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029일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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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우리는 상황을 수습했고, 몸을 말끔하고 단정히 정돈하여 소환 시설의 앞에 섰다. 텐타클 드라실은 아무르를 꽁꽁 숨겼고, 그레모리는 결국 본체로 넘어와 수액 범벅이 된 분신을 제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럼 소환한다."
나는 거무틱틱한 알을 건네받았다. 부하들은 어머니를 닮아 전사가 나올지, 아니면 아버지를 닮아 사제가 나올지 다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랜슬롯이 임신한 동안 랜슬롯의 부대를 운용하려면 전사가 태어나야 한다거나, 오크 사제라도 주술을 사용하는 자가 있어야 한다고 부하들은 대립했다.
"어쨌든 까봐야 아는 거지."
구구구.
소환진이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태어나는 자식, 손자의 등급은 아무리 낮다고 하더라도 중요치않았다. 그저 건강하게 자라서 행복한 라스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소환진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고 해서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음...아무래도 2성.... 뭐, 2성이어도 나쁘지 않지."
내가 말을 하기가 무섭게, 소환진의 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3성이 뜰 때의 이펙트였고, 나는 절로 박수가 나왔다.
"그렇지! 그래도 3성 정도는 되어야지!"
"주인님, 아까랑 너무 다른데요."
"이왕 태어나는 거 별 하나 더 물고 태어나면 좋잖냐!!"
<알림> 앗, 소환진의 상태가?
우우웅.
소환진에서 보랏빛 안개가 사라지고 무지갯빛 빛무리가 조금씩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금싸라기들이 안개처럼 휘날리는 이펙트는 생전 처음 보는 이펙트였다.
"...4성인 퍼시발 부화할 때도 이랬던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파아아앗.
무지개빛과 금빛이 동시에 움직임을 멈췄다. 바닥에 가라앉은 빛무리는 소환진 전체로 퍼져나갔고, 곧 소용돌이처럼 빛무리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 한가운데에 하얀 빛에 휩싸인 오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응?"
키는 약 160조금 안 되는 정도. 피부는 녹색이었지만 머리칼은 검은색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검은 정장. 현대 샐러리맨들이나 으레 볼 법한 검은 신사복을 입은 오크는 정장 위에 검은색 트렌치 코트까지 입고있었다. 그의 넥타이는 진녹색으로, 가운데에 십자가 모양이 박혀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군단장님."
오크는 성호를 그리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목소리는 워낙 고와서 사람을 홀리게 할 정도였다.
"저의 이름은 갤러해드."
신사는 자신의 얼굴에 걸쳐진 안경을 치켜올리며 씩 웃었다.
"여신의 종복입니다."
".......오냐."
<갤러해드> ★★★★★
어머니 : 랜슬롯
레벨 : 1 / 100
종족 : 오크
나이 : 17세
성별 : 남성
등급 : U
출생 : 쿰처쿠 척의 던전
소속 : 쿰처쿠 척의 던전
직업 : 오크 성기사
아무래도 나는 뭔가 엄청난 존재를 뽑은 듯 했고, 랜슬롯과 기네비어의 궁합은 아무래도 발군인 것 같았다.
"한 가지 물어보자. 명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명예...."
갤러해드는 자신의 넥타이, 십자가 무늬를 만지작거리며 씩 웃었다.
"명예가 오크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 * *
오크 성기사.
도대체 그가 섬기는 신은 누구인가에 대하여, 그리고 그의 신성력에 대하여 우리는 잠시 갑론을박했다.
"주인님. 갤러해드가 아무리 주인님의 혈육이라고는 하지만, 여신을 따르는 종복을 자처한다면 마족으로서는 여러모로 생각을 해볼 수 밖에 없습니다."
"신성력은 마족에게 치명적인 거야. 약한 녀석들은 스치기만 해도 죽는다고. 너도 지난번에 직접 겪어봤다고 했잖아?"
샤이탄과 그레모리, 마족들이 적극적으로 갤러해드의 '성기사'직업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루나를 상대하면서 여신의 힘을 직접 느껴본 나로서도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마왕군의 일원, 그리고 라스군의 일원이 여신을 찬양하며 그 힘을 인간들에게 사용한다? 과연 여신이 그걸 허락할까?
하지만 반대측이 있다면 찬성측도 있기 마련. 당연히 가장 가까운 혈육인 랜슬롯이 앞장서서 갤러해드를 감싸고 돌았다.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아들이 지금 그래서 이 던전을 떠나야한다는 건가요?! 아빠, 만약에 그, 그러면...!"
"안 쫓아낼 거니까 벌써부터 급발진하지 마라."
"...네. 하지만 아빠. 어머니들이 벌써부터 저렇게 말씀하시잖아요."
"어머니들...."
샤이탄은 도매급으로 어머니로 묶여버렸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 또한 그에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 그 어머니들이 갤러해드의 힘을 걱정하는 건 다 우리 던전 전체를 걱정하는 것이기에,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그게 제일 신경쓰이냐?"
하지만 나로서는 힘의 근원보다 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갤러해드는 정말 말 그대로 신사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 얼굴 생김새나 체구나 여러모로 성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갤러해드는 진짜 남자일까?"
"아빠, 그게 무슨 말씀.... 음...."
내 질문에 모두가 고민에 빠졌다. 여신의 힘을 사용하는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로 돌아가버렸다.
"...진짜 남자입니까?"
"키가 너무 작잖아. 다른 오크들에 비해서."
"주인님 말씀 못 들었어요? 시스템이 남자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그...얼굴이...."
<갤러해드>
성별 : 남
그렇다. 저 남. 남자. 내 혈육의 오크들이라면 하나같이 아랫도리에 분노주머니를 달고 다니는 존재.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 확인하기가 조금 신경쓰였다. 아니, 솔직히 엄청나게 눈치가 보였다.
"후훗."
갤러해드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의 눈초리에도 난처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 미소가 어지간한 여인들보다 더 청초하고 아름다워, 한떨기 꽃잎과도 같았다.
"......."
가장 미인이라고 할 수 있는 랜슬롯의 미모가 기네비어의 소년같은 외모와 섞여, 성별만 남자라고 주장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것은 남자인가, 아니면 낭자애인가.
"아아. 그렇구나. 이것이 오토코노코라고 하는 것인가."
조금만 중성적인 옷을 입혀도 여성이라고 착각할 것이며, 여장을 하는 순간 뭇 많은 오크들-아니 많은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심지어 정장까지 갖춰입어 멋까지 갖추고 있으니, 갤러해드의 매력은 가히 5성값을 톡톡히 해낼 수 있었다.
"갤러해드. 내 너의 분노를 직접 확인해봐도 되겠느냐?"
"제 명예를 증명할 수 있다면."
갤러해드는 아무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부하들이 나를 막아세웠다.
"주인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걸 직접 확인하는 건...!"
"그래, 아빠! 확인할 거면 엄마인 내가 할 거야!"
"죄송합니다만 그건 사양합니다, 어머님. 어머님 눈빛이 위험해서요."
"......."
랜슬롯의 인상이 대번에 험악해졌다. 삿된 욕망을 들킨 범죄자같았고, 갤러해드는 랜슬롯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다른 분들이라면 괜찮지만 어머님은 사양입니다."
"아 왜에에에에!!"
"어머님이 아버님을 보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나는 곧장 몸을 돌려 갤러해드의 앞을 막아섰다. 다른 부하들도 은근슬쩍 갤러해드를 보호하는 포지션을 잡았고, 기네비어조차 랜슬롯의 팔짱을 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아니야! 아빠, 내가 설마 아들을 건드리겠어?!"
"당연하지. 설마 제 배 아파서 낳은 아들을 건드리겠니. 그런데 아까 눈빛이 상당히 이상하더구나."
"맞아요. 주인님이 저를 잡아먹으려 들었을 때 눈빛이었어요."
랜슬롯의 곁에 선 이는 오직 기네비어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네비어조차 랜슬롯을 진정시키고자 노력할 뿐이었다.
"그, 아들은 그냥 놔두고...차라리 나를...."
사제답다고 표현하면 이상하겠지만, 기네비어는 자신을 희생하기로 마음먹었다. 랜슬롯은 입술을 뻐끔거리며 기네비어를 제 품에 인형처럼 안았다.
"맹세합니다. 아들한테 절대 이상한 짓 안할게요."
"대신 남편에게 하는군."
"남편인데 이 정도는 괜찮잖아요!"
"그렇지. 갤러해드, 슬슬 나와도 될 것 같구나."
결국 랜슬롯을 기네비어와 함께 멀찍이 떨어뜨리고 나서야 갤러해드는 옷매무새를 고치며 숨을 골랐다. 등급은 높아도 당장 레벨에서 밀리는 만큼, 아무래도 에일라를 통해 단련을 시켜놓는게 제일 좋을 것 같았다.
"미안하구나, 갤러해드. 내가 괜한 말을 해서."
"아닙니다, 군단장님. 하지만 저도 계속 여인으로 오해를 받는 건 바라지 않습니다. 제 명예를 위해서라도 저는 제 자신을 증명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갤러해드는 허리띠 버클까지 잡고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나는 갤러해드를 배려해야만 했다. 부계와 모계의 유전자가 합쳐져서 갤러해드에게 영향이 내려왔다면, 나는 기네비어의 사이즈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갤러해드야, 그냥 어디가서 조용히 확인만 하고 오자. 응?"
"그럴 수 없습니다. 군단장님, 이대로라면 제 남성으로서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아오...내가 왜 괜히 먼저 말을 꺼내서."
"저는 당당합니다. 오히려 자신이 있습니다. 믿어주십시오."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키는 가운데, 나는 결국 갤러해드에게 스스로의 명예를 증명할 방법을 찾았다. 아무래도 직접 보여주는 것은 수치스러울 수 있으니, 뭔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아."
나는 내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갤러해드에게 밝혔다. 갤러해드는 살짝 질린 얼굴이었지만, 곧 금방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라실아아아!!"
구석에 장식처럼 벽에 붙어있던 텐타클 드라실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꿈틀꿈틀거리던 몸을 부르르 떨었고, 뿌리 한 가닥을 들어올렸다.
"아빠! 지금 우리 아들한테 뭐하는 거야!!"
"...과연, 주인님의 의도를 잘 알겠습니다."
너무나도 진중한 샤이탄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샤이탄에게 꽂혔다. 샤이탄은 수첩을 꺼내 메모까지 하기 시작했다.
"주인님의 씨앗도 상당히 활발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역시 태생 5성의 씨라면 엄청난 부대를 양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의도 아닌데? 잘 봐봐."
나는 텐타클 드라실이 촉수 가지를 두 개 뻗도록 지시했다. 둘 다 내 물건과 똑같이 생긴 물건이었고, 내 뿌리 부분에 해당하는 곳부터 두께가 얇아지면서 확실히 그 형태를 보일 수 있었다.
"자, 이게 내가 끝까지 화가 났을 때의 형태다."
나는 촉수가지를 잡고 좌우로 휘둘렀다. 딜도같은 텐타클 드라실의 촉수가지에 부하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가지와 내 아랫도리를 번갈아봤다.
"...막상 이렇게 보니까 주인님 진짜...."
"더럽게 크긴 크네. 개새...흠흠."
"내 걸 자랑하려는 건 아니고, 텐타클 드라실은 촉수 가지를 뿌리에 연동된 물건을 그대로 구현해낼 수 있지. 라실아. 갤러해드 것만 따로 이 가닥에 똑같이 보일 수 있냐?"
꾸르륵.
텐타클 드라실은 나뭇가지를 동그랗게 말았다. 이미 뿌리는 갤러해드의 앞에 놓여있었고, 구멍을 쩍 벌린 채 갤러해드를 맞이하고 있었다.
사락, 사락.
내가 뭐라 말할 틈도 없이, 갤러해드의 바지가 구두 근처에 놓였다. 하반신은 코트에 가려 종아리 부근만 보였다. 갤러해드는 손을 앞으로 내렸고,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꿀꺽.
텐타클 드라실의 뿌리 또한 갤러해드의 분노를 삼켰다. 정을 삼키기 위함이 아니라 실측을 하기 위한 삽입은 금방 갤러해드의 분노를 증명할 수 있었다. 내 물건과 똑같이 생긴 촉수가지는 그대로인 채, 그 옆의 촉수가지가 서서히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꿀럭, 꿀럭.
"...와, 역시 ★★★★★."
나조차도 감탄만 나올 사이즈였다. 형태, 굵기, 크기. 그 무엇하나 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쏙 빼닮아있었다. 이것을 두고 격세유전이라고 하던가.
"역시 성기사."
그 누구도 더이상 갤러해드의 남성성을 부정할 수 없었다. 갤러해드는 소녀같은 얼굴로 방긋 웃었다.
* * *
잠시 뒤.
라임의 도움을 받아 텐타클 드라실의 뿌리 수액을 닦아낸 갤러해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의 남성성에 대한 확인은 모두가 끝났으니, 이제 다시 '여신의 종복'이라는 것을 두고 판단을 내려야 할 때였다.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갤러해드는 종족만 오크일 뿐, 진짜로 여신교단의 신성 기사단과 크게 다를게 없었습니다."
샤이탄과 기네비어가 갤러래드의 신성력을 확인했다.
라스군에 여신의 힘을 사용하는 존재가 있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선택을 내려야 할 때였다.
"분명 매력적인 힘이긴 한데 걸리면 좆될 각이란 말이지."
"다른 마족들이 가장 반발이 클 겁니다. 인간과 내통한 걸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옳다꾸나 하고 달려들 걸? 갤러해드가 신성력 쓰는 거 걸리면 마계 공적이 되는 거야."
여신의 힘으로 인류 연합을 무너뜨리는데 사용하면 솔로몬은 기뻐하겠지만, 과연 다른 마족들이 가만히 있을까. 아니면 갤러해드는 순수하게 오직 수비에만 전념시켜야했다.
"뭔가 방법이.... 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갤러해드."
"예."
"너, 여신의 교도라고 했지? 그럼 신성력 사용할 수 있는 거 확실하지?"
"물론입니다."
"...그럼 말이다."
나는 내 머릿속을 스치고 간 가정을 부하들에게 말했다.
"얘, 오크인데 성검 사용할 수 있는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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