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1
정말 현실같은 꿈이다.
이것이 왜 꿈이라고 확신하냐면, 이것이 현실일 리 없기 때문이다.
'던전 주인을 상대로 환상을 보여준다고? 에바지.'
내 정신은 망가질 수 있다. 당장 샤이탄이 내 꿈에 접속해서 현대의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내 정신은 침식되거나 할 수 있다.
〈파후우 쿰처쿠 척〉 ★★★★☆
레벨 : 84 / 90
종족 : 오크
나이 : ??세 (33세)
성별 : 남성
등급 : Rare
출생 : 포르네우스의 던전.
소속 : 마왕군 30군단 오크 부족
직업 : 던전 주인(63위), 군단장(분노)
하지만 시스템 만큼은 아니다. 엄연히 내 눈에 보이는 시스템창은 나의 존재에 대해 명백히 말해주고 있었다. 나를 못 믿을 지언정, 솔로몬의 마법은 믿을만 하다.
그렇다면 내가 왜 이런 개떡같은 상황에 놓여야 하는가.
'그것도 씨발 포르네우스랑 결혼한 미래라니. 이런 개떡같은 상황이 있을 수 있나.'
차라리 현대에서 군대를 두 번 갔다오고 말지. 어떻게 나를 3년 동안이나 개처럼 부리며 악착같이 괴롭힌 자와 평생의 반려가 될 수 있단 말인가.
'환상이니까 안이 쩔게 되어있을 거다. 분명 현실은 그레모리 이상으로 박살나있을 거야.'
자고로 환상이라는 건 환상에 빠진 이가 그곳을 현실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들기 위해서 좋게 좋게 상황을 만들기 마련이다.
끝에는 내 인간박이를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그 전까지는 나를 무한히 신뢰해준 아버지같은 존재였던 부족장.
그 어떤 상황에도 나를 지지해주고 나를 죽음으로부터 구해준 트랄 스톰블라스트.
어쩌면 죽었을 지도 모르는 이들이 멀쩡히 살아서 나를 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상황이 현실이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정말 거지같은 상황이야.'
새액, 새액.
포르네우스는 만족한 얼굴로 자고 있었다. 얼굴에 화장이 연해지고 독기가 빠지니 제법 예쁜...아니 반반한....
'아니, 인성이 빻았잖아. 얼굴은 인정하더라도.'
태어날 때부터 배에 물이 차서 유전질환을 가지고 태어날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출생과 함께 시한부 인생을 부여하여 3년이 되는 순간 죽이려고 했던 년이다.
지금 내 팔뚝에 머리를 이고 알몸으로 누워 색색거린다고 해도, 설령 기승위로 내가 세 번을 쥐어짜이는 동안 좋다고 열 번을 가버렸다고 해도, 포르네우스의 존재가 내 혐오와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는 마찬가지였다.
'속지마, 이 년 쌍년이야.'
어쩌다보니 환상 속에서 한 번 떡을 치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하건데 나는 포르네우스와 살을 부딪히고 싶지도 않았다.
'만약에 하극상으로 잡았으면 능욕이나 강간은 커녕 무조건 모가지부터 비틀어 죽여버렸지.'
- 3년동안 네년의 아래에서 굴려지면서 몹시 좆같았다! 그러니 좆으로 벌을 주마!
와 같은 아힣읗헿한 상황이 아니라.
- 길로틴 가져와, 씨발!
몸에 난 터럭하나 건드리지 않고 없는 길로틴이라도 만들어서 모가지를 뎅겅 날리고 싶었다. 슬라임, 유니콘, 뱀, 펭귄 따위에게 박을 지언정 포르네우스에게 박고 싶지는 않았다.
'근데 당했네. 역시 이 년은 색에 미친 년이 틀림없어.'
나는 포르네우스에게 기승위로 역강간을 당했다.
나는 트랄과 부족장이 옆에서 나를 제압한 상황에서, 포르네우스에게 당했다.
그 말인 즉슨, 부족장과 트랄이 옆에 떡하니 있는 상황에서도 포르네우스는 치마를 들추며 나를 잡아먹었다는 것이다!
'역시 색욕의 군단장이야.'
내가 부족장에게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던 방종술을 몇 가지 가르쳐주고 부족장이 그걸 활용했을때, 포르네우스는 내가 저지른 실수를 용서할 정도로 색에 미친 존재였다.
'부족장같은 간부급은 매일같이 침대에 불려갔었지.'
던전 주인 중 여성체는 전부다 그런 걸까, 아니면 포르네우스가 유독 특이한 존재인 걸까.
'그보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부터 확인해야하는데.'
내 머릿속에는 몇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1. 샤이탄이 내게 악몽을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마액을 마신 곳이 바로 샤이탄이 만든 장소이니, 뭔가 모종의 수단이 들어있는 곳이 아닐까.
물론 샤이탄이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진짜로 그렇다면 샤이탄과의 관계에 대해 재고해봐야 할 것이다. 장난으로 내게 이런 악몽을 보여줬다면, 나는 샤이탄을 달리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차라리 훈련소 재입대를 꾸며서 보여줬다면 용서라도 하지.'
다른 것도 아니고 포르네우스에게 따먹히는 악몽을 만든다? 마왕 딸이고 뭐고 용납할 수 없는 장난이다.
'그러니까 1안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
제법 그럴 듯 하지만 최악의 가정. 나는 샤이탄과의 관계를 생각하여 다른 가정을 떠올렸다.
'......전혀 모르겠다!'
감이 아예 오지 않는다. 차라리 뭔가 실마리라도 있으면, 시스템에서 〈퀘스트 발생!〉이라는 문구라도 뜨면 이해라도 할 법 하건만, 내게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인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현재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세 가지.
첫번째. 포르네우스의 가슴은 완벽한 절벽이라는 것. 나는 옆에 자고 있는 포르네우스 쪽으로 몸을 돌려, 가슴-으로 추정되는 무언가에 손을 올렸다.
"우웅...."
우웅? 지금 배와 하등 다를 곳이 없는 곳에 손을 올렸는데 느낀 것인가? 발기 후 3cm 정도 될만한 길이의 남자보다도 작은 가슴은 허허벌판이었다.
'파이즈리도 못하는 것이 가슴이냐?'
샥스는 그래도 파이즈리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게 자지를 올리면 완만한 V자 모양은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포르네우스는 바닥에다가 자지를 비비는 수준과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가슴이라고 하면 안 되지. 가슴이 없는데.'
곤충도 머리 가슴 배로 나뉘건만, 포르네우스는 그냥 머리 배 다리로 나뉘어지는 기적의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근육이 탄탄하게 자리잡은 내 가슴이 더 컸다.
'생각해보니 기승위로 할 때도 웃옷을 입고 했지.'
새삼 루나와 라임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승위로 할 때면 물이 질척거리는 소리보다 가슴이 출렁거리는 소리가 더 커서 내가 손으로 받쳐줘야 편안하게 허리를 놀렸었다.
'가슴으로 갈 재능을 아래쪽에다가 모두 몰빵한 건가?'
내가 현재까지 알아낸 사실 그 두 번째.
포르네우스는 명기였다.
흉부장갑에 투자할 포인트를 모두 보지에다가 투자했다고 말하는 게 가장 적절할 것이다. 포르네우스는 좁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내 거근을 수월하게 받아들였고, 뿌리까지 집어삼켰다.
'쩔긴 쩔었지.'
한 번도 허리를 스스로 흔들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실제로 그리 했건만, 나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성적 흥분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만 싸고 말았다.
내가 인내심을 발휘할 새도 없이 세 번을 쥐어짜일 정도로 포르네우스는 대단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취한 륜의 처녀와 비견될 정도로 포르네우스는 대단했다.
'허벌되기 전에는 얼마나 대단했다는 건지 원.'
포도밭의 여우가 포도를 먹어보지 못했으니 신맛이 날 거라고 포기하고 돌아갔지만, 바닥에 굴러다니던 포도 한 알을 먹었다면 과연 포도를 포기했을까?
'중이 고기에 맛들리면 헤어나오질 못한다고 하더니.'
마찬가지다. 나는 이미 환상이나마 포르네우스를 맛보고 말았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언젠가는 잊혀지겠지만, 당분간은 쫀쫀하게 조여오던 그 감각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포르네우스를 잡아다 족칠까?'
문신의 힘까지 동원하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지금 편안하게 자고 있는 포르네우스의 목을 졸라버린다면, 자랑하는 마법도 사용하지 못하고 꼴까닥 숨이 넘어갈 것이다.
'힘은 충분해.'
현재 나의 레벨은 84. 최상급 마액을 마신 효과는 톡톡히 볼 수 있었다.
내가 알게된 사실 그 세 번째. 마액은 효과를 발휘했고, 나는 강해졌다. 과연 얼마나 강해졌을 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정도 레벨에 문신의 힘까지 더해지면 트랄과 비벼봄 직 했다.
"......."
나는 손가락 위를 손으로 쓸어 문신을 켰다. 붉은 빛이 스멀스멀 피어올랐고, 나는 조심스레 포르네우스의 목에 손을 뻗었다.
"우웅...깼어? 하아암."
"......."
나는 동작을 멈췄다. 애매한 포즈였지만 적당히 의도는 숨길 수 있었다.
"잠깐만, 흐아암."
포르네우스는 하품을 하며 고개를 내 허리 아래로 움직였다. 익숙한 각도로 움직여 익숙하게 바지를 내리는 것이 꼭 새벽의 륜과도 같았다.
"뭐하는 거야?"
"새벽일과. 약수 마실 거야. 하음."
포르네우스는 거두절미하고 내 바지를 벗겨내 자지를 입에 물었다.
"커흡?!"
이 년이 미쳤나라는 말을 할 새도 없었다.
"하읍, 츄릅, 쮸으읍, 푸하."
포르네우스는 입을 오물거리며 내 귀두와 요도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혀를 갈고리처럼 만들어, 좆밥이 쌓이는 귀두 아래를 긁어대는 통에 내 정신이 확 달아났다.
"우물, 하음, 하아."
내 정신은 혼미해지고 있지만, 포르네우스의 눈은 살짝 졸려보였다. 잠결임에도 불구하고 포르네우스는 습관처럼 내 자지를 펠라치오하기 시작했다.
'설마 모닝펠라를 이 녀석도?'
륜과 에일라에게 가르쳐 놓았던 것처럼, 포르네우스도 새벽 펠라 봉사를 터득한 것인가. 심지어 본인이 잠결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봉사할 정도로.
'근데 너무 잘 하잖아.'
"하음, 후아아. ......."
한창 혀를 이용해 내 귀두 전체를 핥던 포르네우스의 동작이 순간 멈췄다. 나는 뭔가 내가 잘못했나싶어 가만히 있었고, 포르네우스 또한 가만히 있었다.
...스으, 스으.
"허?"
포르네우스는 내 자지를 입에 머금은 채 다시 잠들고 말았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자다가 일어나서 당연하다는 듯 펠라치오를 하더니, 그 펠라치오는 펠라마스터인 륜에 버금갈 정도로 대단하며, 그 실력을 가지고 하다가 나를 한 번 더 싸버리게 만들려고 하다가 입에 물고 자버린다?
"......씨발, 이젠 나도 모르겠다."
환상의 포르네우스라면, 그리고 지금 이런 모습이라면 내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 아닐까. 나는 차려진 밥상을 마다하는 놈이 아니다.
'편하게 생각하자.'
나를 3년 동안이나 괴롭히고 죽이려 들었던 그 씨발년과 눈앞의 이 색스러운 마족 여인은 다른 존재라는 것을.
- 그 여자.
- 포르네우스.
"...그게 낫겠지."
나는 반지를 끼고 있는 내 눈앞의 환상 포르네우스와 현실의 그 여자를 철저히 구분하기로 마음먹었다. 과연 포르네우스는 언제 잠에서 깨어날 것인가.
"......."
내 자지의 발기가 풀리지 않으면 계속 입천장에 귀두가 닿은 상태로 자게 될텐데. 나는 하는 수 없이 포르네우스의 허리를 잡고 번쩍 들어올렸다.
"......내가 라스의 사도라서 산 줄 알아라, 이것아."
나는 눈앞의 포르네우스가 내게 가진 감정을 알아채고 말았다. 자지를 물기 전, 포르네우스가 나를 바라보던 눈빛은 륜이 나를 바라보던 눈빛과 똑같았다.
'왜 나를 찝찝하게 만드냐고.'
라스의 화신으로서, 나를 원하는 여인을 상대로 가혹하게 대하기에는 너무나도 미안했다.
'차라리 현실처럼 만나자마자 뱃살봐라 더럽다 불쾌하다 쌍욕을 박지 그랬냐.'
그랬다면 목부터 180도 꺾어버리고 시작했을텐데, 지금의 나는 포르네우스의 몸을 180도 뒤집어 내 위에 엎드리도록 자세를 만들었다.
새액, 새액.
"...잘 자네. 세상 모르고."
나는 지금 내가 겪는 세상의 정체를 어렴풋이나마 알아냈다. 당장은 가설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그나마 가장 있을 법한 가능성이었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평행세계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내가 던전을 탈출하지 않은 미래.
포르네우스가 색욕의 군단장이 되고, 내가 포르네우스의 반려가 되는 그런 미래.
...내 뱃살이 사라진 미래.
나는 포르네우스를 살포시 들어, 포르네우스의 배와 맞닿은 내 배를 손으로 훑었다. 바로 여기가 내가 지금의 상황이 현실이 아니라고 직감한 원흉이었다.
'식스팩 오졋다.'
가끔 륜이 누워있는 내 위에 올라타 휴식을 즐기던 두툼한 햄덩어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초콜릿처럼 딱 벌어진 복근이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한테 이런게 생길 리가 없지.'
3년을 그 개고생을 해서 운동을 했음에도 뱃살을 빠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아무리 미래라고 하더라도 내 뱃살을 빠지지 않을 공산이 컸다.
"......."
하지만 여기서 평생을 살아간다면? 이곳이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그건 안 될 말이지.'
그건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스스로 부정하는 말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최대한 이 세계를 탈출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자고로 오크의 짝은 엘프인 게 국룰이지.'
나의 평생 반려가 되기에는 포르네우스는 너무나도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샥스보다 작은 건 아니지."
포르네우스 세 명이 모여도 샥스에게는 감히 비비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