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191화 (191/800)

0019134일차 -------------------------

상대적으로 어느쪽이 더 위험이 클까.

위치적으로 따져보면 플라우로스 던전이 거리가 더 가까웠지만, 상대하는 적을 생각해보면 라스베가스 쪽이 훨씬 더 위험했다.

'마족이나 인간 군대보다 인간 모험가들이 더 위험해.'

마족은 갤러해드의 신성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

인간 군대는 다양한 마물의 조합으로 깨부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그렇게 라스베가스를 점령했다.

하지만 인간 모험가들은 온갖 마물들을 상대로 싸워본 경험을 가진 대 마물전 스페셜리스트들이다. 돈에 미친 새끼들인 만큼, 돈에 목숨을 걸어볼만하다 싶으면 드나드는 하이에나 같은 놈들이다.

"주인님, 송구합니다. 제가 부족해서."

"아니다. 네가 모자란 게 아니야. 괜히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자 이거지."

나는 에일라와 함께 망루 위에 올라섰다. 안드라스가 적의 공격이 닿지 않는 상공에서 예의주시하고 있었고, 적은 이미 우리가 인간 부대를 상대로 공격한 걸 알고 있다는 듯 망루를 만들고 천막을 세웠다.

삐삐삐삐!

안드라스 휘하의 하피 엔젤 하나가 고도를 낮추자마자 경보가 울렸다. 반짝이는 신성력의 결계에 하피 엔젤의 발톱이 은빛의 불꽃에 타올랐다. 하피 엔젤은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공습 대비는 철저하군."

"비행형 마물들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대처를 안하고 온 게 더 이상할 겁니다."

"대처 안했으면 꽁승이었는데 말이야."

인간 모험가들은 하피 엔젤들에 대하여 완벽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특히 사제들에 의해 펼쳐진 결계는 마물이나 마물의 시체-슬라임 점액-가 떨어지는 것을 완벽히 차단했다.

"륜, 어떻게 강물을 통한 공격은 가능하더냐?"

"실패했대요. 강물을 바로 마시지 않고, 끓여마신다고 하더라고요."

"쳇."

나는 또다시 강물에 슬라홀의 점액을 풀었다. 막대한 양의 미약이 강물을 타고 흘러내려갔으나, 모험가들은 저마다 챙겨온 물을 마시거나 강물을 큰 솥에 끓여마셨다.

"열이 가해지면 그런 식으로 변할 줄 몰랐네."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약효가 줄어드는 건 확실해요."

끓이면 끓일수록 안에 들어있던 미약 성분은 점차 사라지고 말았다.

"공습도 안 통해, 강에 약을 푸는 것도 안 통해. 저 중에 경험자가 있다. 그게 내 결론이다."

"아마도 그 때 기사들 중 일부가 참가한 것 같습니다만."

"기네비어를 되찾으라고 꼽을 먹은 게지. 기네비어를 되찾아오지 못한다면 네놈들은 기사라고 할 수 없다! 너희들의 작위는 박탈이다! 뭐 그런 식으로."

굳이 그런게 아니더라도 백작가의 자제가 마왕군에 의해 납치당했으니 복수할 명분은 충분했다.

"모험가 500. 에일라, 승산은 얼마나 보냐?"

"주인님께서 생각하시는 승리는 무엇입니까?"

"몰살."

우리 군단에 승부를 걸어온 놈들을 상대로 살려둘 이유는 없었다. 라스를 깨달은 이들은 라스로 회개하게 만들면 되지만, 라스하지 못하는 자들은 전부 구울화-마석화의 2단계를 거치게 될 것이다.

"전부다 죽이는 것입니까? 그렇다면...10할입니다."

에일라는 승리를 완벽하게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10할, 100% 승리를 장담하는 에일라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99%도 아니고?"

"주인님께서 제게 이 도시를 지키라 명령을 내리셨잖습니까. 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입니다. 주인님, 제게 어디까지 병력을 주시겠습니까?"

"벨리알 군을 상대할 갤러해드와 플레어 판테라, 그리고 우리 본진을 지킬 라임의 슬라임 부대를 빼고 모두 활용해라. 슬라임 드래곤들도 함께 부리는 편이 좋겠지."

"그렇다면 주인님, 저는 감히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에일라는 확신에 찬 얼굴로 내게 밖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다리를 넘어오기 시작하는 모험가 병사들이 진을 갖추어 우리의 북문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성벽에 가까이 다가온 순간, 기병에 의한 정면돌파."

"힘으로 깨부수자?"

"그렇습니다."

"좋은 선택이다. 이제 몸 비틀어서 막는 건 질렸어."

안그래도 근질근질하던 찰나에 잘 됐다. 나는 에일라와 적 모험가들을 어떤 식으로 깨부술 지 상의를 했고, 에일라의 전술적 식견에 나의 계획을 덧붙였다.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해야지. 얘들이 지금까지 해온게 얼마인데. 그래서 전술적으로 가능성은 있냐?"

"성공만 한다면 분명 충분히 가능한 작전입니다. ...그래도 제가 한 번도 확인하지 못한 작전이니, 한 번 시연을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지."

나는 작전에 필요한 존재들을 불렀다. 기수, 말, 그리고 기병창.

"올."

아더는 성공적으로 작전을 마쳤다. 에일라까지 승인한 계획에 나는 빠르게 병사들을 편성했고, 망루에 올라 북채를 잡았다.

"에일라, 잘 부탁한다."

"예, 주인님. ...이번 전투가 끝나면, 그."

"밤 새도록 라스하자."

"네!"

에일라는 갑옷을 입고 떠났고, 나는 기병들이 돌격을 하기만을 기다리며 북채로 북 위를 살살 긁었다.

고고고고고.

지축이 울리는 듯한 진동과 함께, 동문으로 한 무리의 기병들이 빠져나갔다. 나는 전신의 활력을 끌어올려 문신을 활성화하였고, 북채를 늘어뜨렸다.

"비트. 뜨거운 동경."

쿠구구구 쿠구 쿠 구구구.

붉은 기운이 라스베가스 전역을 향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 * *

몸을 들썩이게 하는 울림과 함께 자비야바를 점령한 적들은 북으로 모험가들의 기세를 꺾으려들었다.

"빠르게 치는게 전부는 아닐텐데...."

그에이는 특정한 리듬을 계속 반복하는 오크의 북소리에 기시감이 들었다. 적당한 빠르기가 반복되며 흐르는 박자는 금세 익숙해졌고, 그에이는 입으로 그 박자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빠바바바 빠바 빠바바바...?"

어딘가 도입부만 계속해서 반복하는 느낌이 들었다. 저것은 노래일까, 아니면 그냥 아무렇게나 같은 리듬을 반복하는 박자일까.

"모두, 전투준비!!"

어느쪽이든 단순히 치는 북소리는 아닐 것이다. 그에이는 검을 들어올렸고, 모험가들도 모두 저마다의 무기를 들어올렸다.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용병들 답게 지휘 체계는 딱히 없었지만 경험은 무시하지 못했다.

"온다."

"달려오는 것 같은데?"

"돌격이네. 마법사들이 맞받아치면 되겠구만."

모험가들은 서로의 경험에 비추어 빠르게 전술을 짜냈다. 마법사들이 방진의 중심부에, 레인저들이 그 겉을 감싸고, 근접 전사들이 원형 방패나 검으로 방어에 나섰다.

"이걸로 괜찮은가?"

"후후, 물론입니다. 기사님, 오크들이 아무리 달려온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입니다."

"...계란이 말타고 오는데?"

"예?"

구구구구 구구 구구구구.

동쪽에서 거대한 흙먼지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흙먼지 너머로 보이는 인영은 사람이나 오크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기병...?"

다그닥, 다그닥.

수는 적었지만 분명히 말발굽소리가 들렸다. 모험가들은 자연스레 긴장했고, 그에이는 상대가 보이는 기행에 당한 경험을 되살려 소리를 질렀다.

"기병 돌격이다!!"

우와아아아아아!!

흙먼지를 뚫고, 마왕군의 기병들이 나타났다. 순백의 유니콘과 워울프들의 등에 오크들이 올라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까마귀 머리의 괴인-안드라스들이 타고 있었다.

"언제 저런-"

"라스으으으으!!"

오크들이 괴성을 지르자, 앞에 타고있던 안드라스들이 빠르게 자세를 바꾸었다.

유니콘들이 머리를 아래로 숙이자 안드라스들은 유니콘의 목 뒤에 수평으로 누웠다. 워울프들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이자 안드라스들이 앞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오크들은 기수를 꼭 잡고 안드라스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자세를 고정했다.

유니콘과 워울프의 전방에 부리를 번들거리고 있는 안드라스들의 모습은 마치 기병창과도 같았다.

"래, 랜스 차징?!"

기사인 그에이로서는 모를 수가 없는 전술이 오크들에 의해, 그것도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구현되었다.

안드라스 부리의 단단함.

유니콘-워울프로 이어지는 기마들의 기동성.

그들을 지탱하는 오크들의 힘.

그리고 그들이 광기에 물들어 승리를 확신하게 만드는 큰 북 소리.

"마, 마법을 쏴!"

부랴부랴 캐스팅을 하던 마법사들이 황급히 기병대를 향해 마법을 쏘았다. 하지만 기병대는 정면으로 쏘아지는 마법을 세 갈래로 흩어지며 피했다. 그들은 기마가 앞을 보고 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공격을 피했다.

"이게 무슨-"

그에이가 불길한 예감에 빠진 순간.

푸--욱!!

안드라스의 검은 부리가 모험가의 배를 찔렀다. 복부가 꿰뚫린 모험가는 눈을 까뒤집으며 절명했고, 그런 상황은 비단 한 곳에서 일어난 게 아니었다.

퍽, 퍼억, 푸우욱!!

안드라스들은 인당 한 명의 인간을 정확히 꼬챙이를 꿰어냈다. 피분수가 흩뿌려지며 유니콘과 워울프의 털이 핏빛으로 물들었으나,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공격과 동시에 대열에서 이탈했다.

"이, 이 놈들--!!"

모험가 하나가 고통을 이겨내고 검을 높이 치켜들어 안드라스의 목을 베려했으나.

"라스으으!!"

퍼억.

오크가 휘두른 방망이에 후두부를 얻어맞고 검을 떨어뜨렸다. 그런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고, 50인의 기병대는 정확히 50명-단 한 명도 빠짐없이 안드라스의 부리에 모험가들을 꿰어버렸다.

"아아, 잘 들어라!! 이 작은 인간들아아아!!!"

망루에서 북을 치던 오크가 포효를 내질렀다.

"이것이 진정한 랜스 차징이라고 하는 것이다아아아아!!"

모험가들의 전력이 10% 깎여나갔다.

* * *

"후우."

로브를 벗어던지니 동경이 3000도로 달아오르는 듯한 열기가 후끈거렸다. 전신에는 땀으로 가득했고, 북채를 잡은 손은 어찌나 두드렸는지 북채의 나무조각이 살에 박혀있을 정도였다.

"주인님, 괜찮으세요?"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괜찮아."

륜은 땀에 절은 로브를 받아들며 내 상태를 살폈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내 활력을 문신과 북을 통해 두드리며 응원한 것 밖에는 없었다.

첨벙, 첨벙!!

기병대는 서쪽의 강에 몸을 날려 하류로 이동했다. 몸의 열기를 씻어냄과 동시에, 안드라스들은 강의 중간에 난 서문에 자신의 부리에 박힌 인간들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모험가들, 다 죽었겠죠?"

"그렇지. 과다출혈보다 쇼크사가 더 클 거다. 유니콘이랑 워울프들이 전력으로 달렸으니까. 그 주력을 한 명의 인간에게 쏟아냈으니 안 죽고는 못 배길 거다."

오크와 안드라스.

두 명을 태워 무게는 제법 나갈 법 했지만, 안드라스들이 랜스의 역할을 대신하고 또 단단하게 고정이 되어있었기에 기마들은 아주 수월하게 차징을 성공할 수 있었다.

"이중 차징으로 기마에 들어가는 충격도 완화했으니 말이야."

오크들은 자신의 창으로 안드라스들을 지탱했다. 이번 기병대에 차출된 안드라스들은 전부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말 그대로 라-스 차징인 거지. 크흐흐. 이게 다 네 덕분이다, 륜."

"저요?"

"네가 나의 아이디어에 발상을 제공했잖냐."

"...어머나."

륜은 발그레 웃으며 눈을 깜빡였다.

남들 안 보이는 곳에서 둘이서 하다가 물건을 끼우고 화살을 난사하던 때. 나는 륜의 뒤에서 화살을 쏘는 반동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륜의 속사를 도왔다.

"그럼 이번에도 저를 지탱해주시겠어요?"

"얼마든지...라고 하고싶지만 너를 다른 놈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 참아다오."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요. 히힛."

나는 륜과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전황을 예의주시했다. 정확히 50명을 꿰뚫어버리기는 했지만, 기병들의 주파로 인해 50명만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 지나가는 기병들의 다리에 부딪히거나 깔리거나하여 다친 이들도 수두룩했고, 최소한 20명은 더 다쳤을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의 피해는 전무하지. 후후."

"군단장님, 기병대가 돌아왔습니다."

"고생했다, 에일라."

나는 에일라의 전신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냈다. 기병들이 원활하게 진격할 수 있도록, 에일라는 지하에서 슬라임 드래곤을 타고 기병대를 이끌었다. 중간에 세 갈래로 쪼개진 것도 에일라의 임기응변이었다.

"네 덕분에 기병대가 아무런 피해 없이 돌아왔구나. 시체들은 라스투자드에게 보내 마석으로 만들고, 기병대에게 잠깐의 휴식 이후 2차전으로 돌입하라고 일러라."

"...그, 불가능합니다."

에일라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괜한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상자라도 있느냐?"

"아뇨. 경상조차 없습니다. 다만...주인님의 북소리가 워낙 절륜하시어, 다들 발정나버렸습니다. 최소 30분은 휴식을 취해야합니다. 오크, 안드라스, 유니콘, 워울프 모두요."

"......."

사상 0명. 중상 0명. 떡상 100명 하고 50마리.

"...뭐, 30분이면 다시 돌격할 수 있으니 위안으로 삼아야지. 너무 격하긴 했겠다. 그치?"

"주인님, 저희 나중에 암두시아스 위에서 들판 질주하면서 하는 건 어때요?"

"요즘들어 네 생각이 점점 라스로 가득차는 구나. 좋다, 채택하마. 단, 그건 어디까지나 이번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을 때다."

전투는 이곳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부디 나를 대신하여 던전을 잘 지켜내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메어리가 촉수 잘 써야 할텐데."

현재.

메어리는 텐타클 드라실과 합체하였다.

============================ 작품 후기 ============================

란I스 차징!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