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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165화 (165/800)

0016529일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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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우로스 던전을 공략하는 이유는 하나다.

나처럼 아래에서 위로 한계단씩 올라오는 존재가 있다면, 전쟁터를 내 본진이 아닌 다른 곳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마치 라스촌과 라스베가스의 관계처럼, 내 던전을 지켜주는 제방 역할이 필요했다.

"으흠, 냄새 좋군. 아주 마구잡이로 개판을 쳐놓기 좋은 곳이야."

동물 냄새가 진하게 난다. 코를 찌르는 고양이 냄새 덕분에 들어온 순간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였다. 그건 내 옆에 딱 달라붙은 륜 또한 마찬가지였다.

"륜. 혹시 뭐 들리는 거 있냐?"

"...아뇨. 없어요. 아무래도...막힌 것 같은데요?"

"뭐?"

"소리가 돌아와요. 메아리치고 있구요. 공기 흐름이 막혀있어요. 통로 자체가...막힌 것 같아요."

"잠깐만 기다려 보거라."

나는 륜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통로를 냅다 달렸다. 과거 루나가 숨어들었을 때 처럼, 나는 통로 전체에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아!! 륜은 복숭아맛!!!"

"주인님!!"

저 멀리서 륜이 빽 소리를 지르는게 들렸다. 그 소리마저도 내 고함과 함께 빠르게 날아가 동굴 벽에 부딪혀서 메아리로 돌아왔다. 1분 정도 전력으로 달린 결과, 통로의 끝은 막혀있었다.

"음...."

최근에 막아놓은 것처럼 벽의 형태가 상당히 이상했다. 하룻밤사이 급하게 작업을 하여 동굴 벽을 막아놓은 것처럼 보였다. 나는 벽에 딱 달라붙어 귀를 귀울였다.

사각, 사각.

제법 두터운 벽 너머에서 땅을 발톱으로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나는 왜 포털이 막혀있는 길로 열렸는지 깨달았다. 플라우로스는 통로를 임시로 막아버렸다. 이곳은 그냥 가벽이었고, 흙을 파내거나 힘으로 무너뜨리면 던전의 심처로 통하는 길이 열릴 것 같았다.

"주인님. 안에 적이 있어요."

"그래. 두께는...30cm? 거의 그 정도 수준이구나. 안에서 병사들이 모여드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통통, 통.

나는 벽에 노크를 했다. 벽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 적 병사들이 긴장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침 넘어가는 소리, 긴장하여 그르렁 거리는 소리,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는 소리까지.

'로보탕이 나온게 이걸 위한 복선이었나.'

만약 솔로몬이 소환으로 내 미래를 점지한 것이라면, 아마 솔로몬은 미래예지까지 가능한 존재가 아닐까. 물론 내 헛된 망상에 가깝겠지만,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름끼치고 재미있는 상황이었다.

"륜아. 적 병력들이 어떨 것 같으냐."

"음...안드라스나 워울프처럼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것들?"

"그래. 2족이든 4족이든 손톱을 주 무기로 활용하는 마물들일 거다. 진짜 워울프가 넘치는 곳일수도 있고, 웨어울프가 있는 곳일 수도 있지. 하지만 륜."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륜도 활을 꺼내 시위를 당겼다.

"그렇다고 우리가 지냐?"

"아뇨?"

"이기러 왔고, 이 던전은 철저하게 망가뜨릴 거다. 그래. 안에 있는 놈들, 전부 때려잡을 거다."

나는 나를 공격하러 온 놈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응징을 가했지만, 내가 먼저 선빵을 날린 적에게는 최대한의 예우를 갖췄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나쁜 놈인만큼, 마냥 미친 짓거리를 하기에는 미안했다.

'그리고 던전의 주인이이니까.'

플라우로스 또한 던전의 주인이며, 나의 군단의 일원이 될 수도 있는 존재. 고로 나름 신사적으로 대해줄 필요가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더 벽에 노크했다.

"계십니까----!!"

내 소리가 안으로 닿기를. 쩌렁쩌렁한 내 목소리는 분명 가벽 너머로 전해졌을 것이다.

"집들이 선물 가져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시지요!!"

내가 목청껏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벽에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흐흐, 내가 동굴 벽 손가락으로 헤집는 솜씨는 일품이지."

"주인님...."

륜이 나를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나는 알고 있다. 륜이 벽을 상대로 손가락을 놀리는 내 움직임을 보고 군침을 꿀꺽 삼키는 것을.

"륜아. 준비됐냐?"

"네."

나는 적당한 깊이의 홈을 만들어냈고, 륜은 정확히 그 홈을 향해 바람 화살을 겨눴다. 볏짚이든 사람 머리든 구멍 만드는 건 누구보다도 잘 하는 륜의 궁술은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고, 이미 륜은 충분한 3성 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그럼...!"

푸--욱!

시위를 떠난 바람화살이 동굴 벽을 뚫었다. 안쪽의 빛이 우리쪽 통로로 새어나옴과 즉시 륜은 옆으로 피했다.

화아악!

500원 동전만한 크기의 구멍에서 막대한 불꽃이 뿜어져나왔다. 조금 화끈하기는 했지만 그레모리 전투 때처럼 뜨겁지는 않았다.

"환영이 뜨겁습니다, 집주인 양반!"

화르르륵!!

불길은 더욱 거세졌다. 벽 전체가 살짝 뜨거워지는 걸 봐서는 반대편에서 열심히 불을 내뿜는 것 같지만, 불길은 륜이 마저 뚫은 작은 구멍을 절반도 넘어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집들이 선물 받기 싫으십니까!!"

닥치고 뒤져!!

안에서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절로 군침이 돌았다.

"여자 목소리지?"

"주인님...."

"륜아, 방금 여자 목소리였다. 분명히 맞아."

"서브던전에서 저랑 이거 하신지 얼마나 되셨다고."

륜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툴툴거렸다. 나는 륜의 입술 위에 엄지로 도장을 찍었다.

"여기서 한 번 하고 몰래 한 번 더 해줄게. 됐지?"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죠. 히힛."

륜이 이해심이 넘쳐서 다행이었다. 나와 륜이 이번에는 어떤 체위로 할까 작게 속삭이는 동안 불길은 끊어졌다. 나는 다시금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실례지만 지금 불타고 계십니까?!"

닥쳐! 닥치고 거기서 사흘 동안 개기다가 꺼져버려!

"아무래도 제대로 쫄아버린 모양인데? 역공을 펼치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목소리가 조금 쉰 것 같은데요?"

륜이 그렇게 말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르렁 거리는게 단순히 위협하는 소리가 아니라, 성대에 상처를 입은 것 마냥 억지로 쉰 목소리를 내는 듯 했다. 물론 그런 목소리마저도 먹음직스러웠다.

"불을 쓰는 손톱달린 마족이라. 샐러맨더 같은 놈이려나?"

"그건 뭐예요?"

"아아, 불을 내뿜는 도마뱀을 말하는 것이다. 이 세계에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륜아. 네 생각은 어떻느냐?"

"...글쎄요. 그리폰 아닐까요? 막 입에서 불을 내뿜는 괴수."

"그렇다면 좋겠군. 어느쪽이든 직접 눈으로 보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으니, 뒤로 조금 물러서라. 집주인께 인사를 드려야지."

륜은 잽싸게 벽에서 멀어졌고, 나 또한 거리를 벌렸다. 이미 우리의 뒤에는 라임이 파놓은 땅굴이 넓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륜아. 맛집이 왜 사람들이 자주 찾아 다니고 단골 손님이 많은지 알고 있느냐."

나는 륜을 번쩍 안아들고 구멍으로 뛰어내렸다.

"한 번 먹어도 질리지 않기에 그런 거란다."

전술도 마찬가지. 그레모리조차 당했던 전술을 과연 64등 따위가 막아낼 수 있을까.

'막아내면 그레모리보다 똑똑한 거 인정.'

못 막아내면?

'그레모리처럼 먹히는 거지.'

"주인님, 벌써부터 플라우로스 드실 생각이시죠?"

"......맛집에 먹으러 왔지 사진 찍으러 가는 건 아니잖냐!"

내 말에 륜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한 번 통한 야바위는 비록 같은 상대에게 통하지 않지만, 지금 적은 그레모리가 아니다.

"주인님, 그런데 이거 막히면 어떻게 해요?"

"막히면 뚫어야지."

하지만 막힐 리가 없다. 지난 번 그레모리 던전 때는 정말 조심스럽게 적 던전의 내부를 파악하며 구조를 알아가느라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땅굴을 파는 목적이 달랐으니까.

카가가가각!!

다섯 슬라임 드래곤들이 오망성과도 같은 배치로 원통으로 굴러갔다. 드릴처럼 땅을 파고 들어가는 슬라임 드래곤은 라임의 지도 하에 정말로 완벽한 각도와 크기로 굴을 뚫었다.

"간다!"

나는 륜을 살포시 내려놓고 앞으로 달렸다. 라임은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슬라임 드래곤들의 방향을 바꾸었다.

위로.

카가가가가각!

직진만 하던 슬라임 드래곤들이 수직으로 고개를 꺾어 올라간 순간, 나 또한 높이 뛰기를 하듯 꺾어진 곳을 향해 멀리 뛰었다. 내 바로 머리 위로 슬라임 드래곤이 반쯤 땅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뭐, 뭐야?!"

앙칼지고 놀란 목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그와 동시에 슬라임 드래곤들이 벽에 딱 붙으며 공간을 만들었다. 라임은 벌써부터 적절하게 몸을 받침처럼 만들어 나를 올려줄 준비를 마쳤다.

출렁.

뛰어오른 발로 라임을 밟았다. 라임은 전력을 다해 나를 튕겨올렸고, 나는 구름판을 밟은 것 마냥 수직으로 높이 치솟았다. 그리고 동굴을 빠져나가기 직전, 가장 강한 드래곤인 1호기와 2호기의 멱살을 잡고 날아올랐다.

"승, 룡, 권!!"

불꽃은 나오지 않았지만, 대신 슬라임 드래곤들이 사방을 향해 점액을 뿌려댔다. 요격을 위한 공터에는 머리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 표범같은 수인족이 우리를 향해 이빨을 들이밀고 있었다.

캬아아악!!

"뭐야. 머리가 불탄다고? 그런데 대머리가 안 돼? 개꿀이네."

나는 양손에 든 슬라임 드래곤을 꽉 붙잡았다. 슬라임 드래곤들은 내 양손에 건틀릿처럼 달라붙었다.

캬아아악, 키아아악!!

불타는 표범 수인들은 나를 향해 하악질을 해댔다. 머리가 불꽃으로 타오르는 것을 제외하면, 동물귀에 꼬리가 달린 전형적인 수인이었다. 그들은 방안에 있는 열 댓 정도의 수인들 모두가 머리에 불이 붙어 있었고, 어째 죄다 자잘한 상처가 가득했다.

"흐흐, 너희들 싸우고 난 지 얼마 안 됐구나? 그래서 입구를 틀어막은 거야."

그레모리를 이기고 내가 던전 입구를 막았던 것처럼, 플라우로스도 모든 통로를 막아버린게 틀림없었다. 상처를 회복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그런데 마침 내가 왔네? 이건 어쩔 수 없다. 너희들은 내게 먹힐 운명이었던 거야. 특히...."

나는 슬라임 드래곤 1호기를 앞으로 내뻗었다. 다른 수인들과 달리 엄연히 여성적인 복장을 하고 있는, 대장으로 보이는 적을 향해.

"네 년. 흐흐, 네가 이 던전의 대장이렸다? 플라우로스냐?"

"살이 배에 뒤룩뒤룩 찐 줄 알았더니 눈에도 쪘어? 너는 내가 우리 아빠로 보이냐? 멍청한 돼지 새끼."

"너는 입에 걸레를 물고다니는 프렌즈구나!"

두 마리의 슬라임 드래곤은 내 팔까지 몸을 휘감아 딱 달라붙었다. 내 팔에는 순식간에 지름 1m에 길이만 수 미터에 이르는 두꺼운 채찍이 연결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맞아야만 정신을 차릴 짐승인 것 같군!"

나는 슬라임 드래곤을 옆으로 슬쩍 눕히며.

"이게 바로 휠윈드라는 것이다!"

제자리에서 360도로 돌았다. 무거운 슬라임 드래곤들이 내 힘에 의해 억지로 딸려와 돌았고, 나는 그 원심력을 이용해 제자리에서 더욱더 강하게 한 바퀴 더 돌았다.

"뭐, 뭣-?!"

플라우로스(?)와 표범 수인들이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섰지만, 이미 슬라임 드래곤은 꼬리까지 들려서 풍차처럼 돌았다. 재빠른 움직임으로 슬라임 드래곤의 꼬리를 피했지만, 고작 그정도로 우리의 공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불을 끄는 데에는 스프링클러가 제격이지!"

나는 한쪽 팔을 더 빠르게 돌리며 양 팔을 좌우로 펼쳤다.

붕, 붕, 붕붕붕----

한쪽으로 기울것 같던 몸이 수평이 되었고, 슬라임 드래곤들은 몸을 꿀렁거리며 꼬리를 날카롭게 세웠다. 역시 짬은 허투루 먹은게 아닌지, 슬라임 드래곤 1호기는 벌써부터 준비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1호기의 마음가짐에 부응하기 위해 지시를 내렸다.

"1호기, 발사!!"

내 발사 지시와 동시에, 1호기으 꼬리에서 막대한 점액이 뿜어져나갔다.

푸화아아악!!

질척거리는 1호기의 체액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덩어리 하나하나가 야구공만한 크기였고, 그 단단함은 연식 공 정도의 말랑함이었다.

하지만 연식구라도 내 힘과 원심력, 그리고 수 십개를 동시에 맞는다면 그건 충분히 맞아 죽을 만큼의 아픔이었다.

퍼버버벅!!

캬아아아아악!!

표범 수인들이 전신에 체액 덩어리를 얻어맞고 나가떨어졌다. 1호기는 체액의 절반 가량을 꼬리를 통해 쏟아냈고, 양팔의 균형이 금방 무너질 정도로 체액이 많이 빠져나갔다.

"1호기 쉬어, 2호기 준비!"

내 명령에 1호기는 내 팔에서 힘을 빼고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라임이 미리 3호기와 5호기로 만들어놓은 쿠션에 1호기는 안착했고, 곧 선임의 행동을 보고 2호기도 장전을 마쳤다.

"발사!!"

구구구구구구구.

1호기가 토해내듯 덩어리를 쏘았다면, 2호기는 조준사격을 하는 것마냥 수인들을 향해 덩어리를 쏘았다. 이마, 무릎, 음낭 등에 전속력으로 쏘아진 점액의 구체를 얻어맞은 수인들은 괴성을 지를 틈도 없이 벽에 처박혔다.

푸르르르.

2호기도 금방 쪼그라들었다. 나는 2호기를 1호기 위에 살포시 던지고, 마저 빙그르르 돌던 원심력을 이용해 유일하게 버티고 서있던 여자 수인에게 몸을 던졌다.

"손님 받아라!!"

나는 말 그대로, 수평으로 빙그르르 돌아가는 몸을 그대로 수인에게 던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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