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134일차 -------------------------
<그 시각, 엘프의 숲>
"부르셨습니까, 신수시여."
1장로는 신수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세계의 시작부터 살아왔다는 전설을 가진 나무답게, 줄기의 넓이는 좌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세계의 핵에 뿌리가 닿아있다는 말도 가히 틀린말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태초-레인웰드의 아이, 에렌세르야.]
"예. 레인웰드의 먼 후예, 에렌세르이옵니다. 현재 숲에서 1장로를 맡고 있습니다."
신수는 얇은 나뭇가지를 뻗어 1장로-에렌세르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신수는 너무나도 오랜 세월을 살아온 통에, 그리고 너무 많은 엘프들을 자신의 몸에 묻은 바람에 기억을 꺼내는데 다소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 숲을 지켜주어서 고맙구나. 지금도 오드린은 건강하느냐...?]
"오드린 여제께서는 천 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어린 시절 숲을 나가시어 제국의 황후가 되셨고, 백 년을 인간세계에서 수렴첨정을 하다 숲으로 돌아와 신수님께로 돌아가 천수를 다했습니다."
[아아. 그렇구나. 그랬지. 참. ...바깥은 무서운 곳이야.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단다. 각별히 주의해다오.]
"물론입니다."
에렌세르는 표정을 굳히고 속으로 씩 웃었다. 신수께서 말씀하시길, 바깥은 위험하니 절대로 나가지 말라. 그런데도 신수의 경고를 어긴 자가 있다면 응당 엄벌을 받아야 할 것이리라.
'그래, 여왕조차 될 수 없는 자격의 존재가.'
"신수님."
에렌세르는 고개를 들어 신수의 앞에 섰다. 다소 건방지다 싶을 정도로 당당하게 허리까지 곧추세웠다.
"신수님께선 방금 바깥은 위험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밖을 나간 어린 엘프가 여왕이 된다고 하셨나이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하지. 시대는 변화무쌍해. 평화로운 시기에는 성군이 필요하지만, 난세에 이르면 영웅이 필요한 법.]
또다시 신수는 이해하지 못할 말을 읊기 시작했다. 에렌세르는 저 말을 또 어떻게 해석해야할 지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신이 이계의 존재를 불러들이며 세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엘프도 변화가 필요해. 영웅. 그래, 너희들이 지금까지 나의 말을 곡해하고 음해하여 쌓아온 모든 억압의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는 '용기'를 가진 존재가 말이야.]
"예?"
에렌세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신수가 방금 무엇을 말했는가? 당황해 전신이 굳은 사이, 신수의 나무 그루터기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
"설마 너희들의 알량한 짓거리를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느냐? 지금까지 너같은 옹졸한 짓을 저지른 엘프가 세 자리는 훨씬 넘을 것이다."
"이게 무슨...."
신수의 속에는 옥좌같은 의자에 앉은 금발의 엘프 여인이 다리를 꼰 채 경멸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렌세르, 너는 네 딸을 다음 여왕으로 만들려고 했겠지. 하지만 어리석은 녀석아, 이미 여왕은 탄생했다."
"그게 무슨...?"
"나는 신수로서 엘프 아가들의 처녀를 뚫었지. 왜 처녀를 뚫어야 했는지 아느냐?"
"그, 그건 어디까지나 자궁에 차오르는 신성력이 터져서 배가 부푸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게...."
"그렇지. 하지만 그보다 더 중한 이유가 있다."
치익.
신수는 나뭇가지 끝에 불을 붙였다. 연초를 말아 피우는 듯한 행동에 에렌세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건 자신의 선대에 이르러 정한 금기-흡연이었다.
"후-우. 오랜만에 한 대 빠니까 쓰군. 내가 이래서 밖에 나서려 하지 않았건만. ...솔로몬 그 놈이 왜 이 늙은 노인네를 깨우려 들었는지 이해가 가는군."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에렌세르는 혼란스러워, 자신이 신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조차 잊은 채 소리를 질렀다. 그만큼 에렌세르의 머리는 복잡했다. 신수는 담배 연기를 하늘을 향해 후 불며 의자에 몸을 눕혔다.
"오직 처녀인 엘프만이 여왕이 될 수 있다."
"그게...무슨...."
"뭐, 간단한 말이야."
신수는 연기를 한 모금 '파-'하고 에렌세르를 향해 뱉어냈다.
"엘프 여왕이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이유는 하나. 내가 지금까지 나오지 못하도록 막았기 때문이라는 거지.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너같은 삐뚤어진 년들이 있으니까. 그게 다 엘프의 미래를 위해서였다."
신수의 경멸어린 말에 에렌세르는 입을 열지 못했다.
"모든 엘프는 여왕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나지. 그런데 처녀성이 여왕의 조건이라는 걸 알려줬더니, 너도나도 제 딸을 숨겨서 여왕으로 만들어버렸지. 흐흐, 만 년 전에는 정말 재미있었어. 여왕이 무려 12명이나 되어서 엘프들끼리 왕국을 만들어서 내전을 벌였거든. 너희 부족 빼고 싸-악 뒤졌지만."
"......어째서!!"
"뭘. 예전에는 여왕이 필요없었지만, 이제는 여왕이 필요한 때라 이거지. 인류연합, 그리고 솔로몬의 마왕군. 엘프라는 종족이 살아남으려면 둘 중 하나에 무조건 소속되어야 해. 그건 차기 여왕이 결정할 문제지."
신수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의 명령은 절대적. 그것이 너희 '장로'들이 정한 규칙 아니던가?"
에렌세르의 눈앞이 아뜩해졌다. 신수는 절망어린 에렌세르의 표정에 낄낄거리며 열린 나무껍질을 닫았다.
"그럼 나는 다시 자도록 하마. 여왕을 자-알 보필하여 엘프들을 번영시켜보도록. 어느쪽에 붙을 지는...흐흐흐. 나로서는 정말 재미있는 상황이란 말이야. 여신 년 면상 일그러지는 걸 보지 못하는 게 아쉽군."
신수는 헛웃음을 지으며 옥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좌우로 갈라진 미닫이 문을 닫는 것처럼 양쪽으로 문을 잡았다.
"내 딸의 먼 후손만 아니었어도 너희들은 싹다 뒤졌을텐데. 쯧. 아고고, 십만년 만에 떡치고 딸까지 낳았더니 허리가 다 아프네. 솔로몬 개새끼...."
신수는 줄기 속으로 다시 들어가버렸다. 에렌세르는 그저 허망하고 허탈하여 눈물이 핑 돌았다.
"솔라야...."
딸도, 자신도 성인식 때부터 여왕이 될 수 없는 몸이었다.
덕분에 에렌세르는 신수가 했던 말들 중 위험하고 심각한 발언 태반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 * *
"......으하하, 보아라! 이것이 오크의 힘! 라스의 힘! 내게 박힌 엘프들은 이렇게 알이 되느니라!"
좆됐다.
일단 호기롭게 외치기는 했지만, 나는 내 앞에 들린 거대한 코쿤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루나를 상대로 파종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예상 결과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코쿤이 되어 다시 태어나게 된다고?
'에일라 때랑 똑같군. 처녀 부활이다.'
부하도 포로도 아니지만 라스로 이어진 관계이기에 시스템도 루나에 대한 판단이 상당히 애매했다. 시스템의 효과는 보고 있으나, 시스템이 파악할 수는 없는 존재. 그것이 벽낌 플레이를 한 번 했다가 반반엘프가 된 루나의 상태였다.
두근, 두근.
그리고 루나의 코쿤은 갈색의 피막에 감싸여 박동하기 시작했다. 루나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고, 나는 갑자기 일어난 초유의 사태에 절로 긴장해버렸다.
'루나를 지켜야 한다.'
나는 루나가 든 코쿤을 곧장 뒤로 놓았다. 놓기가 무섭게, 내 등에 나무 화살 하나가 박혔다.
"크윽...!"
나무 화살은 내 등허리에 제대로 박혀버렸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륜이 당긴 활 시위를 놓으려했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륜을 막았다. 괜히 륜의 존재까지 드러나면 상당히 골치가 아팠다.
"크, 흐하하! 간지럽지도 않구나! 엘프들아, 너희들도 검게 물들고 싶으냐? 지금까지의 엘프생이 손해봤다고 외치고 싶어지느냐?"
나는 두 팔을 벌리며 던전의 입구에 섰다.
"라스를 원하는 자, 당장 들어오라! 지금이라면 상냥하게 대해주마. 하지만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나는 로브를 좌우로 펼치며 내 분노에 찬 기둥을 과시했다. 방금 전까지 루나의 뒤에 들어가있던 기둥에는 루나의 장액과 내가 싸지른 잔여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유구한 눈동자의 역사에 따라, 전통의 방식 대로 너희들을 능욕할 것이다. 흐흐."
"미, 미친...!"
엘프들은 잔뜩 겁을 먹은 얼굴로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향해 느긋한 발걸음으로 다가갔고, 엘프들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왜 그러지? 무서운가? 왜 다들 숫처녀인양 행동하는 것이야. 너희들이 처녀가 아닌 것은 이미 내가 다 아는 사실이거늘."
"미, 미쳤어!"
"저리 꺼져, 이 돼지같은 오크야!"
"흐하하! 정답이다, 엘프같은 엘프.... 아니지, 씁. 존나게 예뻐서 맛있어보이는 엘프야! 너는 무슨 맛인지 궁금하구나!"
나는 높이 뛰어올랐다. 엘프들은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나를 향해 표독스럽게 외치던 엘프는 다른 약해보이는 엘프를 끌어안고 가장 먼저 나를 피해 도망쳤지만, 막 숲을 향해 도망치려던 엘프 하나는 하늘 높이 뛰어로는 내게 팔이 잡히고 말았다.
덥썩!
"아아악!! 금기가!!!"
"금기 터치!"
나는 엘프의 팔을 잡고 와락 끌어안았다. 루나마저도 순간 정신적으로 붕괴되었을 정도로, 엘프들은 금기를 범하는 것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내가 붙잡은 엘프도 마찬가지였다.
"아, 안 돼! 다크엘프가 되기 싫어!!"
찌걱, 찌걱. 내 라스 스피어는 엘프의 하얀 팬티 위를 꾹꾹 눌러댔다. 손 접촉도 꺼릴텐데 대놓고 음부 위를 누르기 시작했으니, 엘프로서는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터.
"흐흐, 금방 무너지는 군!"
나는 엘프의 허리를 들어올려 라스촌의 해우소로 달렸다. 가는 동안 목이 바싹 말랐기에, 나는 엘프의 웃옷을 물어 뜯었다. 루나보다는 못하지만 륜보다는 큰 가슴이 봉긋 튀어나왔고, 나는 엘프의 가슴을 빨면서 달렸다.
"아, 안 돼! 신수님, 제발!"
"푸하---아!"
저항하는 힘을 잃은 엘프는 힘없이 해우소의 구멍으로 들어갔고, 안에는 이미 눈치빠르게 라임이 구멍을 넓히고 팔을 뻗고 있었다.
"일단 사과맛! 잡아둬라!"
나는 애플(가칭)을 구멍에 박아넣었다. 후배위의 자세로 골반까지 집어넣은 덕분에 애플은 하반신의 자유만 있었지만, 축 늘어진 채 저항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야 편했다. 이제부터 라임이 직접 입술을 맞춰 몸속에 미약을 집어넣을테니.
'그럼 다른 맛은 무슨 맛일까.'
"으어어어!!"
나는 문신을 다시 켜서 도망치는 엘프를 향해 달렸다. 표독스러운 눈빛의 엘프는 겁에 질린 엘프를 질질 끌면서 도망치고 있었고, 다른 엘프는 애플이 붙잡히자마자 혼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는 분노의 군단장! 불의를 참지 못하지!"
함께 한 침대에서 적을 상대할 생각도 않고 동료를 버리고 도망가다니, 이 얼마나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나무 위를 뛰어다니는 엘프의 꽁무니를 쫓았다. 머리색이 보라색인게 신포도의 맛이 날 것만 같았다. 분명 꼭지도 보라색이고 보라색 맛이 날 것이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나?!"
나는 간신히 엘프의 뒤에 다다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대로 뛰어오른다면 분명 엘프는 다른 나무로 도망칠 터.
"우오옷!!"
나는 엘프가 발을 디딜 나무를 향해 냅다 배를 내밀었다. 우지끈 소리와 함께 나무는 한순간에 기울었고, 엘프는 나뭇가지를 밟으려다 발을 헛디뎌 바닥에 떨어졌다.
"오, 오지마! 오지말아주세요! 제발, 제발!!"
"동료를 버리고 도망간 나쁜 년! 흐아!"
짜--악!!
나는 엘프의 볼을 향해 허리를 수평으로 튕겼다. 엘프는 나의 분노에 찬 따귀를 얻어맞고 바닥에 엎어졌다. 붉은 기둥 자국이 생긴 볼을 만질 생각도 못하는 엘프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공포에 질려있었다.
"누가 거 잡아먹기라도 한다냐."
나는 엘프를 번쩍 들어올렸다. 앞에서보니 륜보다는 작았고, 나는 륜을 항상 들고다니듯 반대로 목마를 태우고 던전을 향해 내달렸다.
쮸으으읍!!
엘프가 흘린 꿀은 포도맛이었다. 나는 그레이프를 들고 아래를 물고 빨며 라스촌으로 돌아왔고, 허리를 숙이며 그레이프를 애플의 옆 구멍에 냅다 들이박았다.
출렁!
그레이프도 벽에 박혔다. 애플과는 달리 정상위의 자세였고, 덕분에 다리가 늘어지는 모습이 영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자세를 바꿔줄 시간이 없었다.
"다음 손님!"
"이, 이...!"
삼백안의 엘프는 나를 노려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바닥에 질질 끌며 잡아당기는 엘프는 그녀의 다리에 매달려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삼백안의 엘프 또한 그녀를 버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흐흐, 네 이름이 무엇이냐?"
나는 엘프의 앞까지 다가갔다. 이미 다리에 매달린 엘프는 기절했고, 삼백안의 엘프만이 울면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솔라."
"흐흐, 그래. 솔라야. 혹시 어머님 계시냐?"
"그렇다면 어쩔 건데?"
솔라는 당당했다. 어머님이 계시다면 당연히 응당 할 일은 하나. 나는 바닥에 기절한 엘프를 솔라에게서 떼어낸 뒤 맛을 봤다. 코코넛도 있었다.
"가서 어머니 모셔와. 알겠느냐?"
"...무슨 생각이야?!"
"그냥 간단한 거지. 우리 군단은 말이다, 그냥 엘프든 다크 엘프든 자유롭게 받아들이는 평등주의가 모토인 곳이라서. 다른 애들이랑은 다르게 너랑은 대화가 통할 것 같거든."
쿵!
나는 솔라의 뒤에 있는 나무 줄기에 손을 짚고 고개를 숙였다.
"너, 뭔가 알고 있지? 지금도 금기를 두려워하는 눈빛이 아니라고. 흐흐."
"......."
솔라는 귀가 쫑긋 설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라스촌의 입구를 가리키며 솔라에게 제안했다.
"그냥 정중히 초대를 받을래, 아니면 여기서 박혀서 던전까지 끌려간 다음 검게 물들래?"
"......."
"3,2,1. 대답 안하면 후자지."
"뭐? 자, 잠깐?!"
"늦었어. 기차 떠났다."
푸-욱.
"아아, 너는 오늘부터 감귤이다."
곧 던전에 가면 감귤초콜릿이 되겠지만. 나는 찌르기 한 번에 기절한 솔라를 데리고 던전으로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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