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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25화 (325/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2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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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한다고 최상급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더 열심히 질을 조여야 하나요?"

"아니, 륜의 도움을 받는 거지. 륜이 하자고 하는 대로 하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요. 흐흐."

"떡을 치는게 아니고요?"

"너 좀 까탈스럽다? 내가 루시펠 상대로 상급 마석 뽑은 게 짜증나는 거니, 아니면 륜을 상대로 기쁜 마음에 한 번 더 해서 그런 거니?"

"둘 다죠. 거기에 하나 더. 륜까지 더해서 자정에 회의하기로 하셨으면서, 기쁘다고 뒤도 생각 안하고 들박해서 기절시키면 어쩌자는 겁니까?"

"그건 미안하다."

내 잘못이었다. 간부진 중 한 명이 열외-너무 가버려서-판정을 받아 계획이 살짝 꼬여버린 것이다.

"그래도 륜 없이 충분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위험합니다. 안그래도 살이 떨리는데 그런 모험은 감수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위험천만한 걸요."

"그렇긴 하지."

위험천만을 넘어 도박에 가까운 짓을 벌이려다가 겨우 참았다. 나는 한 번 더 메어리가 보낸 전갈을 확인했다.

"기사단장 놈, 도대체 어디까지 병력을 모을 셈이지?"

"스피카 성으로 모이는 모험가들 모두가 사실상 라스베가스를 공략하려는 놈들이 분명합니다. 그 수가...벌써 대략 600.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가 모이고 있습니다."

메어리는 스피카 성의 동태를 하루에 두 번씩 주기적으로 보냈다. 옷을 팔고 술을 팔고 웃음을 파는 일을 하며 손님이 늘어나니 스트레스를 조금 받는 듯 했으나, 그만큼 정보도 많이 들어왔다.

"중급 마석 모아다가 메어리에게 팔찌 두 개라도 줘야겠어."

"중급 마석을요? 그리고 두 개?"

"말이 그렇다는 거지. 라인도 있고, 딸들이잖냐. 그 정도도 못해줄까. ...역시 그냥 던전으로 돌릴까? 남작이랑 밤놀이 즐기는 건 괜찮은데, 사람들 너무 많아서 위험하지 않나?"

"포털도 설치되었는데 걱정도 팔자십니다."

"아무렴."

드디어 스피카 성의 아발론 지하와 라스베가스 사이에 포털이 만들어졌다. 스타킹을 팔아 모은 마석으로 지하에 결계를 치고 포털을 만들어, 이제는 메어리도 1시간 간격으로 스피카 성에서 우리 던전까지 올 수 있게 되었다.

"남작 녀석 분명 전생에 남자였던게 틀림없어. 매일같이 메어리 메어리 노래를 불러대는 통에 메어리를 던전으로 들일 수도 없잖아."

"그만큼 가신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거죠. 낮이든 밤이든."

"그게 문제야. 웃기는 년 아니야? 처녀성을 지켜야한다면서 여자랑 밤놀이는 즐기고. 물론 그 처녀 내가 먹었지만."

한 번.

스피카 성으로 가끔 나가서 자고 있는 남작을 취한다는 내 계획은 기사단장의 등장과 무수히 많은 모험가들의 등장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아발론에 있는 서큐버스들 걸리지 않겠지?"

"당연하죠. 그에이가 적당히 막아서고 있고, 여차하면 서큐버스 대신 요정들이 나서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걸린 적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쪽으로 마석을 벌어들이는게 아주 재미가 쏠쏠하단 말이야."

인생 한방을 모토로 전쟁터를 기웃거리는 용병과 모험가들이 모여서 그런지 지갑 여는게 아주 헤펐다. 그리고 오랫동안 쌓여있는 이들도 있어 서큐버스들이 착정하는 양도 엄청 많았다.

비록 상급 마석은 나오지 않았지만, 중하급 마석은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질 정도였다.

'그만큼 2,3성 모험가들이 많다는 얘기지만.'

그 수가 무려 600명. 그냥 라스베가스의 주민으로 와서 손님으로 온다면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적으로 들어오면 그 즉시 잡아죽여 구울화-마석화의 공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일단 그 놈들이 오기 전까지 전쟁을 마무리 지어야지. 샤이탄, 라스베가스와 라스촌의 수비는 완벽한가?"

"물론입니다. 라스베가스의 울타리는 주인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완성되었고, 라스촌에는 다른 이도 아닌 '그들'이 있습니다. 라스촌만큼은 결코 들어오지 못할 겁니다."

"그렇지? 샤이탄, 신임 촌장을 불러라. 간단한 지시를 내리고 바로 작전을 수행하겠다."

"예."

샤이탄이 라스촌으로 간 사이, 나는 천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를 불렀다.

"라임, 잠깐 내려와라."

꾸르륵.

언제나 내가 가는 곳 근처에서 대기하며 나를 보좌하고 청소해주는 라임은 이제 우리 던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리고 라임은 아직 한 차례 더 강해질 수 있다.

〈라임〉 ★★★☆

레벨 : 54/54

종족 : 슬라홀

"...인연소환의 탓으로 레벨이 1 줄어들었었지. 그덕분에 4성으로의 진화 조건도 막혀버렸고."

꾸르륵.

라임은 우울한 얼굴로 내게 안겼다. 나는 인형을 만지듯 라임을 쓰다듬으며 미리 준비한 종이를 몇 장 꺼냈다.

"네가 여러모로 내게 처음을 선사하는 구나."

내가 자의로 영입한 첫 부하이며 내가 직접 결행한 첫 인연소환의 경험을 하게 해준 것도 모자라, 이제는 다른 시스템의 처음도 실험하게 되었다.

〈마물 강화권〉 태생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강화 수단.

# 사용 조건 : 레벨을 끝까지 올린다.

# 사용 효과 : 최대 레벨 5 상승.

# 사용 대상 : 라임(★★★☆, Lv.54) - 69 / 4 장

마물 합성은 ☆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레벨을 건드릴 수 있는 것은 마물 강화권 뿐.

'사용할 기회는 많았는데 진화시키기 바빴지.'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기에 쌓여있는 강화권의 수는 무려 70장에 육박할 정도였다. 매일같이 일일 퀘스트를 하는 느낌으로 부하를 육성하며 얻고, 거기에 특별퀘스트를 공략해서 한 장 한 장 꾸준히 늘어난 결과물이었다.

'만렙 컨텐츠인 줄 알았는데, 이런 쪽으로도 쓰이도록 해놓은 거였어.'

다시 살아나는 패널티로 레벨이 1 깎이더라도 진화가 막히지 않도록 설계해둔게 틀림없다.

"샤이탄이 그러더구나. 마물강화권으로 5레벨을 올리면 진화 조건도 그에 맞춰서 올라간다고. 성장시키는 것도 아주 개고생을 해야한다더군."

륜의 처녀를 먹겠다는 일념에 미쳐 던전의 모든 자원을 륜에게 몰빵하고도 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비록 라임의 레벨은 50대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만큼 자원을 할애할 수 없다.

물론 자원 수급도 많아졌지만, 그만큼 쓰는 곳이 늘어났으니까. 마석은 어떤 녀석들의 '식량'으로 쓰여야만 했다.

"부르셨습니까, 군단장님."

"그래. 니프엘라 반촌 촌장."

"...왜 그렇게 저를 소개하듯 부르시는 겁니까?"

"직책이 새롭게 생겼으니까."

내 앞에 선 전 엘프의 숲 2장로, 현 반촌의 우두머리 니프엘라는 다크엘프가 된 상태로 내게 허리를 숙였다. 우리 군단에 들어왔다는 증거로, 그녀는 복색부터가 기존 엘프와 확연히 다른 옷차림이었다.

"엘프와 교복이 어울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씁."

"주인님께서 말씀하셨잖습니까. 교복은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최강의 방어구라고."

"교복이라기보다는 사관학교 제복같은 느낌이지만 말이지."

사관학교도 결국에는 학교인만큼 엘프들의 옷은 전부다 교복 스타일이었다. 나이도 3천살 먹은 하이 엘프가 다크엘프가 되어 교복을 입고 있는 것도 주책인데, 심지어 미니스커트에 가깝게 치마를 짧게 줄인 것은-

"주인님?"

"그래. 날씨가 좀 춥지? 스타킹 따뜻하게 입고 다녀라."

"물론입니다. 안에 레오타드와 스타킹 조합으로 입으라고 하신 건 군단장님 아니십니까."

주인님에서 군단장님으로 호칭이 살짝 멀어졌다.

"흠흠. 알았다. 미안하다. 보기 몹시 예쁘니 앞으로는 계속 그렇게 하고 다니되, 너무 줄이지는 말거라."

"알겠습니다. 그래서 저를 부른 이유가...?"

"지금부터 '작전'을 결행할 것이다. 너는 〈과수원〉의 우두머리로서, 모험가들이 이곳에 오면 그에 상응하는 응대를 해야할 것이다. 무엇인지 잘 알고 있지?"

"예. 성기사단이 행여나 던전으로 들어오려고 하면, 저희가 앞에서 저들을 '아스타로트 던전'으로 보내는 것 아닙니까?"

근처에 다른 던전이 있는 걸 알았으니, 그걸 이용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던전의 진짜 위치를 아는 '적'은 버진 엘프들 뿐이다. 그들이 설령 이곳으로 온다고 해도, 너희들이 딱잡아 떼면 그만이지."

"어떻게 확인하겠습니까. 던전 안으로 들어가지 않기만 하면 그냥 보통 엘프랑 다를 게 없는데."

라스촌은 엘프들의 주거지역으로 개조되었다. 그리고 엘프들이 그곳에 살며, 우리 던전의 가림막이 되어 줄 것이다.

반반엘프답게 80명 중 40명 가량이 과수원 행을 택했다.

비록 라스촌 주변은 하서스와 구울들이 벌채하여 나무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라스촌의 구조물만으로 그들은 충분히 인간들을 상대로 응전할 수 있을 것이다. 엘프들이 있는 곳으로 속아 돌아가거나 아스타로트 쪽으로 향하면 더 좋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지. 만약 1장로가 엘프들을 이끌고, 인류연합과 편을 먹은 다음 던전에 들어오려 하면 어떻게 하라고 했느냐?"

"적이 저희보다 약하면 섬멸을, 적이 저희와 비슷한 전력이면 던전 내부로 후퇴를, 그리고 적이 저희보다 강하면 바로 우회하여 라스베가스로 도망치겠습니다."

"잘 알고 있구나. 그래.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네가 던전을 빠져나가는 즉시 작전을 시행할테니 그리 알 거라."

"...그럼 주인님. 그...."

"왜 그러느냐? 혹시 마액이 벌써 떨어진 건 아니겠지?"

"그, 그것도 있습니다만."

니프엘라는 머뭇거리며 내게 허리를 푹 숙였다.

"륜을 잘 부탁드립니다."

"......?"

"그, 여러모로 상처가 많은 아이입니다. 이렇게 잘 키워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오나, 륜은-"

"네가 혹시 어머니라도 되냐?"

"그건 아니고요. 저와 정말로 친했던 하이엘프 언니의 딸입니다. 심정적으로는 제 조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지요."

갑자기 륜의 출생사를 듣게 되니 심정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니프엘라를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혹시 장모님 여기 계시냐? 그건 아니지? 응? 너 그 때 륜이 여기 있는지 몰랐잖아. 설마-"

"그건 아닙니다. 륜을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는 걸요."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다행이군."

패륜을 저지를 뻔 했다.

"...혹시 장인어른은 누구냐? 신수야?"

"아뇨. ......그, 지금 륜 없죠?"

"물론."

륜은 지금 내게 너무 세게 박혀서 플라우로스 던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포털을 통해 소리가 전해지지 않는 이상, 륜이 듣지는 못할 것이다.

"저희도 모릅니다. 륜의 어머니가 올 때는 이미 아이를 가진 상태로 왔었습니다."

"와오."

정말 조심스럽게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될 비밀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저와 1장로 둘이서 결계 밖에 있던 언니를 두고 상의했습니다. 당시 다크엘프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신수님 몰래 들이자는게 제 의견이었고, 1장로는 절대로 안된다고 했었죠. 그래서 절충안으로 아이만 들이기로 했습니다."

"그게 륜이구만. 잠깐, 임신했다며?"

"이야기 중에 출산을 했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럼 네가 륜의 산파네?"

"그런 셈이죠."

니프엘라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 륜을 그만큼 신경써달라는 것도 있지만, 조금 고깝게 생각하면 그걸 통해서 자신도 어느정도 챙겨달라고 청탁을 하는게 아닐까.

"고맙다. 알려줘서."

나는 비사를 알려준 니프엘라에게 감사의 의미로 마액을 넣은 통을 하나 건넸다.

"마셔라. 중급 마석으로 만든 마액이다."

"...이런 걸 바라고 말씀드린 건 아닙니다만."

"어차피 마액은 많다. 엘프들 식량으로 제공되는 건 하급 마액 아니냐. 그거 성마법으로 용량 일부러 늘린 것도 아닌 진퉁이니까, 좀 걸쭉할 거다."

"...감사히."

니프엘라는 나무통을 들고 던전을 떠났다. 어쩌다보니 륜의 출생에 관한 숨겨진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딱히 나쁠 것도 없다.

"나중에 니프엘라를 륜과 루나 딸들 유모 시키면 되겠다."

과연 어떤 딸들이 나올 지 모르지만 니프엘라의 라스촌은 아이가 크는데 정서적으로 안정된 공간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잘 뛰어놀려면 역시 집이 커야겠지? 라임아, 가자."

나는 라임과 함께 지하 1층의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는 한 무리의 반반엘프-다크엘프 40명이 전투복 차림으로 나를 맞이했다.

입부터 발끝까지 모두 라택스와 같은 재질로 검게 물든 바디 슈트. 착 달라붙는 옷이라 몸의 라인이 모두 드러나지만, 역설적으로 어지간한 풀플레이트보다 더 방어력이 단단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긴장된 얼굴로 서있다가 나를 보며 안도했다.

"지금까지 포털을 지키느라 고생했다. 시간 맞춰 내려왔는데 어떻게 딱 맞나?"

"그럼. 이제 포털 앞까지 걸어가기만 하면 돼."

탱크톱에 레깅스라는, 여왕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지만 스포츠녀에게는 잘 어울리는 옷차림의 루나는 초승달같은 검을 어깨에 걸쳤다. 루나 또한 성흔을 드러낸 하복부 말고는 전신에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라스촌을 지키는 화이트 크림 엘프.

그리고 적의 던전을 공격하는 다크 쿠키 엘프.

"쿠키엘프들, 모두 던전 털어먹을 준비는 끝났나?"

공수의 밸런스가 완벽히 조화를 갖춘 반반엘프의 구성을 두고, 나와 샤이탄은 그들을 '쿠앤크엘프'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자꾸 반반엘프라고 부르기 그래서

라스엘프랑 쿠앤크엘프 중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쿠앤크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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