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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137화 (137/800)

0013724일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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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성인 남자와 일반 성인 오크가 붙으면 오크가 이긴다. 오크 특유의 체격은 성인 남자를 압도적으로 상회한다.

하지만 잘 훈련된 인간 병사와 일반 성인 오크가 붙으면 병사가 이긴다. 근력에서는 다소 밀릴지 몰라도, 병사들이 마물을 대처하는 훈련의 가상의 적이 대부분 오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잘 훈련된 인간과 오크 병사들의 싸움은 어떻게 되는가. 그때부터는 훈련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인간은 오크를 기술로 이기려들고, 오크는 힘으로 인간을 찍어누르려 하기 때문. 결국 누가 더 정예병이냐에 따라 전투도 전쟁도 승패가 결정난다.

그리고, 그 모든 가정은.

"그라아아아아!!"

압도적인 힘 앞에, 모두 찢겨나간다.

퍼억.

말위에 앉은 기병의 쇄골에 도끼 하나를 박는다. 목덜미에 도끼를 박고, 다른 도끼를 어깨 위로 넘긴다.

"으아악!"

기병은 괴성을 지르며 검을 들어올렸다. 목에 도끼가 박혔음에도 검을 든 건 칭찬할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도끼는 두 개다. 나는 박아넣은 도끼를 지지대삼아, 다른 손의 도끼를 횡으로 그었다.

서걱--!!

피분수가 튄다. 문신 덕분에 붉어진 세상이 더욱 붉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역한 피냄새가 코를 찌른다.

"으아악!"

구덩이에 빠진 기병 하나가 말을 버리고 구덩이 위로 도망쳤다. 병장기를 모두 버리고 제자리에서 점프해 땅 위로 올라가려했다.

어딜. 나는 발로 시체를 걷어차 도끼를 빼냈고, 그대로 뒤로 넘긴 도끼를 앞으로 내던졌다.

푸욱-!

흙벽에 도끼가 박혔다. 기병의 팔뚝이 중간부터 날아갔고, 기병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으아악, 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이 여간 시끄럽다. 나는 얼굴에 묻은 피를 팔로 닦아낸 다음, 기병에게 다가가 목을 짓밟았다.

우둑.

병사의 목뼈가 부러지는 진동이 내 군화를 타고 전해졌다. 나는 피가 철철 흐르는 도끼의 자루를 잡고 벽에서 빼냈다.

"흡!"

나는 두 도끼의 날을 턱에 걸고 제자리에서 점프했다. 한 번에 2m는 훌쩍 넘는 턱을 넘었고, 나는 참호를 빠져나와 전장을 살폈다.

카앙, 카앙!

곳곳에서 인간 병사들과 내 부하 오크들의 전투가 이어졌다. 질적으로는 내 부하들이 훨씬 더 높았지만, 유감스럽게도 머릿수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으아아악!"

"죽어, 이 괴물들아!!"

인간들은 악다구니를 쓰며 오크들에게 검을 휘둘렀다. 나는 그들의 얼굴에서 왠지 모르게 내가 죽였던 경비병들과 닮은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과연."

기사는 죽었어도 자신들의 땅은 지키겠다는 건지, 인간들은 한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나 또한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

"여긴 내 땅이다---!!"

내가 점령하였으니, 이제부터는 나의 땅이다. 나는 양손에 도끼를 꼬나쥐고 앞으로 걸었다.

"트리스탄, 구덩이에 있는 인간 놈들 확인 사살! 나머지는 전부 각자 구역을 맡아! 뚫리지 마라!"

반달 모양의 방어선이 뚫리는 즉시, 골목으로 적 병력이 돌아와 방어선의 뒤를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최전방에서 인간 병사들과 싸우다 경상을 입거나 지친 오크들이 늘어만 갔다. 그에 따라, 나는 각 구역의 오크 부대들을 교대시켰다.

"아더, 가레스와 교대! 랜슬롯, 후방으로 빠져라! 분대원이 지쳤다!"

나는 내게 달려드는 병사의 손목을 도끼로 날렸다. 검이 바닥에 꽂혔고, 반대쪽 도끼를 수평으로 들고 상체를 숙였다.

서걱!

병사의 두 발목이 잘려나갔다. 그는 자세가 무너졌고, 내 어깨를 향해 무너지는 병사를 팔로 밀쳤다.

"후우우."

아직 도끼는 더 사용할 수 있다. 기사는 죽였고, 기병들은 참호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했다. 나머지는 오합지졸인 병사들 뿐.

전부다 죽인다는 각오로, 계속해서 싸운다. 나는 도끼를 반대로 겹쳤다. 도끼자루의 양끝을 손으로 꽉 붙잡고, 나는 야구의 번트를 하듯 전방으로 달렸다.

"내 뒤를 따라와라, 아더!"

내 고함에 아더의 분대가 전방으로 뛰쳐나왔다. 내가 달려드는 순간부터 인간들은 뒤로 주춤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두 도끼를 양날도끼처럼 만들어 휘둘렀다.

서걱!

방패를 든 병사가 있으면 방패 째로 쪼개버렸다. 검으로 막으려는 병사가 있으면 검을 튕겨내고 목을 그었다.

"죽어라, 이 괴물아!!"

병사의 겨드랑이 사이로 날카로운 창이 내 심장을 노렸다. 맞아도 죽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카앙!

아더가 방패를 세워 창을 빗겨냈다. 나는 내가 죽인 병사의 투구를 잡고 옆으로 던진 다음, 창을 찌른 병사에게 도끼를 집어던졌다.

퍼--억.

도끼의 날이 정확히 병사의 미간을 갈랐다. 내 손에는 피묻은 도끼 자루만 있었다.

"고맙다, 아더!"

나는 자루를 곤봉처럼 잡고 옆에서 달려드는 병사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도끼 자루가 박살이 나는 바람에 죽이지는 못했지만, 아더의 분대원들이 검을 들고 찔러 마무리를 했다.

"군단장님, 도끼가!"

"괜찮다!"

애초에 이 도시의 무기창고에는 내 힘을 견뎌낼 수 없는 무기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남은 도끼를 한 손에 들고, 방금 죽은 병사에게서 방패를 빼앗아 들었다.

"무기는 널린게 무기 아니냐!!"

나는 방패를 들고 앞으로 달렸다. 내게 창을 찌르려던 놈의 창을 튕겨낸 뒤, 노출된 무릎 옆으로 도끼를 때려박았다.

"아아악!"

오금에 도끼가 박혔고, 병사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나는 자세가 무너진 병사의 얼굴을 향해 방패를 수평으로 들었다.

콰득!!

목이 방패에 찔린 병사는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졌다. 라운드 실드가 아니었다면 방패에 목이 찔려 죽었을 것이다.

푹, 푸욱.

어차피 뒤따른 분대원들의 검에 찔려 죽었지만. 나는 병사에게서 도끼를 빼내며 호흡을 골랐다.

"후우."

정문으로 들어온 병사들도 꽤 많은 수가 줄어들었다. 내가 호흡을 고르는 사이, 다른 오크들도 호흡을 골랐다.

"멍청하게 벌써부터 뒤진 놈 있느냐--!!"

"""없습니다!!!"""

내 호령에 부하들이 화답했다. 전투가 시작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오크들은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좀 깊게 찔린 놈들은 있지만.'

얼핏 눈으로 확인한 중상자는 열. 그 중 대부분이 아쉽게도 륜의 분대원이었다.

'너무 많이 싸서 전투력 손실이 일어났구만.'

정작 가장 많은 공적을 올리고 있는 분대는 륜의 분대임에도 불구하고. 물론, 그 공적의 대부분은 륜의 성과였다.

파바바박!

망루 위에 숨어있던 륜은 목책 너머,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병사들을 향해 무차별 난사를 감행하고 있었다. 방패로도 막을 수 없는 바람 화살은 그야말로 원샷 원킬. 내가 때려잡은 병사들보다 더 많은 병사들을 사살했을지도 모른다.

'분대장과 분대원이 떨어져있으니 분대원들이 크게 다친 거지.'

"아더. 몸은 괜찮냐?"

"군단장님, 저는 더 싸울 수 있습니다!"

"그래, 더 싸울 수 있는지 물어본거다!"

아직 죽여야할 병사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전부 다 죽이면 근 800은 족히 넘을 인간들이었지만, 기사를 제외하면 그닥 위협적인 병사들은 없었다.

"으, 으으, 으아아!!"

제법 어려보이는 젊은 병사가 엉덩방아를 찧고 뒷걸음질 쳤다. 갓 군대에 들어간 젊은이처럼 보였고,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도끼 자루를 꼬나쥐었다.

"다음 생에는 더 강한 자로 태어나거라."

아니면 나를 죽일 수 있을만큼 강하게 태어났거나. 나는 도끼를 높이 치켜들었다.

"으아악!"

젊은 병사는 눈물을 흘리며 내게 검을 겨누고 달려왔다. 정확히 내 눈을 노리는 검격이었고,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래, 와라!"

나는 청년을 일격에 보내주기 위해 도끼를 들었-

피융.

청년의 머리에 바람 구멍이 생겼다. 나는 도끼를 들어올린 상태로 무안해졌다.

V.

륜은 바깥에 난사를 하면서도, 안쪽으로 몸을 돌려 나를 지원할 정도였다. 굳이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도움을 받았으니 보답은 해야할 터.

나는 혀를 두 어번 내밀었고, 륜은 내 신호에 싱긋 웃었다.

"아주 그냥 제일 열심히 쏴대는구만."

딱히 전공을 세우면 보상을 주겠다고 하지도 않았건만. 그래도 저리 열심히 하니 보상으로 한 발 쎄게 넣어줘야겠다.

'전투 가능한 오크들은 이제 60. 하지만 아직 인간들은 400명 가까이 남았다.'

눈으로 대충 훑어봐도 알 정도였다. 오크들은 이미 상당히 지쳐있었고, 인간들은 도망칠 궁리만 하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할 차례였다.

"역시 엔딩은 폭발이지."

나는 륜의 반대쪽 망루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 전투의 시작부터 끝까지, 가만히 숨어서 대기하고만 있던 붉은 머리의 여인이 몸을 일으켰다. 중세 판타지에서 전쟁의 꽃이라고 할 수있는, '마법사'.

"그레모리! 사이오닉 스토오옴!!"

"그런 마법 없거든?"

그레모리는 뚱한 얼굴로 하늘을 향해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파지지직!

"이건 체인 라이트닝이라고!"

막대한 양의 전격이 그레모리의 지팡이에서 뿜어져나왔다. 번쩍하는 소리와 함께, 목책 너머의 인간 병사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으, 으아, 으아악!!!"

원소술사의 존재에 병사들은 공포에 질려 도주하려 했다. 하지만 륜과 그레모리가 만든 시체의 산 덕분에, 그들은 빠져나가려면 시체를 밟고 도망가야했다.

퍽, 퍽퍽!

밟고 도망가더라. 그리고 아직 도망가지 못한 이들은 울면서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돌덩이나 마법이 떨어지면 다 같이 죽는 걸 알면서도, 그들은 서로 딱 달라붙어 결사항전을 하려고 했다.

"후우-"

나는 한 차례 호흡을 고르며-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는 자는 살려주마---!!"

상식에 따르면 마족이 내뱉어선 안 될, 투항권고를 선언했다.

* * *

늦은 오후.

중상을 입은 오크 20명을 포털을 통해 후방으로 보낸 나는 포로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광장에 묶어둔 50명의 남자들은 밧줄로 손이 묶인 채 내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기를 버린 건 잘했다. 안 그랬으면 싹다 뒤졌을테니까."

내가 투항 권고를 내렸던 순간에 남아있던 적들은 약 200여명을 훌쩍 넘겼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마왕군의 기만책이니 뭐니, 살아봤자 제물이 되어 죽을 거라느니 끝까지 싸우자고 선언했다.

"너희 포로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우리 군단의 노예가 되거나, 아니면 이대로 죽거나."

진짜 마왕군을 상대했다면 멋드러진 결사의 항전이 되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런 마왕군이 아니었다. 우리 군단에 들어올 자들이라면 설령 여포같은 존재라고 하더라도 환영이었다. 여자 여포면 더 좋고.

"물론 너희들은 본디 농사를 짓다가 끌려왔거나, 그저 굶주린 배 좀 채워보려고 군대에 들어갔겠지. 누가 원해서 들어간 놈 있겠냐. 하지만 이유가 어떻든, 우리 군단을 향해 칼을 들이민 건 용서할 수 없다."

일일이 사연을 들어줄 시간은 없다. 나는 그들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우리 군단의 일원이 되겠느냐, 아니면 동료들과 함께 뼈를 묻겠느냐?"

나는 항복한 이들을 향해 다시금 선택지를 줬다. 과연 몇이나 우리 군에 들어올 지 궁금하기도 했다. 고작 오크 100여명이 전력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군단에 인류 연합을 배신하고 들어올 자가 몇이나 될까.

"군단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자는 왼쪽, 죽고자 하는 놈들은 오른쪽에 서라. 3분 주마."

병사들은 쭈볏거리며 웅성거렸다. 서로 아는 이들은 지인을 잡아당기며 함께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일단 살고 보자 속삭이거나, 죽어도 마족의 아래에서는 살 수 없다며 완강히 나오는 이들도 있었다.

3분은 금방 지나갔고, 오크들이 가운데에 서서 검을 빼어들었다. 죽기로 한 이들은 의연하게 서있는 자도 있었고, 공포에 질려 울어대는 이도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갔네.'

살아서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사람의 수는 고작 스무명이 채 되지 않았다. 나머지 서른 가까이 되는 인간들은 인간으로서 죽기를 바랐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생명이 질기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지. 가레스!"

"예."

"포로들을 데리고 포털로 넘어가라. 그리고 그레모리 던전에 있는 '양계장'에 투입시켜."

"만약에 그것조차도 저항하면 어쩌면 좋겠습니까?"

"그때는 진짜로 이거지."

나는 손날로 목을 그었다. 시체 처리는 이곳 라스 베가스에서 하기는 귀찮았고, 던전에서 하면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자, 가자."

가레스가 분대원들과 함께 포로들을 이끌고 포털을 넘어갔다. 그들은 이제 전부 '좋아서' 죽거나, 아니면 마지막 구명줄까지 거부하고 죽을 것이다.

"...나참, 이건 뭐하자는 건지."

옆에 있던 그레모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는 그레모리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쳤다. 분신이지만 최근들어 몸매 관리에 신경을 쓰는지 이전보다 탱글탱글했다.

"네 덕분에 식량도 마음껏 모을 수 있지 않냐. 고맙다."

"고마우면 다른 걸로 해야지. 지금 우리 던전이 완전 라스판인 거 알아? 새들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죽겠어 아주."

"흐흐, 좋잖냐. 덕분에 계란도 엄청나게 얻고."

그레모리의 던전 내 '양계장'. 나는 마석들을 동원하여 조류계 마물들을 마구잡이로 소환했고, 그들을 전부 그레모리 던전에 <파견>하여 초거대 자원 생산 시설을 마련했다.

'그냥은 죽일 수 없지.'

골수까지 빼먹고 보내줄 것이다. 나는 그들이 내 군단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기를 바라며, 그레모리를 데리고 나의 저택으로 향했다. 그레모리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메만졌다.

"이거 본체로 오는게 훨씬 더 나을 것 같은데...."

"오늘은 분신으로 만족해라."

나는 그레모리의 엉덩이를 쥐어 뜯으며, 나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이미 방안에는 하얀 실크 드레스를 입은 륜과 에일라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습이 있을수도 있기는 한데, 일단 오늘은 승전을 즐기자."

나는 로브를 벗어 현관문에 대충 던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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