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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164화 (164/800)

0016429일차 -------------------------

솔로몬 72 던전은 마족들의 '아레나'같은 곳이다.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는 수단이 개인 대 개인의 힘이 아닌 던전 운영 능력이 된 것에 불만을 가지는 이들도 있겠지만, 결국 마왕군 안의 존재로서 힘을 입증하려면 인류 연합과의 전쟁에서 얼마나 공헌하는 가가 중요했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 속한 이들은 가장 그에 열정적인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마왕군에 공헌을 하기 위해 던전 주인이 되는 놈들이 얼마나 있겠냐만 서도, 어쨌든 가장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놈들인 만큼 순위 변동 또한 잦다.

"66위부터 72위. 가장 주인이 가장 많이 바뀌는 던전입니다. 당장 주인님께서 점령하신 안드로말리우스 던전 또한 그렇죠."

샤이탄이 가장 만저 입을 열었다. 샤이탄의 긴급 보고 이후, 우리는 라스베가스의 관청 회의장으로 모였다.

나, 륜, 샤이탄, 그레모리, 에일라, 메어리. 성비가 한쪽으로 몰려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이 구성이 우리 던전의 간부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71위인 단탈리안의 던전도 사라졌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일시적으로 던전의 주인이 죽었거나, 소멸했다면 포털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고위급 던전의 주인처럼 자신의 던전을 은폐하는 환상마법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솔로몬 님의 시스템이 더 위야. 아무리 환상마법의 대가라도 시스템은 속일 수 없어."

내 질문에 대한 샤이탄의 대답에 그레모리가 반박했다. 솔로몬에 대한 찬양을 배제하고 생각하더라도, 솔로몬의 시스템을 속이고 수작을 부렸을 리는 없다. 하물며 71위의 던전 주인이라면 더더욱.

"그럼 지금 단탈리안 던전이라는 건 확실히 '없다' 이거지?"

포털이 열리지 않는다. 그건 시스템을 통한 던전 연결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나 다름 없었다. 즉, '단탈리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족의 던전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벌써 점령해서 서브 던전으로 등록해버린 거 아닐까요?"

"하지만 내가 지금 안드라스 던전으로 등록되어 있잖냐. 그리고 그레모리는 안드라스 던전으로 등록된 내 던전을 공격하러 왔지. 샤이탄, 안드로말리우스 던전도 같은 셈이지?"

"그렇습니다. 정식으로 새로운 안드로말리우스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누군가가 72위 던전을 공격하려고 포털을 연다면 그곳은 여기가 될 것입니다. 포털의 문은 서브 던전의 입구가 되거나 이 던전 어딘가에 열리게 될 것입니다."

"그래. 입구에서 가장 먼 쪽. ...잠깐만, 거기 그레모리 던전이랑 포털로 연결되어 있는데?"

" 아마 시스템이 알아서 조정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서브 던전의 입구가 소환 시설과 너무 가까울 때는 가장 먼 곳에 포털이 소환된다고 들었습니다."

"누구한테?"

"솔로몬 님께 들었습니다."

본인 피셜이라면 어쩔 수 없지. 뭔가 따지고 싶었던 그레모리도, 시스템의 헛점에 곰곰이 생각을 곱씹던 메어리도 더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당장 중요한 것은 단탈리안 던전으로의 포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 뿐.

"혹시 또 다른 의견이 있나?"

"다른 던전에서 단탈리안 던전을 공략 중인 경우는 어떻습니까? 가령, 던전 주인들 간의 1:1에 제 3자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

에일라는 신성한 결투의 의식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시스템이 다른 문구를 띄우지 않았을까. 샤이탄 또한 내 생각을 읽었는지, 내게 허락을 구하고 에일라에게 대답했다.

쟁탈전 중에는 포털은 단 하나만 열린다. 그것이 샤이탄의 말을 요약한 결과였다.

그리고 샤이탄이 던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시스템의 알림을 곱씹었다.

"없다, 없다라...."

단탈리안, 71위 던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포털이 열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쟁탈전의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 지 생각해보면, 그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알겠다."

나는 한 가지 가설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그 가설을 확실히 하기 위해 바로 몸을 일으켰다.

"륜. 라임에게 모든 슬라임 드래곤을 모으도록 전해라. 내가 직접 나간다."

"네. 포털 설치는 어디에 하실 거예요?"

"공동 정중앙. 멀리 안 간다, 바로 털어먹을 거야."

륜은 아무런 의문없이 포털로 달려갔다. 륜이야 내 지시에 의문을 가지지 않고 무조건 신뢰를 하니 그렇다 치고, 나머지 넷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뭔가 다른 방법을 알아내신 겁니까?"

"어. 맞으면 바로 공략이고, 아니면 그냥 관망인데.... 별 상관없겠더라고. 어찌됐건 내 아랫놈들 다 밟아가는게 주 목적 아니냐."

64위부터 72위까지 모든 던전을 없애버린다면 하극상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72위 던전은 없애버렸지만, 그 모든 던전들을 일일이 쓰러뜨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고, 전부 다 때려잡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 나만 그런게 아닌 것 같군. 나처럼 아랫놈 밟으려는 양아치가 있다면, 윗대가리 모가지 뜯으려는 언더독이 있기 마련이지.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을테고."

"...아하, 그럴 수도 있겠네."

"죄송합니다만 무슨 말씀이신지."

샤이탄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건 에일라도 마찬가지. 태생이 높고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난 둘은 언더독의 심정을 모른다. 한 번도 빼앗겨 본 적이 없는 존재들이기에, 누군가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기에 생각해내지는 못할 터.

"그냥 간단한 거다."

나는 가장 아래에 수평으로 눕힌 손바닥을 한 계단 올렸다.

"위에서 내려가는 놈이 있으면, 아래에서 위로 치고 올라오는 놈이 당연히 있다는 얘기지. 샤이탄. 71위 던전이 열리지 않는다고? 그럼 70위, 69위 던전을 확인해봐라. 직접 열지는 말고, '열 수 있는지'알아보라는 거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샤이탄 또한 잠시 포털로 넘어갔다.

"에일라. 오크들을 맡기마. 혹시 적이 공격해오면 네가 직접 군대를 이끌고 가서 박살을 내버려도 된다."

"...주인님, 정말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너도 레벨이 상당히 올랐고, 뭣보다 병력 구성이 인간들보다 질과 양에서 좋지 않냐. 오크, 안드라스, 하피. 세 개의 종을 가지고 잘 활용해봐라. 앞으로 이 라스베가스의 수성은 너의 전담이 될 터이니."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지키도록하겠습니다."

에일라는 자리에서 한쪽 무릎까지 꿇으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그 표정이 너무나도 엄숙하여 덩달아 나까지 진지해질 뻔 했다.

"에일라 아리에스, 주인님의 명에 따라 목숨을 바쳐 이 도시를 지켜내겠습니다."

"미쳤냐? 목숨 걸고 지키게?"

나는 바로 에일라의 몸을 일으켜 볼기짝을 때렸다. 에일라는 갑자기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맞자 화들짝 놀랐고, 나는 손바닥을 세워 뺨 대신 에일라의 가슴을 좌우로 때렸다. 아프지는 않고 살짝 달아오를 정도로.

"아흑...!"

에일라는 내 체벌 아닌 체벌에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일단 맞기는 맞는데 왜, 그리고 어째서 이런 식으로 체벌을 당하는 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라스베가스의 영주라면 응당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 하나 있었다.

"이 도시 함락 될 것 같으면 어떻게 하라고 했지?"

"......포털로 도망을 치라는 말씀말이십니까?"

"당연하지. 죽을 것 같으면 튀어. 괜히 무게 잡으면서 예전처럼 '큿, 죽여라'같은 말 하지마라.  네가 그런 말을 할 때는 나랑 침대 위에서 그런 플레이 할 때나 하는 거다. 알겠냐?"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에일라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에일라를 위로하기 위해 봉긋한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다독였다.

"그래, 그래. 나에 대한 과잉충성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하마."

"주인님."

샤이탄이 그 사이 금방 확인을 하고 돌아왔다.

"70위, 세에레의 던전에도 포털이 열리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69위 데카라비아의 던전에도 포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68위는 가능하지?"

"...예. 68위, 벨리알의 던전에는 포털을 여는 것이 가능합니다. 혹시나 싶어서 확인한 결과, 64위부터 67위까지 모두 포털을 여는 것이 가능합니다."

내가 기습을 걸었던 72위 던전은 소멸했다. 그리고 71위부터 69위까지의 던전도 소멸했다.

"흐흐, 그렇구만. 역시 이름값을 하는 마족이구만."

"네?"

"그냥 헛소리다. 마저 헛소리하자면...그 이름, 계속 가져갔으면 어땠을까 싶기는 한데, 본인 스스로 이름을 바꾸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에일라! 뒷 일을 부탁한다."

나는 그레모리와 샤이탄에게 포털 너머를 가리켰다. 에일라는 당황한 눈빛으로 내 옆으로 달려왔다.

"주, 주인님...?"

에일라는 허벅지를 비비며 눈을 좌우로 굴렸다. 내가 터치를 하는 바람에, 에일라는 살짝 달아오른 것 같았다. 나는 에일라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던 손을 천천히 에일라의 속옷 안으로 밀어넣었다.

찌걱.

아주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빼내어 에일라에게 관청 건물을 가리켰다.

"오늘밤은 혼자 보내라. 멋대로 죽겠다고 한 벌이다."

"......."

라스에 중독된 이들에게 독수공방 만큼 효과적인 체벌말고 또 뭐가 있을까. 에일라는 세상 무너진 얼굴로 멍하니 있었고, 나는 샤이탄과 그레모리를 데리고 포털을 넘어왔다.

"짖궂으십니다."

"날짜 지나서 자정만 되면 바로 에일라 덮칠 거면서."

"당연하지."

오늘밤은 독수공방. 자정이 지나가면 내일밤이 되니, 바로 12시 00분에 침대로 들이면 부끄러워하면서도 좋다고 들어올 터. 마침 시간도 딱 적당한 때였다.

"주인님, 준비 끝났어요."

륜은 던전의 공동 한가운데에 슬라임 드래곤들을 이끌고 대기하고 있었다. 이미 기존에 진화시킨 슬라임 드래곤 1호기부터 3호기, 그리고 뒤이어 새롭게 소환된 슬라임 드래곤 4호기와 5호기. 도합 다섯 마리의 슬라임 드래곤들이 내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공격을 들어갈 준비를 하자꾸나. 잘 쉬었잖냐? 바로 다음 던전 털러 가야지."

"포털을 열 준비는 끝났습니다."

샤이탄은 자신의 아랫배를 가린 셔츠 단추를 풀었다. 하트 모양의 붉은 빛이 문신으로 반짝이고 있었고, 언제든지 내 지시에 따라 원하는 곳으로 포털을 열어 기습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다.

"준비는 끝났으니까 설명하도록 하지. 톡까놓고 말해서 71위 던전의 주인 단탈리안, 그가 70위와 69위를 깨뜨리고 이름을 빼앗았다. 단탈리안으로 시작해서 세에레, 데카라비아가 된 거야."

즉, 단탈리안이 위의 두 명의 뚝빼기를 깨버리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것이 내 가설이자 결론이었다. 마치 명단 외의 존재였던 내가 안드라스의 모가지를 꺾어버리고 안드라스 던전을 빼앗았던 것 처럼.

"륜이 그 때 옆에 있었지. 륜, 기억하냐? 타인의 던전을 강탈하였을 때의 조건을 기억하느냐? 셋이었지. 멀티, 서브, 그리고 마지막."

"'안드라스'로 등록하신다고 하셨던 거요?"

"그래. 그게 높은 등위로 올라가는 길이기도 하지. 물론 빈 자리에 새로운 안드로말리우스, 단탈리안이 생겨나게 되겠지만...."

과연 한 번 깨지고 난 뒤에 새로운 마물이 뉴비로 아레나에 들어와봐야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까. 이미 고인물들은 자신의 등급을 5성, 6성까지 맞추고 부하들을 온갖 고등급 고레벨 개체로 진화시켰을텐데.

"신경쓸 필요는 없다. 아래쪽에 방지턱 하나만 틀어막아놓아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테니.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공격할 던전은 이곳이다."

나는 바닥에 숫자를 그렸다. 간부들은 그 숫자와 내가 했던 말을 듣고 무슨 의미인지 대번에 파악했다.

"과연. 확실히 방지턱 역할을 하겠군요."

"그래. 원래 멀티 먹으면 입구 막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거든."

바닥에는 64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안드라스의 바로 아래 등위이자, <플라우로스>라는 이름을 가진 던전.

"우리 던전의 방지턱은 여기. 그리고 아래쪽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고 나면...."

"57위부터 62위까지 제거하면 되겠네. 걱정마. 57위 오세, 58위 아미 둘 다 나한테 몇 번을 털려서 질질 짜면서 돌아간 멍청이들이니까."

"그것 참 좋은 소식이군. 그럼 가자. 샤이탄, 포털을 열어라."

"예."

공동 바로 앞에 포털이 열렸다. 굳이 먼 곳에 설치하지 않는 이유는, 나와 나의 군단이 플라우로스를 상대로 승리를 확신하기 때문이다.

"가자."

륜, 라임, 그리고 슬라임 드래곤 다섯. 과거 그레모리 던전을 공략했던 필승조에 슬라임 드래곤까지.

거기에 나.

질래야 질 수가 없는 조합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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