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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130화 (130/800)

0013023일차 -------------------------

파후우의 돌격은 굉장했다.

금방이라도 부딛힐 것 같았으나, 마침 파후우가 달려가는 방향의 목책이 갸우뚱 기울었다. 파후우는 비스듬히 기운 나무 기둥을 밟으며 뛰어올라 길을 열었다.

우오오오오오!!

분노의 군단, 줄여서 라스단의 오크들은 곤봉을 움켜쥐고 주인의 뒤를 따랐다. 그레모리 던전을 공략할 때도 선봉에는, 적진 한가운데에는 주인이 있었다.

쾅, 쾅쾅!

타워실드 위에서 신나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파후우의 모습은 오크들의 귀감이 되었다. 전투 방식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할 수 있으나, 적어도 그 누구보다 앞에 서서 무기를 휘두르는 모습은 부하들의 모범이 되었다.

"머리를 으깨버려라---!!"

아더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뒤따르던 10명의 오크들이 경비병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에 경비병은 창을 꼬나쥐었고, 뒤에 있던 민간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젠장, 죽여! 사수해!"

"빨리 도망쳐!"

경비병들은 방어선을 사수하면서도 오크들의 진격로 앞에 있던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다. 설마 큰 문제가 생기겠냐며 집으로 들어가지 않던 이들은 바로 오크들의 진격에 노출되었다.

"꺄아아악!! 아아아...악?"

"우오오오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민간인들은 자신들을 스치고 지나가는 오크들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인류만 보면 무조건 죽이는 마왕군이 바닥에 쓰러진 먹잇감을 피해 병사들과 싸우러 가는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뭐, 뭐야!"

"방패 들어 씨발!"

그에 따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경비병들이었다. 오크들은 민간인들을 피하고 안되겠다 싶으면 옆으로 밀치며, 칼과 창을 든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퍼억!

오크들의 나무 곤봉이 경비병의 방패를 때렸다. 경비병은 정신이 아뜩해졌지만, 다행히 상대는 그리 강한 존재가 아니었다.

"이 새끼들 다 약골이야! 이길 수 있-"

퍼억!

관자놀이에 나무 곤봉이 후려쳐진 병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더는 곧장 병사에게서 날카롭게 벼려진 칼을 뽑아들었다.

"형제들이여!"

아더는 파후우로부터 전해받은 명령을 소리쳤다.

"그대들의 무기는 그대들이 직접 구하라!!"

아더는 정면에서 달려드는 병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에일라로부터 전수받은 명망있는 귀족가의 검술이 오크의 손에서 펼쳐졌다. 유려하고도 화려한 검술에 병사는 넋을 잃었고, 목숨도 잃었다.

뎅겅.

아더는 병사로부터 나무로된 라운드 실드를 빼앗았다. 방패를 위로 들어올리지 않았다면, 아마 망루에서 쏜 화살이 아더의 목덜미를 꿰뚫었을 것이다.

파바박!

아더가 들어올린 방패에 화살이 푹푹 꽂혔다.  덕분에 아더가 자신의 아래로 잡아당긴 부하는 목숨을 구비할 수 있었다.

"방패를 빼앗아! 곤봉으로 오금을 후려쳐! 그리고 머리를 때려! 가급적 장비를 손상시키지 마라!"

파후우는 말했다. 자비야바를 습격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물자의 확보라고. 보급을 위한 음식과 무장을 위한 장비를 현지에서 조달한다는, 무대포같은 작전이 기습을 통해 먹혀들기 시작했다.

쿵, 쿵쿵쿵!

저멀리서 둔탁한 소리가 허공을 울렸다. 아더와 부하들은 전신의 피가 끓는듯한 고양감이 들었다. 오크들의 눈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고, 전신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라아아아스으!"

"""라아아아스으!!"""

아더의 선창에 부하 오크들의 따라 외쳤다. 광기마저 느껴지는 오크들의 함성에 경비병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젠장, 이 미친 괴물들이!"

"하나하나는 약해! 쎈놈을 조심해! 칼이랑 방패 빼앗기지마!"

오크들에게도 십장이 있듯 경비병들도 간부들이 있었다. 그들을 총괄하는 경비대장이 지금 파후우에 의해 드럼이 된 만큼, 간부들이 경비병들을 이끄는 게 중요했다.

"사람들 도망칠 때 까지 버텨! 정문의 녀석들이 올 때 까지 버텨!"

"우오오오오!!"

아더가 간부를 향해 달려들었다. 검을 높이 치켜들고 아래를 내리찍자, 간부는 방패를 들어올리며 막으려 했다. 아무리 오크라도 간부의 힘과 방패는 충분히 공격을 흘려낼 수 있었다.

서걱!

그리고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은 순간은 이미 팔이 방패째로 잘려진 다음이었다.

"으, 아아아악!!"

뎅겅-!

아더는 검을 수평으로 그었다. 간부의 목이 하늘로 날았고, 아더는 자신의 몸으로 튀는 피분수를 몸으로 받았다.

"크르르...!"

아더의 눈이 더욱 붉어졌다. 주변에는 겁에 질린 경비병들과 놀라 자빠진 민간인들밖에 없었다.

본능은 저것들을 당장에라도 죽이라고 말하지만, 아더는 흥분했을지 몰라도 이성을 잃은 건 아니었다.

쿵쿵 쿵! 쿵쿵 쿵!

저 북소리.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북소리는 몸은 뜨겁게 달구었지만, 이성은 차갑게 유지시켜주었다. 아버지, 군단장인 파후우가 전장 전체를 향해 포효하는 것 같았다.

"모두-!!"

아더의 외침에 뛰쳐나가려던 오크들이 제자리에 멈췄다. 그들 또한 고양감에 고취되어 폭주하기 직전이었다.

"민간인은 건드리지 않는다!! 우리가 잡아야 할 것은 무기를 든 적이다--!!"

아더가 목청껏 외쳤다. 그 소리는 아더 뿐만 아니라 다른 간부급 형제들에게서도 울려퍼졌다.

"무기든 놈들을 전부 죽여---!!"

"으아악!!"

아더의 외침에 겁에 질린 경비병은 비명을 지르며 방패를 들었다. 아더가 방패를 든 손을 옆으로 걷어차고 목을 베기 위해 칼을 높이 들어올린 순간, 경비병은 생존에 대한 본능으로 소리쳤다.

"항복--!!"

마왕군, 마물을 상대로 통하지 않는 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경비병은 죽기 싫었고, 당연히 살고 싶었다.

"......?"

상대가 검으로 자신을 죽이지 않는다. 경비병이 의아함에 고개를 살짝 들어올릴 순간.

퍼--억!

아더는 검의 손잡이로 경비병의 뒷목을 쳤다. 경비병은 의식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아더가 있는 곳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쿵, 쿵쿵쿵!!

무언가를 두드려 패는 소리가 도시 전체로 울려퍼질 때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다. 특히 경비병들은 더했다.

그리고 도시의 중앙 광장에서 우레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마----!!"

마물의 입에서는 도저히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항복 권고. 이미 경비대의 대장은 피떡이 되어 있었고, 광장 분수에는 전신에 피칠을 한 로브의 오크가 경비대장을 한손으로 들고 소리치고 있었다.

"저항하는 자는 모조리 죽는다!"

파후우의 분노에 찬 외침이 자비야바 전체로 퍼져나갔다.

* * *

나는 경비대장을 피떡으로 만들었고, 그를 북삼아 자비야바 전체에 울렸다. 내 문신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빛은 소리와 함께 전장 전체로 퍼져나갔고, 부하 오크들은 이전보다 더욱 강한 힘으로 경비병들을 몰아붙였다.

'오러인가?'

내게만 버프를 주는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광역 버프를 줄 수 있다니. 당장에라도 악어와 같은 괴수의 위에 올라타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만한 존재는 우리 던전에 없었다.

우지끈!

카이트 실드를 두드리던 방망이가 부러졌다. 철판에다가 휘모리로 장단을 쳐댔으니 이제서야 부러지는게 상당히 용할 정도였다. 나는 카이트 실드를 발로 걷어차고 경비대장의 상태를 확인했다.

"어쭈. 기사 출신이냐? 살아있네?"

경비대장은 전신에 멍이 들었음에도 살아있었다.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딱 붙어있던게 땅이 오히려 완충 역할을 한 모양이었다. 큰 타격은 없어보였지만 상태는 가히 좋지 않았다. 나는 그의 멱살을 잡고 번쩍 들어올렸다.

"네가 대장이지? 흐흐, 잘 됐다."

나는 주변을 훑어 남들이 다 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마침 넓은 광장에는 분수가 평화롭게 물을 뿜고 있었고, 나는 한걸음에 달려가 분수 위에 발을 디디고 올라섰다.

"큭, 놔라!"

"개발려놓고 어디서 명령이야."

나는 아직 부러지지 않은 몽둥이로 경비대장의 명치를 찔렀다. 경비대장은 피를 토하며 꺽꺽거렸다. 딱히 살려둘 생각은 아니지만, 나름 어디서 칼밥 좀 먹어봤는지 쉽게 죽지는 않았다.

"야. 너 항복한다고 외쳐라. 그럼 살려줄게."

"개소리!"

"안 믿네? 혹시 기만한다거나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내가 지금 너를 기만해봐야 뭐 좋다고? 어디 공언해봐?"

나는 방망이로 주변을 가리켰다. 아더 분대부터 시작하여 랜슬롯의 분대까지 총 일곱 분대가 경비병들을 상대로 분전하고 있었다. 간부들은 경비병을 1:1로, 나머지 부하들은 2인 1조나 3인 1조로 경비병들을 상대로 곤봉을 휘두르고 있었다.

"내가 마음만 먹었으면 지금 이 광장에 널브러진 사람들 다 발에 깔려 죽었어. 안 그렇겠냐?"

나는 경비대장에게 사방을 가리켰다. 목책을 습격하던 당시 대피하지 않았는지 광장에 있던 사람들은 우리의 습격에 도망치다가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간부들이 그들을 피해 경비병부터 습격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곳은 시체가 즐비했을 것이다.

"하 씨, 안 믿네. 안되겠다. 야-----!!"

나는 크게 심호흡하며 소리를 질렀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마----!! 저항하는 자는 모두 죽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오크의 말을, 마물의 말을 믿지 않았다. 당장 피떡이 된 경비대장 마저도 목이 잡혀 있음에도 나보다 더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모두--!! 이 더러운 마물에게서 도망치십시오!! 지켜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도망치는 자는 죽는다!"

"닥쳐, 이 돼지 새끼야! 가만히 있으면 죽일, 커흑!"

나는 경비대장을 번쩍 들어올렸다.

"돼지라니!"

한 손으로는 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허벅지 부근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나는 비만일 뿐이다!"

우두둑!

경비대장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무릎을 차올렸다. 경비대장의 허리가 크게 꺾였고, 경비대장은 게거품을 물며 분수 아래로 떨어졌다.

철퍽!

맑고 파란 분수에 검붉은 핏물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경비대장이 힘없이 맞아 죽자, 주민들은 짙게 내려앉은 죽음의 공포에 겁을 먹었다.

"다시금 말하지만, 저항하는 자는 모조리 죽을 것이다!"

나는 반쯤 부서진 나무 방망이를 치켜올렸다. 뭔가 임팩트가 있을 법한 것이 없을까.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광장 한 켠에 깃발이 펄럭이는게 보였다.

비르고 남작령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처녀 그림의 깃발이 나부끼는 건물. 자비야바의 관청이 틀림없었다. 나는 방망이를 수평으로 들고 깃대를 향해 내던졌다.

콰득!

방망이는 깃대를 정확히 때렸다. 동시에 깃대가 우지끈 부러지며, 남작령의 깃발이 땅에 처박혔다. 커튼을 친 나무창이나 유리창 너머로 두려움에 빠진 주민들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도망칠 수 없게 되었으니 집안에서 버티려고 하는 건가.'

그건 여러모로 곤란했다. 내가 경비대장을 붙잡고 으름장을 놓는 사이, 륜과 에일라가 내게 달려와 보고했다.

"망루 위에 있던 놈들은 전부 저격했어요."

"뚫은 목책으로 도망치는 자는 없었습니다."

"그래? 잘 됐군."

나는 슬쩍 주변을 훑었다. 엘프와 인간이 오크의 부하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사람들은 제대로 혼란에 빠졌다.

"륜. 도시 전체의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나?"

"...쪽문으로 도망치는 이들도 있고, 강에 빠져서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이들도 있어요. 다들 도망치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우리가 무너뜨린 울타리 쪽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사람들이 탈출을 감행했다. 우리가 습격한 지점 근처에 관청이 있어서 여러모로 확인할 정보는 많은 것 같았지만, 정작 사람들은 부리나케 도망치기 시작했다.

"냅둬. 원래 우리 목표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죠? 히힛."

"...그럼 주인님, 포로나 다름없는 이들에 대해서는 어찌하시겠습니까?"

에일라는 바닥에 바짝 조아린 인간들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같은 왕국의 국민이니 여러모로 신경쓰이는 것 같았고, 나도 이 도시에 시체를 늘어놓기는 난감했다.

"끄응."

주민들이 워낙 겁을 먹은 통에 도망치라고 외쳐도 도망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제 경비병들 거의 없겠지?"

"네. 거의 다 도망쳤어요. 몇몇은 칼이랑 방패를 버리고 골목에 숨은 것 같고요."

"그런 놈들은 냅둬. ...사실상 쉽게 점령한 상태인데."

오크 100과 경비 100.

당연히 우리 라스단의 승리였다. 정문쪽의 병사들에는 슬라임 드래곤이 합세하여 경비병들을 유린했다.

"흐흐. 쉬운 승리구만."

너무나도 쉬운 승리였던만큼 앞으로의 승리가 더 험난할 터. 그리고 이 도시는 그 승리를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모두 잘 들어라--!! 지금부터 다들 작전 2단계로 돌입한다!!!"

"라스---!!"

대답은 라스라고 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라스가 아니다. 나는 집에 꼭 틀어박혀있는 인간들도 들을 수 있게끔, 하늘을 향해 높이 소리쳤다.

"집에 있는 인간 놈들 죽이지 말고 다 끌고와!!!"

살던 주민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강제 퇴거를 해주셔야겠다.

"이제 이 마을은 내 꺼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다.

고로, 부르기도 힘든 이름부터 당장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여기는 오늘부터 라스 베가스다."

나는 배드 타운을 손에 넣었다.

============================ 작품 후기 ============================

향락의 도시

라스 베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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