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비만 오크 31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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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던전 지하 1층 다크엘프 마을.〉
"드디어 내 차례구나!"
루나는 두 팔 벌려 나를 반겼다. 나 다음으로 가장 많은 상처를 입었던 그녀는 아무 상처 없이 말끔히 회복되어 있었다.
"여신의 힘인가? 회복력도 좋아."
"누구 상대로 깔리는 거 버티려면 이 정도 체력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래, 너는 그런 녀석이었지. 그보다 지금은 다른 얘기를 하자. 이 던전의 지하 1층에 부하들을 누구로 채울 건지. 이 중에 정해라."
"건설적이네. 좋아. 내가 선택하면 되는 거야?"
루나는 내 손에 든 나무패를 유심히 살폈다. 나는 루나가 책임 질 지하 1층에 들어갈 부하를 총 세 부류로 구분했다.
"인간, 엘프, 골렘? 오크나 다른 애들은 완전히 배제되었네?"
"어. 네 신성력을 견딜 수 있는 녀석들로 구성하려고."
신성력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신성력에 따라 버프를 받을 수도 있는 인간 모험가들.
신성력이 다크엘프 여왕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니 옆에 있어도 큰 문제가 없을 다크엘프들.
마지막으로 우리 군단에서 주력은 아니지만 생물이라고는 보기 힘든 골렘들.
앞의 둘은 신성력이 몸에 닿으면 피부가 타들어가지 않을 것이며, 골렘은 신성력이 없더라도 수비력 자체가 단단해서 수비전에 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할파스 던전 공략하면서 봤잖아. 그 저주받은 와이번. 꼭 공략해야만 문이 열리도록 만들어놓은 기믹."
"대기하면서 대충 듣기는 했어. 그런데 그게 실현가능해? 가는 문이 막히면 포털도 막히는 거 아니야?"
"문지기 같은 걸 만들어두면 되는 것 같더라. 물론 그런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네가 그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거지. 본진에서 대기하다가 언제 어디서든 투입 가능한 최종병기."
"아하, 걸어다니는 병기가 되어라?"
"생물병기가 되는 김에 육변기가 되어도 좋고."
"육변기…."
샤이탄은 내 말에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나 또한 너무 뜬금없이 개소리를 지껄였나 후회가 되었다.
"육변기...흐흐흐, 그거 어감 되게 좋은데? 그럼 나 네 전용 육변기야?"
"그런 셈이지. 그래서 밑에 부하들은 어떻게 할까? 네 의견 물으러 왔잖아."
"육변기 의견이 뭐가 중요해? 주인님 의사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 흐흐, 너는 이미 답을 정한 것 같은데? 내가 한 번 맞춰봐? 둘이서 동시에 말하는 거다. 하나, 둘, 셋."
나와 루나는 입을 맞춰 말했다.
""다크엘프.""
뜻이 통했다. 나와 루나는 서로 동시에 손을 맞잡았다.
"솔라가 데려오는 애들 전부다 육변기, 아니 다크엘프로 만들자!"
"반반엘프로 만드는 거지."
"던전 안에서는 다크엘프가 될 거니까 괜찮아! 나도 이번에 느꼈어. 나도 휘하에 내 전용 부대가 필요하다는 걸."
루나 한 명은 강하지만 루나가 위험에 빠졌을 때 옆에서 지켜줄 존재가 필요했다. 그럴려면 루나가 투입되는 위험한 전장에서 활약할 실력자들이 필요했다. 즉시 전력으로 투입 가능한 존재가.
"드디어 결심했구나?"
"그래. 엘프의 숲을 친다. 솔라가 돌아오면 바로 잡아다가 가불기를 걸어버릴 거다."
"가불기?"
"그래. 그걸 위해서는 네 도움이 필요하다, 루나."
나는 루나의 귀에 내 계획을 속삭였다. 루나는 나의 원대한 계획을 듣더니 싱긋 웃으며 내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아주 욕망이 가득해. 내가 허락 안 해주면 어쩔 거야?"
"허락 안 해주면? 아니지, 너는 허락을 해 줄 거야. 조건을 거는 건 나니까. 그래, 나의 계획에 협조해주면…."
나는 루나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내 얼굴에 가까이 놓았다. 나보다 더 힘이 강하면서 루나는 순순히 내가 잡는대로 따라 움직였다.
"너를 위한 선물을 주지. 샤이탄, 그걸 꺼내라."
내 지시에 따라 샤이탄은 미리 준비한 가방에서 물건을 하나 꺼내들었다. 루나는 겉에 금속 고리가 걸린 가죽 목걸이를 받으며 침을 꼴깍 삼켰다.
"이게 내 선물이야?"
"그래. 너만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물건이다."
나는 목걸이의 연결부위를 풀어 루나의 목에 채웠다. 고리가 뒷목으로 넘어갔고, 나는 가방에서 체인을 꺼내 고리에 걸었다.
"인간들이 강아지같은 반려동물을 기를 때, 자기 강아지가 다른 이를 물지 않도록 목줄을 채우고 잡아당긴다고 한다더군."
"...내가 강아지라는 거야?"
"아니. 그런 플레이를 해주겠다는 거지. 한 번 생각해봐."
나는 루나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한 손으로도 잡히지 않을 가슴은 전력질주를 하고 온 것 마냥 격하게 뛰고 있었다.
"너는 알몸이 되어 네 발로 걷는 거야. 엘프의 숲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나는 네 목줄을 쥐고 다니는 거지. 야외 산책 플레이."
"그러다가 하고 싶어지면…?"
"네 발로 기어다니는 자세 그대로 뒤에서 냅다 꽂아주마. 어때? 하고 싶은 욕구가 솟아나지 않아?"
협박에 의해 하게 하는 건 하책이다. 진짜 효율을 위해서는 스스로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하…나 그러면 엘프들을 전부 배신하게 되는 건데."
"이미 다크엘프 아니십니까. 그리고 여왕이 지금까지 없었잖아? 이제 여왕이 새로 태어났으니 질서도 새롭게 만들어지는 거지."
나는 루나의 셔츠 아래 튀어나온 꼭지를 비틀었다. 엄지와 검지에 습하고 찐득한 액체가 삐져나왔다.
"새로운 여왕님의 첫 명령인 거지. '엘프들이여, 던전의 경계에서 오크에게 박혀라.'"
루나와 지난 번에 얘기했지만 이참에 확실히 할 참이었다. 마물, 오크와의 성행위를 통한 집단 타락. 서로 서로 마지막 선을 넘지 않아 미뤄두고만 있던 대계를 이제 직접 실행할 때가 되었다.
"아니면 우리가 직접 엘프의 숲으로 한 번 가볼까? 엘프의 숲에서-"
"주인님!"
륜이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나타났다. 륜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빨리 올라와주세요! 엘프들이 왔어요!"
"오, 그래? 마침 그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디 마중을 나가볼까?"
"대책을 내주세요! 지금 2장로 님이 솔라 언니보고 앞장 서라고 난리에요!"
"뭐?"
솔라. 감귤맛.
던전에 발을 디디는 순간 머리칼이 회색으로 탈색되고 피부가 검게 변할 반반엘프.
"걔가 먼저 들어오면 들키잖아!!"
나는 급히 루나를 데리고 지상, 라스촌으로 달렸다.
***
파후우가 소식을 듣자마자 걱정했던 것처럼, 솔라 본인도 그러한 이유 때문에 던전에 선뜻 들어가지 못했다.
"......."
"뭘 하고 계십니까? 어서 여왕님을 모셔오시지 않고."
2장로는 던전의 입구에 마련된 나무 테이블에 차분히 앉아 솔라를 재촉했다. 솔라는 2장로의 자세에서 많은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모든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안에서 나타날 루나가 진짜 여왕이라면 자리에서 일어나 여왕을 맞이할 준비.
여왕이 아닌 마물일 경우 응전하거나 즉시 퇴각하여 도주할 준비.
어느쪽이든 당장 던전의 입구가 보이는 자리라는 것이 문제였다. 솔라도 당장 던전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던전에 들어가는 즉시 몸이 변하는 걸 들키게 될 것이다.
"뭐하는 겁니까? 여왕님이 계신 던전이잖습니까. ...역시 여왕님은 적에게 인질로 잡혀있는 겁니까?"
"아, 아뇨! 그럴리가요!"
인질은 커녕 던전의 일원이 되어 실세 중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그걸 선뜻 말하지도 못했고, 자신이 의심받는 상황을 풀기 위해 선뜻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런데 왜 안 들어가는 겁니까? ...설마 저보고 먼저 앞에 나서서 가라는 겁니까? 왜 자꾸 저를 의심하게 만드는 겁니까?"
솔라는 말문이 턱 막혔다. 더이상 시간을 끌었다가는 2장로는 자신을 버리고 엘프들과 함께 숲으로 돌아갈 게 뻔했다.
"...죄송합니다. 던전이라 조금 걱정이 되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의 친구들은 던전 안에서도 그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2장로는 자신의 옆에 네 발로 선 늑대의 등을 손으로 쓸었다. 몸이 반투명한 늑대는 입에서 불을 뿜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의 정령.
하이 엘프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정령술로 2장로가 불러낸 늑대형 정령은 날카로운 이빨을 세우고 있었다. 마물이 나타나면 곧장 물어 뜯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자, 어서 다녀오세요. 여왕님께 불쑥 찾아갈 수도 없지 않습니까? 가서 제가 인사를 드리러 왔다고 전하세요."
"바, 밖에서 기다리면 누군가가 마중을 나오지 않겠습니까?"
"하, 던전의 마물이라도 마중을 나올까요? 그리고 여왕님의 침소까지 정중히 응대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신 왜 이렇게 수상하게 행동을 하는 겁니까?"
"그, 그게…."
"손님이 오셨군요."
솔라는 익숙한 목소리에 반색하며 몸을 돌렸다. 불의 정령이 으르렁거리고, 2장로는 던전 입구에 나타난 굵은 목소리의 주인-오크에 긴가민가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크? 처음보는 복색인데…."
"저희 부족의 전통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엘프의 숲 2장로 님."
오크는 검은 중절모를 벗으며 고개숙여 인사했다. 2장로는 오크에게서 예법을 볼 거라고 전혀 생각도 못했거니와, 엘프의 에법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고풍스러운 몸동작에 다소 당황했다.
"먼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에스코트 해드리겠습니다."
"...함정인가?"
"후후. 던전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오는 경우가 있어 부득이하게 설치한 함정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2장로 님은 저희 쪽에서 정식으로 초대한 분. 불청객을 위해 마련한 걸로 피곤하게 해드릴 수는 없죠."
"......."
2장로는 한참동안 갤러해드를 노려봤다.
"믿을 수 없다. 무례인 것은 알고 있으나, 여왕님께서 보내셨다는 증거를 대라."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제가 나온 거구요."
스릉.
갤러해드는 허리에 걸어둔 검을 뽑아들었다. 불의 정령이 반사적으로 튀어나가 아가리를 벌렸다. 땅을 박차고 달려나가며 몸집도 커지고 전신에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흠."
갤러해드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검을 십자가로 세웠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으며 읊조렸다.
"여신의 이름으로."
"?!"
갤러해드는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불의 정령은 호들갑을 떨며 뒤로 크게 물러났다. 그 어떤 마기에도 물러서지 않는 호전적인 불의 정령은 겁 먹은 개마냥 갤러해드에게서 물러섰다.
"이걸로 증거가 되겠습니까?"
갤러해드의 검에서는 신성력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2장로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이 쩍 벌어졌다.
"어떻게 오크가…?"
"여신께서 굽어살피시기에. 레이디 솔라. 그 분의 정체에 대해 혹시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루나 님께서는 여왕인 동시에 다크엘프임을."
"말씀드렸어요, 갤러해드 경."
"경??"
인간 세상이 호칭에 2장로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갤러해드는 피식 웃으며 검을 바닥에 꽂아놓은 채 성큼성큼 걸어가 2장로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신을 섬기는 성기사, 갤러해드라 합니다. 제가 당신을 모시겠습니다, 아름다운 레이디."
"......."
2장로는 홀린 듯이 손을 내밀었다. 갤러해드는 마치 당연하다는 양 2장로의 손등에 키스하며 살포시 웃었다.
"허락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갤러해드는 몸을 일으켜 던전으로 돌아갔다. 2장로는 홀린 듯한 걸음으로 걸어라며 중얼거렸다.
"레이디…? 레이디…."
2장로는 홀로 던전으로 들어갔다.
***
"2장로 언니 올해로 3천살이 넘은 하이 엘프야. 너 그 언니 건드리려고 하면 나 네 계획을 안 따라 줄 거야."
"...지금 나이 많다고 견제하는 거냐? 그래서 갤러해드 보냈잖아."
"시끄러워. 견제 안하고 생겼어? 나 박힐 자지도 부족해서 다른 애들이랑 나눠먹고 있는데 다른 곳에 박겠다고? 꿈도 꾸지 마렴."
"...그래서 약속했잖냐. 이거는 여왕 전용이라고."
나는 뜨끈하게 예열된 나의 아랫도리를 가리켰다. 루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두 팔을 벌렸다.
"얘들아, 들었지?! 너네 대장 혹시 다른 엘프한테 박으면 제보해줘! 걸리면 나 쟤랑 후배위 말고 다른 체위 안 할 거니까!"
"아이씨, 진짜."
루나를 상대로 후배위만 하는 건 심미적으로 큰 문제가 있었다.
'정상위로 해야 젖통 빨면서 할 수 있다고.'
아주 중대한 문제였다. 다른 종족에는 관대할지 몰라도 루나는 엘프에 한해서는 내가 더 맛을 보지 못하도록 가차없는 견제를 퍼부었다.
'내가 한 말이 있으니 철회를 할 수도 없고.'
오직 여왕만이 나를 취할 수 있다. 나는 루나가 여왕이라는 권위를 세워 줄 증거였다. 오직 여왕만이 내 좆을 물고 빨고 넣을 수 있다.
일반 엘프들은 나의 아들, 혹은 아들의 아들에게 박히게 될 것이다. 그게 엘프들의 새로운 계급이 될 것이다. 겉으로는 여왕 아래 모두가 평등하지만 암암리에 발생하는 다크엘프만의 층계.
어떤 오크를 침대 파트너로 두고 있느냐.
그것이 새롭게 쓰여질 우리 군단의 서열이었다.
"주인님, 슬슬 와요. 사거리 지났어요."
"그래? ...그럼 시작하자, 루나."
나는 가운데로 옮겨진 침대에 걸터 앉았다. 알몸인 상태로.
"후후, 2장로 언니 표정이 기대되는 걸."
루나는 여왕에 어울리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채, 내 위에 걸터앉았다.
찌걱.
뒤에는, 구멍이 작게 뜷려있었다.
========== 작품 후기 ==========
슬픈 소식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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