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334일차 -------------------------
나와 륜은 코쿤의 앞에 섰다. 임시로 코쿤이라 명명은 했지만, 문제는 에일라나 안드라스 때와 달리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언제 열리지?'
얇은 피막에 하얀 액체로 가득 차오른 코쿤의 안에는 나신의 루나가 알몸인 채로 자신을 감싸안고 있었다. 나체만 아니었다면 자랑스럽게 던전의 중심에 놓고 내가 직접 지키고 있을텐데, 나체이다보니 어디 내놓기가 영 껄끄러웠다.
'엘프들 앞에서야 본인이 원했으니까.'
야외 노출 플레이는 내가 어지간해서는 본인의 허락이 없으면 일부러 하지 않는다. 아직 루나에게는 그런 허락을 받지 못했고, 따라서 알몸인 루나를 막사 안으로 집어넣은 건 당연한 얘기다.
"주인님, 이러면 진화하는 거예요?"
"일단 픽뚫로 5성 각이긴 한데...."
"시간이 애매합니다. 다크엘프가 이런 식으로 5성이 되는 건 저도 처음 보는 일이라."
샤이탄마저도 처음 경험하는 경우였다. 여러모로 난감한 상황에 나는 전후의 정리 보고를 들을 겸, 그레모리와 메어리, 그리고 환생 유경험자인 에일라를 급히 호출했다. 루나의 상태를 알고 지킬 수 있는 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모두가 모이기까지 20분. 제각기 위치에서 상황을 정리하고 오는 동안에도 루나의 코쿤은 통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레모리야. 혹시 이런 경우가 있었냐?"
"애초에 나부터가 그런데 뭘 이런 경우가 있겠어. 마물합성도 아니고 그 극악의 확률을 뚫고 태어나는 거잖아. 그보다 너 왜 이렇게 4성 5성이 잘 나와? 갤러해드도 그렇고, 얘 환생도 그렇고. 어떻게 한 발 쌌다 하면 바로 이렇게 되는 거지? 진짜 솔로몬 님께서 특별히 너를 신경써주시는 건가?"
그레모리는 내가 몇 차례 소수점대의 가챠를 성공한 것에 이골이 나 있었다. 분명 부러운 상황이기는 했지만, 확률적으로 솔로몬이 신경 써준다는 말은 어불성설이었다.
"그게 솔로몬이 신경써주시는 거냐?"
나는 자랑스러운 내 물건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허리를 바르게 폈다.
"내가 마물 소환하는 운은 없더라도 씨가 대단하잖냐. 얘들이 다 알아서 하는 거지. 그래, 이게 다 라스의 힘이다. 진심으로 행복한 라스를 하니까 확률따위 무시하고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지. 흐흐. 라스천국, 불신지옥! 아...마족이니까 지옥은 좀 그런가? 아무튼 라스 믿고 뿅 가자."
"입은 참 번지르르하네. 좋아. 그럼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제 루나 어떻게 할 거야? 여기다가 계속 놔둘 생각?"
그레모리는 취약한 막사의 위치에 대하여 난색을 표했다. 위치적으로 던전의 중심에 자리잡는게 가장 좋았지만, 루나의 나체를 오다니는 놈들에게 대놓고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막사 앞에 교대로 지키고 있을까요?"
"그건 좀 그런데. 부하들이 안에 들어와서 흘끔흘끔 볼 거 아니야. 감시하는 사람이 필요할 거야."
"아니면 던전 중앙 공터의 벽에 놓고 위에 천막을 치는 건 어떻습니까?"
"그것도 괜찮은데...."
"플라우로스 줄기 안에다가 집어넣을까?"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너 플라우로스 믿을 수 있어?"
"......하긴 그렇군."
던전 주인과 하수인으로서의 관계는 믿을 수 있지만, 행여나 누가 잘못 건드렸다가 루나의 코쿤이 터지기라도 하면 낭패다. 나는 샤이탄에게 최악의 가능성이 발생하는 경우에 대해 물었다.
"샤이탄, 혹시 코쿤으로 진화하다가 터지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진화가 취소되고 끝입니다. 생명이나 마나에는 지장이 없지만...마족이나 마물들에게 있어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금기같은 것이죠."
"남들 진화를 방해하면 자기 진화도 방해받으니까?"
"예. 그건 마족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금기같은 것입니다."
진화 중 방해. 마족같은 악의 존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를 것 같은 행위였으나, 의외로 마족들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순수했다.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하더라도, 서로 강해지는 걸 방해하는 행위는 졸렬하며 명예롭지 못한 행위였다.
'그래서 안드라스가 그렇게 마음 놓고 알 까고 다녔던 건가?'
알을 낳고 스스로 진화하는 도중에는 그 어떤 마물도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따라 진화를 시도하려고 했을 터. 이제는 그저 한낱 과거에 불과하지만, 안드라스에게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덕분에 마물 합성의 매커니즘에 대해 알게되었으니까.
"같은 코쿤이지만 상황이 다르네. 안드라스 때는 시간이 걸렸잖아. 에일라 때는 금방 환생했던 것 같은데. 아...어떻게 했지?"
"코쿤을 그냥 소환진에 옮기셨잖습니까. 바로 저를 소환하시어 이름을 주셨구요. ...그걸 잊으셨습니까?"
에일라는 제법 날선 목소리로 내게 따지고 들었다.
"......."
나는 입이 바싹 말랐다. 무슨 느낌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고, 샤이탄이 시스템으로 내게 에일라가 가진 감정을 전했다.
[마물이든 부하든 탄생을 잊으셨다고 했으니 심적 충격이 클 겁니다. 굳이 비유하자면...첫 경험을 한 날을 까먹은 셈이나 다름 없죠.]
'좆됐다.'
워낙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그 이후로 워낙 많은 알들을 까다보니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나는 왠지 나를 노려보는 에일라의 차가운 눈빛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꼭 예전에 여자친구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해 차였던 날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눈빛이었다.
"그, 그게 말이다...."
"에일라, 주인님께서는 당신과 다른 상황에 고민하고 계신 겁니다."
갑자기 샤이탄이 나를 두둔하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포로로서 씨를 받은 당신과 달리, 루나는 애매하게 걸쳐있지 않습니까. 마치 던전 입구에 서있으면 반반으로 갈라지는 것처럼. 주인님께서는 그것을 걱정하고 계신 겁니다. 설마 에일라에게 이름을 직접 주셨는데 잊으셨겠습니까?"
"아...."
에일라는 샤이탄의 두둔에 긴가민가하는 눈치였다. 눈치빠른 륜과 그레모리는 샤이탄을 흘겼지만, 그들 또한 나를 두둔하는 눈치였다. 나는 재빨리 기억을 더듬었다.
"에일라야. 내가 사냥꾼의 마을을 습격했던 그 날, 루나가 여기를 습격했었지. 그 때 내가 얼마나 노심초사 했는지 아느냐? 포로로 홀로 둔 네가 행여나 해를 입었을까봐 걱정되어 달려왔었다. 그리고 잊지 마라. 너는...."
나는 에일라에게 다가가 허리를 끌어안았다. 성난 쥬니어가 에일라의 스타킹 위를 비비기 시작했다.
"나의 동정을 떼준 여인이니라. 나의 처음을 가져간 여자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느냐?"
"......."
에일라는 고개를 숙였으나, 마지막에 피식 웃는 걸 나는 봤다. 다행히 에일라는 이번에는 넘어가주는 눈치였고, 고개를 들어올리며 내 바지 앞섶을 쓰다듬었다.
"그런 거셨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오해할 뻔 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에일라야. 그럴 수 있지. 네게 있어서는 나의 것으로 다시 태어난 기념비적인 날 아니더냐."
내가 에일라에게 저지른 실수는 간신히 수습했다. 수습에 큰 도움을 준 샤이탄은 에일라가 눈치채지 못하게 코 자는 시늉을 했다. 꿈속으로 찾아오겠다는 제스쳐였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이번 임기응변의 보상을 하기로 했다.
"그럼 이걸 이제 옮겨야하는데...."
급히 막사로 옮기기는 했지만 고민이 된다. 지나가던 다른 부하들이 루나의 탄생을 보다가 괜히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 나는 루나에게서 수확 직전에 아래에서 터져나온 은빛의 폭격을 잊지 못했다.
"얘는 태어날 때 신성력 흩뿌리면서 태어나는 건 아니겠지? 아까 그걸로 엘프들 눈뽕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던데."
"...그러면 라스투자드는 바로 죽을 걸요?"
나조차도 꺼릴 정도의 신성력이 던전 전체에 터진다? 던전 내부에 핵폭탄이 터지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마물들은 모조리 죽을 것이며, 어쩌면 시스템마저도 망가질 지 모른다.
"......어쩔 수 없군. 유비무환이라고, 대비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모두가 자리에서 이탈한 뒤에 알을 까겠다. 륜, 에일라. 너희만 남고 나머지는 전부 던전에서 포털을 통해 이탈하라."
"주인님, 진짜로 하실 겁니까?"
"그럼. 나 지금 당 떨어진다고. 진한 초코 우유가 필요하단 말이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으나 부하들은 금방 내 말을 이해했다. 적당히 돌다리를 두드려 안전한 걸 확인했으면 저지르는 게 인지상정이었고, 그게 내가 던전의 주인이자 군단의 우두머리로서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라스 각이야, 이건.'
아직 맛보지 못한 루나의 처녀. 다시 만들어서 가져가야할 때다.
"그럼 신성력 면역 없는 녀석들은 다 그레모리 던전으로 이동!! 이쪽 양쪽의 입구를 막고, 던전간 포털도 잠깐 막는다!"
약 한 시간.
그동안 나는 부하들을 모두 내 던전에서 쫓아냈다. 이제 알이 갈라지며 신성력이 터져나온다고 해도, 포털 너머로 신성력의 파도가 넘쳐흐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륜. 마법의 주문을 외우도록 하자."
"마법의 주문이요?"
나와 륜은 소환 시설 한 가운데 놓인 루나의 코쿤 앞에 섰다. 시스템은 반응하지 않지만, 분명 소환 시설의 마석은 루나의 코쿤을 인식하고 보라색 마력을 흩뿌리고 있었다.
"그래. 언제나 소환을 할 때는 의식이 필요한 법이지."
"의식...꺄항!"
찌걱, 찌걱!
나는 두 손을 륜의 꿀로 흠뻑 적셨다. 륜은 아예 자신에게 성마법을 걸어 음부에서 흘러나오는 애액을 오줌마냥 내 손에 뿌려댔다. 나는 두 손이 흥건해질 때까지 성수를 받았고, 손목까지 적신 다음 소환진을 향해 양 손을 뻗었다.
"라라스, 라라스, 라스타나다 라라스!"
"...라스의 문이여 열려라?"
"네가 어떻게 이 말을 알고 있는 것이냐, 륜아?!"
"그냥 그렇게 들리는 데요...?"
륜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륜이 저걸 보거나 들은 적은 없을테니, 그냥 저 마법의 문구에 담긴 내 의지를 읽은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괜히 식겁을 하니, 소환진의 마석도 힘을 잃은 듯 불빛이 꺼지기 시작했다.
"음...."
"왜 그러세요?"
"아무래도 성의가 부족한 것 같아. 루나를 깨우려면 그냥 소환하는 건 안 되겠어."
머릿속에 빠르게 여러 가지 방법이 생각난다. 코쿤의 위에 하얀 성수를 한가득 부어세례를 내려버릴까, 아니면 루나가 보는 앞에서 륜의 앞을 두드릴까. 여러모로 고민이 되는 가운데, 괜한 짓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루나!"
그 대신, 루나에게 내 진심을 전하기로 했다.
"꼭 5성이 되어라! 그리고 내게 처녀를 주는 거다! 내 덕분에 자식을 낳는 것도 아니고 5성으로 진화하는 거 아니냐!"
나와 배를 맞춘게 아니었으면 루나가 어찌 임신을 하고 젖을 짜내는 경험을 해보겠는가. 내가 루나에게 준 쾌락을 생각해보면, 루나가 내게 5성의 처음을 주는건 당연한 거래이며 명제였다.
"루나야! 네가 5성이 되면 맛도 향도 색도 더 진해지겠지!"
나는 루나의 코쿤을 향해 손을 뻗으며 외쳤다.
"네 전신에 초콜릿 바르고 핥아먹고 싶다!"
꿈틀. 루나의 코쿤이 살짝 움직이기 시작했다. 겉껍질이 파사삭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큰 소리로 한 번 더 외쳤다.
"루나에게서 흘러나온 초콜릿을 모아서 륜 아래에 발라 복숭아맛 초코바 먹고싶다!"
"주인님...."
"루나야, 잘 들어라! 네가 만약 지금 태어나지 않는다면! 나는!!"
나는 진심을 담아 루나에게 협박했다.
"민트향이 나는 엘프를 찾아, 다크엘프인 너와 합성시켜 버릴 것이다!!!"
쩌적, 쩍!
소환진에서 보라색 빛무리가 무지개를 흩뿌리기 시작했고, 곧 루나의 코쿤이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연기 속에서 하나의 메세지를 볼 수 있었다.
[ㅗㅗ - SS]
"으하하하! 성공이다!"
그냥 냅다 지른 1/2의 도박이었는데 설마 떡밥을 물 줄이야. 나는 비록 내가 박고 싶은 여인에게 엿을 먹게 되었지만, 그녀의 덕분에 나는 새롭게 태어나는 루나를 맞이할 수 있었다.
쏴아아아.
코쿤 안을 채운 액체는 녹색과 갈색이 섞여 사방으로 흩어졌다. 메론향과 초코향이 뒤섞여 코를 향긋하게 채웠고, 늘씬한 두 다리로 곧게 선 루나는 별이 하나 늘어난만큼 커진 가슴으로 나를 반기고 있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내가 그런 존재가 될 줄은 몰랐는데."
구릿빛 피부에 은발의 폭유 엘프 여인은 멎쩍은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우선 이름 정해줄래?"
"그대로 루나라고 해도 되지?"
"물론."
그녀, 루나는 싱긋 웃으며 가슴을 들썩였다. 루나의 등 뒤에서 보이는 후광에 나는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한 잔 마실래?"
"어우 당연하지."
나는 바로 앞으로 나갔다.
"어?"
가, 현기증을 느끼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주인님?!"
"야!"
륜과 루나가 나를 걱정하며 달려들었다. 륜은 몰라도, 루나는 좀 가줬으면 싶었다.
"시, 신성력...."
"뭐? ...아!"
루나는 그제서야 자신의 막대한 힘을 깨달았고, 나는 루나가 터뜨린 신성력의 섬광탄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루나...나 죽어...."
몰캉.
마지막 순간에 얼굴을 루나의 더 커진 우유통에 묻었다. 진한 초코향 속에서 나는 잠들듯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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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 워터멜론.
그렇습니다.
이제 수박 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