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7
인장에게는 주인으로부터 허락을 받은 시스템을 일부 사용할 수 있다는 공통된 능력 외에도 저마다 특별한 능력이 있다.
인장 자체에 특별한 능력이 있다기 보다는, 인장을 부여받은 마왕의 딸들에게는 각자 특별한 힘이 있다는 말이다. 종족이든 개인이 기른 힘이든, 적어도 인장이 아닌 '루시펠'이라는 여인이 가진 힘은 특별했다.
'부활'.
정확히는 고통의 배분이다. 영혼의 결속을 맺어놓은 자가 죽을 경우, 그 고통을 둘이서 나누는 것으로 계약자를 살리는 이능이었다.
'오직 나와 아버님만이 알고 있는 나의 특이한 이능력.'
다른 인장들과 비교해 너무나도 특이한 능력은 이미 여러 주인들이 몇 번 활용했으나, 결국 현재는 할파스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그 힘이 사용되었다. 루시펠은 홀로 소환진에 주저앉아 고통을 참아내야했다.
"흐끅, 흐으윽...!"
어깨부터 허리까지 상처는 없었으나 고통은 뼈를 사무친다. 이전 주인들이 한 번 씩 죽었을 때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신성력의 참격에 몸이 반으로 갈라진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흐윽, 그래도 살았어...!"
루시펠은 윗층 전장의 상황을 확인했다. 자신이 있는 소환진은 할파스의 뒤에 따로 내려오는 계단으로, 바로 위에 쿵쾅거리는 소리를 통해 전황을 알아챌 수 있었다.
"할파스도 미쳐서 날뛰기 시작했으니까 이길 수 있을 거야...!"
샤이탄에게는 미안하지만 반드시 이길 이유가 있다. 이기지 않으면 저 오크에게 박힌다는 상상은 거의 확신이 되었다.
"그래, 이길 수 있-"
루시펠은 자신도 모르게 천장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얼굴에 쓴 안경을 톡톡 건드렸다.
위이이잉-
흑요석으로 된 천장이 마나의 반응에 따라 위가 투시되었다. 루시펠은 자신의 바로 위에서 벌어지는 참상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건 아니야...."
너무 적나라한 광경을 봐서 그럴까. 루시펠은 졸도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쑤컹쑤컹!
오크가 다크엘프를 들어올린 채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자신도 익히 잘 아는 흑발의 여인이 두 개의 성기를 혀로 핥고 있었다.
"샥스...님?"
할짝, 할짝.
샥스는 삽입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래에서 혀를 놀리며 성기 두 개를 동시에 자극했다.
그리고 오크의 거근이 꿀럭거리며 안에 정액을 토해낸 순간, 샥스는 냅다 자지를 빼내고 바닥에 떨어진 마석을 다크 엘프의 안에 집어넣었다.
우우웅---!!
다크엘프의 성흔이 아주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루시펠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아, 아하하, 하하하......."
서큐버스인 샤이탄이 저쪽에 보내진 이유가 이거였구나. 루시펠은 눈앞이 새하얘졌다.
뚜둑, 뚝.
흑요석 천장 너머, 하얗고 끈적한 무언가가 떨어지며 루시펠의 시야를 가렸다.
* * *
"아직이냐!"
"조, 조금더 회복해야해...!"
정액을 내뿜는다. 질속에 들어간 마석은 정액에 녹아내리고, 마석의 마나는 뱃속으로 빨려들어가 몸에 흡수된다. 그럼 루나는 흡수한 마나를 성흔에 축적한다.
신성력 자체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꿩대신 닭이라고, 신성력 대신에 마나 그 자체를 사용하면 그만이다.
성(聖)흔이 성(性)흔이 되겠지만, 악귀마냥 미쳐 날뛰는 할파스를 제압하려면 어쩔 수 없다.
"한 발만 쏘면 돼! 루나, 아직이야?!"
"한 칸 정도만 차올라도...!"
와장창!
실드가 순간 부서졌다. 검은 칼날이 실드를 뚫고 들어와 내 발치에 날아왔다.
"미, 미안!"
"륜 어머님!"
실드에 사용하는 신성력의 밸런스가 무너졌다. 그레모리의 등을 잡고 있던 륜이 탈진하여 주저앉아버렸다. 넷 중 륜이 가장 신성력이 적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아, 하아. 죄송해요!"
"무리하지말고 그대로 있어!"
지쳐 쓰러진 이상 괜히 무리할 필요는 없다. 결국 시간 싸움이었고, 나의 체력이 문제였다.
"샥스, 그냥 네가 귀두만 넣고 손으로 흔들어다오!"
"......네!"
나는 루나를 살짝 들어올렸다. 초에 한 번을 넣었다 빼기를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탁탁탁탁!
샥스는 두손으로 내 자지를 잡고 앞뒤로 빠르게 흔들었다. 귀두는 루나의 질에 걸쳐져 있었고, 샥스의 핸드잡에 따라 자극받은 자지가 정액을 힘차게 뿜어냈다.
"지금!!"
내가 루나의 몸을 살짝 내렸고, 샥스는 자지가 루나의 안에서 빠져나오지 않도록 꽉 붙잡았다. 덕분에 내가 뿜어낸 정액은 무사히 루나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 쌌다! 다음...!"
내가 신호를 주기 무섭게 샥스는 거칠게 내 자지를 뽑아냈다. 끈적한 정액이 흘러나온다 싶으니, 곧장 마석을 들어올려 손가락 째로 푹 쑤셔넣었다.
"아흑!"
루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가버렸다. 나는 루나가 몸이 흔들리지 않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한손으로 가슴을 살포시 붙잡았다.
"집중해...! 네 체력이 회복되어야 우리 모두가 살아남는다!"
"너무 자극이 심..히이익?!"
푹찍. 샥스는 루나의 골반을 잡고 내 자지에 냅다 꽂아버렸다. 그리고는 루나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떠받치며 혀로 루나의 클리를 빠르게 핥아댔다.
혀가 클리를 스칠 때마다 루나의 질은 나를 강하게 쪼였다. 정액을 재촉하는 듯한 질압이었고, 나 또한 사정 후에 민감해진 상황에서 바로 쑤셔넣어진 상태라 금방 사정할 수밖에 없었다.
푹.
귀두에 날카로운 마석이 닿았다. 귀두의 벌어진 틈 사이로 마석의 끝이 요도를 살짝 긁었다. 나는 바늘에 푹 꿰뚫린 것 같은 충격에 자지를 바로 뽑아버렸다.
덥썩!
샥스가 자지를 붙잡았다. 나는 간신히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아직 흡수되지 않은 마액이 자칫하면 빠져나올 뻔 했다.
"허억, 허억, 허억...! 잘했다, 샥스!"
"이제 됐어! 다 찼어!"
루나는 자신의 아랫배에 차오른 녹색의 성흔을 가리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성흔 대신 나의 정이 깃든 마나가 차올랐지만, 당장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이제 쏘기만 하면-"
와장창!!!
실드가 박살났다. 그레모리와 갤러해드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 짜낸 신성력을 전부다 소진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까까까까깍!!
할파스는 미친듯이 울어제끼며 칼날을 거둬들였다. 날개처럼 좌우로 펼친 검은 안개에서 깃털들이 우리를 겨눴다.
늦었다. 루나포를 쏘기도 전에 실드가 깨지고 할파스는 공격할 준비를 마쳐버렸다.
"이런 젠장-"
이대로 정녕 끝인 건가? 끝난단 말인가? 정사와 라스의 방에서 날밤을 지새우며 세운 계획은 할파스가 갑자기 부활하면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죽는다.'
진게 문제가 아니다. 패배해서 내가 굴욕을 겪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한이 있더라도 나의 부하들을 살릴 수 있다면 나는 패배를 선택할 것이다. 우리 군단의 힘이 부족했던 거고, 내 판단이 틀린 거니까.
하지만 갑자기 뜬금없이 부활하는 게 어디있단 말인가?
다크엘프 여왕의 신성력은 거의 성검의 힘에 버금가는 힘이라고 하더라. 그런 공격을 정면으로 얻어맞아놓고 다시 부활한다니. 설령 부활한다고 해도 신성력을 가득 담은 공격인데 저런 식으로 부활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방법은 없나?'
없다.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없었고, 누구 하나를 위해 몸을 날린다는 선택지도 없다. 할파스의 깃털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우리를 덮쳤다.
죽는다. 나는 루나를 꽉 끌어안았다. 조금이라도 깃털에 다치지 않도록.
와장창---!!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실드가 부서지는 소리였다. 나는 그레모리가 다시 실드를 펼쳤나 싶었으나, 그레모리도 어안이 벙벙한 채 뒷쪽을 향해 중얼거리고 있었다.
"영웅이 등장하셨네...정말."
뒤? 영웅?
"하아, 하아, 하아. 접니다, 군단장님!"
그곳에는 무언가를 탄 청년 사제, 기네비어가 숨을 헐떡이며 스태프를 우리 쪽으로 겨누고 있었다. 그가 타고 있는 마물은 내가 익히 알고있는 녀석이었다.
〈슬라임 드래곤〉 Lv.53. ★★★.
"3호기! 기네비어!"
죽음으로부터 부활해서 기네비어를 데리고 왔구나. 나는 아래에서부터 차오르는 짜릿한 감각에 루나를 꽉 끌어안았다.
"아오, 죽는 줄 알고 지릴 뻔 했네!"
"...대신 싸고 있거든?"
뷰릇, 뷰르릇. 긴장의 끈이 순간적으로 풀려, 나는 한 번 더 정액을 힘차게 싸질러넣었다. 마석은 들어있지 않았지만, 이번에 싸버린 건 불가항력이었다.
"미안하다! 사람이 죽기 전에 번식욕구가 강해진다고 하지 않더냐."
나는 루나의 뒷덜미에 입술을 맞췄다. 배가 살짝 부풀 정도로 나의 씨를 가득 머금은 루나는 가볍게 고개를 뒤로 젖혔다.
"하자. 지금."
"그래."
까가가각!!
할파스가 당황하여 안개의 날개를 펄럭거리기 시작했다. 마나를 모아 우리에게 날릴 기세였다. 하지만 충전은 완료되었다.
"가자, 루나!"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루나의 다리를 활짝 좌우로 벌렸다. 마침 아래에서 샥스도 루나의 엉덩이를 받쳐 올리며 각도를 맞췄다.
"이것이 바로 루나포의 진정한 오의!"
"이상한 이름 붙이지 마!"
"월광관살포---!!"
달빛과도 같은 빛이 루나의 성흔에서 뿜어져나와 할파스를 향해 날아갔다. 하복부에서 쏘아진 월광관살포는 정확히 할파스의 머리를 저격했다.
죽기 직전까지 몰려서 그런지, 눈이 아주 침침하지만 한 순간 시야가 돌아왔다.
끼에에에엑!!!
할파스는 괴성을 지르며 날개로 가드를 올려 월광관살포를 막아냈다. 레이저는 두 날개를 손쉽게 꿰뚫었다.
끼이익!!
할파스는 고개를 옆으로 꺾어 부리를 크게 휘둘렀다. 강철처럼 반짝이는 부리에 부딪힌 월광관살포는 옆으로 스치듯 날아가 벽에 박혔다.
"아...."
끄끄끄....
마지막 일격이 무위로 돌아갔다. 할파스의 두 날개에 커다란 구멍을 뚫는 것 까지는 성공했으나, 아직 할파스의 머리는 오롯이 공중에 떠있었다.
"......흐흐, 너는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겠지!!"
나는 힘차게 루나를 한 번 더 높이 들어올렸다.
"어림도 없지! 루나!"
"......여신이시여!!"
루나는 힘차게 소리를 지르며 내 자지를 바짝 물었다. 나는 그 조임을 바탕으로 불알이 텅텅 빌 때까지 모은 정액을 루나의 뱃속에 싸질렀다.
"흐으윽!!"
"허어억...!"
루나는 모든 힘을 내게 지탱했고, 루나는 체력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 짜내 신성력을 모았다. 나는 루나를 안고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게...우리의 마지막 힘이다."
주먹보다도 작은, 어쩌면 손가락 너비만도 못한 굵기의 작은 신성력 알갱이가 루나의 하복부에 몽글몽글맺혔다. 이전의 루나포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사이즈였으나, 할파스를 마무리하기에는 충분했다.
"륜, 네게 맡기-"
"제가 할게요."
샥스가 손을 들어올렸다. 할파스는 실시간으로 꿰뚫린 상처를 회복하고 있었다. 선택을 내릴 시간은 없었다.
"해라!"
"주인님!"
"솔로몬께서 굽어살펴주실 것이다!!"
"예!"
샥스는 신성력의 구슬을 냅다 집어삼켰다. 나는 그걸 마지막으로 루나의 어깨에 고개를 떨구었다.
"...뭘 믿고 샥스에게 맡긴 거야?"
"냄새."
샥스는 우리들의 앞에 당당히 서서, 할파스의 앞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샥스는 말이야, 제대로 젖으면 고추냉이같은 향이 나거든."
"그건 또 뭐야...? 초콜릿 같은 거?"
"아니. ...생선 먹을 때 아주 합이 잘 맞지."
나와 루나는 샥스의 입 부분에서 막대한 물대포가 쏟아지는 것을 보며, 의식을 잃었다.
"와사비 초콜릿 맛이 그렇게 특이하다고 하던데...."
꿀럭.
나는 루나를 안고 기절했다. 루나 또한 내게 안긴 채 기절했다.
"주인님!! 언니!!"
마지막으로 들린 목소리는 륜이 다가오는 소리. 나는 륜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할 새 없이, 의식을 잃었다.
* * *
"......."
여인은 한참동안 소파에 누워 수정구의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군단이 서로 부딪한 상황에서, 중립을 지켜야하는 입장으로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상황도 어느덧 끝이 난 것이다.
"예상대로 흘러가기는 했는데...."
여인은 입가심을 위해 마련해놓은 과자를 크게 베어물며 몸을 일으켰다. 예쁘지도 않은 던전의 주인이 죽는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지만, 중재를 나서지 않으면 벌어질 최악의 사태는 대비해야했다.
"눈 돌아가면 인장이고 뭐고 죽일 수 있으니...."
여인은 손가락을 튕겨 옷을 단정히 정돈했다. 그러자 막 옆을 지나가던 흑발의 소년이 눈을 휘둥그레떴다.
"어디 나가?"
"아, 오셨어요?"
여인은 수정구를 가리키며 환하게 웃었다.
"결과 나왔어요. 슬슬 가서 결론을 내려줘야 할 것 같아서."
"......흠, 그래?"
소년의 눈동자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여인과 마찬가지로 한참동안 화면을 내려다보던 소년은 하품을 하며 몸을 돌렸다.
"죽이지만 않으면 돼. 원하는 대로 하게 해줘."
"가차없으시네요? 꼭 누구 닮으셔서 그런가? 후후."
"쓸데없는 소릴. 별 거 없어."
소년은 귀찮은 얼굴로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나 떠나면 여기 관리할 놈 하나는 있어야지. 잘 지켜봐. 네 안목, 한 번 믿어볼테니."
"물론이죠. 누구 안목인데. 후후."
여인과 소녀는 서로를 향해 인사했다. 소년이 마법을 사용해 금방 사라지자, 여인은 기지개를 켜며 싱글벙글 웃었다.
"그럼 오랜만에 직접 만나러 가볼까...힛."
여인은 거울 속 검은 정장을 단정히 정돈하며 손가락을 튕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