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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177화 (177/800)

0017731일차 -------------------------

하극상.

막상 우리 군단이 습격을 당했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내 던전이 습격을 당한 것은 아니었다.

플라우로스.

플레어 판테라라는, 염표(炎豹) 수인들의 던전이 하극상을 맞이하게 되었다. 상대는 다름 아닌 67위의 암두시아스.

이미 플라우로스에게 뚝배기가 깨진 65위는 논외로 치더라도, 67위의 암두시아스가 66위를 건너뛰고 64위를 향해 바로 칼을 들이민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그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오우, 하극상 좀 할 줄 아는 놈인가?"

정황상, 66위가 67위에게 패배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3계단을 한 번에 뛰어넘을 생각을 하겠는가. 66위를 잡았으니, 전투에 대한 자신감으로 차올라있을 것이다.

안드라스 던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제 두 계단 남은 상태. 한 계단씩 올라가자 생각하여 올라왔을 테지만....

'플라우로스는 이미 내 군단 소속이지.'

상처를 회복한 플라우로스는 부하들의 상태를 정비한 뒤, 내게 전령을 보내 상황을 알리고 곧장 적을 상대하러 나갔다. 누이인 아무르를 내가 촉수 나무로 인질로 잡고 있는 만큼, 플라우로스는 전력으로 적을 상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냥 걔들만 싸우게 할 생각은 없지.'

기존의 플라우로스 던전은 직선형 구조에 플레어 판테라라는 단촐한 구성이었다. 정면 힘 싸움에서 자신감이 있다면 충분히 괜찮은 전장과 병력 구성이었지만, 언제까지고 계속 공격하는 놈들을 상대로 얼굴을 맞부딪힐 수는 없는 노릇.

"라실아. 준비됐냐?"

꾸르륵.

나는 공동의 구석에서 거의 정중앙에 자리를 잡은 텐타클 드라실의 나무 기둥을 두드렸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나머지 단추도 잘 맞아떨어지는 만큼, 나는 지하 1층에 남은 슬라임 드래곤의 잔여물 수거마저도 다른 부하들에게 맡기고 요격에 나섰다.

"흐응, 어떻게 하려는 거야? 내가 도와줘?"

"그럴 것까지는...아니지. 그레모리, 네 자식들을 데려와라."

"......언제는 더러워서 쓰기 어렵다며?"

"쓸 수 있는 건 모조리 써야지. 내가 쓸 건 아니다. 침입자 놈들을 상대로 쓸 거거든."

내 말에 그레모리는 볼을 긁적이며 공동을 떠났다. 포털의 위치상 조금 귀찮기는 해도 본체에 상황을 전달하려면 1층 뒤 통로의 포털까지 넘어가야 했다.

"흐흐흐. 그러면 시작하자, 라실아!"

꾸르르륵.

텐타클 드라실은 내게 뿌리 세 개를 들어 올렸다. 두 개는 양손을 집어넣을 손잡이, 그리고 하나는 텐타클 드라실이 증산작용으로 뿌릴 하얗고 끈적끈적한 물을 주입하기 위한 세 번째 다리.

"도킹!"

꿀럭, 꿀럭!

뿌리가 내 몸과 연결되었다. 감각이 확장되는 느낌과 동시에, 텐타클 드라실의 나무줄기들이 흐느적거리며 내 손과 똑같은 형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텐타클 드라실, 출격!!"

나는 포털을 향해 줄기 손을 쑥 집어넣었다. 눈앞에 VR기기라도 씌워진 것처럼, 내 눈에는 '플라우로스 던전으로 넘어간' 줄기 손의 시야가 펼쳐졌다. 손을 계속 뻗어 나가니, 플라우로스가 부하 수인들을 데리고 일장 연설을 하고 있었다.

[잊지 마라, 우리는 절대 지지 않을.... 으아악?!]

플라우로스와 부하들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나는 촉수로 된 손을 흔들어 그들에게 인사를 한 뒤, 던전의 입구-암두시아스가 열어버린 포털 쪽으로 손을 뻗었다.

두근, 두근.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벅차다. 어린아이가 인형 뽑기를 하는 것처럼 가슴이 쿵쾅거렸다.

"흐흐, 륜아. 아무래도 네 탈 것이 등장한 모양이다."

"제 탈 것이요?"

"그래. 엘프 처녀가 탈 수 있는 거로 저것만 한 것이 또 없지."

둘의 시야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촉수 손가락을 통해 시스템으로 전해지는 시야에는 훤히 보였다.

"유니콘."

일각수. 유니콘. 순결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신이 하얀 유니콘은 전신이 검은 갑주의 남자에게 검은 입마개가 씌워진 채 던전의 초입에 나타났다. 남자는 처녀가 아닌 듯 유니콘의 등에 타지는 못했지만, 유니콘의 앞에 서서 입마개와 목걸이로 연결된 쇠사슬을 쥐고 있었다.

그들의 뒤로 목 없는 병사들이 전신을 검게 물들인 채 유니콘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 숫자는 얼핏 보기에도 대략 50.

"흐흐, 유니콘 한 마리...."

우리 던전에서 탈 수 있는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싶기는 했지만, 륜의 4성 진화 가능성을 증명하는 동시에 또 다른 좋은 테스트 수단이 되리라.

'물론 수컷이면 륜을 상대로 테스트만 하고 죽인다.'

과연 솔로몬의 시스템은 완벽한가. 진짜 유니콘의 앞에서 처녀 감별 시스템이 진짜인지 아닌지 증명할 때가 되었다. 유니콘은 그 테스트를 하고 끝나게 될 것이며....

"륜. 그레모리가 없으니까 하는 말인데."

"네."

"그레모리가 분신을 만들어내면 그건 처녀로 판정할까, 아니면 중고로 판정할까?"

"......어느쪽이든 직접 잡아봐야 알 수 있지 않겠어요?"

"그렇지? 흐흐흐."

나는 두 팔을 벌려 우리 군단의 세력에 침입한 이들을 환영했다.

"라스의 군단에 온 걸 환영한다. 흐흐흐."

* * *

"쓰읍, 쓰읍."

66위 던전의 주인, 키메리에스는 옆에서 자꾸 거친 숨을 들이마시는 유니콘-암두시아스에 짜증이 치밀었다. 아무리 자신이 듀라한이라고는 하지만, 목을 가지고 있는 상위 개체인 만큼 암두시아스의 거친 숨소리가 몹시도 거슬렸다.

"거 좀 닥치지."

"처녀, 처녀가 있다. 흐흐흣."

암두시아스는 입마개 아래로 입이 찢어질 듯 웃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누가 유니콘이 아니랄까 봐 처녀를 찾는 암두시아스의 뿔은 흥분으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망했군.'

처녀의 냄새 때문에 눈이 돌아간 암두시아스는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 유니콘의 종족 특성을 생각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암두시아스는 처녀를 상대로 직접 박을 생각만 하는 존재.

'저러고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지.'

키메리에스는 날뛰는 암두시아스를 제압할 힘이 없었다. 자신이 던전 주인으로서는 한 단계 위의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던전 주인이 되어 강해진 암두시아스를 상대하기에는 전력이 부족했다.

'이 발정 난 짐승 새끼....'

덕분에 키메리에스는 죽어서도 범해지고 말았다. 간살당한 충격으로 원한이 남아 듀라한이 되어 기껏 던전 주인의 자리까지 올라갔더니, 미친 처녀박이 유니콘은 '죽어서 듀라한으로 다시 태어났으니 처녀'라는 식으로 키메리에스를 상대로 강제로 박아버렸다.

'시체에다가 박을 생각을 하다니.'

종족을 불문하고 처녀라면 얼마든지 괜찮다는 걸까. 암두시아스의 하극상이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모르지만, 키메리에스는 제발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영웅 같은 존재가 나타나 암두시아스의 뿔을 꺾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랐다.

희망이 있다면 군단.

암두시아스는 처녀를 선호하면서도 마물로서 인장-마왕의 딸을 취해보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군단의 세력이라면 분명 암두시아스를 막아내고 박살 낼 수 있을 것이다.

"무흐, 무흐흐, 처녀, 처녀의 냄새가 난다...! 남자의 손길을 타지 않은 처녀의 냄새가...!"

누가 제발 이 미친 말의 모가지를 날려 박살 내주기를. 키메리에스는 암두시아스의 목에 걸린 쇠사슬 목줄에 힘없이 따라갔다. 남들이 보기에는 자신이 암두시아스의 고삐를 잡은 셈이 되겠지만, 실상은 쇠사슬 끝이 키메리에스의 손목을 휘감고 있다.

쿵.

그리고 암두시아스가 이끄는 군세는 거대한 철문 앞에 도착했다.

"열어라."

"...예."

키메리에스는 조용히 철문을 열었다. 안에는 불타는 머리칼의 표범 수인들이 저마다 무기를 든 채 흉흉하게 노려보고 있다.

"......푸흐읍."

암두시아스는 눈에 핏발이 선 채 코를 킁킁거리고 있었다. 키메리에스는 한바탕 난리가 나겠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눈을 감아버렸다.

"이 방에는 다 남자 새끼들밖에 없네?"

암두시아스가 뒤로 물러서며 바닥에 투레질했다.

"나는 고추 놈들이랑은 몸 부딪히는 것도 싫다.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해."

"......예."

키메리에스는 이를 악물고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주변에 있는 모든 듀라한들은 자신의 병사들이었지만, 자신과 함께 암두시아스에게 패배하여 듀라한으로서의 처녀를 잃은 동지들이었다.

"전군, 돌-"

덥석!

천장에서 무언가가 내려와 암두시아스의 뿔을 휘감았다. 마치 손이 암두시아스의 뿔을 잡은 것 같은 모습에 키메리에스는 속으로 고소하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생김새가?'

엔트나 숲의 정령이 깃든 나무들이 손을 뻗는다면 딱 저 꼴이라. 하지만 손가락의 형태는 아무리 봐도 나무줄기 같기도 하지만, 촉수 같기도 하고, 키메리에스가 혐오해 마지않는 인간의 남성기 같기도 한....

"삐에에에에엑!!!"

암두시아스가 발광을 하며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제자리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며 앞뒤로 날뛰기 시작했고, 던전의 바닥이 움푹 파였다. 하지만 천장에서 내려온 줄기 손은 암두시아스의 뿔을 잡고 놓지 않았다.

꽈아아악!

오히려 암두시아스가 난동을 부리건 말건 뿔을 잡고 암두시아스를 번쩍 들어 올렸다. 신체의 가장 단단한 부위기도 하지만 동시에 뼈와 연결된 부위인 만큼, 암두시아스는 도마뱀 꼬리를 자르듯 뿔을 떼어낼 방법이 없었다.

"끼에에엑, 쁘에에에에엑!!"

암두시아스는 이상한 괴성을 내지르며 격렬히 저항했지만, 결국에는 촉수 나무의 힘에 의해 허공에 띄워졌다. 그 바람에 목줄과 연결된 키메리에스의 손마저 함께 딸려 올라갔다.

퍽, 퍼버벅!

암두시아스는 허공을 발로 차며 아등바등했다. 그 바람에 아래에 함께 딸려 올라오던 키매 리에 수가 그 발길질에 얻어맞을 뻔했다. 키메리에스는 제 안면을 향해 날아오는 발길질에 머리가 '텅'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헐."

공터의 구석에 처박힌 키메리에스의 머리는 천장에서 벌어지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반대편에서 뻗어진 나무줄기는 한 손으로는 유니콘의 뿔을 잡은 채 놓지 않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키메리에스와 연결된 쇠사슬을 잡아 비틀어 끊어버렸다.

"아."

키메리에스는 눈물이 핑 돌았다. 비록 몸은 천장에서 자유낙하로 떨어지지만, 강제로 암두시아스에게 기수로 붙잡혔던 구속이 끊어지는 듯한 감각에 자유를 얻는-

물컹.

"...아, 제기랄."

천장에서 뻗어진 촉수의 손길이 키메리에스 몸통을 덥석 붙잡았다. 그리고 키메리에스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좆같네."

몸과 머리는 떨어져 있어도 듀라한으로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좆같은 느낌은 분명 남성기의 그것이었다. 형태와 크기와 두께가 암두시아스의 것과 맞먹을 정도로 흉측하고 거대하여 혐오감이 들 정도였다.

'이제는 죽어서 말에게 당하는 것도 모자라 촉수에-'

풀썩!

몸통이 바닥에 고이 눕혀졌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키메리에스의 몸통은 금방 다른 이의 손길에 제압당했다.

"잘 들어라, 나의 동포들이여. 적을 제압하고, 이렇게 손을 묶어라."

불타는 머리칼의 표범 수인은 키메리에스의 위에 올라타 손을 머리 윗부분으로 올려 손을 제압했다. 몸 위에 올라타기는 했지만, 음심은 전혀 없어 보였고, 오히려 키메리에스를 제압하는데 급급해 보였다.

"전부 다 생포해!"

"......."

표범 수인의 포효를 멀찍이 보던 키메리에스는 슬쩍 눈꺼풀을 닫으며 실눈을 떴다. 이제는 아예 허공에 뿔이 박힌 유니콘은 허공을 달리고 있었다.

"끄, 끄어어엉!!"

암두시아스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자신도 저런 촉수에 휘감기면 기분이 더러울 법하건만 암두시아스는 오죽할까. 더군다나 암두시아스를 향해 뻗어지기 시작한 촉수는 한두 다발이 아니었다.

꿀렁, 꿀렁.

열, 아니 수십이 넘는 촉수 가지가 암두시아스의 하얀 몸을 향해 뻗어 나가며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뿔을 잡은 손과 목을 조르는 손을 제외한 나머지 줄기들은 밧줄처럼 암두시아스의 네 발을 꽁꽁 휘감아 조르기 시작했다.

"끄, 끄에엑...."

암두시아스의 저항이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키메리에스들의 부하, 듀라한들은 두 명이 잡히며 당황했으나, 일단 자신들을 향해 손톱을 들이미는 불타는 표범 수인 부대들에 검을 빼 들며 응전하기 시작했다.

캉, 카아앙!!

듀라한들의 검과 표범 수인들의 손톱이 부딪힐 때마다 불꽃이 튀었다. 그들이 맞붙는 상태는 기호지세였고, 듀라한들은 모두 응전하며 키메리에스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

"끄웨웩!!"

촉수에 휘감기는 암두시아스를 보며, 키메리에스는 조용히 눈을 감아버렸다.

생포.

키메리에스는 항복하기로 마음먹었다.

* * *

"헐, 대박. 유니콘부터 듀라한까지 다 여자인데?"

"아아아아악!!"

모처럼 유니콘을 상대로 수간 플레이하려고 하던 그레모리가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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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으로 여캐 중 1명 라스씬을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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