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1
더이상의 공격대는 없다.
샥스는 할파스 군단이 놓인 상황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페넥스?"
"37위 마족이에요. 전신이 붉게 타오르는 불사조. 할파스의 천적인 동시에...둘이서 전쟁을 치르고 있죠."
아주 오래전부터 할파스와 페넥스는 천적이라고 했다. 검은 까마귀와 붉은 불사조는 죽음과 생명을 서로 상징하는 듯 하며 티격태격했으며, 지금도 계속 전쟁을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걸. 페넥스와 전쟁 중이라며? 그런데 어떻게 우리 던전에 포털을 열고 공격을 시도한 거지? 거짓말 하는 건가? 괘씸하군! 박겠다!"
"아니에요! 흐끅, 포털이 아니라 그냥 던전의 출입구로 오다니는 거라고요!"
"아 그래? 일단 넣었으니까 넣은 상태로 얘기하지. 대신 살살할게."
"...흐끅."
샥스는 가버리면서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중간중간 목소리가 풀리거나 내 어깨에 고개를 묻고 휴식을 취할 때가 있기는 했지만, 시간은 아주 넉넉했다.
"페넥스와 할파스는 같은 혈족이에요. 페넥스가 윗 세대고, 할파스가 한단계 낮은 세대죠. 제 입장으로서는...페넥스는 작은 할아버지같은 분이에요."
"그렇군. 그런데 왜 둘이 싸우는 거지?"
"......안드라스 문제로요. 그 분은 안드라스를 정말로 아끼셨거든요."
"그런 거라면 인정이지."
근친러를 단죄하는 웃어른이라. 페넥스가 할파스와 싸우고자 하는 것도 십분 이해가 갔다. 물론 그 안드라스는 내가 맛있게 먹고 안드라스(★*5)로 바꿔먹었지만.
"페넥스의 세력은 강하냐?"
"네. 따로 군단은 아니지만 불을 쓰는 마물들이 모여있어서, 저희 군단의 천적이에요. 할파스가 저를 낳으려고 한 것도 페넥스의 불타는 몸을 저격하기 위해서 낳은 거고요."
"불타입 견제로 물타입 채용이라는 건가. 합리적이군."
"...물을 사용하는 만큼 견제는 가능하죠. 그렇게 강하지 않지만. 고작 던전을 틀어막는 정도가 끝이였어요. 그리고 페넥스와의 전쟁이 잠시 소강상태가 된 지금, 할파스는 인장의 힘을 이용해 안드라스를 취하려고 한 거예요."
왜 갑자기 38위나 되는 할파스가 63위밖에 안 되는 안드라스를 공격했는지 명확히 이해가 갔다. 동시에 샥스를 통해 알아낸 할파스의 다음 행동도 예측이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던전에는 '최소 전력'만 보냈겠군. 페넥스와의 전쟁이 더 중요할테니, 우리에게 보낸 건 어디까지나 별동대라 이거지?"
"......네."
간을 보기 위한 잡병 부대.
기동성 하나는 끝장나던 페일 라이더.
샥스가 직접 이끈 코카트리스 부대.
원래 안드라스 던전의 666마리 안드라스 종이 맞서싸웠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을 전력이었다. 우리 군단은 이겨냈지만, 분명 안드라스를 이기기에는 충분했다.
'이제 별동대도 다 죽었으니 선택을 내리겠지.'
지켜야 할 곳의 방비를 줄이고 공격에 힘을 보태거나, 아니면 수비를 굳혀 기회를 엿보다가 힘이 다시 생기면 공격하거나.
"확실히 머리는 잘 돌아가는 군. 침착한 쪽으로 소름끼치게 말이야."
"그, 그래요. 그러니까 할파스는 더이상 공격대를 투입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가? 샤이탄. 포털 입구는 어떻게 됐지?"
[아직 이상 없습니다.]
샤이탄은 시스템을 통해 포털 입구에서 대기중인 륜과 구울 부대를 화상으로 보였다. 언제 누가 넘어오더라도 맞서 싸울 수 있게, 우리는 다시 던전을 원래대로 돌리며 포털이 열린 입구를 찾아냈다.
'시작부터 함정이랑 환영의 화살 인사가 시작되는 거지.'
누가 넘어오든 륜이 포털에서 나오는 족족 적을 쏴 죽일 것이다. 만약 륜이 감당하지 못하는 존재가 넘어올 경우, 라스투자드가 배치한 언데드들이 벽이 되어 륜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그럼 경계병을 제외하고는 다른 쪽에 슬슬 여유를 둬도 된다는 건가?"
"네! 제가 마지막이니까 절대로 뒤에 더 오는 애들은 없을 거예요!"
"나오면?"
"...흐끅, 그거, 그거 할 게요...."
"꼭 나오기를 바라마. 지금 촉수가 너를 기다리고 있거든."
샥스는 기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촉수나무를 보지는 못했겠지만, 직접 보고 나면 그 외형 때문이라도 할파스 엉덩이에 있는 점의 갯수까지 밝히리라.
'이 정도면 얻어낼 건 완전히 얻어낸 것 같네.'
샥스 이후에 예정된 공격대가 없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소득이었다. 이미 해는 산 너머로 넘어가고 있는 저녁 시간이었고, 어느덧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슬슬 시간이 되었군. 루나, 나는 간다. 회복 잘 하거라."
"그래? 알았어. 잘 다녀와."
나는 샥스의 안에서 내 물건을 꺼냈다. 그렇게 흘리고도 어찌나 더 많은 양의 물을 흘려댔는지, 물기가 묻어있다 못해 물방울이 맺혀 뚝뚝 떨어질 지경이었다.
"저, 저는 그러면...?"
"너? 흐음...."
나는 샤이탄의 호출에 대해 상황을 파악했다. 굳이 샤이탄이 급하게 요구한대로 라임을 부를 것 까지는 없었다. 슬라임 드래곤들을 움직이는 십장은 라임 한 명만 있는게 아니니까.
"루나랑 라임이랑 즐기고 있어라."
"아자!"
루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샥스의 몸을 개처럼 뒤집었다. 애널에 박혀있던 슬라임 딜도는 이제 내가 방금까지 집어넣었던 샥스의 앞구멍으로 쑥 들어갔다.
"왜, 왜에에에!"
"그야 내가 하고 싶으니까.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이기기 마련이잖아? 박는 사람의 움직임을 익혀두면...같이 허리 움직이기도 쉬울 거 아냐. 흐흐."
"좋은 탐구정신이다. 나중에 시간 되면 박으러 오마."
"시, 싫어어--!"
샥스는 바닥을 기며 루나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루나의 몸에 달라붙은 라임에 의해 또 바닥에 얼굴을 처박아야했다.
"왜, 왜 내가 이런 꼴을...!"
"왜 이런 꼴을 당하냐고?"
나는 떠나기전, 샥스의 머리를 잡고 들어올리며 말했다.
"남의 세력을 공격했다가 실패했으면 그에 대한 대가는 치뤄야지?"
정보를 얻는 것과 벌을 주는 것은 별개였다. 벌로써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고통을 주는 고문도 생각해 보았으나, 역시 이쪽이 우리 군단에 걸맞는 방식이었다.
"아흐, 흐으윽!"
"으흠, 허리를 이렇게 한다.... 좋아. 나중에 엘프들이랑 할 때도 참고가 되겠는 걸."
"......."
레즈비언 마조히스트 엘프. 참 루나도 특이한 녀석이다 싶기는 했지만, 나와 할 때를 대비한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니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설마 저걸로 내 뒤를 찌르지는 않겠지.'
"흐으, 이거 느낌 좋은데...?"
아닐 것이다.
...아마도.
* * *
〈늦은 밤, 라스베가스.〉
"급하게 오자마자 바로 가게 해서 미안하다, 메어리."
"아뇨, 이게 제가 해야할 일인 걸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에요."
메어리는 커다란 봇짐을 들고 씩씩하게 웃었다. 등에는 재고로 쌓여있던 구형 스타킹이 한아름 딸려있었고, 일부 신형 스타킹이 조금이나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니콘이라도 보내주랴? 마차라도 타고가는 건 어때?"
"제가 알아서 갈게요. 괜히 그런 거 타고 갔다가는 의심살 수도 있어요. ...이미 의심을 살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에요."
"그건 무슨 소리냐? 자리 비운 것 때문에?"
"네. 요정들이 워낙 일을 잘 하니까 크게 문제는 없겠지만, 그에이는 조금 마음에 걸린다고 해야하나...."
책임자인 메어리가 빠져나온 지금, 스피카 성에 있는 아발론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그에이 칸세르 뿐이었다.
'배신한다면 우리에게는 다소 치명적이긴 하지.'
만약 그에이가 딴 마음을 품고 우리를 배신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발론은 박살이 날 것이며, 스타킹은 모두 몰수당할 것이고, 서큐버스와 요정들도 탈출에 실패하면 모두 학살당할 것이며, 좋은 딜도를 얻었다고 좋아하던 안드라스와 하르퓨이어는 피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서큐버스든 요정들이든 전부 부하로 등록을 해서 보냈기에 마석을 모으면 부활시킬 수야 있기는 하지만, 아발론 프로젝트가 노출되었다는 것은 뼈아픈 일이었다.
"메어리. 너는 그에이를 믿냐?"
"아뇨. 그에이를 믿지는 못하죠. 하지만 그에이가 가진 욕망은 믿어요."
"...욕망?"
그러고보니 그에이와는 딱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 메어리는 그에이와 제법 이야기를 나눈 모양이었다.
"그에이는 말이에요, 자기가 살아남으려면 뭐든지 할 녀석이에요."
"그건 그렇지. 살려고 마물에 박았으니까."
"푸흣. 그렇죠. 살고 싶으면 배신하지 말아야죠."
"너 혹시 무슨 짓을 했니?"
"네."
메어리는 상큼하게 활짝 웃었다.
"아빠, 라인이 지금 어디있게요?"
"......야. 설마 너?"
"아빠는 가끔가다 보면 자식들에 대해 상당히 무관심할 때가 있다니까요. 후훗. 걱정마요. 위험한 짓은 하지 않으니까. 그냥...."
메어리는 손을 아래로 내려 고간 앞에서 와락 움켜쥐었다.
"그에이가 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꽉 붙잡고 있을 뿐이에요."
"......딴 생각 하면?"
"와그작."
나는 나도 모르게 자세가 수그러들었다.
* * *
〈그 시각, 비르고 남작령 스피카 성 아발론 지하 1층.〉
"그래서 남작님, 영주성으로는 돌아가지 않으십니까?"
"영주성의 급한 일은 밤새서 처리하고 왔습니다. 그래서 그에이 경, 메어리 양은 언제 돌아온다고 합니까?"
비르고 남작은 다소곳이 침대에 앉아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새벽부터 한나절을 훌쩍 넘겨 밤이 된 시각까지, 비르고 남작은 아발론을 떠나지 않고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영주님. 영주님께서 여기 계시면 사람들이 곤란해합니다."
"곤란할 게 뭐가 있습니까? 여기가 제 영지인데. 제 영지민이 제가 있어서 곤란할 일이라고 해봐야...후훗, 알만합니다."
비르고 남작은 옆방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신음 소리에 살포시 웃었다.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달뜬 숨소리는 비르고 남작의 망상을 질척하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었다.
'저거 그냥 잠꼬대인데.'
요정에 의해 잠들고 서큐버스가 꿈속에서 정기를 갈취하며 잠꼬대를 하는 것이지만, 비르고 남작은 그걸 마치 남녀가 교합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다 안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오해를 살만한 일은 없을 겁니다. 그도 그럴게, 메어리 양의 상단에는 남성이 없잖아요? 여자들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죠."
그 여자랑 어떻게 해보려고 지금 새벽부터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냐. 그에이는 본심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간신히 참았다.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입장으로서, 괜히 입을 놀렸다가는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았다.
"하아, 메어리 양. 이 침대에서...꿀꺽."
'그거 메어리 아닌데.'
"모처럼 자리인 만큼 솔직하게 말하지요. 그에이 경이니 말하는 겁니다. 저는...남자든 여자든 서로 사랑하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당신이랑 잔 거 여자 아니다.'
"그에이 경은 메어리 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매력적인 여성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저도 취향이라는 게 있는지라."
그에이의 머릿속에 날개 달린 여인들이 떠올랐다. 전투 중에 납치를 당했던 그 날의 기억을 상기하니 절로 다시 몸이 달아올랐다.
찔컥.
"...흐흠, 영주님. 실례합니다만 잠깐 바람을 좀 쐐고 와도 되겠습니까?"
"저희 사이에 그렇게 안 하셔도 돼요. 호호."
"크흠. 실례하겠습니다."
"네. 대신 밖에서 메어리 양이 돌아오면 바로 얘기해주세요."
그에이는 다 안다는 눈빛의 비르고 남작을 뒤로하고 문밖으로 빠져나왔다. 밖에는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요정이 대기하고 있었다.
"주무세요?"
"아니. 계속 뜬 눈으로 기다리실 것 같다. 밤 샘이 주특기거든."
"큰일이네요.... 주무셔야 꿈속으로 진입이 가능한데."
비록 실제로 군단장은 없다고 하더라도, 꿈속에서 군단장이나 다른 오크들에게 범해지게 꾸미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비르고 남작이 자고 있지 않아서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일단 원하시는 대로 들어줘라. 음...혹시나 바니걸 복장을 요구하시거나 다른 여인을 들여달라는 요청을 하시면 최대한 맞춰서 응대하고."
"네. 복장은...잠깐만요. 여인?"
"그래. 남작님 그 쪽이다."
"...어머나. 그러면 제가 들어가도 되겠는 걸요? 후훗."
요정은 바로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 노크를 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에이는 다른 요정이 올 때 까지 문앞에서 대기하며 슬쩍 주변의 눈치를 봤다.
꾹, 꾸욱.
"......흠흠."
화장실에 가려고 밖에 나왔지만, 화장실을 갈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에이는 주변을 살피며 자신의 치골 부위를 슬쩍 눌렀다.
"......좀 있다가."
"부르셨어요?"
다른 요정이 도착하자마자 그에이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바로 아발론을 빠져나왔다. 원래 어두운 골목길에 있던 건물인 만큼,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이라 으슥한 곳도 많았다.
"큰일날 뻔 했군."
그에이는 바지 앞섶을 열어 자신의 물건을 꺼냈다. 그 안에는 붉으스름한 팬티가 있었고, 팬티-처럼 보이던 부정형의 물체 한 가운데에서 그에이의 거근이 불쑥 튀어나왔다.
"배신 안한다니까 이런 걸...하아. 어쩔 수 없지."
그에이는 담벼락을 향해 조준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큰 건 몰라도 작은 건 싸는 척이라도 해야하니.... ...잠깐만, 처제. 구멍 좀 열어주겠나? 응? 응? 커흑?!"
꿀럭, 꿀럭!
그에이는 자신의 거근을 감싼 라인의 움직임에 벽을 주먹으로 짚어야 했다.
"아, 아니 내가 발기한 건 맞지만 오줌 쌀 때도 남자는 커지는, 흐윽?!"
결국 그에이는 각각 한 번씩 싸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