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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281화 (281/800)

# 281

기나긴 키스가 끝났다. 턱이 얼얼하고 혀가 다 빠질 지경이었으나, 나는 모든 걸 참아냈다.

장장 수 시간에 이른 키스. 나는 정말 다양한 각도에서 키스를 연습했고, 포르네우스의 눈에는 독기가 완저히 빠져버렸다.

'시간 됐다.'

더이상 연습은 필요없지만, 나는 포르네우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막을 필요가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

역시 반응이 왔다. 포르네우스는 바닷속에서 갓 건져낸 물고기마냥 파닥거리며 몸을 떨었다. 파종이 이루어진 씨앗은 열매를 맺고, 알로 새로이 태어나기 5분 전부터 '산통'이 오기 시작한다.

"응기이잇!!"

포르네우스는 참 요상한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나는 기회다 싶어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내가 무릎을 꿇은 것은!!"

"그만, 꺄흑!"

쿵!

포르네우스는 바닥에 등부터 떨어졌다. 등 전체가 얼얼할테며, 나는 내 어깨를 잡고 있던 포르네우스의 팔을 빠르게 붙잡았다.

콰득!

"크윽?!"

어깨가 화끈거린다. 포르네우스는 본능적으로 내 어깨에 손톱을 박아넣었다. 나는 내 어깨의 피부가 뜯겨나가건 말건, 힘으로 포르네우스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찌지직!

생살이 뜯겨나갔다. 붉은 피가 튀었고,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당장이라도 이 고통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참아, 쿰처쿠 척.'

나는 일부러 내게 말을 걸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지금 폭력을 휘두르면 모든 것이 말짱 도루묵이 되며, 애초에 임산부를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건 미친 짓이었다.

"흐흐, 그래. 산통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지."

"아아악, 아아아악!!"

포르네우스는 괴성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아니, 쾌락을 호소했다. 솔로몬은 출산의 통각을 고통이 아닌 쾌감과 오르가슴으로 자동 승화시켰고, 아주 좋아 죽으려했다.

꿀럭, 꿀럭!

'젠장, 더 싸면 안 되는데.'

출산 전의 질이 이 정도로 격하게 움직이고 있을 줄이야. 나는 마치 기계라도 되는 것처럼 역동적으로 조였다 푸는 질에 충격을 받았다.

"너무 개쩔어, 젠장!"

출산 중에 박고 있으면 지루도 조루로 만들어버리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조루는 개틀링으로 만들어버리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극이 심했다.

'나오는데 사정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아무리 알이라고 해도 세상을 나오자마자 반기는 것이 공기가 아니라 끈적한 정액이라면 기분이 더럽지 않을까. 나는 어쩔 수 없었다. 선택을 내려야했다.

'맞이하자.'

내가 직접 맞이해야했다. 나는 자지를 빼지 않았고 끝까지 버텼다.

"빼, 빼줘! 지금 나온단 말이양...!"

포르네우스는 목소리까지 풀려버렸다. 조그만 배는 볼록 튀어나와있었고, 연신 배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안에서 잘 여문 열매를 배출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온다.'

직접 넣고 있으니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성문이 먼저 문을 열어젖힌 것이다.

"〈파종〉 씨를 뿌린다. 열매가 수확되는 시기는 천차만별이다.

# 파종대상 : 포르네우스 ★★★★☆

# 예상시각 : 3초 뒤."

'진짜로 온다!'

시스템의 카운트 다운이 떨어지기 무섭게, 포르네우스의 뱃속이 심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쫀쫀하게 조여오던 질벽은 마치 젤리라도 된 것 같은 촉감으로 변했다.

쯔아아악.

귀두 끝에 신선한 감각이 느껴졌다. 날치알이 거대해졌다고 하면 딱 이런 느낌일까. 나는 아주 천천히 허리를 뒤로 빼냈다.

꿀렁, 꿀렁.

알은 내 귀두의 인도에 따라 빠르게 질에서 빠져나왔다. 마치 알도 포르네우스의 안보다 나를 따라 오는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듯 정상 속도보다 더 빠르게 빠져나왔다.

"아, 알은 반드시...!"

포르네우스는 눈을 감았다 떴다. 흰자위와 검은자위가 뒤집히자, 소환진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고오오오---!!

"이런 미친!"

소환진의 천장. 그곳에 부하들을 제물로 바치는 제물의 관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나는 황급히 포르네우스의 속에서 자지를 빼낸다음, 배를 꾹 눌러 알을 챙겼다.

"우오오오오!!"

나는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알을 챙겼다. 포르네우스는 구속이 풀리자마자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제 꺼져!"

알을 낳았으니 이제 임산부가 아니다. 나는 가차없이 발을 들어올려 포르네우스의 안면을 걷어찼다.

"캬아아악!!"

포르네우스 코뼈가 우둑하고 부러졌으면서도 나를 향해, 내가 품에 안은 알을 향해 손톱을 휘두르려했다. 나는 알을 꽉 끌어안고 발에 온 힘을 모았다.

"짐승만도 못한 년!"

"크흡, 흐흐흡!"

포르네우스는 눈이 돌아갔다. 눈동자로 추정되는 흰자위는 내가 품에 안은 알을 정확히 노려보고 있었다.

"내 경험치, 내 경험치 내놔--!"

"닥쳐!"

나는 다리를 번쩍 들어올렸다.

"내 딸이다, 미친 년아!!"

나는 진심을 담아, 전력으로 포르네우스의 가슴팍에 발을 찍었다. 포르네우스의 명치에 내 발자국 모양이 고스란히 생겼고, 포르네우스는 입을 쩍 벌리며 뒤로 고꾸라졌다.

"크윽!"

나는 힘겹게 뒤로 물러섰다. 중심을 잃어 엉덩방아까지 찧어야 했다. 마냥 멍청이는 아닌지 마지막 순간에 손톱을 휘둘러 공격을 했고, 그 바람에 발목이 거의 반쯤 끊어졌다.

'이대로 도망 못 간다.'

한 발로 서서 싸워야 했다. 알은 또 지켜야했다. 괜히 욕심을 부렸나 싶었다.

'이대로 끝내야 하나?'

퀘스트를 통해 내것으로 만든 마나는 70%. 죽어도 지금까지 얻은 경험치가 날아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포르네우스한테 뒤질 수는 없지!!"

환상이라고는 하지만 이 알은 나의 딸이다. 설령 어떤 존재로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이 알 만큼은 나의 씨로 태어난 나의 핏줄이다.

내가 죽는 순간 이 알도 함께 죽는다. 나는 바닥에 쓰러진 포르네우스가 제발 기절했기를 간절히 바랐다.

"크으윽."

발목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왔으나, 재생력도 강해졌다. 피는 조금 일찍 멎는다고 해도, 발목이 붙으려면 적어도 몇 시간 이상은 가만히 있어야했다.

부들부들.

포르네우스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괴한 자세로 몸을 일으켰다. 내가 진각을 밟은 명치는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끄어, 끄어어억."

포르네우스는 괴성을 흘리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입을 쩍 벌리며 사납게 웃었다.

"키하하하하!!"

번쩍! 포르네우스로부터 은색의 빛이 뿜어져나왔다. 나는 황급히 눈을 가리며 알을 팔로 보호했다.

고고고고.

은빛의 안개가 주변을 채우기 시작했다. 나는 눈에 힘을 주고 안개 너머의 소환진을 주시했다.

"아니 이런 미친."

"크흐, 흐흐흐흐."

그곳에는 3m가 넘는 거대 괴물이 있었다. 전신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뱀같은 괴물은 지느러미를 반짝이고 있었다. 쩍 벌린 아가리에서는 시체 썩은 내가 풀풀 풍겼고,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이빨 사이사이에는 살점이 묻어있었다.

"씨발, 내가 식인 갈치랑 떡치고 키스를 했다 이 말인가?"

갑자기 모든게 싫어졌다. 설마 인간으로 변신한 마수였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씨발, 씨발. 어른들이 아무거나 주워먹지 말라고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키아아아아악!!"

포르네우스는 아가리를 위아래로 쩍 벌렸다. 갈치인 줄 알았는데 거의 아나콘다에 가까웠고,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미안하다, 딸아.'

언젠가 다른 여인의 몸에서 새롭게 태어나기를. 나는 포르네우스가 다가오기 전 목소리를 높였다.

"솔로몬 빅자-"

퍼----억!!

포르네우스의 인중에 무언가가 박혔다. 포르네우스는 나를 집어삼키려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를 살려준 무언가는 날이 잘 벼려진 도끼였다.

"어...?"

"늦어서 미안하네, 형제여."

익숙한 목소리의 오크가 포르네우스의 인중을 발로 밀며 도끼를 빼냈다. 그는 내게 손을 뻗었고, 나는 그의 손을 붙잡고 몸을 번쩍 일으켰다.

"부축하겠네. 꽉 잡으시게."

"너 나 지탱하면서 저거 잡을 수 있냐?"

"훗."

그, 트랄은 엄지를 척 들어올리고는 허리에 묶어놓았던 몽둥이를 꺼냈다.

"일단 기절할 때까지 두드려 패면 되는 부분인가?"

"......어."

누구냐, 트랄에게 저런 말투를 가르쳐놓은 놈은.

* * *

포르네우스는 기절했다. 인중에 도끼가 박힌 것이 제법 치명적으로 작용한 듯 했고, 나와 트랄은 포르네우스의 거체를 치워 바닥에 꽁꽁 묶어두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추가 임무는 하나 달성했다.

〈추가 임무〉

1. 인간박이라고 당신을 무시했던 어리석은 '모든' 마물들에게 분노의 철퇴를 내려치십시오.

# 임무 성공시 보상 레벨 + 1 (마나 10% 추가 흡수)

-〉 임무 성공!

2. 트라우마의 근원인 포르네우스를 완전히 굴복시키십시오.

# 임무 성공시 보상 레벨 + 1 (마나 10% 추가 흡수)

3. ##을 이기십시오.

# 임무 성공시 보상 레벨 + 1 (마나 10% 추가 흡수)

이미 나는 임무 달성을 통해 85레벨로 올랐다.

그리고 하나 달성한 조건은 1. 나는 정확히 74%만큼 죽였는데 임무를 달성했다.

"트랄."

"왜 그러는가, 형제여."

"혹시 네가 다 죽이고 온 거냐?"

"형제가 그걸 바라는 듯 해서?"

역시 트랄이었다. 나 말고 던전의 나머지 모든 병력들을 때려 죽일 수 있는 자가 누가 있을까 싶었더니, 역시 트랄이었다. 애초에 왔을 때부터 몸에 피칠갑을 한 순간 알아챘다.

"아무튼 덕분에 고맙다. 86레벨로 올랐으니."

"...역시 형제는 형제가 아니군."

"그런 셈이지."

"그래도 형제는 형제다. 만나서 반갑다."

트랄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직감 만으로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트랄과 악수를 나눴다. 여전히 손은 두터웠다.

"여기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러모로 고맙다. 나를 항상 도와줘서."

"내가 형제 덕분에 강해질 수 있었는데 은혜를 갚아야지."

"뭐, 그 수련법? 때려쳐라. 그거 경험치 하나도 안 오르더라. 썩을."

결국 그 수련법으로 강해질 수 있는 건 대머리 뿐이었다. 나나 트랄이나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이 붙기는 했어도,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준 근본은 오크의 육체와 수많은 실전이었다.

"오히려 붕가붕가 하는 쪽이 더 쉽고 빠르게 강해진다고."

"나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 쪽이군."

"뭐야, 너 아직도 동정이냐?"

"그건 아니다. 단지 섹스를 하면 근손실이 와서...."

누가 트랄을 헬창으로 만들었던가. 나였다.

"...야, 섹스도 운동이야. 칼로리 소비가 얼마나 많은데."

"칼로리라고 하는 것은 그...에너지라고 하던 것인가? 아무튼 신체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운동과 똑같기는 하지만, 그...단백질이라는게 빠져나가지 않던가."

내가 트랄에게 뭔가 상당히 많은 지식을 집어넣은 듯 했다. 이 화제가 계속 이어지면 내가 불리해지는 만큼, 나는 화제를 바꾸었다.

"저거 진짜로 이제 움직이지 못하는 거지?"

"물론."

우리는 바닥에 고정된 포르네우스를 살폈다. 말뚝과 밧줄로 꽁꽁 묶인 은색 갈치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기절해있었다.

"씨발, 쫄깃하더 이유가 있었네."

"무슨 말인가?"

"그냥 헛소리. 크흠."

혼자 있고 싶었지만 트랄이 또 어디로 가겠는가. 나는 자괴감이 들었다.

'아니지. 암두시아스도 먹었잖아. 뭘 그래.'

그레모리가 들으면 박장대소를 할 일이다. 자신보다 훨씬 윗 등위, 30위의 던전 주인에게 알을 낳게 했는데 고작 갈치박이라고 자괴감에 빠진다니.

"그치. 그래도 내가 진짜 저 갈치에다가 박은 건 아니잖아."

"해룡이다만."

"생긴게 은갈치인데 뭘."

너무나 큰 충격을 겪어서 그런지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나는 포르네우스가 그냥 인간형 마족인 줄 알았건만, 이런 은갈치인 줄 알았다면 적어도 키스는 안했을 것이다.

"에휴, 됐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으니. 트랄, 너 던전 주인이 알 부화시키는 거 본 적 있냐?"

"본 적 없다. 지금 보여주는 건가?"

"물론."

나는 알을 소환진의 위에 올렸다. 다행히 포르네우스 던전의 소환진은 내게도 반응하고 있었다.

"......녹색 갈치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말한 게 있으니 해야지."

나는 일부러 파종에 따른 부화 리스트를 확인하지 않았다. 내가 포르네우스에게 좋은 엄마 운운해놓고 낮은 등급의 딸이 태어난다고 거른다면, 나중에 다른 이들이 나를 보았을 때 어떻게 판단할 지 불보듯 뻔했다.

'내 새끼 내가 책임져야지.'

나는 포르네우스의 알을 소환진에 올렸다.

"트랄, 외쳐라, 가챠!"

"가챠?"

"가챠!"

"가챠!"

의식은 거행되었다. 알은 시작부터 무지개빛을 뿜어대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은빛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사아아악----

"어우야. 트랄, 눈 가려라."

"이미 가리고 있다네."

나는 눈앞에 나타난 은발의 미녀에 입이 바싹 말랐다. 시스루 드레스는 마치 지느러미를 형상화 한 듯 했고, 살포시 뜬 눈은 내 피부와 똑같은 짙은 녹색이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님."

"그, 그래."

"만나서 반갑습니다, 어머님."

"......?"

은발의 미녀는 가슴에 손을 올리며 다소곳이 인사했다.

"너...뭐냐?"

트랄에게. 미녀-나의 딸은 살포시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버님 딸입니다만."

......머리 위에 별이 ★★★★★★개로 반짝거리고 있는 건 분명 환각일 것이다.

========== 작품 후기 ==========

엄마 이름은 두 글자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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