끝까지!"
"내가 선 넘지 말라고 했을텐데. 어디서 관객이 무대로 뛰어들려고 해. ...흐읏."
파후우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륜을 와락 끌어안았다. 과시하기 위해 보인 자지가 굵어지더니, 곧 애액 대신 하얗고 끈적한 액체가 륜의 아래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흐아. 천장까지 쌌다. 거의 자궁 천장이 무너져 내리겠다 싶을 정도로 쩔었다고. 흐흐."
"나, 나를 어디까지 능멸할 셈이냐!!"
"지옥 끝까지. 너는 평생 맛보지도 못할 하이엘프 공주. 나는 매일같이 먹고 있거든."
파후우는 몸을 살짝 비틀었다. 눈이 풀린 륜은 하겐티를 향해 시선을 돌리더니, 혀를 살짝 내밀고 바로 파후우와 혀를 섞기 시작했다.
"푸하아. 꼴 좋다, 하겐티. 그러길래 모욕을 해도 얘들은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근데 선 넘지 말라고 했잖아. 루나."
"기다렸어! 모두, 활 들어!"
쿠키엘프들이 활을 높이 들어올렸다. 천장을 향해.
"억장이 무너지지? 이제 천장도 무너질 거다."
나와 륜은 입을 맞추고 동시에 소리질렀다.
""라임----!!""
구구구구---
던전 전체가 아주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주)라스건설. 재개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