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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156화 (156/800)

0015629일차 -------------------------

트랄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

랜슬롯에게 프란시스, 아니 기네비어를 잘 감시하라고 명령을 내린 나는 라스베가스로 돌아와 지시가 잘 이행되었는지 확인했다.

라스베가스의 주민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목책은 무너진 곳에 슬라임의 점액과 가고일의 돌조각을 맞춰 붙이는 것으로 보강 공사가 이루어졌다.

목책 주변에는 폭 2m 정도의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 바닥에 박힌 목책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진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토벌군. 그들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모조리 도망가버렸다. 진지는 그대로 내버려둔 채.

"전부다 튀었어? 한 명도 남김없이 싹 다?"

"네. 강물에 미약을 풀었던게 생각보다 효과가 컸었나봐요. 물건들에도 미약이 묻었다고 생각하는지, 아예 그냥 몸만 빠져나간 것 같다고 보고 들었어요."

안드라스는 다행히 야간에도 눈이 밝았다. 적이 진짜로 퇴각을 했는지 정찰을 하니 진지는 그대로 둔 채 사람만 빠져나갔다고 하더라.

"이거 먹고 떨어져라 이건가? 나야 나쁠 건 없지. 흐흐. 새벽이 되면 적진에 가서 챙길 거 다 챙겨오도록 하자. 안드라스들 보내. 레벨 오르면서 나름 지성도 생기는 것 같으니."

"네. 그러면 주인님, 저희...."

륜이 귀를 쫑긋 세우며 신호를 보냈다. 나는 륜을 번쩍 안아들고 내 어깨 위에 올렸다. 피묻은 로브는 마석을 바르니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왔고, 더이상 우리에게 위협은 없었다.

"히힛, 그럼 이제 저희 슬슬."

"그래. 때가 되었다."

"라스할 시간-"

"가챠할 시간이다."

"네?"

"뭐."

"......이거 안 하구요?"

륜은 스스로 귀의 아래에 손가락을 올려 두어번 들어올렸다. 1차 토벌군에 이어 2차 토벌군까지 승전을 이룩했으니, 떡이나 치자는 신호였다.

"어. 오늘은 패스. 나중에 하기는 할 건데, 지금은 가챠가 더 급해. 지금 쌀 것 같거든."

하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트랄이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떡칠 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다.

"꼭 지금 가챠하러 가셔야 해요?"

"물론."

"...그럼 주인님 가챠하시는 동안 제가 아래에서 방해 안 되게 해도 되나요?"

"......안 될 건 없지?"

스쿼트를 하며 떡을 치는 오크도 있는데, 가챠를 하며 떡을 치는 게 무슨 문제랴.

"그런데 륜아, 너 그러면 새로 소환되는 부하들 앞에서 대놓고 나랑 하는 거 보여야 하는데 괜찮냐?"

"물론이죠. 주인님. 주인님은 천 명이 넘는 인간들 앞에서 릴리랑 하셨으면서, 고작 30 정도 될 마물 앞에서 저랑 하는 게 부끄러우신 건 아니시죠? 혹시 새삼스러우세요?"

"당연히 아니지. 근데 그 놈들한테 네 몸 보이기가 싫어서 그렇지. 릴리야 뭐 본인이 OK 하기도 했지만, 나름 그래도 옷은 입혔다?"

"대놓고 다리 벌리셨잖아요."

"그거야 라스베가스가 그만큼 개방적이라는 의미에서.... 하아, 알았다. 어디 네 하고싶은대로 해라."

나름 열심히 활약한 만큼 륜에게도 그만큼 보상이 따라야 할 터. 내 정을 탐하는 것이 륜에게 있어 최고의 보상인 만큼, 나는 륜에게 내 아랫도리를 허락했다.

'지가 알아서 떠먹여준다는데 뭘.'

나는 그냥 가만히 서서 가챠에 집중하면 본인이 알아서 다 하리라. 륜은 가는 동안부터 하고 싶은지 급해보였지만, 나는 적어도 가는 동안은 할 생각이 없었다.

"가서 하자, 가서. 뭐가 그리 급해? 너도 혹시 강물 마셨니?"

"저희 간식으로 들고다니는게 슬라임 드래곤 젤리잖아요?"

"그렇긴 하지."

나는 륜을 안고 포털을 넘었다. 라스촌에 다시 진입하여 던전의 입구에 섰고, 륜을 잠시 내려 귀를 만졌다.

"햐응, 주인님, 저희 여기서부터-"

"아냐. 레벨 확인."

던전의 입구에서 륜의 귀를 만지자마자 바로 반응이 왔다. 륜은 몸을 부르르 떨었고, 내 앞에도 시스템이 부르르 떨며 나타났다.

<륜> Lv.52, ★★★☆☆.

"륜아, 너 처음에 여기 왔을 때 겨우 레벨 1이었던 거 기억하냐?"

"그 때는, 흐읏...."

륜은 성감대가 만져지는 것보다 과거의 어리숙한 시절이 더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혔다. 나는 한 손으로 시스템 콘솔을 만지며, 다른 한 손으로는 륜의 몸을 더듬으며 앞으로 걸었다.

"부하들 중에는 네가 제일 레벨 높네. 축하한다, 륜."

"그래도 그레모리보다는 낮잖아요."

"이 정도 성장세면 금방 넘길 걸? 물론 이후가 좀 고달프기는 하겠지만 어쩌겠냐. 나는 3년 동안 개고생을 해서 레벨 75까지 올렸는데."

"3년이요?"

아차.

"주인님 태어난 지 3년 밖에 안 됐어요? 세상에. ......주인님, 저 하나 소원이 생겼어요!"

"누나라고 부르라고 하면 안 해준다?"

"쳇."

륜이 내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듯, 나 또한 륜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24시간 중에 내가 다른 여인과 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항상 붙어있는 만큼 취향 정도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나이로 누나 어쩌고 저쩌고 할 거면 나중에 루나 오면 어쩔 거냐. 어? 종족마다 성인의 기준이 다른 법 아니냐."

"그럼 주인님은 성체면 외형이 어떻든 상관 없으신가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지."

잡담을 주고받으니 어느새 심처에 도착했다.

내 침실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공공장소나 가까운 던전의 중심부에는 몇몇 부하들이 오다니고 있었다. 그레모리 던전에 소환된 오크들은 수레에 막대한 양의 하피 알을 싣고 옮기고 있었다. 오크들은 나와 륜을 보고 경례했다.

"라스!"

"라스. 그거 어디로 가냐?"

"라스 베가스 인간들의 식량으로 불출된 식자재입니다. 그레모리 님께서 슬슬 정원이 찬다고 하시어."

"그래? 어서 가봐."

오크들은 마저 수레를 끌고 정문을 향해 이동했다. 나는 륜을 끌어당기며 작게 속삭였다.

"앞으로 라스베가스에서 먹고 자고, 여기는 그냥 출근 도장 찍으러 오자. 알겠지?"

"그게 낫겠네요."

던전 초창기야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는 너무 많은 부하들과 포로들이 오다니니 눈치가 슬슬 보였다.

부하들은 일하고 있는데, 그 일하는 길목에 군단장이라는 놈이 떡하니 여자를 끼고 놀고 먹기에는 상당히 보기 흉했다. 라스 베가스를 지켜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시간은 대략 자정. 하루가 꼬박 넘어가는 때였고, 제물의 관으로 귀환한 라스투자드는 나를 불안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자정부터 일을 시키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럼 륜, 슬슬."

"네. 주인님은 하셔야 할 거 하시면 돼요. 제가 다 알아서 해드릴테니까. 히힛. 어디부터 해드릴까요? 입으로? 아니면 앞으로? 그것도 아니면 오랜만에 뒤로?"

"셋 다. ...아니, 일단 소환서는 챙겨야지."

륜은 벌써부터 내 앞에 무릎을 꿇으려 했다. 나는 륜을 진정시키고 창고에서 소환서를 한아름 꺼냈다. 일일 임무를 최대한 거르지 않고 수행한 결과, 하루에 2개 가량은 꼬박꼬박 쌓였던 <마물 소환권>이 어느덧 창고에 한아름 가득했다.

"마침 갯수도 딱 50개네. 흐흐."

중간중간 전쟁 준비를 하느라 까먹은 날도 있었지만, 약 한 달 동안 모은 마물 소환권의 양은 상당했다.

'파종으로 부화시키는 것보다는 확률이 포르네우스 같지만 어쩔 수 없지.'

마지막으로 이걸 썼던게 언제였더라.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모처럼 소환을 하는게-

<일반소환> Lv.2

# ★★★★ 140%

"......?"

눈이 침침해졌나.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금 소환 확률을 확인했다.

<일반소환> Lv.2

# ★★★★ 140%

"......도와다오, 그레에몽!!!"

모르는 건 역시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야 했다.

* * *

4성 140%.

괜히 불안해진 나는 그레모리를 호출했고, 마침 마법 연구를 하던 메어리도 상황을 듣고 내 침실로 왔다. 나는 그레모리에게 내가 처한 상황을 알렸다.

"몰라, 뭐야 그거. 무서워."

"그치? 100%면 모르겠는데 140%잖아. 이거 분명 방사능 홍차 각이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엄청나게 위험한 가챠라는 얘기지."

틈만나면 1성짜리들을 몰아치는 가챠에서 140%가 나온다? 표기오류 이거나 뭔가 개수작이 들어있는게 틀림없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내 생각에는 이거야. 누군가가 소환진에 장난을 쳐놓았다."

"그럴 리가 없어. 소환 시스템은 솔로몬 님의 모든게 담긴 역작인 걸? 다른 거라면 모를까, 소환 시스템이 이상이 있을 리는 없다고."

"하지만 그 소환 시스템을 관리하는 자가 뭔가 수작을 부린 거라면?"

그레모리는 내 반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소환 시스템이라는 거, 결국에는 마왕이 각 던전에 공평하게 자기 마물들을 랜덤으로 뿌리는 거잖아. 마물 소환서로 아무나 파견해달라고 하면 마왕군에서 진짜 아무 마물이나 파견하지. ★짜리 슬라임부터 시작해서, ★★★★★짜리 마물까지. 그레모리 너도 그 분양받았다는 촉수 괴물, 할파스가 뽑기로 얻은 마물을 파견한 거 아니냐."

"그렇긴 하지."

"그런게 뭔가 규칙이 있는게 아니잖아? 여기 슬라임 메인 던전에 하피나 구울이 소환된 것 처럼, 정말 아무거나 소환 될 수 있는 거야. 그런데 그게 나 뿐만 아니라 72명이잖아. 그러면 그 시스템을 관리하는 자가 있지 않겠어?"

"그렇겠지?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자동화가 안 되어있지 않을까...?"

"그럼 만약에 어느정도 편법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특정 누군가가 소환하는 타이밍에 맞추어 지정된 고등급 마물을 파견하는 건 가능할까?"

"빙빙 돌리지 말고 본론만 말해. 하고 싶은 말이 도대체 뭐야?"

"...마왕이 나를 편애해서 4성 부하를 보내줄 가능성은?"

"푸하하하하하하!!"

그레모리른 배를 잡고 뒤집어졌다. 어찌나 목이 터져라 웃는지 듣는 내가 다 무안해질 지경이었다.

"그럴 가능성은 없지 않을까요. 특정 누군가를 밀어줄 거라면 애초에 이런 확률 시스템도 만들어 놓지 않았겠죠."

"그런가...."

"아하하, 하하.... 진짜 웃기네. 아, 오랜만에 진짜 너무 웃어서 배가 다 아플 지경이야.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망발을 지껄이는 거야? 솔로몬 님이 도대체 네 뭐가 이쁘다고?"

"잘 생겨서?"

"지랄하고 자빠졌네."

"......."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하긴, 남자인 솔로몬이 양성애자도 아닐텐데 내게 특혜를 줄 리가 없지. 좋아. 그럼 역시 시스템의 오류인 걸로."

"...저는 특혜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메어리가 손을 들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인류 연합과 마왕군의 전선에서, 어떻게 보면 저희는 후방을 급습한 셈이잖아요? 비록 남작령의 인구 2천도 안 되는 작은 소도시를 점령했지만, 저희가 토벌군을 두 번이나 막고 도시를 지켰어요. 그러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직접 뭔가 주지는 못하더라도 소환으로나마 지원을 해주려는게 아닐까요?"

"행복회로기는 하지만 너무 고깝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나은가...."

만약.

내가 생각하는 진짜 '가능성'이라면, 그것은 킹능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확정 가챠...."

"네?"

"그래. 지르자. 질러. 안 하면 소환 막히는데 죽도 밥도 안 되지."

아무리 가능성을 이야기 하더라도 결국 직접 부딪혀보지 않으면 답이 없었다. 시스템상 에러라면 에스투가 튀어나올 것이며, 에스투가 주는 선물이라면 분명 고효율의 무언가가 나올 터.

"얘들아, 일단 멀리 떨어져라."

나는 그레모리와 메어리, 그리고 처음부터 정말로 조용하게 내 물건을 귀두만 물고 입안에서 굴리고 있던 륜을 옆으로 떨어뜨렸다.

"하움, 왜요?"

"혹시나 모르잖냐. 만약에 그레모리네 촉수 괴물 같은게 튀어나오면 어떻게 되겠어?"

"......너는 잡아먹히고, 우리 셋은 그대로 촉수에 먹히게 되겠지?"

분신이 직접 당하는 걸 눈으로 봤으니, 그레모리 또한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 륜과 메어리 또한 내 엄한 눈에 조심스레 뒤로 물러섰다.

"주인님...."

"혹시나 위험하다싶으면 나 구할 생각하지말고 뒤로 튀어라. 알겠지?"

"네...."

둘은 의욕없는 얼굴로 물러섰고, 그레모리가 둘의 허리를 안고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혹시나 무슨 문제가 있다 싶으면 소환 시설을 향해 공격할 기세가 만발이었다.

"그럼 간다!"

나는 짧게 심호흡을 한 뒤, 소환 시설의 앞에서 마물 소환권을 찢었다.

"가챠아아아아!!"

위이잉.

소환 시설에서 보랏빛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곧 무지갯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역시 4성 확정인 듯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촉수 괴물처럼 명령을 어기고 날뛰는 폭탄 같은 존재라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때려 죽여야-

"흠흠, 반갑습니다. 던전의 주인이시여."

소환 시설에서는 보랏빛 머리칼의 오피스룩 여인이 나타났다. 머리에 난 산양의 뿔, 등 뒤로 난 박쥐의 날개, 그리고 장골에서 튀어나온 듯한 꼬리까지. 심지어 꼬리는 뒤집힌 하트 모양이었다.

얼굴부터 몸매까지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미모. 눈가의 눈물점만 없으면 흡사 에스투를 쏙 빼닮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 서큐버스는 담담한 얼굴로 은은하게 미소지었다.

"서큐버스 종 중에서도 감히 '마담'을 자칭하는 자, '샤이탄'이라 하옵니다."

"환영한다! 환영의 의미로 라스다!!"

나는 로브를 집어던졌고, 뒤에서 득달같이 달려든 세 여자에게 제압당했다.

젠장.

============================ 작품 후기 ============================

뉴페이스 등장.

뉴는 아니고, 그 서큐버스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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