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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193화 (193/800)

0019334일차 -------------------------

쿵, 쿵쿵쿵!

꺄흐, 흐응, 흐아아앙!!

붉은 마력은 여인의 교성을 싣고 나무 울타리 너머로 울려퍼졌다. 음성 증폭 마법이라도 건 것 마냥 여인의 신음소리는 모험가들에게 퍼졌고, 그 행복한 교성을 듣는 모험가들은 절로 불편해졌다.

"끄음."

누군가는 허리를 숙이거나.

"어머, 어머, 어머...."

누군가는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깨닫고 단번에 얼굴을 붉히거나.

"아는 목소리인 것 같은데...."

그에이는 교성을 내뱉는 여인의 목소리를 기억에서 더듬었다. 왠지 이런 교성을 내뱉지 않을 것만 같은 이미지가 강했고, 오래 전에 들어본 것 같지만 이런 곳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는 여인의 목소리.

'에일라 아리에스?'

포르네우스 던전에서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변경백의 여식이자 왕가의 일원이 될 것으로 예정되었던 존재. 그 여기사가 신음을 흘리면 딱 이런 목소리이리라.

'설마 오크가 에일라를 납치해서 부인 삼아 여기까지 끌고 온 건가?'

그에이는 자신의 과대망상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워낙에 기상천외한 일들만 벌어지다보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도대체 저 나무 울타리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아, 아흐흑, 흐어엉!!

쿵, 쿵쿵, 쿠구구구구!!

"...거 씨발 존나게 박아대네."

그에이는 순간적으로 에일라 아리에스가 오크에게 박히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마을 광장 한복판. 오크들이 전부 바라보는 가운데, 대장 오크에게 두 팔이 붙잡혀 뒤에서 개처럼 박히고 있는 에일라는 오크 한 명당 인간 한 명을 죽이지 않겠다는 치욕적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처음에는 사명감과 귀족의 의무로서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입술을 깨물지만, 점점 더 뱃속에 차오르는 오크들의 씨앗에 쾌감을 느끼고---

짝!

그에이는 손뼉을 치는 것으로 망상을 접었다. 그리고 재빨리 주변을 훑었다.

"어우야...."

"쓰벌, 아오, 씁."

"...설마 오크 플레이...꿀꺽."

하나같이 다들 도시 내에서 벌어지는 행위에 따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제서야 그에이는 저 흉악한 소리의 정체를 깨달았다.

"모두 진정하라! 적의 음습한 계략이다!!"

그에이는 호통을 지르며 모험가들을 다독이며 사제들을 찾았다. 이 난관을 타개할 수 있는 이들은 오직 신성력의 힘을 빌리는 사제들 뿐이었다.

"사제, 부디 주문을!"

"......."

노사제는 멍하니 선 채로 기절했다. 도시 내부에서 일어나는 공공외설행위에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이, 이런 파렴치한...! 여신이시여...! 부디 노여움을...!"

"사제님!"

"아, 미, 미안하네...! 여신의 이름으로!!"

퍼뜩 정신을 차린 사제가 기도문을 읊으며 신성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모험가들의 정신을 앗아간 붉은 기운은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했고, 모험가들 또한 정신을 되찾기 시작했다.

"휴우, 이걸로 다행이군."

"도,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젊은 사제가 그에이에게 물었다. 공공외설은 커녕 여신교의 금기가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사제들은 수많은 이들의 증언에도 믿지 않았다.

- 오크들이 성벽 위에서 여인들을 상대로 겁탈을 하고, 하피들이 포로 남자들을 상대로 난교를 벌이더라.

금기를 범한 죄가 가중처벌이라면 무기징역을 넘어 궁형과 능지처참을 당할 만큼의 중죄였다.

'에일라 아리에스와 목소리가 비슷한 여인을 상대로 오크 하나가 광장에서 성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에이는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역겨운 상상을 감히 사제들에게 밝힐 수 없었다. 그런 역겨운 상상을 하는 자신에 대하여 명예를 스스로 실추할 수조차 없었다.

"...아마도 인질을 한 명 포섭하여 저희들을 혼란시키려는 걸 겁니다. 아들을 인질로 잡고있다거나하여, 그 어머니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식을 인질로 잡다니, 이 씹어먹어도 시원찮은 것들!"

사제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교성의 주인이 20대는 커녕 갓 성인이 된 10대 후반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미성이었지만, 차마 그에이는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아마 그 오크라면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남지 않을까.'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성벽 안으로 진입해야했다. 그에이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제님, 기도문과 함께 진격을-"

흐아앙! 오크 자지 갱장해여어엇!!

"흐으읍?!"

신성력의 결계를 깨버리는 날카로운 비명에 그에이는 소름이 돋았다. 전해진 소리도 소리였지만, 기도문의 결계가 망가졌다는 것에 그에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오크와...성행위를 한다고...??"

노사제는 핏발이 선 얼굴로 몸을 떨었다. 큰 충격을 받은 듯한 얼굴로 그는 선 채로 기절했다. 그의 근처에서 퍼지는 역한 밤꽃냄새에 그에이는 살짝 구토감이 올라왔고, 사제의 로브 앞섶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어째 이 세상에는 정상이 하나도 없는 걸까."

마왕군의 발호 이후 세계는 미쳐버렸다. 그에이는 검을 빼어들었다.

"모두, 지-----인격!!!"

애초에 동문을 통해 진격하려고 모인 것인만큼, 모험가들은 마나까지 담아 퍼뜨린 그에이의 기함에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달렸다. 그에이는 선두에 서서 동문을 향해 달렸다.

'뭔가 이상한데.'

동쪽 목책은 프란시스 사제가 이미 진작에 뚫어놓았고, 자신 또한 그 공작을 위해 한 번 오다녀갔던 길이다. 그런데 뭔가 미묘하게 거리감이 짧았다.

'원래는 더 길었-'

목책을 넘어간 순간, 그에이는 심장이 내려앉았다. 목책 뒤에는 또다른 목책이 세워져 있었다. 자신들이 본 목책은 2중으로 세워진 공간이었다.

'저게 무슨-'

우두둑.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쿠과광!!!

벼락같은 소리와 함께, 목책 안에서 돌덩이가 튀어나왔다. 그에이는 박살나는 나무 조각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그림자에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스톤 골렘?"

끄어어어어어엉!!!

전신을 붉게 물들인 스톤골렘들이 목책-위장 속에서 튀어나와, 모험가들을 급습했다.

쿠구구구구!!

동시에 목책 너머 대로에서 거대한 흙먼지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이는 귀를 때리는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아아, 이것이 진격의 골렘이라는 것이다----!!

흙먼지를 뚫고, 유니콘 탄 오크가 엘프를 앞에 끼운 채 그에이의 위를 뛰어 넘었다.

* * *

"우어어어!!"

나는 고함을 지르며 쌍도끼를 내던졌다. 이전에 사용하던 것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도끼 투척은 기승에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았고, 그 부담은 암두시아스에게도 륜에게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으억!!"

강해보이는 모험가의 라운드 실드에 도끼가 박혀 쪼개졌다. 그리고 그 방패가 좌우로 갈라지는 사이로, 륜이 활 시위를 당겼다.

피융.

륜의 화살이 모험가 뒤에 숨어있던 로브 남자를 집중적으로 저격했다. 셋 중 머리가 벗겨진 노인은 륜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고, 머리에 바람 구멍이 생겼다.

"암두시아스, 이랴!"

나는 고삐를 조작해 암두시아스의 기수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내 뒤를 따르는 20쌍의 유니콘-워울프 페어가 모험가들을 상대로 목창을 내던졌다.

파바박!!

전위 모험가들은 방패와 갑옷으로 목창 투척을 막아냈으나, 몇몇 모험가들은 무릎과 발에 끝이 날카롭게 깎인 목창이 찔려 주저앉았다.

"이타----알!!"

나는 선두에서 고삐를 잡고 그대로 모험가들을 스치며 달렸다. 륜이 몸을 살짝 옆으로 돌려 화살을 쏘았고, 나를 노리던 궁병 모험가의 활이 반으로 쪼개졌다.

다그닥, 다그닥.

41명의 기병은 빠르게 투창을 하고 남문으로 달렸다. 동문에는 이미 모험가와 기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길을 막고 있었고, 우리는 귀환과 보급을 위해 남문으로 돌았다.

"샤이탄!!"

[하피 엔젤을 보내겠습니다.]

포털에서 하피 엔젤 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언데들이 깎아낸 목창을 발에 쥐고 있었고, 우리 기병들은 허공에 고정된 목창을 챙겨 다시 동문으로 달렸다.

암두시아스가 뿔을 빛내며 달렸다. 흙먼지를 가로지르며 달리는 암두시아스의 뒤로 유니콘과 워울프들이 길을 헤메지 않고 뒤를 정확히 따라왔다.

"륜, 루돌프의 코가 왜 빨간지 아느냐!!"

"발정나서요?!"

"발광하며 어둠을 밝히기 때문이다!"

오크 라이더들은 암두시아스의 불빛을 따라 기수를 돌렸다. 그 덕분에 우리 기병들은 목창을 리필할 때까지 무사히 라스베가스의 중심부를 돌았다.

삐이이익!!

에일라는 붉어진 얼굴로 깃대를 휘둘렀다. 불과 5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게 박히고 있던 에일라는 깃대를 휘둘러 내게 위치를 가리켰고, 나는 처음에 진격했던 위치와 달리 골목을 옆으로 살짝 돌아갔다.

"륜, 전방에 위협사격!"

륜은 내 명령과 동시에 화살을 세 발 연달아 쏘았다. 흙먼지에 바람 구멍이 세 개 생겼고, 나는 그 구멍을 통해 전방을 주시했다.

'벌써 방진을?'

모험가들은 방패를 세웠고, 그 사이에 레인져들이 방패 사이로 석궁을 겨누는 게 눈에 보였다. 그 석궁은 흙먼지 속에서도 정확히 우리를 겨누고 있었다.

삐이이익!

하늘의 안드라스가 오른쪽으로 날았다. 나는 안드라스의 인도에 따라 암두시아스의 허리를 발로 쳤다. 우리는 전방을 향해 내달렸고, 방패 사이로 석궁 한 발이 날아왔다.

푸슝-!

"주인님?!"

"괜찮다. 스쳤을 뿐이야."

손등이 화끈거렸다. 륜의 귀를 노리는 볼트를 손으로 급해 쳐내다보니 손등 문신 사이에 붉은 상처가 생겨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계속 달려간다면 그대로 부딪히면 끝이지만, 모험가들의 방패를 뚫기에는 주파력이 부족했다.

그렇다면 도움닫기가 필요. 나는 안드라스가 가리킨 타이밍을 쟀다.

셋, 둘, 하나.

쿠우웅!!

목책 사이에서 튀어나온 스톤 골렘이 팔로 바닥을 때렸다. 지축이 크게 흔들리며 병모험가들의 진열이 흔들렸고, 나는 심호흡과 함께 고삐를 당겼다.

"요시 점프!!"

암두시아스는 땅에 떨어진 스톤골렘의 두터운 팔을 딛고 높이 뛰어올랐다. 나는 륜의 허리를 잡고 안아들었고, 륜은 곡예를 하듯 내 어깨 위로 발을 디뎠다. 나 또한 암두시아스에 올려둔 안장 위로 뛰었다.

"전군, 요바!!"

"요바----!!"

나는 요ㅅ, 아니 암두시아스의 안장에서 높이 뛰어올랐다. 모험가들이 공중에 뛰어오른 나를 보며 경악하는게 눈에 훤히 들어왔다.

"""우어어어어!!"""

오크들 또한 저마다 목창을 들고 높이 뛰어올랐다. 몇몇 눈치빠른 놈들이 높이 방패를 들어올렸으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이미 어깨 너머로 창을 넘겼다.

"투창!!"

파바박!!

우리의 창이 모험가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후미의 오크들은 전사들의 방패나 마법사들의 실드에 가로막혔으나, 눈대중으로 열 명 정도의 모험가들이 목창에 목이든 가슴이든 꿰뚫리는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몸은 나와 점점 가까워졌다. 나는 륜이 다치지 않도록 위로 올리며, 다리를 쭉 뻗었다.

"무게값!"

나는 일부러 방패를 든 모험가를 향해 뛰어내렸다. 모험가는 나를 상대로 본능적으로 방패를 들어올렸고, 나는 그를 완충제삼아 땅에 뛰어내렸다.

"크허억?!"

"땡큐!"

나는 그의 방패와 팔을 짓밟고, 곧장 그의 무기를 빼앗아 집어들었다. 내가 예전에 사용하던 메이스 류와는 달리, 날카로운 흉악한 가시가 박힌 모닝스타였다.

"자신이 없다."

"네?"

"안 죽일 자신이."

메이스나 모닝스타나 적을 때려죽이기에는 최적화된 물건이다. 나는 륜을 향해 칼을 들이미는 놈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퍼--억!!

두개골을 뚫고 들어간 철가시에서 피가 튀었다. 내가 로브를 휘두른 덕분에 륜에게는 전혀 피가 튀지 않았다.

"륜, 쏴라."

내 로브 속으로 들어온 륜은 내 품속에서 마구잡이로 난사하기 시작했다. 모험가 부대가 나를 향해 마법과 화살을 쏘기 시작했고, 나는 피묻은 모닝스타와 주먹을 휘둘러 륜을 지켜냈다.

"싹 다 죽여!!"

죽여서 우리 군단의 마석이 되기를. 나는 천천히 륜을 전진시키며 모험가들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륜아.

"이런 진지한 상황에 엉덩이 자꾸 뒤로 밀지 마라!"

"힝."

륜이 자꾸 엉덩이를 뒤로 붙이는 바람에 나는 여러모로 화가 살짝 치밀었다. ...그래도 그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기에, 나는 상황을 보고 륜을 살짝 내 쪽으로 잡아당겼다.

"...주인님?"

"지금은 유리하니까 괜찮아!!"

"참...."

륜은 살짝 달아오른 손가락을 비비며 호흡을 골랐다. 동시에 엉덩이도 좌우로 흔들며 로브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카앙-!

나는 로브의 옆구리를 찌르고 들어오는 검을 붙잡았다. 반가운 얼굴이었고, 나는 절로 미소가 나왔다.

"구면이네. 이름 뭐냐?"

"...그에이."

기사, 그에이는 굳은 얼굴로 검을 비틀었다. 칼날은 잡은 내 손이 잘려나갈 것 같았다.

"그에이라고 하는 구나. 그래, 그런데 그거 아냐?"

나는 턱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우리 군단에는 잘생긴 남자 낚아채는 새 한 마리가 있어서 말이야."

"뭐-"

덥썩.

안드라스가 그에이의 견갑을 잡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나는 그에게 피가 철철 흐르는 손을 흔들었다.

"죽거나 라스하거나. 축하한다!"

재능있어보이는 인재들은 수집하고, 나머지 놈들은 쳐죽여 마석으로 만들고. 나는 손을 로브에 슥슥 닦고 주변을 훑었다.

"자! 남자도 여자도 최대한 생포해서 라스하자!!"

저항하는 자는 모조리 죽어서 마석이 되리라. 나는 화끈거리는 손을 쥐고 달려드는 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 작품 후기 ============================

자정에 한 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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