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195화 (195/800)

0019534일차 -------------------------

"마지막 하나."

나는 마지막 모험가의 배를 걷어차 바닥에 무릎 꿇게 만드는 것으로 전투를 끝마쳤다. 이미 죽은 100명의 모험가들은 제외하고, 400명 정도의 모험가들과 맞붙어 약 100명 가량의 인간들을 생포했다.

30명의 남자와 70명의 여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다보니 여자들의 수가 훨씬 더 많았다. 남자들이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이 포로로 더 많이 항복했다는 건, 아무래도 성벽에서의 기행이 입소문을 탄 것 같았다.

"거기, 옆으로 튀어나오지 마라."

"다친 곳이 있느냐? 환부가 있다면 소독하겠다."

"너희들은 포로다. 포로답게 행동한다면 아무 해도 없을 것이며, 만약 저항하고 반항한다면 목이 달아날 것이다."

트리스탄과 가레스, 아그라베인이 중심이 되어 포로들의 손에 밧줄을 묶었다. 여성들은 탄탄한 근육질의 오크들에 눈치를 보며 얌전히 포로가 되었다. 저항하는 이는 다 죽은 만큼, 포로가 되기로 선택한 이들은 제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

그리고 그들은 모두 체념과 동시에 살아남을 방법을 아는 듯 했다. 역시 세계는 넓고 이상성욕자는 많다. 그리고 그들은 다행히 약한 존재들이었다.

"성검 사용자도 없어, 루나같은 강자도 없어. 그냥 꿀이군."

워낙 변방이기도 하지만 그런 것 이상으로 모험가들의 수준은 어중이떠중이 수준이었다. 물론 우리 군단도 마지막에 맞서 싸우며 약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사상자가.

"......."

나는 모험가들의 창칼에 베이고 쓰러진 오크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아더에게 다가갔다. 아더는 침울한 얼굴로 한 오크의 얼굴에 피로 문장을 그리고 있었다. 이 세계 오크 특유의 장례 풍습으로, 죽은 자에 대한 전별의 메세지를 남기고 있었다.

"...아더. 수습은 잘 되었느냐?"

"예. 전부 29구의 시신을 수습하였습니다."

아더는 담담한 얼굴로 내 물음에 답했다. 나는 괜히 아들들에게 얼굴을 들기가 난감했다. 죽은 오크들은 모두 내 아들들이 여 모험가들-현 요정들을 상대로 씨를 뿌려 부화시킨 아이들이었다.

"사후 처리는?"

"명단은 만들어뒀습니다. 이제 마석만 있으면 인연 소환을 통해 부활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이 2성이라 하급 마석이 필요합니다만."

그게 아더가 그나마 표정이 완전히 우울해지지 않은 이유였다. 그는 죽은 부하들의 나약함에 대하여, 그리고 동료를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하여 한탄하고 있었다.

죽은 부하들은 다시 살아날 수 있었으므로, 애도는 아주 짧게 표할 뿐이었다.

"우리 서브 던전에서 나오는 마석들을 가져다가 쓰거라. 29명 정도면 며칠 캐내면 금방 얻어낼 수 있을 것이야."

인연 소환이야말로 우리 군단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였다.

'죽어도 다시 부활할 수 있으니까.'

물론 나나 그레모리가 부활시키지 않는다면 말짱 도로묵이었지만, 나와 그레모리를 위해 목숨을 거는 놈들을 부활시켜주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어지간히 무능력하거나 내게 밉보를 보인다거나 나를 배신하지 않는 이상.

"샤이탄에게 미리 일러두겠다. 너희들은 포로들을 옮겨라."

"인간들의 시신은 어찌할까요?"

"모험가들의 시신은 언데드 부대가 처리할테니, 너는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포털을 통해 하서스를 불러 구울들이 직접 시체를 운반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전투의 여파로 지친 오크들과 안드라스들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주 임무였고, 후방의 방위부대 역할을 맡은 구울과 듀라한들이 그들을 대신하여 인간들의 시체들을 날랐다.

그르르.

일부는 이미 라스투자드가 직접 와서 구울로 만들어 데리고 갔다. 35명의 구울들은 제각기 시체 하나를 등에 업고 던전으로 떠났다. 하서스와 키메리에스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효율적인 움직임에 나는 절로 감탄이 나왔다.

"알뜰살뜰하구만."

라스투자드가 부활시킨 구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질 운명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른 언데드 개체의 먹이가 될 것이라는 운명을.

"비비안 별이나 늘려볼까?"

언데드 제물인만큼 경험치 손실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그 대상은 비비안이 가장 제격이었다. 나는 비비안의 상태를 확인했다.

<마물진화> '키메리에스'를 진화시킵니다.

# 진화대상 : 키메리에스(★★★)

# 예상결과 : 더이상 진화가 불가능한 개체입니다.

아쉽게도 비비안은 더이상 ☆이 없었기에 진화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마물 합성이 출동하면 어떨까.'

<마물합성> '키메리에스'를 합성합니다.

# 합성대상 : 키메리에스(★★★)

# 예상결과 : 키메리에스(★★★★), 듀라한 나이트.

# 합성조건

(1) 키메리에스의  한계레벨 도달 ( 36 / 55 )

(2) 기사의 시체 ( X / O )

(3) 2성 이상의 듀라한 1개체 이상 확보 ( O / O )

"기사의 시체??"

마침 기사 하나를 잡기는 했다. 이런 변방 영지에는 그 흔하다 싶은 기사 나부랭이도 상당히 귀했고, 기존에 잡았던 기사는 하서스의 진화에 사용되었다.

'그에이라고 했지.'

당장 죽여버린다면 비비안은 합성을 통해 처녀를 복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안드라스가 실망할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그 놈은 죽일 놈이기는 해도 반드시 살려서 보내야 할 녀석이었다.

'아발론 프로젝트의 건물을 구해 줄 녀석이 왜 하필 전장에 참여해가지고.'

"끄응…."

비비안을 진화시켜 4성으로 만든 다음 처녀를 맛보겠다는 계획은 잠시 보류. 하필이면 안드라스가 납치한 기사는 아발론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죽이실 거예요?"

륜은 내 곤란함을 눈치챈 것 같았다. 나는 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걸었다.

"지금은 죽이기 곤란해졌잖냐. 거기에 기사가 그 놈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니, 언젠가 다른 기사를 잡아다가 먹이자꾸나. 대신 그 놈은 우리 편으로 회유해야지."

가만히 성에 틀어박혀 건물을 마련해주기만 했다면 여기까지 끌려와서 라스하는 일도 없었을텐데. 나는 륜을 어깨에 태우고 오크와 구울들에게 다시 한 번 더 지시를 내렸다.

"인간 포로들은 목장으로 이동. 인간 시신들은 35구씩 라스투자드에게로 이송하라. 죽은 오크들은 그레모리에게 보내. 명단을 넘기고 부활시켜."

"예!"

"아…그리고 기병대."

나는 손바닥을 펼쳐 반대쪽 주먹을 팡팡 두드렸다. 그들은 오늘 정말 격하게 일했고 나를 따라 전장을 누비며 살아남았다. 비록 죽은 29명 중에 기병대가 대부분 속해있었지만, 나는 살아남은 이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기로 했다.

"너희들은 이 자리에서 라스해도 좋다. 그래, 모험가들을 상대로 우리 라스군에서의 포로 대우를 가르쳐줘라."

"감사합니다!!"

오크들과 워울프들은 하나둘씩 여인들을 골라 올라타기 시작했다.

"시, 싫어!! 나를 범하려고 하는 거지! 야한 소설처럼!!"

포로 여인들은 하나같이 굴욕과 수치심에 빠진 얼굴이었지만,

"슬라임 드래곤 출격!"

"야, 여기 머리부터 발끝까지 담궈봐."

"크흣, 나를 놓...하아앙!!"

슬라임 드래곤의 몸을 한 번 통과한 이후로는 다들 혀를 쭉 내밀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통에 둔감하게 만들고 쾌감을 증폭시키는 슬라임 종의 미약에 흠뻑 전신을 적신 포로들은 벌써부터 오크와 워울프들의 앞에서 헐떡이고 있었다.

'역시 목적이 있었어.'

여신교의 교리에 따라 마물과의 행위는 금기나 다름없건만, 극히 일부의 여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리를 벌리며 오크들을 받아들였다.

"아아, 드디어 라스베가스의 자유로움이 전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구나."

나는 감격스러운 마음에, 라스를 찾아온 여인들을 향해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그들은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부끄러워하면서 오크와 워울프들을 받아들였다.

"포로 상하게 하지마라. 귀중한 전력이야."

오크들은 숙련된 라스의 달인들 답게 발정난 워울프들에게 신사답고 행복한 라스를 하는 방법을 교육했다. 덕분에 워울프가 올라탄 여인들은 고통을 느끼지 않고 쾌락에 빠질 수 있었다.

"......."

그에 남자 포로들이 불쾌감을 담은 얼굴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당장 그들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존재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유니콘들은 지금 지원을 나갔으니 없고.'

암두시아스처럼 인간형으로 바꿀 수 있는 고위 등급이 아닌지라 말인 상태 그대로 박아야 하지만, 정작 유니콘들이 없었다.

'남자 포로들은 에일라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에일라도 그들의 심정을 알고 있으니, 안드라스를 붙여주든 양계장으로 데려가든 무슨 조치를 취할 것이다.

"가자."

"주인님, 저희도 같이 라스하면 안 될까요?"

"미안하지만 아직 반대쪽 전투가 안 끝났다."

"힝."

륜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내 어깨에서 목 뒤로 목마를 탔다. 자연스레 륜은 고간을 내 목덜미에 비비며 스스로 예열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 정도는 허용한다는 마음으로 륜의 다리를 마사지하며 안드라스를 찾아나섰다. 이미 손의 상처는 회복되었다.

"에일라."

"찾으셨습니까?"

광장 한복판에서 전투를 수습하던 에일라는 나와 륜을 보고 바로 치마에 손을 대었다. 어째 하는 생각들이 다 똑같아 나는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쟁탈전 쪽도 완전히 정리된 후에."

"아쉽군요…. 저야 중간에 한 번 주인님의 사랑을 받았으니 그걸로 만족하겠습니다."

에일라는 남들 보이지 않게 치마 앞을 내게 들어올렸다. 어느새 갈아입고 왔는지 온전한 팬티스타킹 아래에는 흰 삼각팬티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에일라야? 이것은 악습이다. 내 언제 팬티스타킹 안에 팬티를 받쳐입으라 하였느냐?"

"그것이라면 주인님이 안에 채워주신 것을 보관하기 위함입니다. 그냥 있으면 실 사이로 떨어지던 걸요."

"기특하구나. 내가 어리석었다."

나는 허리를 숙여 에일라의 고간에 입술을 맞췄다. 검은 스타킹 사이로 보이는 하얀 팬티를 내 침과 에일라의 애액으로 적시고 싶었지만, 아쉬우니 당장은 도장을 찍고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그런데 에일라. 얼굴은 왜 가리고 있는 것이냐. 이제와서 공개 플레이가 부끄럽기라도 한 것이냐?"

에일라는 하반신은 팬티스타킹에 치마를, 그리고 상반신에는 흉갑을 입으면서 얼굴은 두건으로 가리고 있었다. 부끄럽다고 다른 이들 앞에 나서지 못할 사람은 아니었으니, 필시 얼굴을 가리려는 목적이 있을게 분명했다.

"......저기, 관청에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에일라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 관청에는 하피 엔젤들이 다닥다닥 달라붙어 창문을 통해 안을 관음하고 있었다.

"안에 안드라스냐?"

"...네. 안드라스가 지금 기사를 데리고 관청에서 라스하고 있습니다."

"오호?"

내게 언질은 남겼지만 설마 벌써부터 기사를 잡아먹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렇게 인간 남자가 먹고싶었는지, 그렇게 행위가 하고싶었는지 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피에서 진화한 이후로 거의 신경을 못 써주기는 했지.'

하피 시절에는 인간 셋을 상대로 동시에 상대하기도 할 정도로 요망했던 만큼, 안드라스로 진화하며 나름 참을성을 가지고 순번을 기다리다가 폭발한 것이다.

그래서 나도 안드라스가 기사를 잡아간다고 했을 때 허락을 했다. 설마 이렇게 빨리 일처리를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그래서 그 기사와 아는 사이다?"

"...'그에이 칸세르'. 칸세르 공작가의 망나니라고 불리는 자입니다."

에일라의 대답에 나는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중세 오등작, 그러니까 귀족의 작위는 이세계에도 똑같았고, 나는 공작가라는게 오등작 중 가장 윗단계라는 것 정도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공작가?"

"예. 인류 연합 최전선에 파견된 공작가문의 후계자들과는 별개로, 비르고 영지에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보험...으로 보내진 존재입니다."

"...세상에."

공작이라니. 기네비어 피스케스를 납치한 것 이상으로 더 무서운 존재가 이런 변방의 남작령에 숨을 죽이고 있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설마 안드라스가 그냥 잡아먹은 건 아니겠지?'

아랫입으로 쑤컹쑤컹 잡아먹은 게 아니라, 윗입으로 오독오독 씹어먹은 건 아닐까. 나는 불안감에 관청으로 달려갔다. 구경하던 하피 엔젤들이 퍼드득 거리며 하늘로 날아올랐고, 나는 문을 좌우로 벌컥 열어젖혔다.

그리고 그 안에는.

"......어머, 주인?"

"구, 군단장님…?"

안드라스와 나의 딸, 하르퓨이어가 각각 흑백의 날개를 펄럭이며, 바닥에 강제로 눕혀져 전신이 밧줄로 묶인 그에이를 상대로 라스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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