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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124화 (124/800)

0012418일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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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되었다.

나의 일과는 언제나처럼 륜과 에일라가 새벽 인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고, 나는 둘의 입에 아침인사를 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의 일상이었다.

"주인님, 오늘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별 거 있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움직여야지."

우리 던전의 일과는 별 다를 게 없었다. 서브 던전 뺑뺑이를 통한 경험치 획득, 그리고 거기서 나온 부산물을 이용하여 재료 확보. 안드라스들의 깃털은 이제 어느덧 이불과 배게도 모자라 사람 옷을 10벌 가까이 만들고도 남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과정에 하나의 '목적'이 생겼다. 비르고 남작령의 정복. 그것을 위해서는 내가 가진 정보를 총동원할 필요가 있었다.

"비르고 남작령에 관해 아는 사람?"

그레모리는 일단 제외. 엘프의 숲에서 온 륜도 제외. 영지가 완전히 반대편에 있던 에일라도 제외. 결국 내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대상은 인간 사냥꾼들로 한정되어 있었다. 우선 나는 가까운 라스촌을 방문했다.

"새로 영지를 물려받은 비르고 남작이 엄청 예쁩니다."

중요한 정보였다. 나의 동기를 확실히 일으키는 정보였지만 이미 알고있는 내용이었다.

"영지 내 기사가 10명 정도 되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영지의 군대는 동원한다고 하면 대략 800. 최대한 많이 동원한다면 아마 천오백 정도 될겁니다."

"미묘하게 많은듯 엄청 적네. 난 뭐 한 만 단위는 될 줄 알았는데."

"비르고 남작령은 애초부터 병사들을 그리 많이 양성하지 않던 곳입니다. 엘프의 숲이 후방에 있어서 나오는 마물의 수도 적고, 애초에 남작이 그리 호전적이지 않은 자였으니까요."

"그러냐. 나야 뭐 점령하기 좋지만. 근데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예전에 군에 잠깐 있으면서 귀동냥으로 들었습니다. 군도 한 1개월 정도 있다가 뛰쳐나와서 더는 잘 모릅니다. 그냥 전부다 휴경기에 차출된 장정들입니다."

적 병력은 생각보다 단촐했다. 마왕군과의 전선에서 최후방에 위치하고 있던 만큼 병사들의 질은 상당히 떨어질 게 분명했다.

'근데 그래도 우리 던전의 병력 수가 훨씬 모자라네.'

1500명의 병사들을 상대로 50도 안 되는 혼성 마물 부대가 포위섬멸진을 펼치기에는 택도 없는 수치였다. 아무리 내가 질을 더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그 질을 받쳐주는 양이 어느정도는 있어야만이 수월한 전쟁이 가능했다.

"주인님, 그런데 저희 하나만 부탁 좀 들어주시면...."

종마 사냥꾼 중 가장 짬이 많은-가장 알을 많이 낳게했던-사냥꾼이 대표로 다가와 내게 물었다. 나는 또 무슨 건방진 부탁을 하려나 싶어 기분이 언짢아졌따.

"뭔데."

"...하피 엔젤들 여기서 지내게 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아하."

매번 던전의 퀘퀘한 막사 안에서만 하다보니 신선한 바깥 공기를 마시면서 하고 싶은 것 같았다. 하지만 다섯 명의 사냥꾼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현재 하피엔젤은 고작 3명밖에 없었다. 안드라스와 하르퓨이어는 안 되고.

"3명밖에 없는데 괜찮겠냐?"

"어휴, 그 3명이라도 감지덕지죠."

"...음, 잠깐만."

이왕 하는 거라면 그냥 하게 내버려 둘 수 없다. 루나의 덕분에 던전 내부, 그러니까 동굴 안쪽은 시스템이 적용되는 걸 안 이상 가만히 행위만 하고 끝나게 내버려둘 수 없다.

"그냥은 할 수 없고 무조건 알을 낳아햐 하는데 괜찮겠냐?"

"어휴, 당연하죠. 애초에 그걸 하고 싶어서 이렇게 부탁을...크흠."

사냥꾼들은 솔직했다. 나는 하피 부대의 양산과 일용할 양식을 위해 하피 엔젤들과 슬라임 드래곤 하나를 급히 소집했다. 안드라스 말고 처음 소환되었던 하피 둘은 하피 엔젤로 진화하였고, 안드라스의 딸 격인 하피 엔젤 또한 라스촌으로 들어왔다.

"네. 바로 할게요."

셋 다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다른 둘은 몰라도 일단 2세대 하피 엔젤은 신경이 조금 쓰이는 존재였다.

"괜찮겠냐?"

"그럼요, 저희 하피 종은 애초에 알을 낳는게 살아가는 제일의 목적이잖아요."

"...니들이 좋다면 그래라. 1호기, 이리로 와봐."

나는 슬라임 드래곤 1호기를 불러 옛 안드라스를 박기 위해 만든 번뇌 해우소를 가리켰다.

"여기에 방 하나 작게 만들어야해. 이런 식으로.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지?"

꾸르륵.

어느덧 장성한 슬라임 드래곤은 금방 내 말을 알아듣고 벽에 굴을 파기 시작했다. 안드라스 대가리 들어갈 정도의 구멍은 작은 모텔방같은 정도의 크기가 되었고, 나는 그 가운데를 가리켜 네모 모양을 그렸다.

"구울들 데리고 통나무 모아. 그리고 판자 엮어서 침대 만들어. 안드라스 깃털들 깔아서 침대 만들어서 그 위에서 해라."

"주인님, 3명이서 같이 들어가기는 조금 비좁지 않을까요? 저희야 상관없는데 인간들은...."

"1커플 1실."

슬라임 드래곤은 바로 다음 작업에 착수했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형태로 굴을 뚫었고, 옆으로 나아가며 빈 공간에 하나 더 굴을 만들었다. 하피 엔젤의 수인 딱 3개만큼. 나는 급조된 굴 내부에서 시스템이 작동되는지 확인했다. 잘만 돌아갔다.

"하피 엔젤들은 쉴 때 말고는 무조건 여기에서 지내야 한다. 니들 파종 되었을 때 감각 알지?"

"당연하죠."

"파종 할 때, 알 낳을 때 말고는 목책 내에서는 자유롭게 다녀. 대신 두 가지 상황에서는 무조건 여기에 있어야 한다. 사냥꾼들은 알을 한 군데로 모아. 하서스가 보고, 하피 엔젤의 알이다 싶으면 챙겨오도록 해."

크르륵.

통나무를 옮기던 하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하서스도 이제 어느덧 레벨이 30에 가까워졌다.

"하서스야, 너는 뭘로 진화하고 싶으냐? 그레모리 덕분에 네 진화 조건도 알게 되었는데."

그레모리 왈, 구울 기사, 구울 법사, 구울 흡혈귀. 각각 기사, 마법사, 그리고 흡혈귀의 시체를 하나 섭취하였을 때 진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메어리의 추측에 따르면 섭취한 대상의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크르륵.

하서스는 그저 가만히 내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의미는 하나밖에 없었다.

"아무거나?"

크륵.

"제일 골치 아프게 만드네. 너 진짜 바라는 거 없냐?"

하서스는 진심으로 내 선택에 따라 진화할 것을 바라고 있었다. 충성심이 뛰어나지만 아직까지도 명령을 따르기만 하는 존재인 것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려야할까.

'그냥 기사 하지 뭐.'

이렇게 충직한 하서스를 기사 말고 무엇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구울이 기사가 되는 것도 참 우습다 싶었지만, 스켈레톤이나 좀비들도 똑같은 진화 테크트리를 탄다고 그레모리는 말했다. 정작 둘은 우리 던전에 없지만.

"얘들아, 혹시 모험가들 중에 기사 있더냐?"

"...아니요?"

하피엔젤들의 허리를 잡고 굴로 들어가려던 사냥꾼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침대고 나발이고 일단 맨땅에 가죽을 깔고 하겠다는 생각 같았고, 후임이라고 할 수 있는 조루남과 지루남이 구울들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판자를 자르고 있었다.

"마법사는?"

"...생각 안하고 장비를 다 벗겨버려서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차.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마법사 로브를 입은 놈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건데. 레벨은 낮지만 3성까지 진화 가능한 하이구울이 하나 있었다.

"자서스!"

크륵?

통나무에 손톱을 세워 톱처럼 자르던 하이구울이 고개를 들었다. 마법사가 될 존재라고 생각하고 봐서 그런지 생각보다 똑똑한 놈인 것 같았다.

"다음에 마법사 시체 하나 나오면 네가 꼭 먹어라. 하서스는 기사 시체 나오면 꼭 먹고."

자고로 언데드의 꽃은 데나리치인 법. 나는 구분을 위해 자서스의 이름을 바꾸었다.

"너는 오늘부터 라스투자드다."

크르륵?

영광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아. 이렇게 되면 하서스랑은 조금 사이가 그런가?

* * *

라스촌을 한 번 순찰을 돈 나는 포털을 이용해 그레모리의 던전을 방문했다. 입구를 막아놓은 덕분에 그레모리의 던전에는 새로운 침입자는 없었고, 그레모리는 바로 내게 달려와 나를 맞이했다. 본체였다.

"무슨 일 있었냐?"

"너, 너너너!"

그레모리는 새빨게진 얼굴로 던전 안을 가리켰다. 내 부하들과 그레모리의 부하들이 얼굴을 맞대고 싸웠던 그곳. 그곳에는 바닥에 대자로 쓰러진 아더와 배가 잔뜩 부른 네 명의 라스촌 사냥꾼들이 일렬로 늘어져있었다.

"남의 던전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 멀티에서 전력 늘리는게 문제라도 있냐."

나는 그레모리의 엉덩이를 조물딱거리며 진정시켰다. 본체로 나타난 그레모리의 의도는 안봐도 뻔했다.

"왜. 자기는 직접 못하는데 부하들이 떡치고 있으니까 하고 싶어지냐?"

"그것도 그렇지만 내 분신 전용 딜도가.... 크흠!"

그레모리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현재 아더는 바닥에 대자로 뻗어 기절해있었다. 네 명에게 씨를 뿌려 제 자식들을 만들었으니 지칠 법도 했다.

"벌써부터 저렇게 지치면 안 되는데."

"왜?"

"아직 인간들은 많거든. 여자 인간들."

나는 내 뒤를 따라온 여자 모험가들을 가리켰다. 그들은 모두 속옷만 입혀진 채 덩쿨줄기 수갑에 따라 나를 뒤따라왔다. 12명. 그레모리 던전을 공략하는 동안 입구에서 포로로 잡은 신출내기 모험가들이었다. 부하들이 알아서 여자만 살려놓았고, 그건 이런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선택해라, 인간들아."

나는 12명의 포로들을 눈으로 쭉 훑었다. 대부분 ★이 낮은 1~2성짜리 모험가들이었고, 그닥 매력있는 얼굴도 없었다. 비르고 남작의 의뢰에 홀라당 낚여 범의 아가리에머리를 들이민 불쌍한 모험가들이었다.

"너희들은 우리 던전의 부하들을 죽이려한 무뢰배들이다. 당장 씹어먹어도 시원찮은 것들이지만, 직접 몸으로 죄를 갚도록 기회를 주지."

나는 어느덧 배가 볼록해진 여자 사냥꾼을 일으켜세웠다. 나와 한 번 벽 들박 플레이를 했던 여자로, 지금은 아더의 씨를 받아 거대한 알을 품고 있었다.

"단적으로 말하마. 오크의 아이를 낳아라."

"싫어---엇!"

기가 강해보이는 여자 모험가 하나가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레모리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레모리는 바로 손가락을 튕겼다.

화르륵.

여자 모험가의 몸에 불이 붙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뛰어다니기 시작했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혔다. 그레모리가 만든 소형 결계 속에 갇힌 모험가는 짧은 순간에 불길에 휩싸여 소사했다. 내가 직접 몸에 불을 질러봤기에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잘 알고 있었다.

"다음. 또 있나?"

11명으로 줄어든 모험가들은 아무도 저항하지 않았다. 본보기를 하나 보이니 시끄럽게 하는 이들도 없었다. 나는 여자 사냥꾼의 뒤에 서서 다리 아래를 받쳐들었다. 여자 사냥꾼은 알몸인 채로, 포로 모험가들에게 음부를 활짝 보였다.

"주, 주인님?"

"5분."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냥꾼의 전신에 경련이 일었다.

"으히이이익?!"

음부가 숨가쁘게 호흡하고,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흘러나왔으며, 꺽꺽 넘어가는 숨소리와 함께 사냥꾼의 배가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넓게 확장된 질구를 통해 진녹색의 알이 모습을 드러냈다.

"웁!"

그 장면이 역한듯한 여자 모험가 하나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무릎을 꿇었다. 출산 장면을 정면으로 보지 못하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건만, 다른 것도 아닌 마물의 알을 낳는 장면을 눈으로 보고 있으니 그럴 법도 했다.

"......꿀꺽."

하지만 다른 10명의 모험가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출생의 신비(ver.솔로몬)에 눈을 떼지 못했다. 같은 여자이니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지금 알을 낳고 있는 사냥꾼의 표정에서 얼마나 행복하고 환희가 넘치는지. 들고 있는 나조차도 손이 떨릴 정도로 사냥꾼은 절정에 몸을 떨고 있었다.

통.

사냥꾼은 알을 낳고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알을 조심스레 바닥에 놓은 뒤, 사냥꾼을 그대로 들고 걸어가 바닥에 누워있던 아더의 위에 꽂았다.

"으허어어억!"

"꺄아아앙!!"

두 남녀는 서로 다른 비명을 질렀다. 아더는 제 위에 다시 박힌 사냥꾼을 향해 본능적으로 허리를 움직였고, 막 산란의 여유를 즐기던 사냥꾼은 바로 박히는 것에 자신을 꽉 끌어안았다.

"그러면 포로들아, 딱 한 번만 제안하마."

나는 포로들에게 손가락을 3개 펼쳤다.

"3번. 여기서 딱 3번만 알을 낳으면 밖에서 살게 해주마."

"뭐라고요...?"

"10초내로 자원하는 자가 있으면-"

"저, 저요."

의외였다. 구토를 했던 모험가가 힘겹게 손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서 산다는 건...절대 죽이시지 않겠다는 거죠? 오크는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고 들었어요...."

"그래. 약속을 지키마. 트랄의 부랄에 맹새코."

"......?"

"그냥 헛소리다. 처음이니 네게는 특별한 선물을 주마."

나는 가장 먼저 나선 자원자의 쇄골에 손톱자국을 하나 찍었다.

"너는 하나만 낳아도 바로 밖에서 살게 해주지."

"네...?"

"자, 쟤랑 하러 가라."

나는 여인의 등을 떠밀었다. 그레모리는 자연스럽게 여인을 아더에게 인도했고, 아더는 힘겨운 와중에도 신사답게 몸을 일으켰다. 자연히 다른 여자 모험가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그럼 다음은-"

"저요, 저요!"

"제, 제가!"

"5번."

내 말에 모험가들의 표정이 굳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첫손님한테는 서비스 팍팍 주는 거 몰라? 그래. 계산 복잡하게 하지 말고 간단하게 하자."

나는 두 손을 전부 펼쳤다.

"딱 알 10개 낳고 바깥에서 살래, 아니면 죽을래? 10개 낳는데 열심히 하면 11일만 하면 끝난다?"

잠시 뒤.

나는 모험가들의 덩쿨 줄기를 풀어 아더의 앞에 일렬로 나란히 줄을 세웠다.

모험가들이 전부 같은 선택을 해서 다행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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