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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318화 (318/800)

나 혼자 비만 오크 31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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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엘프의 숲.〉

1장로는 긴장된 마음으로 던전에 간 이들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루나가 돌아오지 않았던 때보다, 륜이라는 하이엘프가 여왕으로 점지되었다고 착각했던 때보다 더 전전긍긍했다.

"제발 아무 일이 없기를."

루나가 아무리 자신과 몇 번 트러블을 겪었다고는 해도 수호자였던 존재다. 더군다나 여왕이 되었다고 해도 루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엘프를 위해 판단하는 자.

엘프 집단에 해가 될 행동은 결코 하지 않을 자.

앞으로는 서로 갈등을 일으킬 지 몰라도,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한 침대에서 밤놀이를 즐기며 갈등을 풀어냈던 자.

그게 자신이 아는 루나였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자꾸만 최악의 가정이 떠올랐다.

'던전의 괴물들에게 당했으면 어떻게 하지?'

고블린들의 함정에 빠져 윤간당한 나머지 다크엘프가 된 루나.

성노예처럼 부려먹히다 어쩌다 여왕이 되어 던전을 자신의 지배하에 만들었으나, 다크엘프가 되었다는 불합리한 분노로 인해 엘프의 숲 전체를 몰락으로 몰아가게 되는 그런 불길한 미래가 자꾸만 떠올랐다.

'고블린들을 이끌고 와서 순순히 학살당하라고 하면?'

솔라는 던전을 다녀왔다. 어쩌면 자신에게 기만을 하라고 루나에게 명령을 받은 걸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여 도움을 받을 곳이 필요했다.

'성녀도 그렇게 돌려보내서 지금 몹시 난감해.'

성녀가 엘프의 숲에 당면한 문제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아예 결계까지 나가서 되돌려보냈다. 여왕의 탄생으로 혼란이 생긴 상황이라, 아무리 축하의 사절이라 해도 숲에 엘프 이외의 존재를 들이기 곤란했다.

'분명 오해할 거다. 마왕군의 편이 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당황하는 나머지 너무 짜증을 내버렸다. 엘프를 대표하는 이로써 그릇된 행동을 하였으니, 인류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부디 무사히 돌아 오기를…."

1장로는 2장로가 무사하기를 기원했다. 각자 엘프들을 대표하는 이로서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해야 했으니, 1장로가 할 일은 숲의 엘프들을 수습하는 일이었다.

"그래. 혼란을 수습하는 게 나의 역할이지."

1장로는 급히 숲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엘프들은 1장로의 지시대로 숲에서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 차분히는 앉아있었고, 눈에는 1장로와 마찬가지로 초조와 긴장이 가득했다.

"늦어서 미안하다, 어린 엘프들아."

1장로는 푸근히 미소지었다. 엘프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침착함을 되찾아야했다.

"장로님! 어떻게 되었나요?"

"여왕님께서는 저희에게 뭐라고 하셨습니까?"

"저희는 이제 어찌 되는 겁니까?"

젊은 엘프들은 1장로의 곁에 달라붙어 제각기 질문을 퍼부었다. 하이엘프에 대한 예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혼란이 계속되었다.

"자, 자. 진정들하거라. ...2장로가 여왕님을 만나고 오실테니."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겁니까?"

"이미 몇 시간이 지났습니다."

"......기다리거라. 인내심을 가지거라.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지 않았느냐. 너희가 살아온 세월에 비하면 하루는 아주 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1장로는 힘겹게 엘프들을 진정시켰다. 하나하나 달라붙어 설득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고, 너무나도 많은 말을 하는 바람에 목이 탈 정도였다.

"...운디네."

1장로는 물의 정령을 불렀다. 푸른 머리칼의 작은 소녀는 1장로를 향해 드레스를 살포시 접어 올렸다.

[부르셨어요?]

"너무 많은 말을 했더니 목이 마르구나. 강의 물을 조금 길어와다오."

[.......]

운디네는 침묵하며 부탁을 따르지 않았다. 1장로는 안 그래도 답답한데 자신의 파트너인 정령들까지 이 지경에 이르니 속에 천불이 났다.

"뭐하느냐? 물 한 모금 길어와달라는게 그리 어려운 부탁이야?"

[......강물, 절대로 마시지 마세요! 저는 그 말 밖에 해드릴게 없어요!]

운디네는 스스로 목을 조르며 소멸했다. 정령계로 역소환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운디네에 1장로는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목이 마른데 무슨…. 그럼 엘프들은 물 한 방울 마시지 말라는 건가?"

1장로는 그나마 차분함을 가진 엘프들을 강으로 보내 물을 길어오게 만들었다. 꽃잎으로 차를 한 잔 우려내 여신에게 기도를 하면 엘프들도 진정할 것도 같았다.

'뜬금없이 강물을 마시지 말라고 해봐야.'

당장은 엘프들을 진정히시키는 것이 급했다.

"아이들아. 다 함께 차를 한 잔 하자꾸나."

"1장로 님, 지금 마련된 물이 없습니다."

"...그러면 강물을 길어오도록 하거라."

잠시 뒤.

엘프들이 길어온 물은 이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강물에서 달콤한 향기가 날 정도였다. 이상하기는 했으나 큰 문제는 아니었다.

"아이야, 나의 집에 있는 꽃차를 내어오거라. 그걸 우려내어 마시며 진정하도록 하자."

1장로는 차의 효능을 믿었다. 차의 원재료인 신수의 꽃잎을 믿었다.

"신수께서는 백년마다 한 번씩 꽃을 피우시며, 그분의 허락을 받아 꽃잎을 말려 꽃차로 우려마시지. 신수님을 생각하며 진정하는 거다."

심신을 안정시키고 몸의 긴장을 완화하는 꽃차는 젊은 엘프들도 마음을 달래기에 충분한 물건이었다. 1장로는 물에 불은 꽃잎이 떠다니는 찻물을 잔에 넣고 한 모금 들이켰다.

"...차 맛이 좋구나. 엘프들은 한 잔씩 들어라. 그리고 조용히 2장로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거다."

엘프들은 1장로의 지시에 따라 2장로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고, 몇 시간이 지나도 2장로는 도착하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1장로는 애써 초조한 마음을 숨기고 2장로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했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 어느덧 해가 지평선 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간다 싶은 순간.

"1장로---!!"

2장로가 비명을 지르며 엘프의 숲으로 귀환했다. 헐레벌떡 달려온 그녀의 모습은 떠날 때와 크게 차이가 없었으나, 표정은 창백하고 심각해보였다.

"1장로! 여왕께서는 뭐라하셨-"

"저주가 내릴 겁니다! 빨리 저를 따라 여왕님의 곁으로 가야해요!"

2장로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여왕의 곁-던전으로 가야한다는 2장로의 다급한 목소리에 덩달아 1장로까지 당황했다.

"무슨 일이냐...일입니까? 여왕님께서 무슨 명령을 내리신 겁니까? 그리고 저주...라니요?""

"여왕께서는 모든 엘프가 던전으로 들어올 것을 하명하셨습니다. 만약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발정하는 저주가 생길 겁니다…!'

"뭐?"

1장로는 2장로가 한 말을 곱씹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여왕의 명령을 듣지 않으면 발정하는 저주? 그런 저주는 생전 듣도 보도 못했다. 혹시 자신이 생각하는 발정이라는 단어가 또다른 뜻을 가진 고유의 단어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더 묻겠습니다. 여왕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던전에 오라고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여왕께서는 엘프들이 모두 던전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그럼 다크엘프가 되라는…."

"하아아앙!!"

1장로와 2장로의 시선이 동시에 비명이 들린 곳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젊은 엘프 한 명이 얼굴이 붉어져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는 멍하고 풀린 눈동자로 자신에게 놓인 상황에 혼란스러워했다.

투둑. 투두둑.

엘프의 아래에는 홍수가 나있었다.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밀액에 1장로는 숨이 턱 막혔다. 그것은 분명 엘프들이 성적으로 흥분했을 때 나오는 체액이었다.

"발정이라는게 설마…!"

"예! 성적으로 흥분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투두두두둑!!

한 명이 시작하니 너나할 것 없이 주저앉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나무에 손을 짚고, 누군가는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주저앉아 배를 움켜쥐었다.

1장로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꽃차를 마셨던 이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발정의 저주에 걸리고 말았다.

투두두두두둑.

엘프의 숲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이 아닌 치마 속에서 떨어지는 밀액의 홍수는 숲의 땅을 축축하게 적셨다. 2장로가 말한 ‘발정의 저주’에 모든 엘프들이 두 명의 장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상태로 마물이라도 만나기라도 한다면…!"

"그 또한 여신의 뜻이겠죠. 하지만 1장로, 우리가 만날 이들은 마물이 아닙니다."

다그닥, 다그닥.

2장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말발굽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엘프들이 모인 공터를 중심으로 이방인들이 말을 탄 채 엘프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엘프의 피부보다 하얀 백마는 머리에 샛노란 뿔을 달고 있었다. 말의 정체는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모든 말들은 순결한 처녀만 탈 수 있다고 하는 유니콘이었다.

“워, 워.”

그리고 유니콘들에 고삐를 채워 몰고 있는 기수들은 생전 처음 보는 복색의 남자들이었다. 전신을 온통 검은색으로 물들인 이들의 하얀 셔츠 위 얼굴은 엘프들도 혹할 만한 미형이었으나, 그 피부는 분명히 진한 녹색의 ‘오크’였다.

“오...크?”

“진짜 오크인가…?”

분명 녹색 피부의 근육질 인간형의 존재는 오크인 걸 알고 있으나, 눈앞의 오크들은 뭔가 사뭇 달라보였다.

잘생기고, 체형좋고, 이국적인 복색으로 신비감을 가지고 있고, 유니콘까지 타고 있으며, 눈빛만 받는데도 왠지 모르게 임신할 것만 같은 외형이었다.

두근, 두근.

엘프들의 심장이 두근거리고 숲에 과일향이 진해지는 가운데, 선두에 선 오크가 셔츠의 넥타이를 손으로 조정하며 2장로의 옆에 섰다. 아더는 손에 든 양피지를 촤르륵 펼치며 소리쳤다.

"여신의 대리인, 루나 여왕의 이름으로 엘프들을 인도하러 왔소! 내 이름은 아더. 여왕을 따르는 성기사단 〈라스 나이트〉의 단장이오."

"모든 엘프들은 들어라. 나 엘프의 숲 2장로 니프엘라는 여왕의 명령에 따라, 그대들을 여왕님의 앞에 인도할 임무를 받고 이곳에 왔다. 눈앞의 오크들이 그대들을 인도할 것이다. 너희들이 걱정하는 금기는 없다."

“보시오.”

아더가 말에서 훌쩍 뛰어내려 니프엘라의 손을 붙잡았다. 그에 몇몇 엘프들이 비명을 지르거나 흠칫 놀랐으나, 2장로는 오크와 손을 맞잡았음에도 피부가 변하지 않았다.

"그대들이 알고 있는 금기는 진실이 아니오. 어디까지나 장로들이 그대 엘프들을 걱정하여 만들어낸 규율이지."

크르르르.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워울프의 등에 올라탄, 야성미가 넘치는 가죽갑옷의 오크들이 나타나 고삐를 움켜쥐었다.

유니콘, 워울프가 각각 30.

총 60기의 기수가 엘프의 숲에 도착했다. 그들은 기마에서 내려 저마다 자세를 잡았다.

"여왕을 대신하여 엘프들에게 명령을 내리겠다. 먼저 저주를 해주하고 여왕폐하의 세례를 받고자 하는 자, 원하는 오크의 손을 맞잡거라."

"니프엘라!! 루나라 그런 명령을 내렸다고?!"

"1장로 님. 여왕님의 존함을 함부로 부르는 것은 자제하여 주십시오. 이 명령은 여왕님보다도 더 높으신 분의 뜻이기도 합니다."

"......여신이시여."

2장로 니프엘라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1장로를 비웃었다. 하지만 1장로는 눈을 감고 기도를 하느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이들아, 어서 원하는 오크에게 다가가 손을 잡거라. 이런 식으로."

다시 유니콘 위에 오른 아더는 손을 내민 니프엘라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앉히게 하여, 뒤에서 살포시 끌어안듯 고삐를 붙잡았다.

"그러면 오크들이 그대들을 즉시 여왕님께 인도해 주실 것이다."

"이동에는 시간이 걸린다. 가장 먼저 여왕님을 뵙고자 하는 자부터 빠르게 던전으로 갈 것이다. ...여왕님의 명령을 듣지 않는 자. 마물과의 접촉을 꺼려하며 여전히 금기에 사로잡혀 있는 자. 그런 자들은 오지 않아도 좋다. 단, 명심해라."

아더는 눈에 살기를 번뜩이며 사납게 웃었다.

"우리 군단의 일원이 되지 않는 자가 어떻게 될 지, 나도 알지 못하니."

***

"그냥 도망치면 냅두고, 통수를 치고 공격을 하면 바로 다크엘프가 되는 거지."

"...그걸로 끝입니까?"

"그럼."

오크들이 유니콘을 탄 바람에 기수를 빼앗긴 듀라한 무리의 수장, 키메리에스는 멀찍이 혼란스러워하는 엘프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떨구었다.

"하아, 인간 비비안이었다면 당장 도망가라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너는 지금 인간 비비안이 아니지. 듀라한 키메리에스, 네가 저 상황이라면 어찌할 것 같으냐?"

"주인님이 마련해두신 첫 그물은 통과해도 두 번째 그물은 통과하지 못할 겁니다. 주인님을 만나기 전의 저라면."

첫 번째 그물.

여왕의 초대에 응하는 엘프들과 응하지 않는 엘프들. 발정의 저주까지 완벽히 걸렸는 데도 성적 흥분을 억누르고 도망치는 엘프라면 어쩔 수 없다. 그런 자라면 두 번째 그물에 들어오는 순간 도망치려고 그물망을 찢으려 할 터.

"그럼 지금의 너는?"

"성행위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을 알고 있는데 어찌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겠어요? 후후. 그보다 주인님, 빨리 정리하시죠."

키메리에스는 쭈볏거리며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하는 엘프들을 가리켰다. 대형마트 과일 채소 코너에 온 것 같은 향긋함과 별개로, 나는 듀라한 부대와 빨리 해야할 일을 해야했다.

"유니콘 인원 다 차기 전에 빨리 털고 가자."

유니콘과 듀라한.

물리적 거리가 떨어지면 힘이 떨어지게 되는 이상, 최대한 빨리 작업을 해야했다.

"엘프들 집에 있는 물건들 중에 돈 될 만한 것들 싹다 챙겨!!"

군단의 새식구가 오는데 이삿짐센터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도망치는 이들?

...

나는 모르는 일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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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간이 있어서 늦게나마 한 편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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