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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270화 (270/800)

# 270

<-- 47일차 -->

자정이 되었다.

나는 시간의 흐름이 100배 빨라진 정사와 라스의 방에서 사흘동안 눈앞의 컵 하나를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마셔야 하나.'

이미 마액은 만들어졌다. 내 스스로 뽑아낸 요거트는 최상급 마석조차 녹여버렸고, 컵에는 따끈따근한 마나 요거트가 만들어져 있었다.

'진짜 마시기 싫은데.'

아무리 싫은 음식이라도 코막고 눈 딱 감고 먹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정신적 면피를 하더라도 무엇을 먹는지 아는 만큼 상당히 껄끄러웠다.

'근데 저거 먹으면 경험치 폭발하지 않을까?'

레벨링의 구조를 살펴보면 최소한 최상급 마석은 90레벨 언저리에 있는 등급의 물건이다. 마석이 다섯 단계로 구분되어 있는 것처럼, 등급도 ★★★★★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각각 매칭을 해보면 최상급이 5성이지.'

그리고 대부분의 ★★★★★는 레벨이 90에 이르러야 도달할 수 있는 단계다. ★★★★에 해당하는 상급 마석이 나왔다면 가감없이 륜에게 먹였을테지만, 하필이면 '최'상급 마석이다 보니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짜 안 돼."

"포기하시는 겁니까?"

"아니."

내 옆에서 수발을 들고 있는 샤이탄은 내가 포기하기만을 기다렸다. 영악하다기보다는 당연한 문제였다.

내가 마시지 않으면 이걸 마시는 사람은 샤이탄이거나 륜이거나 다른 부하가 될테니. 그리고 그들은 마액을 마시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샤이탄, 진짜 마실 수 있겠느냐?"

"이미 중급 마액을 시음까지 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주인님의 마액은 커스터드 크림 치즈 요거트입니다. 전혀 싫어할 이유가 없죠. 저희들이 진짜 좋아하는 맛이거든요."

샤이탄은 나무컵을 들고 호로록 마셨다. 안에는 하급 마액이 담겨있었고, 샤이탄은 밖을 다녀올 때마다 자기 먹을 것이라며 마석을 챙겨왔다.

...나는 꺼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을 저리도 기쁘게 마시고 있으니 뭔가 오묘한 감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내가 내 걸 마시기는 조금 그랬다.

"샤이탄. 정말 찝찝하거나 그렇지 않느냐? 맛이라거나, 느낌이라거나."

"저희의 여기를 마시는 것과 똑같습니다. 후훗."

완패. 샤이탄은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과 고간을 가리켰다. 저렇게 말하니 내가 어떻게 할 말이 있겠는가.

'하루가 멀다하고 마시는게 애들 거니까.'

만약 라임의 체액이 마석을 녹였을 때 본인이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마나가 온전히 남아있었다면, 나는 뚝배기 그릇을 만들어 라임의 마나 점액을 세 그릇 뚝딱 비워버렸을 것이다.

만약 마액을 먹은 루나의 모유에서 마나가 함유되어 있었다면, 나는 루나의 젖이 포르네우스 년처럼 될 때 까지 빨고 빨고 또 빨아서 젖통을 싹다 비워버릴 것이다.

하지만 마액은 온전히 나의 체액으로만 가능했다.

갤러해드? 오크들의 것으로 녹여 마실 바에는 차라리 이 자리에서 원샷을 하고 말지.

"아무래도 시간이 더 필요하신 것 같군요. 심신이 지치셨습니다. 원기회복을 위해 로보탕을 끓여오겠습니다."

"...올 때 초코우유도 좀 챙겨와라."

"후훗. 예."

샤이탄은 눈웃음을 흘기며 떠났다. 샤이탄은 내가 장고를 하여 확실한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줬다. 이제 선택은 나의 몫이다.

"내가 강해져야 한다."

리더는 솔선수범해야한다. 그러므로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가장 강해져야 한다. 나는 현재 우리 군단의 주요 요인들의 레벨을 상기했다.

루나가 5성 90.

내가 4성 81. 지속된 전투 끝에 아주 찔끔 오르기는 했다.

그리고 그 뒤에 75레벨의 그레모리와 70레벨의 륜.

'가만히 있다가는 추월당한다.'

마액이라는 강화 수단마저 발견해냈으니, 아마 하루에 3~4L 씩 물을 마시듯 음용하며 강해질 것이다. 당분간은 괜찮을 지 몰라도, 아마 나보다 강해진다면 다들 마족답게 행동할 것이다.

하극상.

...침대 위에서의 하극상.

'루나는 괜찮아. 본질적으로 걔는 아래에 깔리는 걸 좋아하니까.'

다크엘프 여왕인 루나는 여왕의 기질을 보이는 걸 즐기기 보다는, 여왕인 자신이 한낱 오크 따위에게 아래에 깔려 박히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므로 루나가 나보다 강하다고 하더라도 체위가 후배위로 반고정 되는 것을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다.

진짜 문제는 그레모리, 륜, 그리고 샤이탄.

'하루가 멀다하고 사정관리 당할 수도 있어.'

현재의 내가 아무리 기쁘게 살을 섞는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미래의 나는 그걸 의무방어전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분재나 독서같은 취미가 생겨도 그들이 요구를 한다면 나는 응해야했다. 나야 여러 여자를 품에 거느리고 있지만, 그들은 나 하나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들이 나보다 강해진다?

루나처럼 힘으로 나를 제압하고 역강간을 하거나 침대에 묶어서 생체 딜도로 만들어버린다?

'잘 생각해야해. 군단은 번성할 지 몰라도 군단장은 침대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어.'

나는 내가 머릿속으로 짠 시프트를 떠올렸다.

륜, 루나, 라임, 에일라, 샤이탄, 그레모리, 릴리, 플라우로스, 샥스, 안드라스, 그리고 그 외 수많은 조합들....

'황금 침대에서 평생 쥐어짜일 각이다.'

마족의 영혼에 각인된 하극상의 끝은 생체딜도 복상사 엔딩이다. 자식을 낳아도 자식은 어머니가 아버지를 상대로 무한 기승위를 벌이고 있는 것만 보게 될 것이다.

'현재도 좋지만 노후도 걱정해야지.'

마음껏 할 것이라면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시간에 하는 게 훨씬 낫다.

그러므로 내가 강해져야만 하는 것이 옳고, 강해지는 수단인 이 최상급 마액 만큼은 내가 마셔야 하는 것이 맞다.

- 마셔라, 쿰처쿠 척.

어디선가 환청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 힘을 손에 넣어라. 네가 침대의 주인이 되리라.

누구인지도 모를 목소리. 하지만 나는 그 정체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나여. 그 대가는 무엇인가."

- 타이틀.

'자신의 XX을 먹은'. 어디에 내노아도 부끄럽기 그지 없을 뿐더러, 밝혀지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할지도 모르는 타이틀이 아닌가.

"......씨발."

욕지기가 나왔다.

하지만 그런 굴욕적인, 인간성을 내버린 타이틀을 얻더라도 얻을 수 있는 힘이 눈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그리도 갈망하던, 포르네우스조차 뛰어넘는 강력한 힘-

"아."

나는 절로 박수를 쳤다.

"인간박이 새끼가 고작 그정도 타이틀 얻는다고 달라질 게 뭐 있던가?"

이미 인간성은 나락에 처박힌 지 오래다. 나는 망설임없이 컵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래. 륜도 루나도 다른 애들도 맛있게 먹는데, 좀 특별하겠지."

감탄고토라고 했던가.

"그래. 몸에 좋은 약은 쓰기 마련."

강해지기 위해서 고작 그 정도 수치와 수모를 감내한다면 무엇이 다르리. 나는 언젠가 회식자리에서 내가 미친듯이 듣고 미친듯이 외쳤던, 그 거지같던 말을 상기했다.

"남자는 원샷!"

저질렀다.

...륜과 샤이탄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고, 그래서 더 거지같았다.

"어우, 갑자기 몸에서 열이...?"

순간, 나는 의식을 잃었다.

* * *

"일어나. 지금 전쟁 중에 뭐하는 거야?"

"......?"

뭔가 이상하다. 나는 분명 정신을 차렸는데, 내가 방금 전까지 있던 곳이 아니다.

"샤이탄? 샤이탄은 어디있지?"

"확실히 잠에서 덜 깬 모양이군.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

상대는 내 뺨을 좌우로 툭툭 후려쳤다. 도대체 어떤 건방진 놈이-심지어 남자새끼가-나를 건드리나 싶어 쳐다보니, 그는 내가 결코 잊을 수 없는 존재였다.

"부족장?"

"님은 어디다가 팔아먹었냐. 일어나라, 이제 슬슬 전쟁이다."

"전쟁이라니, 이게 무슨-"

"정신을 차렸구려, 형제여."

익숙한 목소리. 잊어서는 안 되는 목소리. 나는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했으나, 애써 마음을 억누르고 고개를 돌렸다.

"뭘 어색하게 형제야. 됐다. 나 안 죽었으니까 괜찮아."

"부족장님.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소이다. 형제가 많이 다친 것 같습니다."

"이 새끼 일어나자마 욕 안 박고 시작하는 거 보니까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은데?"

"......나도 씨발 나이를 먹었는데 언제까지 씨발씨발 거리고 있을 수는 없잖수?"

익숙한 사람들이 눈앞에 있어서 그런 걸까, 괜히 예전에 막나가던 시절의 말투가 튀어나왔다. 한창 던전의 노예로 살아가며 뒤틀려있던 시절의 막나가던 때의 모습이.

"거 갑자기 이 무슨 상황인지는 몰라도 말해보슈. 내가 일단 듣고 나서 판단을 내려볼테니."

"별 거 있나. 인류 연합과의 전쟁에서 우리 군단이 드디어 선봉에 서게 되었다는 것을 말하려고 했지."

"뭐요?"

우리 '군단'?

"여기가 무슨 군단인데?"

"드디어 제대로 맛이 간 모양이군. 아아, 우리는 '색욕'의 군단이다."

"군단장은?"

"포르네우스."

"이 씨발?"

듣자마자 절로 욕지기가 튀어나왔다.

"그 개간년이 살아있는 것으로도 모자라 군단장을 차지하고 있다고? 심지어 가슴은 철판만한 년이 대가리에 섹스밖에 안차있으면서 색욕...은 할 만하네."

"형제여."

"어우, 내가 진짜 그 새끼 생각만 하면 섰던 자지도 죽을 정도요. 3년을 그 개고생을 했는데 내가 지금 이곳에서도 그 년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씨발, 미치겠네."

"형제여. 진정하고 듣게."

트랄이 내 어깨를 눌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그대가 이곳에 오게 된 이유가 충분히 그럴만한 상황이기는 허나, 그렇다고 하여 그대가 군단장님을 욕할만한 것은 아닐세."

"그래. 그도 그럴 것이...."

"정신 차렸어?"

그 년이 나타났다. 나는 140도 되지 않을 망할 여자가 문 앞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역겨워 토를 할 뻔 했다.

'지금 싸우면 이길까?'

비록 던전을 탈출하고 나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지만, 나는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으로 진화도 했고, 문신의 힘도 생겼다.

물론 포르네우스도 제딴에는 30위의 던전 주인이라고 할파스보다는 강하겠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포르네우스를 도모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

'그래. 죽이자. 부족장은 몰라도 트랄이 내 편이 되어준다면 충분히 죽일 수 있다.'

나는 주변을 살펴 무기로 쓸만한 것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내 손에 끼워진 이상한 물건을 보고 말았다.

"어머 씨발?"

내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는 황금테에 보라색 마석이 박힌 반지가 끼워져있었다. 마치 졸부가 자신의 부를 과시하듯 그 크기가 손가락 한 마디 정도가 될 정도로 컸으나, 반지는 틀림없는 진품이었다.

"최상급 마석을 반지에다가...?"

"겨, 결혼반지니까 당연하지!"

포르네우스가 빽 소리를 지르며 역정을 냈다. 어째서일까. 다시 만나면 당장 모가지를 비틀어버릴 것이라 생각했건만, 왠지 모르게 그렇게까지는 싫지 않았다.

싫지만 조금 싫지는 않았다. 이 역설적인 기분에 나는 내가 아니게 되는 것만 같았다.

"결혼반지라니,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자, 잠깐만."

내 눈이 포르네우스의 손을 스쳤다. 포르네우스의 자그마한 손에도, 내 손에 끼워진 것과 똑같이 생긴 황금색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이, 이게 지금 무슨 말이야!"

"그...침대에서 너무 강력하게 박는 바람에 군단장님께서 손을 써버리셨다고 하시더군."

"뭐라고?! 내가 포르네우스랑 떡을 쳤다고? 내가 포르네우스와 결혼을 했다, 그런 말인가?!"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었다. 륜을 비롯하여 그 숱한 여인들을 두고 내가 결혼을 했다? 포르네우스랑?

"유부남이라니! 내가 포르네우스와 떡을 치고 결혼을 했다니!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야아아!!"

포르네우스의 얼굴이 시뻘게지며 내게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더 난동을 피울 수밖에 없었다.

"씨, 씨발! 얼마나 쳐먹었길래 배가 튀어나와있는 거야?!"

"말조심해!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

"......나냐?"

"......."

포르네우스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허탈감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이건 꿈이야, 꿈이라고...."

확실하게 환상에서 깰 수 있을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짝!

나는 두 손으로 뺨을 쳤다. 환상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퍼억--!

나는 두 주먹으로 배를 내리쳤다. 환상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아, 안 돼! 이런 현실, 나는 감당할 수 없어!"

나는 주먹을 높게 들어올렸다. 주먹이 향하는 곳은 배 아래, 자지.

"야!!"

"포르네우스에게 박을 자지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 끄아악!!"

빠각.

무언가가 내 머리를 후려쳤다. 나는 내 뒷통수를 후린 이를 보고 믿기지 않았다.

"트랄...어째서...."

"다시 자시오, 형제여. 그리고 군단장님."

나는 침대에 강제로 눕혀져, 트랄과 부족장에 의해 두 팔이 제압당했다.

"시작하시지요."

"씨이, 씨이. 이 돼지 새끼 진짜 죽었어...."

포르네우스는 치마를 걷어올리며 내 자지 위에 올라서려했다.

"아, 안 돼...! 살려줘, 륜! 샤이탄! 샥스보다 작은 년이 나를 강간하려고 한다!!!! 으아아악!!!"

찌걱.

나는 포르네우스에게 박은 놈이 되었다.

이보다 치욕적인 일이 어디에 있으랴.

그리고 무엇보다도 치욕스러운 일은.

...포르네우스의 안은 생각보다 쩔었다는 것이다.

망할 년.

========== 작품 후기 ==========

평범한 강화이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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