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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143화 (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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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들이 전선에서 활약하며 전투 경험을 쌓는 동안, 나는 서브 던전을 통한 레벨링을 특정 개체에게 계속 몰아줬고 거기서 나오는 마석을 대부분 마물들의 경험치로 제공했다.

라임은 내 자식들을 레벨링하며, 두 명의 네임드급 마물도 함께 동원하여 서브 던전을 해치웠다. 딸들의 레벨도 상당히 오르긴 했지만, 라임이 내 지시에 따라 집중적으로 성장시킨 덕분에 두 하이 구울들을 적정 레벨까지 채울 수 있었다.

하서스 ★★☆, Lv.35.

라스투자드 ★★☆, Lv.35.

이제 둘에게 주어진 조건은 단 하나.

진화에 필요한 '특정 개체'의 시체를 하나 먹는 것.

그를 통해 다른 구울들과는 확연히 다른 존재로 탈바꿈 하게 될 것이며, 이미 나는 그레모리를 통해 둘이 어떤 존재로 진화하게 될 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역시 언데드는 데나리치지.'

하서스는 구울 기사가 될 것이며,

라스투자드는 구울 마법사가 될 것이다.

너무나도 노골적인 이름이었고, 실제로 구울 계열의 진화 테크트리는 '그 종족'을 쏙 빼닮아 있었다.

사자(死者)계열의 마물인 구울, 좀비, 스켈레톤 전부 다 ★★★에서 세부 분화가 이루어지며, 각각 기사 계열과 법사 계열, 그리고 아직은 충족하지 못한 악마 계열로 진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데나랑 리치만 있으면 됐지 뭘 굳이.'

데스 나이트 ★★★★.

리치 ★★★★.

혹시나 싶어서 그쪽 계열의 이름을 붙여놨더니, 진짜 그 쪽으로 진화하더라. 덕분에 아주 편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니들이 이제부터 던전을 지키는 중역이 되어야 한다 그 말이다. 알겠냐? 절대로 배신하면 안 된다?"

지금이라도 이름을 바꿔버릴까 진지하게 고민이 되었지만, 모처럼 부여한 이름을 굳이 또 바꾸기에는 미안했다.

'설마 오크인 나를 상대로 '썩시딩 유 로드'를 시전하지는 않겠지.'

다른 부하들보다도 가장 충성심이 강한 하서스가 설마 그럴 리가 있을리가. 지금까지 하서스가 얼마나 충성스럽게 내가 시키는 일을 해왔던가. 그리고 나도 하서스에게 섭섭하지 않게 시체도 많이 먹여줬다.

"니들 나같은 주인만나서 이렇게 진화하는 거지, 아니었으면 평생 나무나 캐다가 꼬라박히거나 제물로 마쳐지거나 그랬어. 그러니까 진화하고 나서도 더 열심히 해야한다. 알았지?"

크르륵.

두 구울들은 손을 높이 치켜들며 행동으로 대답했다. 진화는 최대한 빠르게 이루어져야 했고, 나는 잠시 정문 쪽을 훑었다.

크르르륵.

통로에는 하이 구울들이 파발마냥 서있었다. 혹시나 라스 베가스가 공격을 받으면 내게 곧바로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나는 진화를 준비하면서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후우...."

나는 하서스의 앞에 콧수염 기사를, 그리고 라스투자드의 앞에 안경 마법사를 내려놓았다. 둘 다 이미 죽은 시체였고, 둘은 구울 답게 몸을 들썩이며 내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잠깐 라스촌에 다녀오마."

둘 다 내 명령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의 지성은 있었다. 각기 하나씩 처리할 것이며, 나는 부리나케 라스촌으로 달려가 포털을 넘어왔다. 전력으로 달리니 불과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후우, 후우, 혹시 그 사이에 남작군 떴냐?!"

"주인님, 평화로워요. 어딜 그렇게 다녀오세요?"

광장 근처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륜은 헉헉대는 나를 향해 컵을 넘겼다. 나는 륜이 건넨 찰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미묘한 복숭아향이 나는 건 분명 륜이 준 물이기 때문이리라. 어쨌든 목은 축였다.

"언데드 둘 강화시키려고 집 좀 다녀왔다."

"도시 수비에 오크들만으로는 부족한가요?"

"당연하지."

사실상 나와 그레모리가 최대로 뽑아낼 수 있는 병력 수는 약 500이었다. 소속을 무시하고 단순히 종족으로 따져 수만 계산했을 때,

오크가 약 120명,

슬라임과 구울이 약 20,

하피종이 약 100명,

인간이 약 15명이었다. 라스촌의 주민들에

정도로 총합 260정도의 정원이 이미 차버렸다. 자잘한 숫자까지 일일이 계산할 것 까지는 없었다. 어차피 남은 숫자를 무엇으로 꽉꽉 채우느냐가 중요했으므로.

"륜아. 하피들이 싸우기에 최적화된 존재들이더냐?"

"...아뇨? 좀 힘들어 보이던데요."

"그래. 하피 엔젤로 진화하면서 날개가 등으로 옮겨지고 손에 발톱이 생겨난 것도, 진화하면서 자기 방어 수단을 갖추기 위함이지."

그러므로 하피들을 전장에 동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군단에서 가장 많이 부화할 수 있는 알이 하피종의 알이었다.

"최대한 하피 엔젤과 성인 안드라스를 동원할테지만, 확률에 기대어야 하는 만큼 많은 수가 나오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 빈 정원을 놀릴 수는 없지."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더 전력을 늘릴 방법이 없잖아요? 주인님이 마석으로 소환할만한 부하들이라고는 가고일 밖에 없는데, 가고일은 지금 죄다 투석기로 쓰고 있으시잖아요. 거기에...."

륜은 엄지로 정문을 가리켰다.

"남은 것들은 시키신 대로 전부 저기에 담벼락을 세웠고요."

"잘했다. 륜."

본래 라스 베가스의 정문이 있어야할 곳에는 깊은 해자가 메워져 있었다. 슬라임 드래곤을 통해 땅을 파고, 강물을 채워넣은 다음 가고일 조각들을 쌓아 참호를 만들었다.

"아직까지는 여러모로 부족해. 기병들이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 거리고, 인간들이 조금만 더 침착하게 공성을 하면 사다리를 타고 넘어오겠지? 아니면 우리가 했던 것처럼 목책을 부숴버리거나. 그러면 어떻게 되겠냐."

"시가전이 될 수도 있겠...잠시만요."

륜은 귀를 쫑긋 세워 까딱거렸다. 나는 눈앞에 아른거리는 륜의 발정 스위치를 눌러버릴까 잠시 고민했지만, 진지한 륜의 얼굴에 욕구를 억눌렀다.

"...말발굽 소리가 들려요. 수는 대략...다섯."

"정찰대군."

캉캉캉캉!!

망루의 오크가 열심히 철판을 두드렸다. 나는 륜과 함께 재빨리 망루로 달려가 위를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경장을 갖춘 기병 다섯이 목책 너머에서 우리를 훑고 있었다.

"저격할까요?"

"물론."

륜은 내 허가가 떨어지기 무섭게 활의 시위를 당겼다. 멀리서도 륜이 활을 당기는게 보였는지, 정찰대는 급히 기수를 돌려 북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륜은 숨을 죽인 채 움직이는 정찰대를 향해 바람 화살을 쏘았다.

새애애액----!!

바람 화살이 말의 무릎을 꿰뚫었다. 정찰병 하나가 말에서 고꾸라졌다. 그리고 하필이면 무릎을 다친 말이 그 위로 넘어지는 바람에, 정찰병은 그대로 말의 무게에 짓눌리고 말았다.

"하나."

륜은 아주 침착하게 두 번째 활 시위를 당겼다.

파-앙!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바람 화살이 다시 정찰대를 향해 날아갔다. 동료애가 강한 자가 급히 기수를 돌려 동료를 구하러 왔지만, 유감스겁게도 가죽갑옷 정도로는 륜의 바람 화살을 막을 수가 없었다.

철푸덕. 구하러 온 정찰병은 가슴에 바람구멍이 생긴 채 말의 위로 쓰러졌다. 구하러 왔더니 졸지에 무게를 더해버렸다.

"둘."

륜은 심호홉을 하며 다시 활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더이상 효과를 보기에는 힘들 것 같았다. 나는 그만하면 됐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 륜의 귓등을 손가락으로 잡았다.

"이쯤이면 됐다-"

"히얏?!"

새애액.

내가 말을 하는 타이밍에 딱 맞게, 륜이 세번째 화살을 쏘았다. 나 때문에 집중력이 살짝 흐트러졌는지, 바람 화살은 후미에 뒤쳐져있던 정찰대의 어깨를 스쳤다.

"미안하다, 륜. 방해를 했구나."

"......아니에요. 괜찮아요.'

륜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애써 괜찮은 척을 하고 있어서, 나는 망루를 지키던 오크에게 수신호를 보내어 아래로 내려가도록 만들었다.

"잠깐 둘이서 해야할 이야기가 있으니 내려가있어라."

"예, 군단장님."

오크는 바로 망루를 내려갔고, 좁은 망루에는 나와 륜 둘만이 남았다.

"내가 너를 믿지 못했구나. 그 사이에 더 강해졌어. 크흐흐."

"아무렴요. 히힛."

륜은 내게서 등을 돌린 채 난간에 손을 짚었다. 나는 륜이 바라는 자세 그대로 륜의 치마를 들어올렸다.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노팬티였다.

"너 이 녀석, 역시 아까 물에 뭐 탔지?"

"......제 마음을 조금 담았는데요. 히얏?!"

나는 로브를 옆으로 밀치고 바지를 벗어, 바로 륜의 앞에다가 물건을 집어넣었다. 전희없이 바로 집어넣는 바람에 물건이 사포로 쓰는 것마냥 따가웠지만, 어차피 금방 안에서부터 젖을게 뻔해서 그냥 그대로 박고 있었다.

"륜아, 저 넓은 대로가 보이냐? 남쪽에서부터 시작해서 목책을 따라 북쪽으로 나아가는 길이."

"흐읏, 네, 보여요."

륜은 질의 입구만 조이며 내 귀두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륜이 조금이라도 아프지 않도록, 상시 휴대하고 있는 수통에서 슬라임의 점액을 꺼내 내 물건에 덕지덕지 발랐다.

"주인님, 낮인데 이러시면 조금 곤란한데요."

"내가 하서스랑 라스투자드한테 점심시간 줬거든? 나도 점심시간 가져야지."

"그렇네요. 저도 밥 먹어야겠네요.... 히힛. 잘먹겠습니다."

륜은 엉덩이를 흔들며 아랫입을 조였다. 역시 예상대로 금방 안에서부터 젖어오기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야외에서 자주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인간들의 도시에서 하는 건 또 색달랐다.

"언젠가 나중에는 스피카 성, 아니 이 왕국의 수도에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곳에서 했으면 좋겠구나."

"흐으응, 그치만 주인님. 스피카 성 공략하는 데에 상당히 힘들 것 같던데요."

륜은 품에서 주섬주섬 종이 하나를 꺼냈다. 나는 허리를 앞으로 밀며 륜이 내미는 종이를 받았다. 내가 앞으로 다가간 만큼 륜도 뒷걸음질 쳤다. 금방 귀두가 막에 닿았다.

"이건 뭐냐?"

"주인님 오시면 드리려고 가지고 있던 거요. 에일라가 경비 초소 뒤지다가 발견했대요."

륜이 건넨 종이에는 남작의 직인이 찍힌 지시 사항이 적혀있었다. 자비야바에서 최소 400명의 장정들을 징집하라는 명령서였다.

"에일라 말로는 여기서만 400명이면, 적어도 본대는 천을 훌쩍 넘길 거래요. 그러니까 어제 저희가 잡은 인간 부대가 어쩌면 선발대 정도 일 수 있다고...."

"아무렴. 아무리 남작령이라도 기사 한 명만 보냈을 리가 없지."

전 대륙이 전쟁중인 지금, 마왕군을 토벌하러 간다는 징집 명령을 거부하는 미친 놈은 이세상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때려잡은 천 여명의 병사들하고도 또 천 여명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그 이하라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남작에게는 자발적 지원군이 있었다.

"모험가들이 동원될 수 있다. 남작이 쿨하게 대규모 토벌단을 구성할 수 있어. 천 명이 행방불명됐잖냐. 아오, 여전히 드럽게 단단하네."

아무리 찔러도 뚫리지 않는다. 그냥 선천적으로 질이 얕다고 생각하고, 나는 막을 질끝이라 여기며 허리를 살살 흔들었다. 밤처럼 강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바람이 솔솔 부는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하는 것도 제법 운치있었다.

"그래서 륜, 내가 너에게 정말로 중요한 임무를 맡기려고 하는데 괜찮겠냐?"

"뭔데요? 주인님 씨받이?"

"그것도 중요하기는 한데, 전쟁에서 제일 중요한 임무라고 할 수 있지."

나는 륜의 골반을 붙잡으며 상체를 숙였다. 여전히 살이 닿아 완전히 숙이기는 힘들었지만, 륜은 알아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정찰."

나는 륜의 귀를 베어물며 귀에 속삭였다.

* * *

로브의 오크가 하이엘프와 함께 망루에서 점심 식사를 하던 그 시각.

스피카 성의 영주관저에서도 한창 식사가 진행되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스프와 빵, 그리고 약간의 채소가 곁들여진 식사는 스피카 성의 재정 상태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척도였다.

서걱, 서걱.

남작과 함께 식사를 하는 기사들은 영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양은 턱없이 부족했고, 심지어 그 질마저 좋지 않았다.

"영주가 되어서 반찬 투정이나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오늘은 꼭 해야겠어."

비르고 남작은 나이프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를 하다말고 일어난 남작은 나이프를 빙그르르 돌리며 집사장에게로 걸어갔다.

"집사장. 나는 그대에게 분명 식사에 신경을 쓰라고 하였네. 예산도 일부나마 조금 늘렸지. 그런데 식사가 왜이리 부실한가?"

비르고 남작은 빵부스러기가 묻은 나이프로 집사장의 목을 겨눴다. 집사장은 자비야바가 오크들에게 점령된 것에 드디어 남작이 돌아버렸구나하고 침을 꿀꺽삼켰다. 미친 년이라고 해도 입 한 번 뻥끗하는 걸로 제 목을 날릴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 그게, 자비야바에서 오기로 한 식자재가…."

"자네는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건가? 내가 파악하지 못한 던전에서 나온 괴물들이 자비야바를 점령해서 식재가 오지 않았다? 아니지, 아니야. 궁극적인 이유는 따로 있지 않나."

남작의 나이프가 집사장의 목을 살짝 찔렀다. 끝이 뭉툭하여 다칠 리는 없었지만, 분명 대놓고 죽이겠다는 위협을 하고 있었다.

"영주님, 아무리 그래도-"

"자네가 중간에서 착복을 해서 그렇지. 안 그런가?"

"......예?"

집사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남작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선대 시절부터 일해온 자네가 가문의 재산을 몰래 착복할 줄이야. 실망이 크군. 허나 덕분에 나는 큰 힘을 얻었어. 그에이 경."

스릉.

그에이가 칼을 뽑아들며 남작을 대신해 집사장의 목에 칼을 겨눴다. 식기와는 확연히 다른 날선 진검이 집사장의 목을 살짝 찔렀다.

"자네의 재산은 몰수야. 그리고 그 재산은 용병을 고용하는데 쓰지. 그 추악한 욕망이 영지민을 위해 쓰이게 된 게 참으로 아이러니군."

"저는 억울-"

뎅-겅.

식당에 피분수가 튀었다. 남작은 볼에 튄 붉은 피를 소매로 닦은 뒤, 몸을 돌려 가신들에게 예를 표했다.

"미안하네.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라 미리 설명할 시간이 없었어. 파이즈 경, 자네는 당장 집사장의 집으로 가서 수색하시게. 금화와 마석으로 모아뒀을테니 분명 어딘가에 숨겨뒀을 것이야."

"주군, 도대체 이건…?"

"라마티오 경의 복수를 해야하지 않겠는가. 자네가 찾은 우리 영지의 재산은 용병을 고용하는데 쓰일 것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예!"

기사 파이즈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다른 가신들도 식사가 끝났음을 깨닫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르고 남작은 테이블에 손을 올리며 선언했다.

"남작령의 모든 힘을 긁어모아 자비야바를 탈환하고 던전을 토벌하겠다. 그리고…."

남작은 안경을 벗었다.

"정찰대가 돌아오는 즉시 자비야바 탈환군을 구성한다. 내가 친정하겠다."

남작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막대한 영지민들이 너도나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참고.

비르고는 처녀자리의 영칭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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