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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110화 (110/800)

0011016일차 -------------------------

약 한 시간.

내 부하들과 그레모리의 부하들이 벌인 드잡이질은 결국 우리의 승리로 끝났다. 후방을 교란하던 륜이 지치면 내가 다시 후방으로 뛰어 난리를 부렸다. 우리쪽 후방을 급습할지도 모르는 것에 신경을 쓰다보니 다소 시간은 걸리긴 했지만, 우리는 약 2백에 이르는 적을 모조리 도륙하는데 성공했다.

"야. 할 말 있냐?"

나는 철검의 끝으로 바닥에 깔고앉은 그레모리의 볼을 톡톡 건드렸다. 하서스가 그레모리의 양 팔을 제압하고, 내가 그레모리의 가슴을 깔고 앉고, 라임이 체액을 밀어넣어 그레모리의 입을 가로막았다.

분신이기는 하지만 그레모리는 또다시 내게 붙잡히고 말았다.

"주인님, 입에 뭔가 물려있는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그건 그렇네. 마법사다 보니 그만. 라임아."

라임은 그레모리의 입에 집어넣은 체액을 빼냈다. 그러면서도 입을 움켜쥐어 행여나 영창을 하려는 즉시 입에 체액을 밀어넣을 준비를 마쳤다.

"...흥,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레모리는 끝까지 패배를 시인하지 않았다. 나같아도 시인하지 않을 거라는 공감이 되기는 했다. 아직 본체를 잡은 것도 아니고, 적 에이스를 죽인 것도 아니고, 심지어 촉수 괴물도 살아있다.

우리는 적 병력의 대부분을 죽였지만, 사실상 적 전력의 메인이라고 볼 수 있는 셋은 남아있었다.

"그레모리, 너는 아직 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냐?"

"당연하지. 뭐, 분신 상대로 범하고 싶으면 마음껏 범해봐. 내가 그 정도로 굴할 것 같아? 내가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는데!"

그레모리의 표독스러운 비명은 자신감과 분노가 스며들어있었다. 물론 나야 그레모리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바로 손을 아래로 뻗어 그레모리의 속옷을 뜯어버렸다.

부우욱!

검은 팬티가 좌우로 길게 찢어졌고, 까맣게 물든 음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나 해댔는지 넣기 꺼려질 정도로 색이 바래있었다.

'진짜 하기 싫게 생겼다.'

겉의 주름조차 쭈글쭈글해서 넣으면 푹 익은 탕속에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았다. 나는 손가락을 안으로 밀어넣어 좌우로 벌렸고, 그 구멍의 폭이 과장 좀 보태어 새끼손가락보다 더 길겠다 싶을 정도였다.

"륜아. 암만 그래도 편식하면 안 되겠지?"

"때로는 음식 가리시는 것도 좋을 때가 있는 것 같은데요."

"아니야. 음식 남기면 혼난다고 누가 그랬어."

그러니까 잔반은 남기지 말고 깨끗이 비워야했다. 설령 분신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힘겹게 제압한 만큼 맛은 없더라도 맛은 봐야했다.

'근데 여기서는 좀 그러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내가 마음을 편안하게 먹을 수 있을만큼 부하들이 강하지도 않았고, 적이 약하지도 않았다.

"야, 그레모리야. 네 본체 어디있냐? 대답해. 길게 끌지말고 시원시원하게 가자."

"......비켜. 그럼 내가 직접 안내할테니까."

그레모리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딱히 반항할 것 같지 않았고, 분신은 우리의 가이드를 자처했다. 나는 부하들에게 지시하여 분신을 자유롭게 풀어줬다.

"...흥. 조금은 하네."

"언제까지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을 것 같냐? 침대 위에서도 그렇게 여유롭게 있을 수 있을까?"

"너는 대가리에 먹는 거랑 떡치는 것 밖에 없니?"

"어. 분신이랑 하기는 그렇고, 본체랑 바로 해보려고."

나는 그레모리와 어깨동무를 하며 가슴을 조물딱거렸다. 적어도 분신은 집단전에서 패배한만큼, 내게 희롱을 당하면서도 고분고분했다.

"흐읏, 이 굴욕도, 이제는 끝이야. 너 뒤에 있는 부하들, 전부다 내가 반대로 낙타들에게 돌려버릴 거라고...!"

"반대로 내가 이기면 너는 우리 부하들한테 돌려지는 거지. 일단 내가 먼저 맛 좀 보고."

약육강식의 논리가 이 세계의 주요 논리라면, 우리는 세계의 법칙과 마족의 논리대로 서로를 욕보였다. 그래도 걸어가는 동안 그냥 걸어갈 수는 없으니, 나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그레모리를 뒤에서 번쩍 들어올렸다.

"흥! 그때처럼 비벼대는 것 정도는 각오으햐앙?!"

"너 신음 귀엽다? 크흐흐."

나는 그레모리의 구멍에 내가 선물했던 러브젤, 라임의 체액을 밀어넣었다. 몸을 잘게 떨며 고개를 떨구는 그레모리의 머리를 움켜쥔 나는 그레모리의 귀에 속삭였다.

"본체 지금 떨고 있냐? 막 좋아서 근질근질 거려?"

"너, 너 이 개...! 흥, 소용없어! 내가 너같은 멍청이인 줄 알아...?!"

그레모리는 입꼬리를 비틀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그 사이 로브 앞섶을 헤치며 바지를 벗었다.

"본체로 연결되는 감각은 진작에 다 차단해뒀어...!"

"에이. 그럼 재미없지. 안내해라."

나는 다시 바지를 입었다. 본체로 그 감각이 전해져야 능욕하는 맛이 있지, 그냥 박아봤자 무슨 느낌이 있겠는가.

"......안 해?"

그레모리는 내 물건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나는 박고 싶다는, 박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당장 이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안내나 해라."

"......칫."

그레모리 분신은 혀를 차며 자신의 본체가 있는 곳까지 우리를 안내했다. 나는 행여나 우리를 함정으로 빠뜨리는 게 아닐까 속으로 앓았지만, 의외로 그레모리는 통로를 지나 촉수 괴물이 있는 방으로 나와 부하들을 인도했다.

정정당당한 싸움을 선호하거나, 아니면 조금 지친 우리 군을 상대로 승리를 확신할 만큼 강하거나.

어느쪽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길 것이다. 이윽고 우리는 그레모리의 본체가 기다리고 있는 촉수 괴물의 방에 도착했다.

"어우야."

그레모리 본체는 촉수 괴물을 타고 있었다. 정확히는 바닥에 떨어진 촉수 괴물의 정중앙에 하반신 아래가 먹혀있었다. 아라크네처럼 하체는 괴물의 것에 상체는 여인의 것과도 같은 외형이었다.

"후후, 후후!"

그레모리 본체는 나를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분신은 마나로 흩어져 본체로 스며들었고, 나는 철검을 치켜들었다.

"더럽게 크네. 합체했냐?"

"호호호! 네놈들은 이제 죽은 목숨이야!"

그레모리는 깔깔대며 우리를 비웃었다. 그레모리의 아래에 깔린 촉수 괴물들은 사방으로 뻗은 촉수를 자신이 잡아놓은 여인들의 몸으로 뻗어놓았다. 그 촉수 가닥의 수는 무려 12개에 이르렀다.

"아, 더럽게 귀찮은 기믹이네."

딱 봐도 모든 촉수 가닥을 제거해야만이 제대로 데미지가 들어가거나 죽일 수 있는 괴물 같았다. 포획한 여인들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니, 이 무슨 외도란 말인가.

"......."

그리고 나는 그 중 흐리멍텅한 얼굴의 엘프 하나가 나를 바라보고 눈을 빛냈다. 내 뒤에 있는 륜을 본 것 같았다. 그녀는 나와 륜을 향해 입으로 작게 속삭였다.

죽 여 줘

"륜아."

"...네!"

륜은 비장한 각오로 활을 들어올렸다. 나는 그레모리를 향한 활 시위를 엘프를 향해 돌렸다.

"주인님? 지금 뭐 하시는...?"

"보통 이럴 때는 자기를 죽여달라는 거야. 더 욕보이기 싫다면서."

"저걸 죽여달라고 하는 거 아닐까요!"

나와 륜의 이견이 갈렸다. 사로잡힌 엘프는 입을 쩍 벌리며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나.

"쟤 방금 나라고 했다? 분명히 그랬어?"

"......본인이 그걸 원하면 그렇게 하겠지만."

쿵, 쿵쿵!

그레모리는 촉수 괴물의 촉수를 조종하며 우리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그 거대한 몸집은 분명 통로를 넘어오지 못할만큼 거대했다.

"저거 합체 분리 되려나?"

"...촉수가 몸안에 들어가서 박혀있는 것 같은데요?"

메어리는 눈썰미를 발휘해 그레모리와 촉수 괴물의 합체를 살폈다. 그 말대로 촉수 괴물은 그레모리의 하반신을 치골 아래까지 삼킨 채 꿀렁거리고 있었다. 그레모리는 자신의 하반신을 제물로 바쳐 촉수 괴물의 제어권을 얻어낸 듯 보였다.

"오호호! 합체를 풀게 하려고? 어림도 없지! 네놈의 운명은 촉수에 자지부터 분질러지는 거야! 순순히 항복해!"

"에이, 씁. 괜히 쫄았네."

이런 전황이라면 오히려 아까전에 병력들끼리 한 판 붙었을 때가 가장 위험했다. 만약 그레모리가 낙타 괴물들을 방진으로 짜고 원거리에서 마법을 난사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메어리, 보통 촉수 괴물의 약점이 뭔지 아니?"

"불이요?"

"그래. 불이지. 전신에 불을 붙이는 거다."

"하지만 어떻게요? 불계열 마물도 없고, 기껏해야 저희 군에는 제 파이어볼밖에 쓸 수 있는게 없는데."

메어리의 말대로 촉수 괴물의 약점을 찌르기 위해서는 화염 방사기라도 들고와야했다. 하지만 우리 군에는 메어리 이외에는 전부 검과 활을 사용하는 전사계열 뿐이었다.

"그 파이어볼, 어디에나 불 붙있 수 있냐?"

"...아빠, 설마?"

"어."

나는 부하들이 공동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은 뒤, 앞으로 나서며 메어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메어리는 완강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내 지시를 거부했다.

"싫어요! 그런 짓 못해요!"

"해라."

"아빠!"

"이기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어. 메어리, 나는 너와 모두가 저 촉수 괴물의 촉수에 능욕당하는 걸 보고 싶지 않구나."

그것만큼은 진심이었다. 나의 패배는 내 부하들 전원의 촉수 임신이나 다름 없었고, 그런 최악의 결말을 막기 위해서는 내가 더 열심히 움직여야했다. 오직 나만이 저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다.

<알림> 던전 쟁탈전의 승리 조건이 변경되었습니다.

# 승리 조건 : '<그레모리 더 러븐 스카트러>, Lv.80, ★★★★'의 제거, 굴복

죽여야 한다. 루나와의 전투는 내게 하나의 기준이 되었고, 레벨 80이면 충분히 비벼볼만했다. 비벼야했다.

"메어리!"

"......죄송해요!"

메어리는 전방을 향해 불화살을 쏘았다. 초격은 나의 볼을 스쳤고, 이어지는 공격은 모두 나를 스치듯 뿜어져 그레모리의 몸을 향해 날아갔다.

"흥!"

그레모리는 촉수를 움직여 불화살들을 다 쳐냈다. 그레모리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고, 그 여유는 서서히 경악과 당혹감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화륵, 화르륵.

"야,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냐?"

나는 새끼손가락 위를 손으로 쓸었다. 전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시야는 붉게 물들었다. <광폭화>를 통해 내 신체는 불이라도 난 것처럼 열이 올랐다.

"이 미친 돼지야! 네가 불타고 있잖아!"

"부히익!"

나는 전방을 향해 내달렸다. 뒤에서 륜과 사냥꾼들이 활을 들었다. 그들은 모두 눈치좋게 벽에 놓인 여인들을 향해 활을 조준했다.

"이, 이런!"

그레모리는 황급히 팔을 휘저으며 내게 촉수를 수 가닥 뻗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머뭇거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화륵, 화르르륵!

광폭화로 달아오른 전신이 이제는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숨을 쉴 때마다 폐부를 찌르는 더운 공기에 나는 아예 입을 닫아버렸다. 입술이 빠르게 건조해졌고, 나는 땅을 박차고 위로 뛰었다.

"꺄, 꺄아아악!!"

그레모리가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저 하늘 높이 날아올라 그레모리를 향해 다이빙을 하려고 했을 뿐이다.

전신에 불을 지른 채.

내 로브 겉은 메어리의 불화살이 스치며 난 불꽃이 내 전신을 휘감았고, 나는 단순한 화염구로는 막힐 것 같아서 직접 달려든다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아주 정확히 들어맞았다.

"오, 오지마! 불타면서 오지 말라고!"

"그레모리----!!"

속에서 울화를 내뱉듯 전방을 향해 소리질렀다. 숨을 짧게 들이마신 순간, 비강 전체가 불이 난 것 마냥 화끈거렸다.

"내 뜨거운 마음을 받아라---!!"

"진짜로 불타고 있다니까, 이 미친 돼지야!"

"꾸어어어어억!!"

나는 전력으로 달려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저리 꺼져!"

그레모리는 촉수를 내게 휘둘렀다. 나를 공중에서 처내려는 움직임이었고, 나는 양쪽에서 날아오는 촉수를 팔과 겨드랑이 사이에 끼우듯 잡았다.

"끄오오옥!!"

존나 아프다. 겨드랑이가 찢어질 것 같다. 하지만 불에 타는 고통보다는 덜하다. 나는 팽팽한 촉수 두 가닥을 륜먹던 힘까지 쥐어짜내 잡아당겼다.

"그 레 모 리 --!!"

나는 촉수를 손잡이 삼아, 공중에서 그레모리를 향해 점프했다. 그레모리는 내게서 피하기 위해 몸을 좌우로 비틀었지만, 촉수 괴물에 박아넣은 하반신을 빼지도 못했고 나를 막지도 못했다.

출 렁.

나는 촉수 괴물의 몸 위에 착지했다. 그리고 두 무릎을 꿇으며 그레모리에게 두 팔을 벌렸다.

"내 불같은 마음을 받아다오, 그레모리!"

"꺄아아아아악!!"

나는 불타는 로브 째로 그레모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레모리의 맨살과 머리칼에 불이 붙었고, 그레모리가 발광하자 촉수 괴물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거 놔, 놓으라고, 제발 놔--!!"

"불주사 놔달라고? 알았다!"

나는 그레모리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아예 주저앉아서 그레모리의 허리를 다리로 휘감았다.

"우리 불장난 좀 쳐볼까? 뜨거운 밤을, 콜록."

그레모리의 머리칼이 불탄 재가 내 입을 텁텁하게 채웠다. 나는 입안에 들어온 재를 뱉어내고 그레모리의 등을 끌어안았다.

"오늘 나랑 뜨밤 가자."

"아아아아아악!!"

그레모리의 비명소리가 공동을 가득 메웠다.

============================ 작품 후기 ============================

독자 여러분은 언제나 화재를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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