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252화 (252/800)

# 252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메어리는 라스베가스를 떠나야했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메어리를 떠나 보낸 뒤, 던전으로 돌아갔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돌아가려고 했다. 절박한 얼굴을 한 라스베가스 시장 겸 조합장 노인이 나를 붙잡지 않았으면.

"무슨 일이냐. 소식을 듣지 못했느냐?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인 것을."

"실례인 걸 알면서도 여쭐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듣고 나신 다음에!!"

"...음, 그래. 들어나 보자."

샤이탄이 빨리 와달라고 연거푸 얘기는 하고 있지만, 언제든 모든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포털을 넘어가기 전 조합장과 마주 섰다.

"내가 발걸음을 멈추게 할만큼의 문제가 아니면 너는 오늘 하루 목장에 다녀오게 될 것이야."

"스쿨미즈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잠시."

나는 바로 샤이탄을 호출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샤이탄은 내가 자신을 호출하자마자 바로 나를 반겼다.

[주인님, 빨리 와주십시오. 슬슬 저 혼자서는 한계입니다.]

"조금만 참아다오. 지금 중요한 문제가 생겼으니."

[제 꼬리가 더는 버티질 못하고 있습니다...!]

"스쿨미즈가 만들어졌다."

[.......]

샤이탄은 내 말에 바로 숨을 참았다. 절박한 심정으로 내가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샤이탄 조차도 머뭇거릴 정도로, 조합장이 가져온 문제는 너무나도 중요했다.

"스쿨미즈라...."

내가 조합장에게 아이디어만 건네 준 수많은 아이디어 중 러프 스케치만 넘겨주고 끝냈던 것. 재료의 문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본래의 용도가 수영복인 만큼 실용성이 없다고 생각했던 의복이었다.

"다른 건 다 두고 왜 하필 스쿨미즈를 만들었지?"

"그거야...."

조합장은 거칠어진 숨을 내뱉으며 떨리는 손으로 서쪽을 가리켰다.

"여인들이 스쿨미즈를 입고 강에서 헤엄치는 걸 보고싶기 때문입니다."

"좋다, 합격이다. 내 바로 보러가도록 하지."

나는 조합장을 직접 부축해 관청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중에 샤이탄에게 연락을 넣어 심심한 사과를 남겼다.

'나중에 꼭 입혀주마.'

그냥 수영복이라면 아무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지금은 스쿨미즈가 우리 군단의 힘이 될 가장 중요한 물건이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삼키며 조합장과 함께 관청으로 들어왔다.

"여기있습니다."

조합장은 관청 한켠에 있는 작은 공간을 가리켰다. 관청에서 일하는 이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한 휴게실이었고, 그 공간은 너무나도 협소했다.

'설마 여기서 암살을?'

스타킹에다가 짱돌을 넣어서 뒤에서 후려치는 게 아닐까? 혹시나 무슨 짓을 꾸미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갑자기 문을 열었더니 할파스가 '끼요옷'하며 튀어나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암살자면 죽이지 뭐.'

라스베가스의 중심부 관청에 암살자를 부른다? 혹은 조합장 본인이 직접 저지른다? 어느쪽이든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나는 큰 맘을 먹고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주, 주인님?!"

"......암살이 맞군."

안에는 스쿨미즈를 입은 에일라가 잔뜩 얼굴이 붉어진 채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아, 이것이 뇌살인가."

옷의 원단이 되었을 안드라스 실은 검은 라택스처럼 반짝거리고 있었고, 에일라의 육체미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에일라는 팔로 가슴 부분을 가리면서도, 정작 음부 근처부터 뽀얗게 드러나는 탄력있는 다리는 비스듬히 내게 어필을 하고 있었다.

'군청색이 아닌게 아쉽지만 이건 이거대로 좋군.'

흑색 스쿨미즈에 금발벽안의 여인이라. 샤이탄보다는 작지만 적당한 크기라 현실에서 볼 법한 모습에 나는 더 마음이 동했다. 마치 드레스룸에서 시착을 하다가 걸린 여인처럼, 에일라는 우물쭈물하며 연신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주, 주인님. 이건 그게...."

에일라는 바닥에 흩뿌려진 옷과 스타킹 등을 한 발로 슬쩍 가렸다. 브라부터 팬티까지 보이는 게 실오라기 하나 없이 다 벗어버리고 스쿨미즈만 착용한 듯 했다. 나는 그걸 확인하기 위해 쪼그려 앉았다.

"쓰읍."

도끼 자국이 깊게 패여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 고간을 지나가는 스쿨미즈를 살짝 옆으로 치웠다.

"흐흐, 그럼 모처럼이니 즐겨주시길...."

조합장은 눈치 좋게 뒤로 물러나려했다. 하지만 나는 닫히려는 문을 잡아 조합장을 불렀다.

"아니. 그대도 보아라. 옷이 제대로 기능을 하는 지 확인해야 하지 않겠느냐. 에일라, 잠시 귀를."

나는 에일라에게 내 계획에 대해서 간단히 알렸다. 에일라는 바로 얼굴을 붉히면서도 쭈뼛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에서 이걸 입은 여인들이 헤엄치는 걸 보고싶다고 했지? 그럼 보게 해주마. 단...."

나는 에일라를 번쩍 들어올렸다.

"헤엄치는 것 대신, 다른 걸 보여주마."

강이 우윳빛으로 물들 지어다.

* * *

라스베가스의 방적 조합의 조합장, 코스트 윰프레 이는 어려서부터 한 가지 꿈을 가지고 있었다.

'예쁜 여자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싶다.'

누군가는 자신의 꿈에 대해 변태같다느니 성적 취향이 어떻게 된 게 아니냐느니 매도하기도 하였고, 결국 코스트 조합장은 자신이 가진 속마음을 숨긴 채 몇 십년을 살아왔다.

기껏해야 자신의 꿈을 실현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귀족 여식들이 입을 드레스를 만드는 정도였으나, 남작령의 이름없는 도시의 조합장이 만드는 드레스는 유명세가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드디어 빛이 내려왔다. 한 명의 은인을 만난 덕분에, 그는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타킹.

스쿨미즈.

그리고 거기에 이어서 레깅스와 탱크톱, 본디지라는 기상천외한 의복들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그의 존재는 가히 신이 자신에게 내려보내준 녹색의 천사와도 같았다.

철퍽, 철퍽.

그리고 녹색의 천사는 자신에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만들었다.

아, 하으, 흐으으.

전장에서는 수백 명을 호령하던 여기사는 찬란한 금발을 흩날리며 흐느끼고 있었다. 머리는 물에 전부 젖었고, 옷은 코스트 조합장이 만들어낸 검은 스쿨미즈가 전부였다.

철퍽, 철퍽.

그리고 여기사의 뒤에 달라붙어있는 오크는 홀딱 벗은 채 여기사의 스쿨미즈를 조물딱거리며 허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오크가 움직일 때마다 여기서는 교성을 터뜨렸고 침을 질질 흘렸다.

"오오오...."

어둠이 내려앉아 달과 별만이 비치는 강 한 가운데, 물살마저 거르며 오크는 여기사와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심지어 코스트 조합장이 직접 만든 옷을 입고.

"조합장 님, 그만 보시고 안으로 들어오시죠. 밤공기가 차갑습니다."

직공들의 부대표가 조심스레 다가와 코스트 조합장을 불렀다. 여인이기는 하지만 성정이 억센 그녀는 오크에게 붙잡혀 앙앙거리는 여기사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째서 저런 분이 오크 따위에게...."

"오크 따위라니."

코스트 조합장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부대표에게 따지고 들었다.

"저 분이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셨기에 우리는 이렇게 살 수 있는게야. 잊지말거라. 우리가 이곳, 라스베가스에 살 수 있는 이유는 저 분께서 우리가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을 허락하셨기 때문이다."

"...예. 그렇긴 하죠. 하지만 언제까지 저런 걸 눈으로 보고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여신께서도 금기로 정하신-"

"금기면 어떠한가?"

찰팍, 찰팍.

물소리를 사방으로 튀기던 오크는 여기사와의 삽입 자세를 바꾸었다.

"저것이 금기인가? 여신께서 정하신 금기? 그렇다면 아무 문제 없다."

서로 마주본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높이 치켜올리게 만든 뒤, 고간 부위의 스쿨미즈를 살짝 둔덕 옆으로 옮겨 은밀한 부위를 노출시켰다. 코스트 조합장의 시야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멀리서 보고 있음에도 옆에서 보고 있는 것 마냥 상황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찌걱, 찌걱, 푸슈우웃.

강물이 튀기는 물소리인지 아니면 사람의 그것에서 흘러나온 물소리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코스트 조합장은 강물에 서서히 하얗고 끈적한 액체가 흘러가는 것을 보고 씩 미소를 지었다.

"그는 신이다. 여신조차 모독하는 새로운 신이란 말이다."

하얗고 끈적한 정액은 강물의 흐름을 따라, 강에 비친 달 위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래...나는 저걸 보기 위해 지금까지...."

코스트 조합장은 자신이 만든 옷이 뜻 깊은 곳에 쓰이는 것을 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 * *

에일라와 스쿨미즈 플레이 이후.

실신한 에일라를 구석수석 마른 수건으로 잘 닦아 다시 관청의 침대에 눕힌 뒤, 나는 에일라에게서 갓 벗겨낸 스쿨미즈의 상태를 확인했다.

"일단 본연의 목적은 합격이군."

물에 들어갔음에도 젖은 곳이 없었다. 정확히는 겉에 물기가 묻어있기는 해도 다른 옷처럼 물이 먹어 축 늘어지지는 않았다는 것.

"이정도면 충분히 수영복이라고 할 수 있겠어."

샥스가 이 스쿨미즈를 입고 웅덩이를 건넜다면 아마 힘이 넘쳐흘러 나를 제압했을 것이다.

"그럼 궁극적인 목적을 보지."

수영복은 수영을 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리고 조합장은 수영복을 수영을 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입히고 떡치려고 하는 거지.'

사이단의 꿈속 플레이와 달리, 현실에서 유사하게나마 착의섹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는 가슴부분부터 다른 겨드랑이, 고간부 까지 꼼꼼히 만지작거리고 살짝 비틀며 그 재질을 확인했다.

"이래서야 찢어지지는 않겠는 걸. 늘어지지도 않고."

"안드라스 실을 몇 겹이고 꼬아 감았습니다. 복원력을 가장 많이 신경썼습니다."

"옳다. 탱글탱글하지 않은 수영복은 수영복이 아니지."

고간부를 옆으로 잡아 당겼음에도 헐거워지지 않았다. 이정도면 다음에 입었을 때도 특유의 질감과 탄성을 유지하리라.

"하지만 내구성이 완벽하지는 못 해. 안드라스의 깃털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군."

나는 고간부위에 생긴 자국을 가리켰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에일라가 입어서 그런지 몰라도, 고간부위는 탱글탱글 했지만 살짝 벌어져있었다.

"1회성이 짙은 소모품인 스타킹과 달리 스쿨미즈는 엄연한 의복이다. 고작 대여섯 번 정도 입고 버리기엔 아까워. 원단도 엄청 들어갔지?"

"...솔직히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보아라."

"그걸 입히고 강에서 사랑을 나누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뭐야?"

절로 내 목소리가 험악해졌다.

"입히고 안 할 거면 왜 만들라고 했겠어?"

"스타킹과 달리 단순 눈요기인 줄로만 생각했습니다. 고간부도 스타킹처럼 찢어지기 쉽게 만들라고 하지 않으셔서, 그런 용도는 아니라고 생각을…."

"당연히 그런 용도인데? 내가 준 모든 자료에는 그런 의도가 있는 것이다."

"음…."

조합장은 제법 난해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생각해보면 내가 그에게 준 도안은 거의 '입고 난 다음의 상황'을 연기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옷만 봐서는 아무것도 모를 수 있다. 나는 조합장의 혼란을 십분 이해했다.

'간호 착정 플레이나 여교사 플레이를 설명해봐야 의미는 없지.'

현대의 상황을 이해시켜야하는데 괜히 얘기했다가는 역풍이 불 수 있다. 나는 대신 그에게 다른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도록 제안했다.

"스쿨미즈를 만든 방식으로 스타킹을 만들어보도록 해라. 그리고 위에는 이런 식으로 입을 수 있게 만드는 거지."

"그건…?"

"레깅스, 그리고 탱크탑이라고 하는 것이다. 조합장, 생각해보거라."

나는 침대 이불 아래에 알몸으로 고이 쉬고 있는 에일라를 가리켰다.

"이 옷을 입고 연무장에서 운동을 하는 여기사...어떠한 가. 머리도 포니테일, 말총처럼 묶고 말이지."

"씁."

조합장은 듣자마자 군침을 흘렸다. 간호사나 교사는 현대와 다를 지 몰라도, 운동녀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물며 그게 금발의 여기사라면 어떠한가.

'쥬지 터지지.'

"과연. 알겠습니다. 아직 제가 배울 것은 너무나도 많군요."

"그래. 현실적으로 만드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허나 걱정마라. 네 걱정을 덜어줄 방법이 있으니."

나는 종이 한 장을 꺼내 조합장에게 보였다. 조합장은 보자마자 바로 눈을 휘둥그레 뜨며 부르르 떨었다.

"혹시 가죽으로도 이렇게 할 수 있는가?"

"무, 물론입니다. 아니, 무조건 가죽이어야 합니다."

"잘 됐군. 색은...검은 색이 아니지만 가죽이라면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조합장에게 종이를 넘겨주며 문 밖으로 밀었다.

"가라. 가서 준비를 하거라."

"예!"

조합장은 눈에 불을 켜고 달려갔다. 나는 바닥에 흩뿌려진 에일라의 옷들을 챙기며, 조합장에게 넘긴 도안을 떠올렸다.

"우리 군단에게 가장 시급한 물건이지...흐흐."

앞으로 많은 전투가 있을 것이고, 포로들은 하나 둘 늘어나리라.

우리 군단에는 그들을 구속할 구속수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것은 무엇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본디지라고 하는 것이다."

가죽으로 된, 구속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