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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283화 (283/800)

# 283

호기롭게 할파스 군단을 공략하겠다 선언하기는 했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두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

'이대로 가면 억울하지.'

무려 170명에 이르는 여인들이 나의 정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 하나같이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와있었고, 안에는 내가 직접 주입한 마나가 한가득 남아있었다.

'저게 다 내 정액이었어야 하는데.'

안에서는 100일 동안 170명을 임신시킨 택이지만, 바깥으로 나가면 하루만에 임신한 꼴이 되리라. 그것도 나름 좋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네라스를 생각하며 그 생각을 접었다.

'지금 너 6성 낳게 하려고 간 보는 거다. 정신차려.'

사랑으로 낳은 자식이 아니라 네라스를 낳기 위해 낳으려는 자식이 아니던가. 그래서야 포르네우스와 똑같은 저질이 되고 만다.

태어나는 아이의 등급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연거푸 주장하는 서로가 행복한 섹스-라스를 통해 아이를 낳는 것.

'그래도 쟤들 다 나한테 박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온 애들인데.'

하지만 마음은 또 기울기 마련. 군단 내 부하들의 90% 가량이 내게 박혀보겠다고 왔는데 내가 그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다만, 다들 슬라임 정조대가 채워진 상태에서 하기에는 난감했다.

"샤이탄. 혹시 이런 것도 가능하냐?"

나는 샤이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샤이탄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슬라임 정조대와 배에 동시에 손을 올렸다.

꿀럭, 꿀럭!

인장의 녹색 빛이 반짝이며, 샤이탄의 배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정조대는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꿀럭, 꿀럭.

샤이탄의 배는 원래대로 돌아갔다. 라임 특유의 붉은 색은 녹색으로 변했고, 샤이탄의 아래에는 녹색의 풍선같은 알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뱃속의 마나를 뽑아냈습니다. 조금 희석되기는 했어도 마액 상태와 마찬가지입니다."

"크흣, 너란 아이는!"

나는 기쁜 마음으로 샤이탄의 인장에 키스했다. 샤이탄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야 주인님을 보좌하기 위해 왔으니까요. 원하는대로 하십시오. 이곳의 시간은 100배 빠르니까."

"흐흐, 그래. 여기서 170시간을 떡쳐도 바깥은 고작 1.7시간-대략 100분 정도 지난 셈이지."

마나가 뱃속에서 흡수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은 없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번호표를 주워들었다.

"백 사십 이번!!"

"저, 전데요...."

금발의 여인, 릴리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더이상 아이를 낳기 어려운 몸이 되었지만, 배가 부풀어 있는것을 보니 무슨 생각을 했는지 훤히 알 수 있었다.

"샤이탄!"

"예."

샤이탄은 릴리에게 다가가 성마법을 사용했다. 릴리의 뱃속 마나는 샤이탄과 똑같은 상태로 녹색의 알에 포장되었다.

"아...."

"아쉬워하지 마라. 이게 다 널 위한 것이니. 샤이탄, 정관을 묶어다오."

"따가울 겁니다."

샤이탄은 내 고환을 덥썩 움켜쥐었다. 고환이 터질것처럼 아파와 눈물이 핑 돌았지만, 나는 170명의 여인들을 생각하며 고통을 참아냈다.

"후우, 후우. 랜슬롯---!! 밖에 있는 마석 다 가져와! 중급이고 최하급이고 싹 다!!"

"네, 네!"

랜슬롯은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행히 랜슬롯의 배는 그대로였고, 나는 안도하며 침대 근처에 놓인 하급 마석 하나를 집어들었다.

"내가 씨는 뿌려주지 못해도, 마액은 뿌려줄 수 있지."

설마 정자가 있어야만 마석이 녹아내리지는 않겠지. 나는 마석을 내 귀두에 슥슥 문질렀다. 다행히 그런 까다로운 일은 없었다.

"축하한다, 릴리. 지금부터는 서비스 타임이다."

"아, 아아...!"

박히길 원했으니 원하는 대로 박아주는 수밖에. 나는 마석을 조심스레 릴리의 안으로 밀어넣으며 귀에 속삭였다.

"어떻게 해드릴까? 원하는 대로 말해보거라."

바깥의 하루가 지나가기 까지 남은 시간이 한 나절은 족히 남았으리라. ...두 시간 정도는 군단의 부하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부터 바깥 시간 기준으로 딱 두 시간. 내가 너희들의 살아있는 딜도가 되어주마. 릴리. 원하는 체위는?"

"...그, 들고 수평으로 박아주세요. 손은 깍지껴주시고...."

"얼마든지.

포르네우스를 통해 배운게 있다면, 군단장도 군단의 부하들을 위해 봉사할 줄 알아야한다는 것. 나는 릴리를 안아들어 자지를 끼운 다음, 허리에 다리를 감게하고 서서히 수평으로 몸을 눕히게 만들었다.

"......릴리 다음 번호 누구?"

모두가 바닥에 떨어진 번호표를 주워 흔들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필요로 하는 여인들을 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게 분노의 군단이지.'

이게 진정한 낙원이리라. 나는 릴리가 원하는 대로 자세를 잡고 물었다.

"상냥하게 해주랴, 격하게 해주랴?"

"......."

나는 릴리를 상대로 힘차게 자지를 찔러넣었다.

* * *

〈그 시각, 정사와 라스의 방 입구.〉

아더는 플라우로스 던전의 심처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 옆에는 신성력을 사용하는 사제, 기네비어까지 있었다.

"언제 끝날까요...?"

기네비어는 자신이 헤아린 시간을 확인했다. 여성들이 들어간지 벌써 8시간이 훌쩍 넘었다. 한나절 뒤면 포털이 양방향으로 열려, 할파스 던전의 후속 공격이 들어올 수도 있었다.

"글쎄. 아버님 하기 나름이시지."

아더는 자꾸만 안을 기웃거리는 오크들에게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들도 안에서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해했지만, 현재 던전에서 가장 강한 둘이 입구를 틀어막고 있으니 쉽사리 들어오지 못했다.

"분명 안에서 칼부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야."

"칼부림이라면...."

"아버님 칼이라고 하면 당연히 그거지, 그거."

"......."

기네비어는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여신은 과연 저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란의 칼부림을 알고나 있을까.

꾸르르륵.

바닥에서 올라온 나무 뿌리 하나가 기네비어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정사와 라스의 방〉 입구를 지키는 존재, 플라우로스는 뿌리로 자신의 몸을 가리켰다.

"...지금 나보고 들어가라 그 말입니까?"

꾸르륵.

"저 남자인데요?"

꾸르르륵.

"얼굴은 예쁘니까 상관없다는군."

"......."

기네비어는 소름이 돋아 몸이 움츠러들었다. 정조의 위협이 느껴져 오크와 촉수로부터 살짝 물러섰다.

"어머, 여기있었네?"

그리고 가장 정조의 위협이 되는 자, 랜슬롯이 나타나자마자 혀로 입술을 핥았다. 아까전에 안에 마석을 들고 들어갔다가 나온지 불과 20분이 채 지나지 않았건만, 기네비어는 그 20분이 마치 2000분과도 같이 느껴졌다.

기네비어는 안심이 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적어도 당하더라도 여자한테, 아내한테 당하니까. 기네비어는 마음을 다독이며 안쪽을 눈으로 가리켰다.

"지금 어떻게 됐는지...."

"음? 남편, 걱정마. 나 나왔으니까 이제 슬슬 하나 둘 나올 거야. 우리는 우리대로 준비해야지."

"뒷정리라 하심은...."

"오, 나온다."

쩌으어억.

플라우로스의 몸통이 좌우로 활짝 열어젖혔다. 그리고 안에 들어갔던 여인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헉."

기네비어는 여인들의 모습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들은 모두 피부가 맨든맨들해지고, 얼굴에 홍조를 띄며 웃고 있으며, 품에는 모두 광택이 나는 알을 두 세 개 들고 있었다.

"이, 이건 도대체...?"

"남편. 저 안에서는 시간이 100배 빠르게 흘러간다고 하더라. 솔로몬 님의 은총인지 뭔지."

"...마왕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기는 하지만, 설마-"

기네비어는 진리를 깨달았다. 지난 며칠간의 던전 생활을 통해서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지 깨달은 것이다.

라스터 콜이 울린 지도 벌써 10시간. 단순하게 생각해도 대략 40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이다.

"...세상에."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여인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여인들이 들고 있는 알을 하나같이 녹색을 띄고 있었다. 그들은 알을 들고 각자의 자리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래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저, 저기!"

기네비어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자신과 함께 던전에 잡혀온 모험가 여인이었고, 기네비어는 그녀를 불러세웠다.

"아,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사제님. ......낙원을 믿으시나요?"

"예, 예. 죽으면 여신님께서 저희의 영혼을 보듬어주시는 곳 아닙니까."

모험가 여인은 자신의 품에 안겨진 녹색의 알 하나를 끌어안으며 베시시 웃었다.

"...지상에 낙원이 있다면 바로 저곳이 낙원일 겁니다."

"서, 설마 당신도 군단장의-"

"아. 이거 알 아니에요. 그냥 모양이 이럴 뿐."

모험가 여인은 쓰게 웃으며 안을 가리켰다.

"아무에게나 씨를 뿌려서 자식을 낳으면 나중에 당신이 죽으셨을 때 치정싸움이 일어난다면서, 저희에게는 그냥 마나만 넣어주셨어요. 자식은 낳게 해주지는 못해도, 이건 얼마든지 주실 수 있다면서."

"예?"

"...물론 안에 싸시긴 하셨는데, 뭐라더라. 씨가 없다고 하시던가요."

"......??? 그럼 그 알은 도대체?"

"알은 아니고...영양간식?"

여인은 알의 윗부분에 구멍을 살짝 열어젖혔다. 안에서 나는 밤꽃냄새에 기네비어는 코를 찡그렸다.

"이, 이건 설마."

"마액이라는 거죠."

"킁킁. ...향 좋은데?"

정작 랜슬롯은 코를 킁킁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기네비어는 성호를 긋고 여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여신이시여."

여신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 * *

〈정사와 라스의 방, 36일차.〉

"루나. 엘프들의 훈련 방식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지?"

"갑자기 그건 왜? 다크엘프들 양성해보려고?"

"아니. 엘프들의 훈련 방식을 우리 군단에 도입해보려고."

갑자기 훈련 방식을 급조해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내가 알고 있는 훈련이라고 해봐야 군대식 뺑뺑이 밖에 없으니 제대로 될 리는 만무.

'이세계에 맞게 검증된 훈련 방식을 써먹어야지.'

정사와 라스의 방은 꼭 내가 행위를 하려고 들어오는게 아니더라도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했다. 공간은 조금 넓은 체육관 정도 수준이었지만, 샤이탄이 개조를 통해 조금씩 넓혀나가면 될 일이었다.

'이대로 여기를 썩히기에는 너무 아까워.'

당장은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라도 활용할 수 없지만, 앞으로도 급할 때 자주 이용해야했다.

'여기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라는 게 있는 법.

효과는 확실해도 이용하는만큼 수명을 100배 단축하는 셈이었지만, 엘프종같은 장수종이나 수명에 영향을 받지 않는 언데드종은 나름 이곳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꼭 이곳에서 100시간 떡치는 걸로 끝내는 게 아니야. 강해지는 거지. 엘프들의 훈련 방법을 도입해서."

"좋은 계획이십니다. 방법만 알게 된다면 저도 충분히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육체와 마나의 성장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면, 기술의 숙련도와 정신적 성장은 꿈속에서 훈련하면 될 것 같습니다."

샤이탄이 내 계획을 거들었다.

"사람 수가 엄청 많을 수도 있는데 괜찮아요? 혼자서 각각 들어가야 하면 서큐버스들 다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손잡고 자게 하면 됩니다. 그러면 광역으로 꿈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 정도 능력은 됩니다."

"생각보다 간단한 해결방법인 걸. 좋아. 그렇게 하자."

"주인님. 교관은 제게 맡겨주십시오."

에일라가 훈련 교관을 자처했다. 뱃속 한가득 마나를 받았던 에일라는 20레벨에서 골골거리던 시절과는 달리, 너무나도 충분히 강해져있었다.

"저도 이제 한 몫을 해낼 수 있습니다."

"중급 마액 100개를 아랫입으로 혼자 다 먹어치웠으니 당연히 한 몫 해야지. 흐흐."

"...크흠. 물론 전력으로서도 활약하겠으나, 저는 타인을 가르치는데 재능이 있는 자입니다."

에일라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강력하게 어필했다. 실제로 에일라는 가르치는데 재능이 있었다.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아더는 아리에스 가문의 검법으로 오크 중 단연 으뜸인 전사가 되었고, 그 형제들 또한 옆에서 따라 배우며 강해졌다. 퍼시발부터 랜슬롯까지 한 명 한 명이 전부 기사급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아리에스 검법을 함부로 전수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사단을 이끌었던 기사단장으로서, 기사단을 운용하듯 전력을 강화할 수는 있습니다."

"그건 좋군. 좋아, 대충 방향은 정해졌군. 훈련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그럼 이제 다음 주제로 넘어가자꾸나. 빨리 끝내서 나가자. 여기 계속 있을수록 수명이 빨리 줄어드는 셈이니."

내가 손짓을 하자 가만히 앉아있던 샥스가 가운데에 앉았다. 샥스는 나를 두려워하는 기색으로 눈은 마주하지 못했으나, 시선은 내 하반신을 향하고 있었다.

'조금 미안하네.'

륜으로부터 대충 전해들은 바. 내가 환상 속에서 포르네우스를 괴롭히던 때 하필이면 샥스가 격하게 당하고 있었다고 하더라. 그래도 본인은 몇 번이고 가버렸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크흠. 샥스. 그럼 할파스 군단의 던전은 어떻게 구성되어있지?"

"...총 3개 층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포털이 열려있는 곳은 지상 1층이고요."

샥스는 3개의 층에 대한 특징을 읊었다. 마치 '탑'과도 같은 구조를 한 할파스 던전은 마치 절벽 위의 둥지를 연상케하는 형태였다.

1층, 4족보행 마물들이 있는 곳. 여기에 주로 페일 라이더와 같은 놈들이 있다고 하더라.

지하 1층, 지하 호수가 있는 곳. 샥스를 비롯한 수상계 마물들이 이곳에 머문다고 하더라.

그리고 2층. 2층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싶을 정도로 하늘 높게 뻗은 던전 2층은 나선형의 계단을 끊임없이 올라가는 구조라고 했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 열 개를 쌓아놓아야 2층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높이라고 샥스는 말했다.

"더럽게 귀찮군."

포털을 넘어가 역공을 펼치면 계단을 올라가야한다. 하지만 지하를 정리하지 않으면 뒤에서 코카트리스들이 쫓아오기 시작한다.

아무 생각없이 계단을 오르면 올라가던 도중에 앞뒤로 샌드위치 당하는 구조. 적이지만 제법 훌륭한 던전 구성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정상까지 등반만 하면 된다 이거 네."

"그렇긴 합니다만...."

"알겠다. 이번은...정공법이다."

내 말에 모두가 놀랐다. 상대적 강자를 상대로 아무런 술수 없이 싸우겠다는 것에 다들 놀라고 말았다.

"탑을 기어올라간다는 줄 알았는데."

"뭐하러? 날개달린 짐승들 상대로 절벽 타고 올라가다가 공격 당하면 거슬리잖아. 탑 안에 계단 있으니까 그걸로 올라가야지."

"그럼 계단 오르기 전에 지하부터 정리하고 가야할 것 같은데요?"

"그렇지. 이번 작전은 투트랙으로 간다."

지하 공략조.

그리고 지상 공략조.

지휘관이 두 명은 필요했다.

"......도박을 해야겠어."

라스베가스를 걸고.

========== 작품 후기 ==========

선작 10000 기념 3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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