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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228화 (228/800)

# 228

루나가 절정을 하며 쏜 라스 하트 어택은 정확히 바퓰라의 심장을 꿰뚫었다. 영입을 제안하거나 부하로 들일 시간도 없이 바퓰라는 죽고 말았다.

"음...귀찮은데 잘 됐군!"

바퓰라가 여성체였다면 모를까, 시커먼 수컷이라면 등용할 가치가 없었다. 그건 이미 기껏 영입했던 전 플라우로스(아그니)로 증명된 사안이다.

'그리고 설령 아그니만 했다고 하더라도 영입 안했어.'

감히 제깟놈이 나의 루나를 넘본다니, 한 번은 너무 모자라고 내가 루나와 한 횟수만큼 죽어 마땅하다. 루나를 상대로 침을 질질 흘렸다는 것에 너무 화가나서 나는 루나의 힘을 이용해 바퓰라를 죽여버렸다.

"아주 쉽군, 쉬워. 고생했다. 루나. 그리고 륜, 너도."

"히힛. 저 잘했죠?"

나는 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륜을 칭찬했다. 칭찬을 받을만 했다. 륜은 내가 따로 명령을 내리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척척 적들을 모두 사살했다.

"어떻게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 내 생각을 그렇게 잘 알아챘느냐?"

"주인님 얼굴 표정이랑 목소리만 들어도 아는 걸요. 지금까지 같이 던전 공략한 것도 여러번이잖아요. 주인님이 그렇게 호들갑을 떠시는 건 다 이유가 있던 거니까 그렇게 허탈해하지 않으셔도 되요, 루나 언니."

"......그런 거 아니야."

루나는 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희안하게 질내사정을 하고 나면 뱃속에 한가득 정자를 머금고 싶다며, 흘리기 싫다며 루나는 도통 일어서려 하지 않았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나랑 하는 사이에 네가 뭘 하는지 듣기만 해도 알겠던 걸. 쟤가 시끄럽게 해서 그렇지."

"역시 들었냐?"

"륜 화살 쏘는 타이밍마다 크게 뒤에서 들이박았잖아."

"역시 엘프 여왕답군."

내가 일부러 뒷치기 하는 소리를 크게 내는 덕분에, 바퓰라는 륜이 '바람 화살로 저격하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바퓰라의 옆에 딸려있던 20여마리의 날개 달린 사자들은 모두 루나가 내뿜는 신성력에 눈이 멀어버렸다.

"일부러 소란을 피운 보람이 있군."

"그래, 덕분에 바퓰라가 저-언혀 눈치를 채지 못했지."

제자리에 선 눈 먼 사자들은 륜의 손쉬운 멋잇감이 되었고, 나는 바퓰라가 제 수하들이 죽어나가는 걸 알아채지 못하도록 계속 정신을 쏙 빼놓게 만들었다. 겸사겸사 루나의 맛을 보며.

'싸우면서 라스라니 이 얼마나 행복할 수가.'

나는 루나에게 다가가 하복부에 키스를 남겼다. 내 씨가 가득 담긴 덕분인지 성흔에 입술을 맞춰도 아프거나 따갑지는 않았다. 오히려 따스했고, 루나는 나를 향해 피식 웃었다가 표정을 굳혔다.

"애 같기는. 그런데 얘, 앞으로는 전투 중에 라스 금지야."

"왜?!"

루나는 내 소소한 즐거움을 금지시켰다. 나로서는 펄쩍 뛸 수밖에 없는 문제였고, 륜 또한 마찬가지로 깜짝 놀라며 루나의 가슴을 쥐고 흔들었다.

"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주인님에게 끼워진 상태에서 화살 난사하는게 얼마나 안정감이 있는데요!"

"이미 해봤니? 세상에."

"그레모리가 저희 던전 공격하러 왔을 때 해봤어요! 뒤에서 받쳐주시니까 안정감 있고 좋던 걸요. 제가 화살을 쏘다가 주인님께서 안에 쏘셔서 그만두게 되었지만요."

"하얗고 끈적한 화살을 쐈구나. 정말 미쳐버리겠네."

루나는 질린 얼굴로 나와 륜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륜이 당당할수록 왠지 내가 괜히 미안해졌다.

"루나야. 그 때는 불가항력이었다. 너처럼 뒷치기하다가 갑자기 포털이 열리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라고."

"다음에는 나도 한 번 해봐도 돼? 대신 진짜 적이 있는게 아니라, 서브 던전같이 가볍게 적을 대할 수 있는 곳에서 말이야."

"실제 적이라도 여유롭게 이길 수 있는 적이면 괜찮지 않냐?"

"안 돼. 불안해서 하다가도 긴장됐다구."

루나는 엄한 얼굴로 내게 뻗은 다리를 좌우로 움직였다. 하얀 투피스 드레스 아래 검은 스타킹이 좌우로 번갈아 움직이는게 내 아랫도리를 한 번 더 뜨겁게 만들었다.

"차라리 그냥 침대에서 다른 애들 전부 다 한 번씩 돌고 나서 마지막에 너랑 하는게 낫지, 이렇게 적을 눈앞에 두고 하는 건 나 도저히 못하겠어."

"왜?"

"행여나 하다가 너무 좋아서 긴장을 놓을 수도 있잖아. 혹시 알아? 적이 비장의 수단을 갖춰놓았다가 우리가 떡치는데 일격을 날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흠, 과연. 일리가 있군."

적의 정신을 쏙 빼놓는 것만 생각하다보니 루나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엄청 위험하기는 했네.'

라스베가스 성벽 위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적이 충격에 빠져 아무 대처도 하지 못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계속 박고 싸는게 괜찮았지만, 만약 적이 정신을 차리고 내 파트너나 쥬니어를 저격이라도 한다면 큰 낭패를 겪을 수 있었다.

"다음에는 보호막을 두르고 해야겠군."

"아예 적을 눈앞에 두고 할 생각을 말아, 이 바보야. 굳이 적 앞에서 해야해? 빨리 죽이고 돌아가서 침대에서 하면 되는 거 잖아."

"그치만...!"

나는 루나의 가슴 위로 엎어졌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네가 내 것이라는 걸 만천하에 자랑할 수 없는 걸!"

"지랄을 해요, 지랄을. 과시하고 싶으면 그냥 키스 정도로 끝내자. 응?"

"하지만 엄청 아쉬운데."

"...좋아, 음탕함으로 가득찬 네 뇌가 받아들일 수 있게 설득할게. 잘 들어."

루나는 시체가 된 바퓰라를 가리키며 몸서리를 쳤다.

"적의 존재 때문에 괜히 사고 날까봐 긴장됐단 말이야? 그래서 박히면서도 온전히 네 자지를 느낄 수가 없었어."

"......그래?"

그렇다면 내가 생각을 달리해봐야 할 문제였다. 섹스를 하는데 온전히 상대에게 집중할 수 없었다니. 그건 진정한 라스라고 할 수 없다. 나는 스스로에게 반성하는 의미에서, 루나의 가슴에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미안하다. 네가 그런데 신경을 쓰는 줄 알았다면 내가 진작에 바퓰라를 뚜드려 패고 그 위에서 너랑 떡치는 건데."

"괜찮아. 앞으로 잘 하면 되지."

루나는 유두를 빠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싱긋 웃었다.

'느끼지 못했다는 것 치고는 엄청 즐겼던 것 같지만 그냥 넘어가자.'

괜히 시비를 걸었다가 바로 레그락이 걸려서 루나의 아랫입과 키스만 한 시간 하게 될 수도 있었다. 서로 진지하게 맞서 싸우면 신성력 버프와 레벨 때문에 내가 밀리는 게 현실이었다.

'아발론 프로젝트 성공적으로 돌아가면 두고보자.'

륜의 4성 진화가 끝나는 즉시, 아발론 프로젝트로 모이는 마석을 내게 집중하여 바로 90레벨을 찍을 것이다. 상당히 힘들겠지만.

"하이고. 갈 길이 머네. 루나야, 슬슬 일어나자."

"더 빨아도 되는데?"

"뒷정리하고 돌아가야지. 집에 가면 또 기다리고 있을 애들이 한 둘이냐."

나는 루나의 위에서 몸을 일으켜 한켠에 쌓인 사자 마물의 시체에 다가갔다.

"파밍하는 맛이 나는 놈들이군. 흐흐."

바퓰라와 동족으로 보이는 놈들은 상당히 탐스러운 갈기와 가죽, 그리고 아이보리 색 그리폰의 날개가 한 쌍 등에 달려있었다. 하나같이 심장에 바람구멍이 뚫려있었고, 바퓰라는 하트 모양 구멍이 뚫려있어 그 형태가 상대적으로 온전했다.

"날개는 뽑아서 실뽑으면 될 것 같고, 가죽도 쓸 수 있겠어. 뭣보다 이 갈기털, 장식으로 딱 적당할 것 같구나."

색깔은 핏빛처럼 붉은 털인 만큼 그냥 뽑아서 쓰는 것도 괜찮았고, 행여나 다른 색이 필요하면 염색을 하여 충분히 장식용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재료들을 고작 여기서 얻는 걸로 끝낼 수는 없지.'

나는 시스템창을 열어 하극상의 정산을 실시했다.

〈쟁탈전〉 '파후우 쿰처쿠 척'이 '바퓰라'의 던전을 강탈하였습니다.

# 휘하 던전으로 등록 - 별개의 던전으로 등록합니다. 부하를 파견하여 제 2의 던전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 서브 던전으로 흡수 - 던전의 정수를 차원석으로 모아 하나로 만듭니다. 본인의 던전 내부에 새로운 서브 던전을 만들 수 있습니다.

# '바퓰라'로 등록 - 기존의 모든 시설을 해당 던전에 재배치하여, 솔로몬 님의 60번째 던전으로 등록합니다.

"당연히 서브 던전이지."

바퓰라의 이름 따위는 필요없고, 멀티는 플라우로스 던전으로 충분했다. 내가 선택을 내리기 무섭게 바퓰라와 20마리의 사자 마물들은 보라색 안개가 되어 흩어졌고, 그들은 내 손 위에 하나로 뭉쳐 작은 구슬을 만들어냈다.

〈알림〉 '바퓰라의 던전'을 서브 던전으로 흡수합니다.

# 보상 : 차원석-윙드라이오 1개.

"륜아. 투구로 우리 사자 머리탈을 쓰고 다니는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음, 적이 왠지 엄청 무서워 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좋다. 서브던전에서 나오는 사자 잡아다가 아주 뽕을 뽑자꾸나."

날개 달린 사자, 윙드라이오 종은 이제부터 우리 던전의 주요 자원이 될 것이다. 안드라스는 우리 군단이 주력으로 쓰고 있으니 차마 잡아먹기는 그랬지만, 아예 작정하고 종 자체를 자원 용도로만 만들면 거리낄 일이 없었다.

사자의 가축화.

레벨도 적당히 높다면 안드라스 서브 던전 이후 적절한 파밍 던전이 될 것이다.

"따로 뭐 챙길 건 없나...."

나는 차원석을 로브 속에 소중히 챙긴 뒤, 바퓰라의 던전 안쪽을 살폈다. 이미 쟁탈전은 끝이 난 만큼 느긋하게 던전의 자원을 챙겨갈 수 있으리라.

"흐흐, 60위 던전이니까 나름 마석도 많이 챙겨 놓았겠지? 전리품으로 맘껏 챙겨가자!"

[주인님! 제발 신호를...주인님! 아, 됐다! 주인님!]

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시스템창에는 샤이탄이 다급한 얼굴로 나타났다. 스크린창은 마치 방해전파라도 발생하는 것마냥, 중간중간 지직거리기 시작했다.

"샤이탄?"

[그레모리...에 포털이...습니다! 그레모리가 현재 응전 중! 그리고...던전에도...가 더 열렸어요! 지하...입니다!]

"뭣이?"

순간, 뒷통수가 얼얼했다.

"어떤 새끼야?!"

[......할파스, 38위 던전의 주인입니다!]

어디선가, 악몽같은 까마귀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만 같았다.

* * *

〈포털 발생 1시간 43분 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그레모리는 굳은 얼굴로 전장을 주시하며 병력들을 움직였다. 사실상 후방 병력 양성소나 다름없는 그레모리의 던전은 공격에 상당히 취약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파후우의 던전에서 병력들이 파견되도록 포털들이 연결되어 있었지만, 올 수 있는 지원군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메어리와 서큐버스, 요정 부대는 스피카 성에서 영업 중. 걔, 두 엘프, 사제 부자는 다른 던전 털러갔고. 내 던전에 포털이 열린 것도 모자라 걔 던전까지 열렸다라...."

그레모리는 웃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쟁탈전 도중에는 포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파후우가 바퓰라를 상대로 승전보를 울린 것은 확실했다. 공교롭게 바퓰라를 이기자마자 바로 누군가가 안드라스 던전으로 기습을 걸어서 그렇지.

'누구지.'

가능성이 가장 높은 존재라고 한다면 할파스가 되겠지만 과연 어떨까. 안드라스를 취하기 위해 저주를 내리고 그레모리를 포섭하여 안드라스를 가지려했던 변태 까마귀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군단에 들어간 이후로 연락을 끊어버렸으니 안달이 났을테지. 명예고 뭐고 일단 포털 열어서 상태를 확인해보려 할 거야.'

이성에 발정난 존재가 어디까지 급해질 수 있는가는 그레모리 본인이 더 잘 알고있다. 당장 파후우부터가 그런 존재고, 그레모리 또한 그런 기질을 가진 존재다. 누가 열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방금 전부터 강력한 마력의 파장이 퍼지기 시작하는 바람에 시스템을 통한 연결이 차단되어 버렸다.

결국 그레모리는 던전 내의 병력들만을 이용해 스스로 적의 공격을 방어해야하는 입장이 되었다.

"재미있네."

그레모리는 비록 파후우에게 불의의 일격을 얻어맞으며 굴욕을 당했지만, 명색이 56위 던전의 주인이다. 파후우에게 던전 주인의 멘토 역할을 했을 정도로, 파후우가 그레모리에게 후방을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그레모리는 '뛰어난 던전 주인'이었다.

'가용 병력이 질이 상당히 떨어지지만 수는 엄청 많아.'

번식용 하피 부대. 번식용 안드라스 부대. 그리고 포로로 잡은 인간 병사들과 요정이 되기를 거부한 모험가들. 그리고 일부 오크 부대.

그 전체 합만 따져도 족히 400명은 될 것이다. 대부분이 3성은 커녕 2성 이하의 존재들이었지만, 그레모리는 저-언혀 걱정하지 않았다.

"장비로 커버하면 되지."

그레모리는 치마를 걷어올려 신고있던 스타킹을 벗었다. 그리고 그 스타킹의 안쪽에 돌처럼 딱딱해진 슬라임 젤리를 집어넣었다.

"그럼 누가 감히 내 땅에 발을 들이밀었을까...."

그레모리는 적이 펼친 포털 입구로 보낸 분신과의 감각을 공유했다. 상대는 과감하게 던전 주인이 직접 넘어오는 극단적 전술을 펼쳤고, 그레모리는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 침음성을 흘렸다.

- 만나서 반갑다.

상대 던전 주인, 불꽃의 형상을 한 인간 남자는 왼손에 든 창을 그레모리에게 겨눴다.

- 본좌는 58위, 아미. 그레모리의 이름을 받으러 왔다.

화륵. 아미가 내지른 창에 분신은 아무 힘도 못쓰고 불타버렸다. 그레모리는 적이 하극상을 일으킨 존재임을 깨닫고 짜증이 치밀었다.

"하아...빨리 정리해야겠네."

그레모리는 지팡이를 들고 몸을 일으켰다.

"이 싸움이 끝나면, 환생시켜달라고 해야지."

아미의 군대가 던전의 중심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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