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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230화 (230/800)

# 230

도착하자마자 내가 본 것은 내 아들들이 분대장으로 구성된 오크 전사들이 한 무리의 검은 스켈레톤들과 맞서 싸우고 있던 광경이었다.

"우오오오!"

퍼시발이 선두에서 투구까지 쓴 검은 스켈레톤의 모가지를 검으로 베어 날려버렸다. 그리고 스켈레톤의 옆에 있던 놈은 퍼시벌의 옆에있던 오크를 검으로 찔렀다.

"커흑!"

"1Q2W3E4T!!"

퍼시발은 기억하기도 싫은 이름을 나열했다. 실언. 기억하기도 싫지만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1Q2W3E4T!는 퍼시발의 아들 중 한 명이자 내 손자격인 녀석이었으니까.

"에일라. 오크들 중에 죽은 오크의 수는?"

"...50명 중에 17명입니다."

"큭."

뼈가 아프다. 숫자도 숫자니거와, 오크들이 무참히 살해당했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내가 너무 효율을 추구하다가 괜히 루나를 데려갔다가 이 사단이 난 건가하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하지만 반성은 나중에.'

다행히 다들 이름이 있는 만큼 마석을 이용하면 부활 자체는 가능하다. 나는 오크들이 분전하는 사이, 적 병력들의 구성을 살폈다.

"에일라. 검은 스켈레톤 놈들 말고 또 봤던 적이 있더냐?"

"고블린과 미노타우르스들이 섞여있었습니다. 제2 요격실에서 하서스와 랜슬롯이 응전하고 있습니다. 제1요격실을 지키던 라스투자드와 구울 부대가 전부 사망했습니다."

"젠장."

지하 1층에는 적과 전면전을 펼치기 위한 넓은 공간이 총 세 개 있었다. 우리가 있고 다크엘프 마을이 있는 최심부가 제3요격실이라고 한다면, 이곳으로 통하는 곳까지 바로 앞에 두 개의 공터가 있었다.

'라스투자드가 선두. 하서스가 1요격실에서 후퇴. 랜슬롯이 원군으로 왔다가 돌격. 퍼시발과 나머지가 길을 뚫어내려고 하는 거군.'

나는 곧장 병력들의 배치 상황과 전황을 읽어냈다. 분명 첫 웨이브로 보낸 부하들일텐데 역시 38위는 거저 먹은 것이 아닌 듯 했다. 우리 군단의 한 축인 언데드 부대가 하서스 빼고 전부 박살이 났다.

'부활 안 됐으면 진짜 울었다.'

다행히 라스투자드를 비롯하여 자서스 타서스들은 죽어서 인연 소환의 리스트에 이름을 남겼기에, 마석만 있다면 부활은 가능했다. 오크들과 마찬가지로 죽은 부하들은 모조리 살려내야했다.

그들을 살리려면, 그리고 아직 싸우고 있는 이들을 죽이지 않으려면 내가 나서야 했다. 나는 주먹을 말아쥐고 앞으로 나섰다.

"내가 간다."

"주인님. 믿고 맡기십시오."

에일라가 내 앞을 가로막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하들이 이겨내리라 믿으라는 말이었지만,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라스투자드를 잃었다. 랜슬롯과 하서스가 위험해."

"...둘은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적이 팔에 도끼를 찍어도 다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님께서는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힘을 비축하셔야 합니다."

"할파스가 직접 넘어올 수 있어요."

에일라와 샤이탄의 지적에 나는 정신이 바짝 들었다. 루나가 현재 체력을 회복하고 있는 이상, 할파스가 온다면 그에 맞서 싸워야 하는 사람은 나였다. 실제로 싸울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 군단에서 가장 강한 존재는 나였다.

"하지만 거들어야하는데."

"주인님은 주인님의 방식으로 도우시면 됩니다."

에일라가 내 손등을 눈으로 가리키며 슬쩍 치마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나는 에일라가 하는 말의 의미를 금방 깨달았다. 에일라는 지금 내게 광역 버프를 걸어줄 것을 부탁하고 있었다.

"과연. 그래, 알았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실제로 하기는 어려웠다. 에일라 또한 기억을 되살려주기 위해 치마를 들췄을 뿐, 진짜로 하고싶어서 치마를 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우웅.

손가락 위를 좌우로 한 번씩 쓸자 내 시야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이 오라를 퍼뜨리려면 무언가 매개체가 필요했다. 지난 번에는 엉덩이살과 치골살이 부딪히는 것으로 대체했지만, 지금은 떡을 치면서 오라를 뿌릴 상황이 아니었다.

'뭔가 좋은 수단이 없을까. 멀리까지 오라를 퍼뜨릴 수단이.'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두 손을 전방으로 뻗었다.

"라스으으으으으!!"

콰----앙!! 나는 내 배를 내리쳤고, 붉은 파장은 배가 떨리기 무섭게 사방으로 흩어져나갔다. 울림통이 크니 소리도 오라도 멀리멀리 퍼져나갈 수 있었다.

"잘 들어라, 나의 군단이여!"

부하들을 향해 붉은 오라가 서리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하나 둘 이를 갈기 시작했고, 검은 스켈레톤들은 당황한 듯 내 부하들에게서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죽을 각오를 다해 싸워라! 너희들 모두 지켜야 할 것이 있지 않느냐! 이곳은 적진이 아닌 우리의 터전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집이다! 손님도 아니고 멋대로 집을 쳐들어 온 년놈들은 응당 박살을 내야할 터! 이 싸움의 승리는 지키는 것이다! 우리 뒤에 있는 이들을 지키기만 한다면, 그것이 곧 우리의 승리란 말이다!"

진심이 담긴 포효가 널리널리 퍼졌다. 던전 전체에 붉은 분노가 차오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죽어라! 싸우다 죽어라! 죽으면 얼마든지 부활시켜주마! 단, 쉽게 죽지 마라! 죽을 것 같으면 최소 셋은 머리끄댕이를 잡고 지옥의 입구까지 함께 들어가는 거다!"

"""우오오오오!!"""

오크들이 나를 따라 포효를 내질렀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펴며 당장이라도 적진을 향해 뛰쳐들어 내 터전을 습격한 무뢰배들의 아가리를 찢어놓고 싶다는 심정을 참았다. 아가리는 내 분노를 전해받은 내 부하들이, 나의 군단이 찢어놓을 것이다.

"내가 너희들에게 내리는 명령은 하나다! 분노의 군단이여!!"

나는 그 어느때보다도 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적을, 쳐죽여라!!"

고블린이든 미노타우르스든 스켈레톤이든 상관 없었다. 그중에 혹여나 등급이 높은 놈이 있거나 아리따운 여인이 있거나, 설령 처녀가 있어도 상관 없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인다. 그리고 그 죽인 시체들은 우리 군단의 부하들이 되살아나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적을 죽이는 것에 머뭇거리지 마라! 적이 흘린 피는 우리의 형제와 자식들의 피와 살이 될 것이다! 적을 죽이면 죽일수록 그만큼 너희의 형제들이 다시 이 땅에 발을 디디게 될 것이니!!!"

"""우오오오오오!!!"""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죽여버려!!"

나의 분노가 할파스에게 닿기를.

이후, 내가 뿌린 오라 버프를 받은 우리 군단은 오크 다섯이 더 죽는 선에서 침입자들을 모조리 도륙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할파스 군단의 '첫번째 웨이브'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 * *

현재, 우리 군단은 총 세 패로 나뉘었다.

먼저 전력 외에 해당하는 '던전 외 전력'.

여기에는 스피카 성에 투입된 메어리, 요정들, 서큐버스들, 그리고 라임과 슬라임 드래곤 부대가 포함되었다. 그리고 에일라가 라스베가스 수비를 위해 최소한으로 남겨둔 오크 정예병 30명.

그리고 두번째 패인 '본진 전력'.

나를 비롯하여 간부급으로는 륜, 루나, 에일라, 샤이탄이 있었다. 부대 구성으로는 에일라가 데려온 오크 정예병 50, 그리고 하서스와 라스투자드의 구울 50. 슬라임 드래곤이 되지 못한 일부 슬라임들은 던전의 천장에서 시야를 제공하는 옵저버 역할이 되었다.

...있는 마석 없는 마석 긁어모아 죽었던 오크들을 다시 되살리고 나니 그 수가 30. 랜슬롯이나 퍼시발 같은 간부들은 죽지 않았지만, 3세대 오크들의 피해가 심각했다.

나머지 모든 병력들이 세번째 패, '그레모리 던전의 전력'.

하피, 안드라스, 듀라한, 유니콘, 워울프, 모험가 포로들, 오크 등 대부분의 종족들이 그레모리 던전에 집중되어 있었다.

질은 본진이 우수했지만, 양은 그레모리 쪽이 압도적이었다. 할파스의 첫번째 웨이브를 간신히 막아낸 나는 가장 급한 요소부터 해결하고자 했다.

"샤이탄, 그레모리와 연락은 가능한가?"

"방해가 너무 심합니다. 마법을 통한 텔레파시는 중간에 차단되는 것 같습니다. 시스템을 통해 전해받을 수는 있지만, 그 정보가 누락되거나 지연되고 있습니다."

"어느정도?"

"대략 5분 정도 늦게 도착하고 있습니다. 주인님. 시스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군단이군."

나와 샤이탄은 적 '세력'의 실체를 금방 유추해냈다. 단순한 마법 통신이 차단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시스템의 통신 자체를 방해할만한 요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레모리 던전에는 누가 원군으로 갔지?"

"아더, 트리스탄, 아그라베인입니다."

"적절하군. 그럼 갤러해드를 그레모리에게 지원 보내라. 기네비어는 발라크가 혹시나 일어나면 난동을 부리지 않게 잘 보살피고."

내 지시에 따라 사제 부자는 즉시 자리를 떠났다. 기네비어는 후방으로, 갤러해드는 전장으로. 능력과 역할을 생각하면 적절한 배치였다.

'신성력 쓸 수 있는 치트캐가 한 곳에 하나는 배치되어 있어야지.'

신성력을 쓸 수 있는 셋 중 기네비어가 발라크가 깨어났을 때 난동을 부리지 않도록 잘 다독여야 한다면, 갤러해드가 그레모리 쪽으로 지원을 나가는 게 적절했다.

"샤이탄, 그레모리의 마지막 연락은?"

"지원군의 덕분에 일단 1파는 밀어냈다고 합니다. 현재 병사들을 수습하는 중이랍니다."

"다행이군. 한 시름 놓았어. ...그렇다면 이제 시스템 쪽이 걸리는데, 아무래도 모종의 수단을 쓴 것 같구만. 그것도 상대 던전 주인의 시스템 활용을 방해하는 악랄한 수단을."

시스템에 간섭할 수 있는 힘은 단 두 종류 뿐이다.

에스투와 같이 시스템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 있는 경우.

그리고 솔로몬의 딸로서 시스템에 어시스트를 하기 위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

전자는 어불성설이고, 후자는 가장 설득력이 있었다. 각 군단의 인장이라면, 솔로몬의 딸이 '적'에 있다면 뭔가 수작을 부렸을 가능성이 높았다.

"할파스가 군단이다? 할파스가 일곱 인장 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

"면목없습니다. 이런 건 제가 미리 알았어야하는데...."

샤이탄은 고개를 숙이며 침울해했다. 나는 샤이탄의 뿔을 잡고 고개를 강제로 들어올리게 만들었다.

"괜찮다. 너의 인장에 대해서는 나중에 차차 알아가보도록 하자. 지금은 전황에 집중하자꾸나. 샤이탄 너는 중간중간 그레모리의 연락이 오면 즉시 보고해다오. 그럼 에일라,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 전황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보고하라."

"예."

에일라는 흙바닥에 그려진 지하 1층의 지도를 검으로 겨누며 적의 침입 경로를 그렸다.

"주인님께서 예상하신 곳에 포털이 설치되었습니다. 복잡한 미로를 통과한 적들은 신중을 기하며 일자형 통로로 천천히 침입했습니다. 샤이탄?"

"하서스와 라스투자드를 먼저 투입하였습니다. 시간을 끄는 사이 제가 에일라와 그레모리에게 상황을 알렸고, 에일라는 즉시 원군을 편성했습니다. 지하 1층에 100명의 오크가 도착했지만...."

"마침 딱 그 시각에 그레모리 던전에도 공격이 들어온지라. 병력을 둘로 나눴습니다. 아더의 부대, 그리고 제 부대."

"라스투자드의 구울 부대는 모두 파괴되었습니다. 하지만 죽인 적 병사를 다시 구울로 만드는 걸로 급히 대처하고, 또 하서스와 구울 부대가 크게 활약했습니다. 적의 공격을 대부분 몸으로 받아냈어요."

나는 시스템 창을 열어 커브길에 해당하는 제1요격실로 눈을 돌렸다. 구울들은 열심히 나무울짱에 목창을 박아넣으며 바리케이트를 보완하고 있었고,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구울이 하서스였다.

"굉장하군."

하서스의 풀플레이트 갑옷이 군데군데 찌그러져 있었지만, 하서스 본인은 아무 데미지를 입지 않은 듯 멀쩡했다. 나는 하서스의 관절부를 보고 그 정답을 발견했다.

"갑옷을 두겹이나 껴입었으니 방어력이 대단할 수밖에."

누구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서스는 스타킹을 팔다리에 신고 있었다. 하이 구울들 또한 마찬가지로 스타킹을 팔과 다리에 '착용'하고 있었다.

"다리는 그렇다치고 팔은 어떻게 한 거지?"

"...고간부에 구멍을 내어 그곳으로 머리를 넣었습니다."

순간, 나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구울들이 스타킹을 정확히 다리에 신고, 고간부에 구멍을 뚫어 거기에 머리를 들이미는 것으로 스타킹을 긴팔 탱크탑으로 만들어버리는 모습이 머릿속에 상상으로 그려졌다.

'팔다리 방어력 하나는 기깔나겠군.'

안그래도 방어력이 단단한 구울 군단이 안드라스 스타킹을 팔다리에 쓴다? 약점은 무조건 몸통을 노리라는 말이나 다름 없었다. 팔들이 다들 길어 조금 길이가 늘어지기는 했지만, 애초에 스타킹은 늘어지는 것도 구현화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효율은 미쳤는데?'

다른 곳은 몰라도 사지 만큼은 확실하게 보호를 할 수 있다.

"도대체 누가 그런 기발하고 기특한 미친 발상을 저지른 거야?"

"하서스입니다."

"......하긴, 저 새끼 조금 전투뇌 기질이 있기는 했지."

하의와 상의에 대한 편견이 없다는 건, 때로는 정말 무서운 일이었다.

"아 참, 그리고 모든 오크들이 그렇게 스타킹을 착용했습니다."

"솔로몬 맙소사!"

이 싸움이 끝나면, 가장 먼저 조합장에게 타이즈 전신 슈트를 개발하라고 명령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약점 : 대흉근~배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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