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934일차 -------------------------
"군단장님, 저의 차례는 어떻게 된 겁니까?"
텐타클 드라실에 숨어 포털을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하던 갤러해드는 자신이 활약하지 못하는 것에 상당히 아쉬워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걸 어찌하겠는가.
"적이 약해서 네가 활약할 기회가 없었구나. 이런 걸 두고 소 잡는 칼을 닭 잡는 데 쓸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플라우로스, 암두시아스는 커트하지 못했지만 텐타클 드라실과 던전 기믹을 통해 충분히 해결가능한 적이었다. 그리고 승리가 확실시 되는 만큼, 나는 전리품을 나눌 생각밖에 없었다.
"처녀 나가족 둘이 있다고 하더라. 하나는 네게 주마."
"다른 하나는 어찌하실 겁니까?"
"일단 맛은 봐야지. 쟤들 녹초가 되고 난 뒤에."
벨리알과 수하들은 점액으로 가득찬 풀장에서 지금 열심히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이 저항하지 못하도록 기력을 전부 빼놔야했다.
- 항복, 항복이오!!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 벨리알이 소리치는 목소리가 촉수 가지를 타고 내게 전해졌다. 이미 고블린 하나가 익사하면서 열심히 항복은 외쳤지만, 나는 풀장에 연결된 촉수 가지를 빼내지 않았다.
"더 재미있게 놀지. 나름 신경써주고 있는 건데."
"저게요?"
"이런 경험 어디서 못 해볼 거 아니야? 흐흐. 그래, 이것은 점액수영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륜의 성마법을 통해 정액의 양을 늘린 나는 텐타클 드라실의 뿌리에 마음껏 사정했고, 텐타클 드라실은 그걸 제 체액과 섞어 늘리고 불려서 막대한 양의 점액을 만들어냈다.
"함정에 빠져 앞뒤가 막히고 그 안으로 콸콸콸 쏟아지는 물. 던전에 빠져서는 안 될 기믹이지. 흐흐."
"와.... 그럼 저기 너머가 전부 주인님 걸로 가득 찬 거예요?"
륜은 입맛을 다시며 군침을 삼켰다. 30m 길이의 통로는 완벽하게 점액으로 가득 차기는 했지만, 은은한 금빛이 감도는 끈적한 공간은 륜에게 먹이기는 난감했다.
"저거 지지다. 먹고 싶으면 직접 먹거라."
"그럼 저것들 처리하고 나서 챙길게요."
"오냐. 어디보자. 안에 지금 상태가...."
원액이라고 할 수 있는 것부터 내 아랫도리에서 빠져나간 것이었으며, 희석액이라고 할 수 있는 텐타클 드라실의 점액 또한 미약한 미약 성분을 가지고 있었다.
아아아악!!
꺄아아악!!
덕분에 점액수영장은 지금 죽을 맛일 것이다.
벨리알 같은 남성들은 역한 밤꽃냄새 풍기는 점액에 전신이 끈적끈적했다. 죄다 입을 막고 코를 수면 위로 뻗어 거칠게 호흡하는게 꼭 잠수 훈련을 하는 것 같았다.
"더 넣어줄까? 지금 한 1.8m 정도 차오른 것 같은데."
"안 돼요. 나머지는 제 거예요."
"크으, 그럼 어쩔 수 없지. 저 놈들, 륜 덕분에 살았구나."
"히힛."
키가 작은 고블린들은 발버둥을 치며 헤엄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꼬르르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고작 수심 1.8m라도 애초에 체구가 작은 고블린들은 당연히 익사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적이지만 익사해버린 그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다시 태어나면 더 큰 키로 환생하기를. 라스."
나는 두 손을 합장하며 애도를 표했다. 기분이 좆같아서 죽고 싶은 이들, 진짜로 물에 빠져 익사한 이들, 그리고 좋아 죽는 이들을 향한 경건한 애도였다.
-하악, 하악, 흐아악.
-히이익, 아, 아빠, 나 못참겠어요...!
두 나가 처녀는 전신에 끈적거리는 점액질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싱크로나이즈를 하는 것 마냥 상반신을 수면 위로 꺼낸 채 벨리알을 양 팔로 잡고 있었지만, 하반신으로 스며드는 점액에 둘의 하얀 피부는 푸르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뱀이라서 피가 푸른 색인가? 으으, 좀 그렇구만."
"편식 안 하실 거면서."
"그렇지."
나가 처녀들은 벨리알을 양 쪽에서 들어올리며, 다른 한 손은 본능에 따라 수면 아래로 집어넣었다. 창을 쓰던 장발의 나가는 비늘 위를 살살 간질이고 있었고, 활을 쓰던 단발의 나가는 손가락을 세 개나 안쪽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항복, 제발 항복이오!!
벨리알은 두 딸이 수음하는 가운데에서 서서히 수면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얼굴은 반반했지만 키가 180이 되지 않아 두 딸에게 들려야 했고, 발정난 나가들은 벨리알을 들어올리는 힘이 점점 풀리고 있었다.
-으헉, 크흡, 으으읍?!
벨리알은 결국 물을 먹고 말았다. 한 몇 초만 더 물 먹여볼까 고민을 했지만, 벨리알이 그렇게까지 힘든 적은 아니었기에 나는 적당히 끝내기로 했다.
"그럼 슬슬 호수 배출한다. 라실아! 다시 뿌리로 삼켜라!"
텐타클 드라실은 멀리 뻗은 뿌리를 배출구 앞에 놓았다. 본인으로서는 가지를 통해 뱉어낸 점액을 다시 뿌리로 흡수하는 격이었지만, 어차피 나무도 증산작용으로 빼낸 물이 다시 순환을 거쳐 뿌리로 흡수하지 않는가.
"배출!"
내가 물건을 뿌리에서 빼냄과 동시에, 텐타클 드라실도 벽에서 촉수 가지를 빼냈다. 마개처럼 막혀있던 벽에 구멍이 송송 생겼고, 그 구멍으로 점액이 천천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끈적끈적 하구만!"
그래도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는데 익사하지는 않겠지. 륜은 바로 내 물건 앞에 무릎을 꿇어 청소하기 시작했고, 나는 의자에 앉아 물이 전부 빠져나오길 기다렸다.
'그럼 저것들을 어떻게 처분할까.'
딱히 인재는 없었다. 기껏해야 하극상을 수 차례 저지르고도 살아남은 벨리알의 전략적 식견이라거나, 벨리알의 두 딸인 나가 둘이 처녀라는 것 말고는 딱히 메리트가 없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고블린들을 익사시킬 수 있었고, 병력 대부분을 구성하는 남성들을 우리 군단에 편입해도 반감을 떨쳐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나같아도 이런 상사 밑에서 일하라고 하면 일 못하지.'
"륜아, 너는 누가 낫겠느냐?"
"할짝, 주인님 전용 뱀이요?"
"전용은 아니지. 한 입 먹고 말거라서. 그냥 죽이기에는 아깝고, 그레모리 타운으로 보낼 거야."
새도 낙타도 서큐버스도 있는 곳인데 뱀이라고 설마 없겠는가. 속사의 잭과 같은 이형종 성애자를 위해서라도 나는 새로운 종의 확보에 열을 올려야했다.
"그리고 플라우로스 던전은...재편해야겠지?"
아무리 고자 디버프가 있다고는 해도 하극상에 패배한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기회를 한 번 더 줄까 생각은 해봤지만, 그건 플라우로스 본인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아무르!"
"네, 녜!"
유일한 플레어 판테라 부족의 여인, 아무르는 플라우로스를 간호하다 내 앞에 네 발로 엎드려 부복했다. 나는 플라우로스를 가리키며 분명히 말했다.
"저것을 죽이고 다시 마석 소환을 할 거다. 알겠느냐?"
"그, 그러면 제 동생은...?"
"알이 복구된 상태로 부활하게 되겠지. 물론 이름은 내가 거두어 갈 것이야. 한 번 패배한 자를 용서할 수는 있어도, 패전에 대한 책임은 져야지."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는 해도, 정면 힘싸움을 지향하는 플라우로스는 던전 수비에 적절하지는 않았다. 조금 더 교활하고 두뇌도 뛰어나며 전력적으로 우수한 존재가 플라우로스의 이름을 이어받아야 했다.
'후보는 많지만 일단 그건 보류해둘까.'
"아무르, 네가 직접 제단으로 옮겨라."
"네...."
동생의 알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동생을 죽여야 한다는 복잡한 상황에서도 아무르는 내 명령에 따라 플라우로스를 업고 포털 너머로 떠났다. 나는 다시 촉수 뿌리를 들어올려 손을 쑥 집어넣었다. 텐타클 드라실과 연결된 감각의 끝에는 들이켰던 점액을 토하는 벨리알이 훤히 들어왔다.
"아아. 음. 정신이 드냐?"
[.......]
벨리알은 도발적이면서 체념어린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플라우로스를 처음 제압했을 때 딱 저런 표정이기는 했지만, 강자에 대한 체념보다 언짢음과 기분 더러움의 비중이 더 커보였다.
"너는 패배했다, 벨리알. 그리고 나는 너의 부하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지."
꾸우욱!!
촉수 가지들이 벨리알의 부하들에게 쏘아져 목을 휘감았다. 살아있는 놈들이든 죽어있는 놈들이든, 모두가 촉수에 붙잡혀 포털 쪽으로 질질 끌려왔다. 살아서 격렬히 저항하던 놈들은 가는동안에 질식하여 의식을 잃었고, 그들은 모두 샤이탄에게 인계되었다.
'나머지는 라스투자드가 알아서 하겠지.'
기회가 된다면 구울 마법사도 늘려주리라. 어쨌든 나는 벨리알의 부하들을 모조리 제단으로 보내버렸고, 결국 남은 건 패배감에 절어있는 벨리알과 쾌감에 절어 바닥에 몸을 비비고 있는 두 나가 처녀 뿐이었다.
"벨리알. 너는 분명 강하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일 뿐이구나."
-죽이시오.
그는 담담한 얼굴로 내게 죽여달라 청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승자의 몫이지 패자가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잠시 손을 끄집어내어 촉수와의 연결을 해제한 다음, 시스템을 통해 샤이탄을 호출했다.
"바쁜데 미안하다, 샤이탄. ..을 하나 불러라. 희망자로."
[알겠습니다.]
샤이탄은 군말없이 내 명령을 따랐다. 나는 다시 촉수로 연결했고, 헛기침을 하고 벨리알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떻게 내 밑에서 일해볼 생각은 없느냐?"
-이런 곳에서 일할 바에는 차라리 죽겠소이다. 내 평생 잘못한 것이 있다면, 일일이 한 계단씩 올라갔다는 것이오. 이럴 줄 알았다면 플라우로스가 아닌 안드라스를 노렸을 것을.
"내가 안드라스로 등록되어 있는데? 크흐흐, 멍청아. 플라우로스는 나의 '군단'으로 연결된 세력이다. 너같이 반골의 상을 가진 놈들을 대처하기 위한 전진 멀티지. 네놈을 플라우로스로 등용하는...흐읏, 크흐. 등용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역시 우리 군단에 먼저 선공을 날린 게 꼬와서 내키지 않는구나. 죽여달라고 했으니 죽여주마."
중간에 륜이 혀끝으로 요도를 찌르느라 혀를 씹어버렸다. 나는 포털 너머로 넘어오는 존재를 보고 눈짓으로 반대편을 가리켰다. 넘어온 존재는 씩 웃으며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는 들어주마. 뭐 하고 싶은 말은 없냐?"
-나는 죽이더라도 내 부하들, 내 딸들은 살려주시오.
"으하하! 그 말을 할 줄 알았다! 너같은 놈들이 꼭 그런 말을 하지. 벨리알, 우리 군단에서 이루어지는 신성한 결투를 벌여보겠느냐?!"
나는 촉수 두 가닥을 뻗어 나가들의 허리를 휘감았다. 벨리알은 나가들의 심장부에 번들거리는 촉수 끝에 눈에서 불이 뿜어질 정도로 내 쪽을 노려다보고 있었다. 촉수의 파괴력을 생각하면, 그냥 찌르는 것 만으로 나가들은 절명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 차라리 나를 죽이시오!! 제발 내 딸 들은, 제발!
"딸들을 무사히 살리고 싶으냐?! 그렇다면 네가 직접 살려보거라!"
- 도착했어요!!
벨리알의 앞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렸다. 검은 스타킹에 검은 하이레그 레오타드를 입은 회색 장발 여인은 아발론에서 일하기로 한 요정으로, 토끼 귀는 착용하고 있지 않았지만 하얀 깃털 꼬리는 엉덩이에 달려있었다.
"흐흐흐, 벨리알. 우리 라스군의 신성한 결투에 참가한 걸 환영한다. 너의 상대는 인간. 네게 주어진 시련은 바로 인간(人奸)이니라."
-뭐...라고....
벨리알의 표정은 컬쳐쇼크를 당한 것 마냥 굳어졌다. 나는 그 모습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예전에 내가 에일라에게 박았을 때 나를 경멸하던 놈들에게 복수하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륜 덕분에 더 좋아졌다.
"왜 그러지? 딸들을 살리고 싶지 않은가? 흐흐, 우리 요정님께서는 마족 남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어? 마족이에요? 인간아니고? 진짜 잘생겼는데...히히.
"요정님, 인간은 지금 할 생각이 만만인데? 딸들을 위해 죽을 각오는 되어있으면서, 딸들을 위해 인간과 할 생각은 없나보구나. 으하하."
-미친 놈!
벨리알의 악에 가득찬 목소리가 왜 이리 듣기 좋을까. 나는 벨리알이 요정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경멸과 혐오만이 가득한 걸 눈치챘다. 아마 나로 치면 살아있는 토끼에게 브라와 팬티를 입히고 직접 박으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터.
"저항은 무의미하다."
나는 촉수 가지를 뻗어 벨리알의 사지를 구속했다. 벨리알은 능지처참을 당하는 죄인 마냥 천장을 향해 대자로 누웠고, 바니걸 요정은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구속된 벨리알의 앞섶을 손으로 살살 문질렀다.
-으아악!!
벨리알은 비명을 내질렀다. 바니걸 요정은 벨리알의 바지를 벗겼고, 불쑥 튀어나온 물건의 크기에 쓰게 웃었다.
"......."
벨리알의 크기는 평균보다 못했다. 나는 괜히 바니걸 요정에게 미안했다. 샤이탄이 직접 골라서 보낸 요정일테니 나름 요정 중에서도 에이스건만, 그런 요정이 얼굴은 잘생겼지만 세번째 다리는 못생긴 마족과 하게 되어버린 것에 미안했다.
"음...."
"저기, 주인님. 소곤소곤."
"...호오, 과연."
역시 라스의 성녀. 나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태연하게 제안하는 기특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나는 륜의 입에 사정하는 것으로 보상을 내렸다.
"잘 들어라, 벨리알!"
뷰릇뷰릇.
"지금부터 그 토끼 요정의 안에 사정하는 횟수만큼, 네 딸들의 목숨도 하루씩 늘어날 것이다! 흐하하!"
바니걸 요정은 스타킹의 아래를 좌우로 벌렸다. 이미 스타킹의 아래는 넣기 쉽게 구멍이 뚫려있었고, 요정은 천천히 벨리알의 물건을 향해 내려앉기 시작했다.
-크, 크으윽, 으아아아악!!
"셋, 둘, 하나!"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소리를 질렀다.
"듀얼!! 사랑하는 딸들을 살리고 싶으면 인간과 아이를 낳아라! 그아아앗!!"
찌걱소리와 함께, 신성한 결투가 시작되었다.
"주인님, 그럼 저 나가들은 편식하시는 건가요?"
"안 죽인다고 했지 안 먹겠다고는 안 했는데?"
"......."
============================ 작품 후기 ============================
라스(트) 배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