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
끼이이익! 끼이이익!
코카트리스들이 열탕을 헤엄쳐오기 시작했다. 맥주병이라 가라앉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상대는 그렇게까지 멍청하지 않았다.
첨벙! 첨벙!
코카트리스들은 바닥에 생긴 작은 빙판을 발판삼아 뒤뚱뒤뚱 뛰었다. 발이 수면 아래로 내려간다 싶으면 조금이라도 헤엄을 치며 앞으로 다가왔고, 빙판이 생기면 그걸 다시 디뎌서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구웨에엑!!"
펭귄은 여전히 강물을 토해내며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펭귄은 수면 위에 한기를 내뿜으며 작은 빙판을 만들어냈다. 강물의 움직임에 따라 빙판은 코카트리스들의 사이사이로 흘러들어갔고, 코카트리스들은 그걸 다시 밟고 헤엄치며 웅덩이를 도하했다.
"요격해! 다 쏴 죽여!!"
이미 한참 전부터 돌팔매를 날리고 화살을 쏘아댔지만, 나는 오크들을 독려하며 발을 크게 굴렀다. 문신을 타고 흐른 오라가 주변에 넓게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오크들의 눈에 붉은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우오오오!!"""
오크들이 날린 가고일 조각은 거의 포격에 가까웠다. 애초에 살의를 날리고 던지는 공격인 만큼, 코카트리스들은 피해가 없을 수가 없었다. 정말로 다행스럽게 코카트리스들은 일방적으로 공격을 얻어맞고 있었다.
'원거리 공격은 안 해서 다행이다.'
바질리스크 같은 놈들은 눈깔에서 석화빔을 쏜다고 들었는데, 코카트리스들은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방금 코카트리스 한 마리가 정예 오크병이 날린 돌팔매를 얻어맞고 강물을 향해 고개를 처박았다. 헤엄을 치지 못하니 그대로 가라앉게 될 것이다.
보글보글.
바닥에서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게 플레어 판테라들이 끊임없이 불꽃을 뿜어내고 있어, 공동 전체가 아주 거대한 냄비처럼 강물이 서서히 끓어오르기 시작했음을 깨달았다. 즉,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두면 코카트리스들을 산 채로 백숙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카트리스들이 뭍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아야했다. 나는 붉은 문신이 타오르고 있는 손으로 삽자루를 강하게 쥐었다. 나무자루가 아닌 무쇠를 통짜로 삽으로 만든 덕분에, 무기가 부러질 염려는 없었다. 코카트리스들의 부리와 대가리를 후려친다고 하여 망가질 리도 없었다.
끼이이익!!
어느새 수위는 6m에 이르렀고, 코카트리스들은 제2 요격실 구덩이의 끝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사살한 코카트리스의 수가 20마리는 족히 넘을 듯 보였으나, 그럼에도 아직 닭대가리들이 바글바글했다. 눈으로 얼핏 봐서는 80마리, 아니 100마리 가까이 되어 보였다.
"전 오크들, 들으라!!"
나는 뭍을 향해 다가갔다.
"이 싸움이 끝나면, 코카트리스들을 구워먹을 것이다! 내가 직접 요리를 해주마!"
"""우오오오!!!"""
"우리는 승리한다! 그러니 다들 따라 외쳐라! 승리의 주문을!"
끼이이익!!
선두의 코카트리스의 아래에 빙판이 생겼다. 코카트리스는 빙판을 밟고 높이 뛰어올랐고, 나는 삽자루를 야구배트마냥 어깨 너머로 넘기며 외쳤다.
"프라이드 치킨-----!!"
"""프라이드 치킨-----!!!"
이번에는 라스하는 놈들이 없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뛰어오른 코카트리스를 향해 삽자루를 풀스윙으로 휘둘렀다.
끼이이익!!
방금, 한 마리의 모가지가 90도로 꺾였고, 나는 그 놈을 발로 걷어차서 물속에 수장시켰다.
* * *
까앙, 까앙, 까앙--!!
상륙을 저지하려는 삽든 오크 부대.
어떻게든 뭍으로 올라가려고 하는 코카트리스 부대.
숫적 우위는 코카트리스 부대에게 있었으나, 오크 부대는 간신히 그들의 상륙을 저지하고 있었다.
카캉, 키기긱!!
삽과 코카트리스의 부리가 부딪혔다. 철제 무기가 부딪히는 금속음이 흐르고 불똥이 튀며 오크와 코카트리스는 일합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오크가 더 위에 있는 만큼, 코카트리스들을 상대하기에는 오크들이 더 유리했다.
"어딜! 어딜!"
오크들은 삽자루를 잡고 연신 아래로 내리쳤다. 코카트리스들은 부족한 높이를 뛰어올라오려 하고 있었고, 오크들은 삽을 아래로 휘둘러 코카트리스들의 대가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끼이익!
코카트리스들은 오크들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면서도 끊임없이 뭍으로 올라오려 날갯짓을 했다. 그들이 육지로 올라가려면 방법은 둘 뿐이었다.
제자리에서 날갯짓을 하며 위로 올라가거나, 아니면 수위가 끝까지 올라가거나.
전자는 오크들이 삽으로 후려치느라 오크들을 쪼아 죽이는게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했다. 코카트리스들이 최대한 오크들의 공격을 피하고 맞받아치며 올라가려고 해도, 붉은 오라의 힘 덕분에 전투력이 향상된 오크들의 삽을 뚫고 올라가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후자를 선택하자니, 그건 또 쉽지 않았다. 계속해서 차오르던 강물은 6m 가량까지 차오르고 더이상 수위가 올라가지 않았다.
"흐끅, 후윽, 그으윽."
펭귄의 몸에는 마나가 전부 다 닳아있었다. 강물을 소환하는 마법을 사용한 것 까지는 좋았으나, 너무 많은 양의 강물을 채우는 바람에 더이상 속을 게웨낼 방법이 없었다. 정확히는 게워낸다기보다는 마력을 토해내는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어쨌든 펭귄 한 명의 힘으로는 저장해둔 강물의 양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흐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펭귄은 씩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코카트리스들이 올라가는게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그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펭귄은 미끄러지듯 몸을 굴려 물 속에 퐁당 빠졌다. 적당히 미지근한 온도에 펭귄은 소름이 돋았다.
"저것들은 포기를 안 하나...?"
얼음벽 너머의 플레어 판테라들은 지치지도 않고 작은 구멍을 향해 불길을 뿜어대고 있었다. 펭귄이 마나를 이용해 강물을 소환하듯, 플레어 판테라들도 제 마나를 불꽃으로 바꾸어 얼음벽을 향해 뿜어댔다. 벽 자체를 녹이지는 못했어도, 벽 너머의 강물을 서서히 데우기에는 충분했다.
"에이...빨리 끝내야지."
펭귄은 두 팔을 뒤로 뻗었다. 죽은 코카트리스들의 피냄새가 진하게 풍겼고, 펭귄은 이를 악물고 앞을 향해 두 팔을 당겼다.
"가라---!!"
쏴아아----
펭귄을 중심으로 강물이 파도를 치기 시작했다. 구덩이의 우물에 격랑이 일기 시작했고, 코카트리스들은 파도를 느끼고 뛰어오를 준비를 마쳤다. 오크들은 이어질 상황을 짐작하고 곧장 뒤로 물러섰다.
끼요오오오옷!!
코카트리스들이 날개를 펼치며 파도와 함께 높이 뛰어올랐다. 오크들의 키에 맞먹는 신장의 코카트리스들은 파도에 몸을 맡기고 육지에 발을 디디는데 성공했다. 펭귄은 후미에서 자신이 만든 파도와 함께 뭍에 두 발로 착지했다.
"흥! 이런 것도 못 넘을 줄 알아?!"
"...크흐흐."
선두에 구부러진 철삽을 든 오크가 펭귄을 향해 입꼬리를 씩 들어올렸다. 그의 얼굴에는 붉은 문신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펭귄은 그 오크가 자신을 향해 음해공작을 일삼은 자라는 걸 곧장 깨달았다.
"너, 너 이 새끼!"
"초면에 새끼라니 실례가 많네. 이래서 사람이 마음이 넓어야 하는 건데. 쯧쯧."
오크의 눈길이 펭귄의 위아래를 훑었다. 인형탈 때문에 몸매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 시선은 명백히 펭귄을 깔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너, 이름은 뭐냐?"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
"내 아래에 깔려서 앙앙거릴 녀석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이 변태같은 녀석이. 난 조인(鳥人)이야, 이 멍청아!"
"그래서 구멍 없냐? 박을 구멍만 있으면 얼마든지 박을 수 있는데? 나 성별 말고 가리는 거 없다? 뭐 다짜고짜 사람보고 멍청이라고 하는 인성을 봐서는 상냥함이 상당히 빈약하군. 인형탈로 가리고 다니는 이유가 뭐냐? 뭐 안 봐도 알기는 알겠다. 어지간한 남자보다 더 남자같겠지만...."
"자꾸 가슴 가지고 놀리지 마! 죽을려고 진짜!"
펭귄은 오크를 향해 역정을 내며 부리를 벌렸다. 입안에서 작은 물방울 하나가 탄환처럼 날아갔고, 오크는 고개를 살짝 까딱거리는 것으로 수탄을 피했다.
"방금 뭐냐? 아까는 물 콸콸 토해내더니 지금은 물방울 찍 하나 싸버리고. 조류가 아니고 조루네. 아니면 아까 물 너무 많이 싸서 더이상 나올 물이 없는건가?"
"...너 진짜 상종하지 못할 변태같은 녀석이구나. 네가 군단이라면 분명 색욕의 군단일 거야."
"......흐흐흐."
오크는 그저 웃기만 하며 삽을 옆의 오크에게 넘겼다. 그리고는 습기로 축축하게 젖은 로브를 벗어 옆의 엘프에게 넘겼다. 펭귄과 코카트리스들은 모두 석화에 걸린 것 마냥 몸이 굳어버렸다.
"흐흐, 너무 매력적이라서 놀랐나?"
오크는 전신에 딱 달라붙는 검은 옷을 입고있었다. 마치 로브와 피부가 하나로 달라붙은 모습에 펭귄은 눈을 둘 곳이 없었다. 정확히는 눈이 한 곳에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끼룩."
오크의 하반신에는 딱딱한 물건이 적나라하게 튀어나와있었다. 단순히 앞섶이 부풀어있는 것이 아니라, 넓은 구멍이 뚫려있고 그 구멍 사이로 기나긴 기둥이 쑥 삐져나와있었다. 펭귄은 처음 보는 막대한 크기에 침이 꿀꺽 넘어갔다.
"야, 뗑컨."
오크는 상체까지 살짝 뒤로 숙이며 자신의 성창을 과시했다.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올라가다 끝이 휘어진 형태에 펭귄은 자신도 모르게 제 안을 확인해야했다.
"넣을게."
"어, 어디에 뭘 넣는다는 거야!!"
"!!"
오크는 당당했다. 그에 펭귄은 허탈하면서도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자신을 상대로 감히 저런 상스러운 말을 대놓고 하는 존재는 단 하나도 없었다. 펭귄은 마나를 끌어올리며 부리를 번쩍 열어젖혔다.
"할파스의 장녀. 이름은...샥스."
펭귄, 샥스의 굳은 목소리에 코카트리스들이 몸을 좌우로 흔들며 깃털에 묻은 물기를 다 털어냈다. 샥스는 전방을 향해 앞발을 내딛었다.
"꼭 너를 죽여버려서, 네놈과 오크들 모두 이 강물에 던져버릴거야!!"
"하여튼 빨래판들은 인성이 박살났다니까. 그런데 너 상당히 빡친 것 같다? 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오크는 발로 아래를 두어번 굴렀다. 덕분에 오크의 세번째 다리가 위아래로 껄떡대는 바람에, 샥스는 오크가 하는 말을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설마?!"
샥스는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오크는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샥스를 비웃었다.
"위야, 멍청아."
"뭣-"
샥스와 코카트리스들이 서있던 곳의 '뒷 편' 천장이 와르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샥스는 자신의 위가 아니라 바로 눈치를 채지 못했을 것이다.
구구구구!
강물의 턱이 있는 곳의 천장에서 흙무더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장을 부수고 다녔던 슬라임 중 활동 가능한 일부의 슬라임이 천장을 군데군데 무너뜨렸다. 자신이 먹어치운 것을 소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바닥을 향해 배출함에 따라, 천장에서는 슬라임 모양의 종유석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끼이익!!
퍽, 퍼억, 첨벙!
대부분의 코카트리스들이 뛰어올라오는 식으로 올라오는데 성공했지만, 후미에 뒤따르던 일부 코카트리스들이 머리에 종유석을 얻어맞고 그대로 가라앉았다.
"아아악!!"
샥스는 짜증어린 비명을 지르며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손에는 바로 옆의 코카트리스에게서 뽑아낸 것 같은 젖은 깃털이 꽁꽁 얼어있었다. 나는 샥스의 눈동자 방향을 읽었다.
천장.
샥스는 매의 눈처럼 정확히 슬라임들이 숨어있는 곳을 읽어냈다.
"이런 젠장! 위로 숨어!!"
"늦었어!"
파바박! 샥스가 날린 얼음 깃털이 천장으로 날아가 꽂혔다. 깃털 하나하나가 정확히 슬라임들을 저격했고, 천장에서는 슬라임들의 체액이 피마냥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나쁜 녀석! 어떻게 저 귀염뽀짝한 슬라임들을 그렇게 죽일 수 있어?!"
"너야말로 이 귀여운 녀석들을 쏘아 죽이고 때려 죽이고 압사시키고 익사시키고 태워죽이려고 했잖아!"
"......안 귀여우니까 됐다!"
끼이이이익!!
코카트리스들이 날개를 퍼득이며 비명을 질렀다. 하피 눈에는 안드라스가 미인인 것과 마찬가지로, 조류들에게든 조류 나름의 감성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어느쪽이든 거지같기는 마찬가지군.'
일단 싹다 죽이고 봐야겠다. 전력을 깎을 만큼 깎았으니, 이제 전면전이다.
"하나 물어보자. 네 뒤에 누구 공격 대기 하는 녀석 있냐?"
"......어차피 내가 이길 거니까 말해줄게. 없어!"
"흐흐, 그래?"
나는 삽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럼 어디 즐겨보자고, 군단의 공주님!!"
전장에서 싸우고, 애프터는 침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