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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215화 (215/800)

0021542일차 -------------------------

밥 먹고 라스하고 자고, 밥 먹고 라스하고 자고.

그런 생활이 반복되는 가운데, 약 일주일 가량이 지났다.

우리 군단의 세력은 나날이 발전해나가고 있었다. 크게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병력들의 전반적인 질적, 양적 강화가 이루어졌고, 어느덧 남작령을 상대로 전면전을 펼쳐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우리는 강해졌다.

"그러므로 당분간 남작령은 그대로 둔다."

내 선언에 부하들은 다소 의아해했다. 특히 전면전을 위해 군대를 양성하고 있던 에일라가 제일 떨떠름해했다.

"남작령에 쳐들어가서 남작을 범하실 생각 아니셨습니까? 비르고 남작은 제가 알기로는 처녀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내가 처녀만 보면 눈 돌아가는 미친 놈도 아니고, 꼭 이 세계의 모든 처녀를 맛보는데 정력을 쏟지는 않는다."

내 대답에 다른 부하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물론 잡은 포로나 영입한 부하 중에서 처녀가 있다면 얼마든지 취할 수 있지만, 굳이 어장 밖에 있는 물고기를 잡으려다가 더 큰 이득을 잃을 수는 없었다.

"남작령은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해줘야해. 메어리, 아발론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어 가느냐?"

"네. 내일이면 드디어 영업 시작이에요. 그에이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어요."

기사, 그에이 칸세르.

내 사위이자 하르퓨이어의 남편이자 안드라스 전용 딜도인 그는 인간세계에 들어간 우리 라스군의 스파이였다. 그리고 그 스파이는 아주 착실하게 군단의 세력 강화를 위한 터전을 마련했다.

"그레모리, 요정들의 준비는 어떻게 됐지?"

"네가 말한대로 충격과 공포를 주기 위해 잘 꾸몄어. 다들 그쪽으로 개발은 다 끝났으니까, 아무 문제 없을 거야. 반항하는 애들은...뱃속에서 다 갉아먹혀서 죽을 테니까. 흐흐."

그레모리는 음험한 눈빛으로 낮게 웃었다. 요정들은 라스를 통해 우리 군단의 일원이 되기는 했지만, 행여나 과거의 인연이나 모종의 일로 배신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따라서 우리는 한 가지 조치를 취해야했고, 그 수단으로서 그레모리는 자신의 배로 낳았던 스카 트올로지를 요정들의 대장에 직접 투입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른바 남자들의 환상을 만들어 내는 거지. 요정님들은 똥을 안 싸! 뭐 이런 거? 흐흐."

"소변은 보잖냐."

"그거 포상이라고 생각하는 미친 놈들이 있을 걸? 그리고 그런 놈들이야말로 라스군에 적절한 인재 아니야?"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높아서 더 무섭군."

속사의 잭이 그러했듯이, 그런 쪽으로 개방되어 있다면 마물과 통정하는 데에도 큰 거부감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요정에게 낚여 아발론으로 빨려들어오면, 그들의 정기는 자연히 서큐버스들에게 빨리게 될 것이다.

"메어리, 요정들에게 언질을 주어라. 혹시나 하게 되더라도, 절대로 애널 플레이는 하지 말라고. 스카 트올로지가 들키기라도 하면 끝장이니."

"아빠 걸로도 닿지 않을 깊숙한 곳에 배치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마냥 금지하는 건 그렇지 않을까요? 자유라스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관리 잘 하라고 해."

요정들은 접객을 맡아 그들을 인도하는 존재들이지만, 성질 고약한 진상 놈들은 요정을 당장에라도 취하고자 하는 놈들이 있을게 뻔했다.

'과연 인간 놈들이 요정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미 건장한 오크들을 상대로 기본적으로 다대일 플레이를 경험해 본 라스의 프로들이다. 진짜 서큐버스들에게는 테크닉적으로 미치지 못하지만, 그 기세와 의기만큼은 서큐버스들과 견줄만 했다.

"그래서 오늘 메어리와 요정들이 스피카 성으로 진입한다. 의심을 사지 않도록, 슬라임 드래곤으로 땅을 파서 하루 정도 거리의 위치부터 이동하면 될 것이야. 슬라임 드래곤들은 라임이 직접 데리고 귀환하라."

"라임이 라스베가스로 길을 만들지, 아니면 라스촌으로 길을 만들지 묻는데요?"

"일단 라스베가스."

포털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깊은 지하통로를 이용해 이동해야했다.

"그럼 잘 부탁한다. 인간들에게 충격과 공포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고 오거라."

"물론이죠."

메어리는 몸을 일으켜 자신이 입고 있는 복장을 과시했다. 조합장이 메어리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입힌 정장은 가슴 부분을 강조하는 하얀 셔츠와 프릴이 인상적이었다. 메어리의 베스트 조끼는 아예 가슴 밑부분부터 윗단추가 채워져 있는, 대놓고 흉부를 어필하는 옷차림이었다.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주고 올게요."

* * *

메어리는 요정들과 함께 지하 통로를 이용해 떠났다. 라임은 메어리가 무사히 의심받지 않고 통과할 수 있도록 직접 슬라임 드래곤들을 인솔하여 길을 팠다.

"저게 엄마심정이라는 건가."

"...메어리는 슬라임 종이었습니까?"

샤이탄은 아무리봐도 인간인 메어리를 유심히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나는 말을 정정했다.

"아니. 라임이 인간화하면서 먹어치운 애들이 그런 관계였지."

엄밀히 따지자면 모녀를 둘 다 먹어치웠기에, 메어리에게 라임은 관계적으로 엄마이자 언니라고 할 수 있었다. 닮은 얼굴 생김새나 압도적인 흉부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그냥 슬라임이었던 애가 딸을 먹고 슬라인이 되고, 확실하게 여성형을 갖췄던게 엄마를 먹고 저리 되었지. 흐흐."

"그럼 메어리는요?"

"그 엄마가 파종해서 낳은게 메어리다."

"......."

샤이탄은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벌렸다. 혹시나 또 내가 무슨 실수를 했나 싶어 침이 꼴깍 넘어갔다.

"역시 주인님이십니다. 아마도 주인님께서는 분명 효율을 극한으로 추구하시다가 그렇게 됐겠죠. 이해합니다."

"그, 그러냐."

"그런데 주인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라임은 그냥 마왕군에서 소환한 슬라임입니까?"

"...아니? 원래 여기 살던 애였는데?"

"......."

샤이탄의 표정이 굳었다. 땀까지 삐질 흘리며 혀로 입술을 핥는게 꼭 뭔가 걱정하는 눈치였다.

"왜 그러냐 갑자기. 나도 불안해지게."

"...아, 아뇨. 그냥 갑자기 예전에 들었던 것이 생각나서."

"뭔지 말해봐라. 덩달아 나도 불안해지잖냐."

"......바알 님이 예전에 던전을 버리고 피신하셨을 때, 직계라고 할 수 있는 외손녀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라임이 바알의 후예다? 에이, 그건 말도 안 되지."

나는 슬라임 던전을 강탈했을 때의 이야기를 전했다. 라임은 그저 내게 굴복한 1성 슬라임이었고, 단지 등급이 높아 첫 부하로 영입했다는 것. 그리고 나머지 슬라임도 많았지만, 전부다 쳐죽였다는 것.

"던전 중심에 슬라임 드래곤이 있었고, 내가 그걸 때려잡아서 뽑아낸 마석이 소환 시설의 마석이란다. 샤이탄."

나는 바닥으로 발을 굴렀다.

"지하 1층에 있던 슬라임 드래곤이 천 마리에 이르렀다. 위아래로 더 층이 이어져있다면 이 던전에 있는 슬라임의 수는 상상을 초월할 거야. 그런데 당장 천 분의 일이라는 확률을 뚫고, 라임이 바알의 외손녀다? 에이, 말도 안 되지."

"......그렇겠죠? 괜한 제 노파심이겠죠?"

"흐흐, 왜 노파심을 부리는 지 아느냐?"

나는 샤이탄의 허리를 끌어안고 인장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샤이탄은 분노의 인장이 박힌 자신의 배를 쓰다듬는 것에 금방 무장해제가 되었고, 갸르릉거리며 내게 살포시 몸을 기대었다.

"뭔가 고귀한 혈통은 너만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라임까지 그러면 왠지 그걸 빼앗기는 것 같아서 질투하는 거 아니냐?"

"넘겨짚으시는 겁니다."

샤이탄은 툴툴거리며 내 배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나는 가슴이나 아래보다 더한 성감대인 인장을 손으로 따라 그리며 샤이탄의 뿔에 입을 맞추었다.

"그렇게 치자."

"아니라니까요."

"그래, 그래. 알겠다."

"...주인님, 조만간 꿈에서 복수하겠습니다."

샤이탄은 내 바지 앞섶을 만지작거리다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런데 주인님, 혹시 원하시는 플레이 있습니까?"

역시 샤이탄은 천사였다. 아, 이러면 욕인가. 나는 샤이탄의 정장 차림을 한 번 눈으로 훑은 뒤, 샤이탄에게 작게 속삭였다.

"웨딩드레스 허니문 들박."

"......."

샤이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꼬리가 빨딱 서있었다. 아마도 조만간 꿈에 나타나면, 나는 사이단과 신혼 여행을 가고 있지 않을까.

'그야말로 꿈같은 상황이지.'

인간이 속에 가지고 있는 성적 판타지의 실체화.

그게 아발론 프로젝트의 실체였다.

* * *

<잠시 뒤, 스피카 성.>

"정말로 믿을만한 자인가? 신분에 틀림은 없는가?"

"물론입니다. 그러니 진정하시지요, 남작님."

그에이는 전전긍긍하는 남작이 귀여우면서도 같잖았다. 남작령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인력 부족이었지만, 남작은 여전히 돈 문제에 관해 시름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 떠나가는 스피카 성에 건물을, 그것도 막대한 웃돈을 주고 구입하려는 존재는 남작이 버선발로 나서야 할 존재였다.

"뒷 배경에 대해서는 알아보았는가?"

"그럴 틈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중앙 쪽에서 몰래 만들어낸 신생 상단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그에이는 남작이 적당히 수긍할만한 이야기를 꾸며냈다. 라스군이 현실적으로 준비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그에이는 자신의 화술로 남작이 감안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남작을 살살 굴렸다.

"어느 명망있는 귀족 가문의 사생아 정도가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지금 상황이 이렇다고 하더라도, 최전선보다는 이쪽이 더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네처럼?"

"저처럼요."

남작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다행히 남작은 그에이의 안목을 믿고 있었다.

- 분명 스피카 성에 새로 오는 이는 살기 위해 이곳에 정착하려고 하는 존재일 것이다.

살아남는데 특화된 이들끼리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바가 있었다. 아무리 남작령이 거듭된 패전으로 영지 전체가 뒤숭숭하다고는 해도, 성질 급한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영지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특히 자비야바의 난민들은 아직도 스피카 성의 내성으로 들어올려고 경비병에게 뇌물을 주거나 몸을 파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웅성웅성.

성문 밖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작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경비에게 내성의 문을 열도록 지시했다.

"문을 열어라--!"

경비대장의 우렁찬 호령과 함께, 스피카 성 내부의 문이 활짝 열렸다. 남작은 괜히 상단의 일원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과격분자가 뛰쳐나오는 일이 생길까 조마조마했다.

"뭣."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피카 성의 모든 인원들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인과 그 뒤의 여인들의 행색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저저, 저런...!"

남작의 뒤에 선 노기사가 얼굴을 붉히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궁시렁거리고 있지만 몸은 정직하게 허리를 살짝 굽히고 있었다. 오직 그에이만이 담담하게 선두의 분홍 머리칼 여인을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메어리 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그에이 경. 이 분은...?"

"저는 남작으로 충분합니다. 비르고 남작입니다."

남작은 메어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사람 머리통보다 더 큰 압도적인 흉부장갑과 그걸 과시하는 세련되어보이는 옷차림에 남작은 자신의 수수한 옷차림이 괜히 신경쓰였다. 특히 메어리라는 여인이 입은 짧은 치마 아래에 다리의 형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검은 옷은 눈을 떼야 했지만 뗄 수가 없었다.

"그, 저...."

"남작 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발론> 상단의 책임자, 메어리라고 합니다. 성은...말씀드리기 곤란하군요. 후훗."

메어리는 옅게 웃으며 뒤따라오는 여인들을 가리켰다. 하나같이 모험가 마냥 두텁고 큰 배낭을 짊어지고 있었지만, 그 복장이 사뭇 남달랐다.

"저, 저건...?"

"저희 상단의 주요 판매 상품입니다."

"......저들이요?"

남작은 토끼를 닮은 듯한 머리띠의 여인들을 보고 눈쌀을 찌푸렸다. 여인들로만 구성된 게 남작으로서는 마음이 편하기야 했지만, 그들은 차라리 속옷만 입은게 더 정숙하겠다 싶을 정도로 파렴치한 복장이었다.

"저들은 뭡니까? 진짜로 꽃을 팔거나 그러지는 않겠죠?"

"...후훗, 저들은 꿈을 파는 존재들입니다. 저희가 하는 사업은 그런 천박한 짓이 아녜요."

메어리는 곁에 있던 점원-바니걸에게 손짓하여 물건을 하나 꺼냈다.

"이건 선물입니다."

"......."

검은 종이 상자 포장 안에는 얇은 천이 담겨있었다. 남작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물건을 들고 한참동안 고민해야했다.

"...이건 뭡니까?"

"후훗."

메어리는 자신의 허벅지 아래를 손으로 살짝 잡아당겼다. 얇고 검은 천옷이라고 생각했던 옷감이 쭉 늘어났다가, 메어리가 손을 놓으니 다시 탄력있게 원래대로 돌아갔다.

"이건 스타킹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전 대륙에 폭발적인 유행을 일으킨, <스타킹 쇼크>의 시작이었다.

============================ 작품 후기 ============================

원래 오늘 휴재하려고 했는데 일정상 휴재 안 해도 될듯 하네요.

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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