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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126화 (126/800)

0012623일차 -------------------------

퍼시발의 탄생 이후.

나는 더 적극적으로 릴리를 침실로 들이며 하루에 한 번씩 씨를 뿌렸다. 파종이 이루어진 동안 추가 파종은 불가능했기에, 나는 산란이 끝난 즉시 파종을 하며 아더의 형제들을 만들었다.

베디비어, 오크. ★★★. 남자.

아그라베인, 오크. ★★★. 남자.

가레스, 오크. ★★★. 남자.

트리스탄, 오크. ★★★. 남자.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퍼시발 이후로 나오는 오크들은 죄다 3성이었고, 그럴수록 점점더 아더는 레벨만 높은 장남이 되어갔다. 메어리는 늘어만가는 기사단의 간부들에 꺅꺅거리며 뭔가 망상에 빠진 것 같았다.

그들은 모두 륜과 에일라의 지도하에 슬라임을 사냥하며 금방 레벨이 15까지 올라갔다. 먼저 태어난 이들은 슬라임-안드라스의 사냥 루틴에 따라 레벨링을 하였고, 모자란 경험치가 있으면 그레모리 던전에서 가져온 마석으로 경험치를 쌓았다.

그리고 오늘.

내가 포르네우스 던전을 탈출한 지도 어느덧 23일째가 되는 날.

나는 릴리에게 파종한 마지막 열매를 수확하는 것을 끝으로 릴리에게 파종하는 걸 당분간 그만둘 계획이었다.

전쟁.

그렇다.

나는 드디어 비르고 남작령의 성으로 진군하는 루트를 확보했다.

* * *

"한나절을 꼬박 행군하면 성 근처 공터에 도착하겠군."

나는 라스촌을 습격한 청사자 길드의 노획물에서 발견한 지도를 바닥에 펼쳤다. 피에 절어있어서 처음에는 버릴까 생각했던 물건이, 피를 깨끗히 지우니 낡은 지도가 되었다.

"모험가가 지도는 왜 들고있었을까요?"

"길드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던게 분명하다. 대대적인 작전에서는 정보에 오차가 있으면 큰 문제가 발생하니."

"어느쪽이든 우리에게는 호재다. 이 지도를 이용해 역공을 펼치면 되니."

가는 길은 크게 험하지 않았다. 내가 처음으로 약탈한 화전촌에서 쭉 달려가기만 하면 될 일이었고, 가는 길은 오직 숲 뿐이었다. 숲을 통해 조용히 움직이기만 하면 사실상 걸릴 일은 없었다.

사냥꾼이 말한 적 병력은 기사를 제외하면 그다지 문제가 될 전력은 아니었다. 나름 어디서 칼밥 좀 먹어봤다 하던 사람들이 모였던게 옛 라스촌의 화전민들이었고, 그들을 기준으로 전력을 가늠해보니 충분히 할만한 전투였다.

"여차하면 비르고 남작이 기거하는 '스피카 성'까지. 하지만 우리 1차 목표는 스피카 성까지 가는 길에 놓인 소도시, '자비야바'다."

"그곳이라면 저도 알아요. 방적을 주로 하는 평범한 마을이에요. 딱히 방위병이라고 해봐야 50이 채 되지 않을 거예요."

"그래. 문제는 여기서 자비야바까지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대략 8시간. 우리의 진군 속도로 숲을 빠져나가 자비야바의 도착하면 분명 성으로 파발이 날아갈 것이다. 오크 부대가 마을을 습격했다고.

"그냥 진군하면 분명 걸리겠지?"

"네. 하지만 여기서부터 슬라임 드래곤으로 땅굴을 파서 간다는 작전은 불가능해요. 너무 멀어요. 아무리 슬라임 드래곤이 3마리나 있다고 해도 금방 지쳐버릴 거예요."

"그런가, 끙."

우리의 공식적인 데뷔전같은 전쟁이었기에 그냥 허접하게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역사서에 차기 마왕 파후우 군대의 전쟁사 첫페이지가 '파후우는 오크들을 이끌고 우하우하거리다가 졸전을 치렀다'고 평을 할 수는 없지 않나.

완벽하게 승리를 쟁취하여야 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이룩해야했다. 그래서 현재 우리 던전의 오크들의 수가 고작 100명이 채 안 되더라도 나는 그들을 데리고 나갈 생각이었다.

"메어리. 포로 모험가들의 상태는 어때?"

"사냥꾼들이 잘 다독여줘서 금방 적응했어요. 아무래도 첫 알을 낳을 때의 쾌감에 패배한 것 같아요. 3~4명 정도 빼고 전부 라스촌의 주민이 되기로 했고요, 나머지는 할당량 채우면 떠날 생각이 만만이에요. 제일 열심히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 할당량 채우면 풀어줘."

"무슨 생각이야?"

그레모리가 나를 쏘아붙였다.

"설마 어줍잖은 동정심 부리려는 건 아니겠지? 내가 사람을 잘못봤나?"

"동정심이라니. 이게 다 우리 던전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나는 괜히 동정심 때문에 일을 그르친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모험가들을 던전에서 풀어주는 이유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여러 가지 경우가 있지. 나중에 복수심을 가지고 돌아오는 경우. 그럼 또다른 희생양들을 데리고 올 거잖아? 그럼 잡아다가 라스. 그리고 두번째. 여기서 했던 경험을 도저히 잊을 수 없어서 연어처럼 돌아오는 경우. 그럼 환영의 라스. 그리고 여기에 도저히 돌아오고 싶지는 않지만 바깥 세상에 이곳의 존재를 알리는 경우. 그럼 우리 던전의 존재를 알고 오는 애들을 상대로 라스."

"더 많은 적을 잡기 위해 미끼를 푼다는 거죠?"

"그런 셈이지. 륜 똑똑해."

"히힛."

좋든 싫든 이제 우리 던전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여차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칠 멀티 던전도 있겠다, 나는 본격적으로 라스촌과 내 던전을 알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인님. 그렇게하면 솔로몬의 던전임이 밝혀지지 않겠습니까? 마른 하늘에 뚝 떨어진 격인데."

"괜찮아. 이름값 좀 빌리지 뭐."

멀티가 있으니 세상 두려울 것이 없다. 더군다나 에스투의 비호까지 받는 이상, 내가 솔로몬 던전의 일각 행세를 한다고 해도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우리 던전에는 안드라스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안드라스, 네가 주인 행세를 좀 해줘야겠다."

"내가? 주인 자리를 비웠을 때 모험가들 오면 잡아 족치라는 말이지?"

"역시 어떤 새대가리랑 다르게 척하면 척 알아듣는다니까."

안드라스를 죽이고 안드라스를 새로 합성하기를 잘했다. 안드라스는 내가 부재중일 때 마물들을 부리며 던전을 사수할 것이다.

"라임, 하서스가 잘 보좌해라. 안드라스는 여차하면 라임의 의견을 따라서 움직여. 그레모리의 분신이 항상 우리 던전에 상주할테니까, 위험하다 싶으면 그레모리가 직접 와서 적을 퇴치할 거다."

그레모리의 병력 운용에 대해서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지만, 원소술사 개인의 힘은 상당히 강력했다. 나보다 일단은 2레벨 높은 값어치를 충분히 했고, 자신이 마구잡이로 다루던 고블린과 낙타 괴물-조카멜 무리보다 훨씬 더 강력한 병사들이 받쳐주니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오, 시간 됐다."

"하아악!"

소환진에 올라간 릴리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단순히 알을 낳은 걸 진짜 임신이라고 치면 이제 7번째. 나는 여느때처럼 산파가 되어 릴리의 아래에 앉았다.

"릴리, 미안하다."

"흐으응, 아녜요! 흐그윽!"

릴리는 내 사과를 순순히 받아주었다. 그레모리조차도 몰랐던 부분이었고, 나도 은연중에 스쳐지나가는 생각만 했지 실제로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아앙, 흐아앙!"

릴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큰 교성을 터뜨리며 절정을 온몸으로 느꼈다. 마치 그게 인생의 마지막 황홀이라는양, 자신의 다리를 내 몸에 비비적거리며 절정에 빠져있었다.

<수확의 끝> 대상은 한계까지 열매를 맺었습니다. 휴경기에 들어갑니다.

# 휴경 기간 - 365일.

# 휴경 중 파종 시 수확 불가.

아더와 퍼시발 이후, 무려 여섯이나 되는 오크를 낳은 릴리는 이번 알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알을 낳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실제로 평범한 임신은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스템의 지원에 따른 급속 산란은 더이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하아아아앙!!"

즉, 이제 릴리는 1년 동안 산란에 따른 절정을 맞이하지 못한다. 릴리는 앞으로 1년 동안 어지간한 상대가 아닌 이상 주지 못할 절정을 마지막으로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아, 하으, 흐으윽!"

알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퍼시발보다 색은 조금 연한 녹색이었지만, 알이 빠져나오는 것을 두고 릴리는 몹시도 안타까워했다.

"아흐, 흐으윽, 허어엉."

릴리는 세상을 잃은 것마냥 서럽게 울었다.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감각도 이제 끝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도는 모양이었다. 나는 릴리에게서 알을 받은 뒤, 릴리의 아랫배 위에다가 입을 맞췄다.

"고생했다. 이제는 쉬어도 좋다."

"주인님, 흐끅."

릴리는 잔뜩 풀어진 얼굴로 헤실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 흐끅, 1년 동안 배부르게...."

털썩.

릴리는 다시 혼절했다. 나는 릴리의 뒷말을 곱씹었고, 언제나처럼 륜과 에일리가 소환진 위로 올라와 릴리를 수습했다.

"1년 동안 배부르게 해달라는 게 뭘까요?"

"......."

륜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고, 에일라는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성교육을 라스로 배운 륜은 인간이 어떻게 진짜 새끼를 낳는지 알지 못했다.

"어.... 음.... 그냥 배부르게 먹이고 재워달라는 얘기지."

"아닌 것 같은데. 아, 뱃속에 주인님의 씨를 가득 채워달라는 말 아닐까요? 릴리 그런 거 좋아하던 것 같던데."

"틀린말은 아니죠. 씨를 한 번만 가득 채워도 금방 배가 불러올테니. 주인님, 진짜 하실 생각이십니까?"

"...혹시 질투하냐?"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우리 던전의 이 미묘한 관계 속에서 시스템의 지원이 아닌 진정한 후계가 태어나는 건 여러모로 상황을 미묘하게 만들 수 있는 문제였다.

"아뇨, 질투가 아닙니다. 저는 단지 하실 거라면 저도...."

"질투네. 근데 넌 안된다, 에일라야. 환생해야지."

환생하면 분명 알을 낳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나는 그저 그것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릴리가 낳은 알을 들어올렸다.

"색깔봐서는 오크겠네. 그럼 얘 소환하고 나서 바로 진군할 준비를 하자. 그레모리!"

"왜?"

우리 던전에 파견된 그레모리의 분신이 금방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본체는 자신의 공동을 가득 메운 오크 집단을 상대로 제식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슬슬 준비하자. 아직 낳지 못한 알들은 네가 알아서 부화시켜."

"흐흥, 그래. 알았어."

내가 릴리를 통해 낳은 아더와 형제들이 모험가들에게 씨를 뿌리고, 거기서 나온 열매를 그레모리가 부화시킨다. 그렇게 했더니 던전의 정원은 그레모리 던전으로 카운트 되더라.

꼼수나 다름 없는 행동이었지만, 다행히 시스템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허점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어쩌면 안드라스 때의 경우처럼 알을 훔쳐다가 자신의 던전으로 가져가 부화시키는 알절도, 이른바 알토라레도 가능할 것 같았다.

'다음에 기회있으면 꼭 해봐야지.'

안드라스 때는 직접 하지 못했다. 보상으로 들어오는 5성급 알이 하나 있었으니, 나머지 알들은 굳이 챙기지도 않았다. 그 알들은 어디서 뭘하고 있을지 딱히 관심은 없었다. 폐사했을수도, 또는 누군가가 챙겨갔을 수도 있다.

"그럼 준비, 부화!"

릴리가 낳은 마지막 알이라 기대가 되는게 인지상정이지만, 나는 욕심을 비우기로 하지 않았다. 당연히 마지막인데 퍼시발급의 존재는 튀어나와줘야하지 않겠는가.

"제발!"

<부화> 랜슬롯(★★★)이 태어났습니다.

"헙."

나는 숨이 멎었다. 릴리를 옮긴 륜과 에일라도 입이 쩍 벌어졌다. 심지어 그레모리마저도 순간 안경을 떨어뜨릴 정도로 경악했다.

"뭐...라고...."

3성인 것도 놀랍고, 이름이 랜슬롯인 것도 놀랍지만, 무엇보다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버지."

랜슬롯의 외모는 경악스러운 오크였다.

* * *

그 시각.

그레모리 던전의 심처에 모인 아더와 다섯 형제는 곧 태어날 막내를 위해 기도했다. 제각기 다른 모습이기는 했지만, 어디 보디빌더 대회를 나가도 될 정도로 여섯 오크는 다부진 몸매였다. 만삭의 모험가들이 은근슬쩍 그들을 지켜보며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있을 정도로.

"형제들이여. 우리는 아버지로부터 종족 번영의 명을 받아 열심히 일하고 있지."

아더가 포문을 열었다. 등급은 낮지만 장남이며, 요 엿새동안 무려 서른 명 가까이 되는 자식들을 낳은 아더의 절륜함에 형제들은 아더에 존경심을 품었다.

"하지만 잊지말자.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모두 아버지의 은총이 있었음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분명히 말한다. 내가 뭐라고 했지?"

"아버지의 것을 탐하지 말라."

베디비어가 대표로 대답했다. 일단 대답은 하기는 했지만, 그는 영 뚱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형님은 그레모리 님을 탐하지 않으셨습니까?"

"......형제여. 그것은 아버지께서 허락을 하셨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크흠."

"그거야 당연하지만...."

다른 형제들은 아직 남아있는 빈 자리를 눈으로 흘겼다. 곧 떠날 전쟁에서 분대장의 자리가 하나 남아있었다.

"막내에게도 또 한 번 말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아더 형님."

"오면 얘기하면 될 거다. 잊지마라. 막내라고 아껴주거나 해서는...."

"제 얘기 하고 있으셨어요?"

고운 미성이 울렸다. 여섯 형제들의 시선이 한 번에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돌아갔다.

"......방금 태어난 너희 동생, 막내 랜슬롯이다."

"후후, 만나서 반가워요."

랜슬롯은 혀로 입술을 핥으며 활짝 웃었다.

"오라버니들."

전 세계 최초.

절세가인 미녀 오크가 태어났다.

<랜슬롯> ★★★

어머니 : 릴리

레벨 : 1 / 60

종족 : 오크

나이 : 17세

성별 : 여성

등급 : R

출생 : 쿰처쿠의 던전

소속 : 쿰처쿠의 던전

직업 : 일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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