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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144화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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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포털로 넘어온 지도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났다. 나와 륜은 즐거운 식사를 마쳤다. 아쉽게도 뚜껑을 따는 것에는 또 실패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했다.

"그러면 륜아, 내가 한 말은 잘 기억하지?"

"...한 번만 더 설명해주시면 안 될까요? 어느 분이 자꾸 귀를 핥아대서 전혀 못들었어요."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잘 들어라."

나는 륜의 귀에 대고 다시 속삭였다. 이번에는 직접 건드리지는 않았다.

"안드라스를 타고 하늘을 날아. 안드라스가 너 정도면 충분히 안고 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공중에서 정찰을 하면서, 적의 정찰대가 보인다 싶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다 쏴 죽여버려."

"네. 아까 놓친 거, 혹시나 다시 와도 바로 죽여버릴게요."

륜은 웃으며 살벌한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행여나 대규모 병력이 내려오게 된다면 바로 돌아와라. 내가 라스베가스에 있으면 바로 와서 얘기하고, 만약에 없으면 에일라에게 알려서 수성을 준비해. 어떻게 하는 지는 다 알지?"

"네. 주인님이 라스베가스에 오실 때까지 경계하는 거죠?"

"물론."

5분 대기조의 심정으로 나는 항상 대기하고 있다. 륜과 피크닉도 일부러 망루에서 하지 않았던가.

"지금부터 나는 다시 던전으로 돌아가야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네가 정찰을 해주면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을거다."

"네, 최선을 다할게요."

"그리고 가기 전에 꼭 하고 가야할 게 있다."

"뭔데요?"

나는 륜의 치마를 들쳐올렸다.

"입고 가라. 알겠지? 그럼 내려가자."

"......주인님, 저 하나만 부탁드리면 안 될까요?"

륜은 벌게진 얼굴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미, 밑에 있는 오크 먼저 올려놓고 내려갔으면 좋겠는데요!"

"나한테 이렇게 대놓고 보이는 건 괜찮고 그건 신경쓰이냐?"

륜은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륜의 아래를 눈으로 살폈다. 아래에는 하얀고 끈적한 무언가가 허벅지를 타고 줄줄 흐르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

나는 륜의 엉덩이를 손으로 쓸며 번쩍 들어올렸다. 륜은 내 어깨에 짐짝처럼 들렸고, 정확히 치마를 엉덩이에 붙인 내 손 덕분에 고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륜은 다리를 흐느적거리며 불만어린 제스쳐를 취했지만, 나는 볼기짝을 때려 그 반항을 제압했다.

"...이러면 어떻게 내려가시려고요?"

"대강하!"

나는 망루에서 펄쩍 뛰어내렸다. 아래에 있던 오크가 식겁을 하는게 느껴졌지만, 나는 수 미터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것에 망설이지 않았다. 나는 제법 멀리 뛰어내렸고, 나와 륜은 짚으로 천장을 덮어놓은 집을 향해 떨어졌다.

"주인님, 집이에요!"

"알아!"

우지끈!

내 다리가 떨어지는 곳부터 통나무가 무너졌고, 나와 륜은 집천장을 부수고 안전하게 2층에 착지하는데 성공했다. 몸에 먼지는 조금 묻었지만, 나는 륜의 아래를 사수할 수 있었다.

"륜아, 네가 팬티 안 챙겨와서 집이 무너진 거 아니냐."

"주인님. 그냥 부하 올리고 천천히 내려가도 되지 않았을까요...?"

"안 돼. 그럼 내려가다가 흘리잖냐."

"......그렇다고 집을."

륜은 어이없어하면서도 더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나는 무너진 2층 집의 서랍과 장롱을 뒤졌다. 이쪽은 부하들이 아직 털지 않았는지, 여성용 옷들이 몇 벌 그대로 정리되어 있었다. 나는 뽀송뽀송하게 세탁된 속옷 한 장을 집어들었다.

"입고 가라."

"아무리 그래도 인간이 입던 걸 입는 건 좀 그래요. 그냥 걸어갈게요."

"가다가 바람불면?"

"이렇게 하면 되죠."

륜은 낡은 긴팔 셔츠를 제 치마에 휘감았다. 설마 저 패션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나는 륜이 힘겹게 묶는 셔츠의 팔을 륜의 허리에 강하게 동여맸다.

"이러면 가는 중에 들키지는 않겠군."

"주인님, 이러고 정찰 나가도 되요?"

"안에 받쳐 입으면. 챙겨입고 포털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네! 히힛."

륜은 싱글벙글 웃으며 집을 내려갔다. 무너진 천장은 그대로였고, 나는 아무 망설임없이 륜을 따라 내려갔다. 어차피 이 도시는 내 것이었고, 주인없는 집이니 아무 상관이 없었다.

집은 나온 뒤, 나는 바로 포털로 향했다. 내가 포털로 넘어온 지도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났고, 나는 하서스와 라스투자드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나는 포털을 잠시 넘어가 구울들에게 안드라스를 불러오라 지시하고 다시 라스베가스로 돌아왔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륜이 쪼르르 달려와 내 손을 자신의 아래로 밀어넣었다. 명백히 천의 감촉이 느껴졌다. 굳이 이런 식으로 확인할 필요까지 있었나 싶기는 하지만.

"저를 부르셨다고요?"

내가 륜의 천 위를 손으로 살살 간질이는 사이, 안드라스가 포털을 넘어왔다. 나는 둘에게 다시금 정찰에 관한 주의 사항을 전달했다. 안드라스는 충분히 륜을 안고 하늘을 날아갈 수 있었다. 그 속도는 그 어떤 하피들보다도 빨랐다.

"그러면 이제 슬슬 처리도 끝났겠다, 나는 돌아가마. 그럼 둘다 잘 부탁한다."

"맡겨주세요."

"혹시나 뭐 나오면 바로 날아올게~"

두 명의 정찰병을 떠나보낸 나는 다시 포털을 넘어 던전을 달렸다.

크르르르.

하서스와 라스투자드는 지능이 뛰어난 개체답게, 적당히 뒷처리를 빅슬라임들에게 맡기고 대기하고 있었다. 두 명의 시체는 완벽하게 사라져 있었고, 기사와 마법사는 각각 두 구울의 피와 살과 진화를 위한 스택이 되었다.

"준비는 끝났네."

"<마물진화> 하서스(★★☆)를 진화시킵니다.

# 예상 결과 : ?? ?? (★★★)

# 진화 조건

1) Lv 35 달성 ( 35 / 35 )

2) ??의 시체를 섭취한다 ( 기사 / 기사 )"

"<마물진화> 라스투자드(★★☆)를 진화시킵니다.

# 예상 결과 : ?? ?? (★★★)

# 진화 조건

1) Lv 35 달성 ( 35 / 35 )

2) ??의 시체를 섭취한다 ( 마법사 / 마법사 )"

"녜."

두말하면 잔소리지. 나는 하서스를 먼저 소환 시설의 위로 밀어넣었다. 소환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랏빛 연기는 하서스의 몸을 흰 빛으로 감싸안았고, 나는 그 빛에 뒷걸음질로 물러섰다.

'설마 진화하자마자 그 짓을…?'

<알림> 앗, 하서스의 상태가...?

쿵.

흰 빛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 하서스는 기사답게 내게 무릎을 꿇었다.

<알림> 하서스가 구울 기사(★★★)로 진화했습니다.

구울이면서 안면을 가리는 풀풀레이트 갑옷이라니. 디자인은 판타지 특유의 날선 디자인이라기 보다는 십자군 전쟁에서나 볼법한 전신 체인 메일이었다. 심지어 허리에는 검은색 칼날의 장검이 들려있었다. 진정으로 하서스는 기사가 되었다.

"기사는 기사인데…."

디자인이 뭐라고 해야할까, 여러모로 방어력이 상당한 외형이었다. 말을 타고 다니면 진짜 기사라고 생각될 정도로, 하서스의 전신은 사슬 갑옷으로 가려져 있었다. 심지어 머리마저 그레이트 헬멧으로 가려져 있으니, 이걸 두고 누가 구울이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에일라보다 더 기사같다.'

에일라에게는 미안하지만 하서스 쪽이 더 진짜배기 같았다.

"좋아. 하서스는 일단 저쪽에서 대기. 다음."

나는 라스투자드를 소환진으로 옮겼다. 라스투자드는 하서스가 변한 것을 보고 손을 허벅지에 비비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라스투자드는 하서스를 멍하니 바라보며 칼질을 하듯 손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너 기사가 아니라 법사인데?"

크르륵, 크흑.

라스투자드는 실망했는지 팔이 아래로 축 늘어졌다. 분명 멋진 디자인은 아니건만 아무래도 구울들은 실용성에 가장 매력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실용성 하면 또 리치지.'

마법사는 던전 보다는 전장에서 더 활약할 수 있는 존재가 되리라. 더군다나 그레모리의 정보에 따라 흑마법까지 잘 배운 상태가 된다면, 정말 온갖 악랄한 짓을 다 해낼 수 있을 터.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나 파후우가 부르니, 명을 받들라!!"

파아앗.

<알림> 라스투자드가 구울 마법사(★★★)로 진화했습니다.

하서스 때와 마찬가지로 하얀 빛무리가 사라지며 라스투자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로브를 입은 구울은 30cm 정도 되는 작은 마법 지팡이를 든 채 내게 허리를 숙였다.

[라스투자드가 명을 받듭니다. 분노의 군주시여, 지시를.]

"오우, 3성값하네. 역시 법사."

이렇게나마 얘기를 할 수 있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덕분에 나는 궁금했던 것을 마음껏 물어봤다. 그리고 무엇보다고 궁금한 것, 과연 어떤 흑마법을 쓸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너 직업이 뭐냐?"

[네크로맨서 입니다만.]

"흑마법사? ...코일노바가 안 된다고? 아, 아직 리치 안 됐지. 그래, 이해하마. 그래서 네가 쓸 수 있는 마법은 무엇이냐?"

[인간의 시체를 구울로 만들어 조종할 수 있습니다. 구울을 강화하여 제 하수인으로 부릴 수 있습니다. 공격마법으로는 냉기를 조종할 수 있습니다.]

"흐흐흐흐. 내 그럴 줄 알았지. 그래, 구울은 얼마나 조종할 수 있느냐?"

[35명입니다.]

"...레벨당 한 명 꼴이군. 아니다, 35명이라도 어디냐."

언제나 그렇듯 마법을 활용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라스투자드 덕분에 우리의 던전은 더욱더 빠른 시간내에 강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35명의 구울, '누구를 구울로 만들어 어떻게 활용하는가'만 잘 생각해보면 될 일이다.

"라스투자드. 네가 오늘 바로 최대 35명이 되도록 구울로 만들었다. 그리고 만약 한 명의 구울이 죽는다면, 그 뒤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

[새로운 시체를 구울로 만들어 부릴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럴 경우에는 한 명밖에 더 구울로 만들지 못합니다. 저도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의 한계가 있습니다. 35명 이상으로는 만들지 못합니다.]

"그럼 만약에 35명을 구울로 만들었어. 그런데 그게 신원불상의 적에게 기습을 당해서 전멸했다. 그리고 새로이 35명의 시체를 구울로 만드는 데에는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

[한 명의 인간을 구울로 만드는 작업이 대략 5분 정도 걸립니다.]

"세시간에 한 타임이라는 얘기구만. 흐흐흐.

이걸로 모든 걱정이 날아갔다.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라스투자드야. 네 지정석은 이제 여기다, 여기."

나는 소환진의 바로 옆에 있는 제물의 관을 가리켰다. '마물을 제물로 바치면 경험치가 되는' 시스템. 진화를 위한 합성이 아닌 단순한 경험치만을 위한 제물이라면, 레벨은 중요치 않았다.

"흐흐, 세시간마다 35명? 걱정마라."

나는 생각만으로도 짜릿했다.

"내게는 800여구의 시체가 있으니."

왠지 모르게 라스투자드는 얼굴이 해골처럼 핼쓱해져있었다. 멍한 라스투자드를 제물의 관 앞에 놓은 나는 하서스에게 지시를 내렸다.

"네가 직접 가서 전해라. 에일라에게 목책 밖에 널브러진 시체들 시간당 12구씩 옮겨오라고."

안 그래도 마석 슬슬 간당간당 했는데 마침 잘 됐다. 아쉽게도 포로들은 이미 구울들의 피와 살이 되었다. 때문에 이제는 세 시간 마다 여기로 달려와서 폭풍 강화를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군단의 전력 강화를 위해서라면 이정도는 얼마든지 해낼 수 있었다.

[...분노의 군주시여, 혹시 저 지금부터 24시간 내내 구울을 만들어야 합니까?]

"이야, 역시 차세대 리치 답구나. 설마 벌써부터 네 운명을 직감할 줄이야. 그런데…."

나는 라스투자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구울이 설마 잠을 자야한다거나 휴식을 취해야한다거나 하는 말은 하지 않겠지? 노동 시간에 대한 배려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건데."

[.......]

라스투자드는 침묵했다. 내 옆에 다가온 하서스가 검은색의 칼을 검집에서 빼어들며 바닥을 향해 늘어뜨렸다. 나는 라스투자드의 어깨를 꾹꾹 눌렀다.

"우리 구울 마법사 양반, 어차피 이 세상에 태어난 거 그냥 구울로 끝낼 거야? 리치도 되어보고, 엘더 리치까지 가봐야지?"

[무, 물론입니다. 분노의 군주시여. 하, 하지만 저는 군주님의 말씀에 따르면 ★★★인 마물. 4성이라는 리치로 진화하기에는 ★이 모자라지 않습니까.]

"모자란 ★은 내가 마물합성으로 채워주마. 크흐흐."

[.......]

퇴로는 차단되었다. 라스투자드는 결국 포기해버렸고, 나는 라스투자드를 배려하여 15시간 정도만 일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농담이다. 나도 그렇게까지 가혹하게 시킬 생각은 없어. 하지만 인간들보다 조오금 더 일해야 하는 건 너도 알지?"

[예. 십분 이해합니다. 명을 받듭니다.]

라스투자드는 제물의 관에 서서 시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나는 혹시나 밖에서 구울들이 적의 침입 소식을 전할까 전전긍긍했다.

'그레모리가 내 시설을 사용 못하는게 아쉽구만.'

던전 내 시설은 던전 주인만 사용할 수 있는게 여러모로 아쉬웠다. 그게 맞는 것이기는 했지만, 아쉬운 만큼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야하는 법이다.

"그러면 도착하는 대로 바로바로 구울로 만들어라? 적당히 세 시간 뒤에 돌아오마."

인간들의 시체가 배달되고, 그것은 곧 구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라스투자드가 만든 구울들은 '마석의 역할'을 대신 하게 될 것이다.

"멋진 부하가 늘어나겠군. 전부 다 솔로몬의 마석으로 변해버리겠지만."

나는 시체들을 전부 경험치로 바꿀 생각에 흥이 절로 났다.

그리고.

제발 모든 시체를 소화할 때 까지 적이 공격해오지 않기를 나는 간절히 솔로몬과 여신에게 기도했다.

둘이 내 기도를 들은 걸까.

남작이 직접 이끄는 토벌군이 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 작품 후기 ============================

재활용은 철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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